신주쿠 뒷골목 스타메시 돈돈, 치킨카츠동 한 그릇으로 배 채운 밤

도쿄 신주쿠에서 저녁 여덟 시가 넘으면 배는 고픈데 줄 서기는 싫어진다. 그날도 그랬다. 큰길에서 한 블록 들어간 골목, 빨간 간판이 붙은 정열의 스타메시 돈돈(情熱のすためし どんどん) 신주쿠점에 들어간 건 계획이 아니라 그냥 눈에 띄어서였다. 문 앞에 세워둔 입간판에 아부라소바와 스타메시 사진이 불꽃 배경으로 큼직하게…

도쿄 · 스타메시 돈돈 신주쿠점

도쿄 신주쿠에서 저녁 여덟 시가 넘으면 배는 고픈데 줄 서기는 싫어진다. 그날도 그랬다. 큰길에서 한 블록 들어간 골목, 빨간 간판이 붙은 정열의 스타메시 돈돈(情熱のすためし どんどん) 신주쿠점에 들어간 건 계획이 아니라 그냥 눈에 띄어서였다. 문 앞에 세워둔 입간판에 아부라소바와 스타메시 사진이 불꽃 배경으로 큼직하게 박혀 있었는데, 이 요란한 간판이 오히려 신뢰가 갔다. 도쿄에서 이런 가게는 대체로 싸고, 양이 많고, 혼자 먹기 편하다.

가게 앞에 세워둔 빨간 입간판. 왼쪽에 '油そば', 오른쪽에 '情熱のすためし' 글씨와 고기덮밥·아부라소바 사진이 불꽃 배경에 인쇄되어 있다
가게 앞 입간판. 아부라소바(油そば)와 스타메시(すためし), 이 두 가지가 이 집의 간판 메뉴다.

가게 안은 시끄럽고, 그게 좋았다

문을 열면 바로 튀김 기름 냄새와 간장이 졸아붙는 냄새가 훅 들어온다. 천장은 마감을 안 한 상태 그대로다. 은색 덕트가 그대로 노출돼 있고 그 아래 백열등이 낮게 매달려 있다. 주방 위에는 하얀 노렌이 줄줄이 걸려 있고, 직원들은 등에 '情熱のすためし'라고 크게 박힌 검은 티셔츠를 입고 움직인다.

손님은 절반이 혼밥이었다. 카운터석에 앉아 후드 뒤집어쓴 채 폰만 보는 사람, 퇴근길에 들른 듯한 흰 셔츠 차림의 회사원 둘. 관광객이 몰려와서 사진 찍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동네 사람들이 밥 먹으러 오는 집에 가깝다. 자리 간격은 넓지 않아서 옆 사람 젓가락 소리까지 들린다.

노출 덕트 천장과 백열등 아래 카운터석에서 식사 중인 손님들, 주방 위에 흰 노렌이 걸려 있고 검은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일하는 가게 내부
저녁 시간 가게 안. 카운터석마다 주문용 태블릿이 하나씩 놓여 있다.

주문은 태블릿으로, 영어 메뉴가 있다

자리에 앉으면 태블릿을 준다. 상단 탭이 Recommend combo, Stameshi, Bowl of rice·Curry, Ramen, Abura-soba, Side Menu, Drink 순으로 영어와 함께 나뉘어 있어서 일본어를 몰라도 헤맬 일이 없다. 화면 오른쪽에 담은 항목이 실시간으로 쌓이고, 같은 메뉴를 여러 번 누르면 그만큼 수량이 올라간다.

스타메시 탭을 열어보니 가격대가 이렇다.

스타메시에는 생계란과 미소시루가 붙는다고 화면에 표시돼 있었다. 도쿄 물가에서 700엔 안팎에 계란과 국까지 딸린 덮밥이면 싼 편이다.

손에 들린 주문용 태블릿 화면. 스타메시 소·중·대 640엔·740엔·840엔 등 메뉴와 가격이 사진과 함께 영어 병기로 표시되어 있다
태블릿의 스타메시 페이지. 小·中·大 사이즈와 엔화 가격이 그대로 적혀 있다.

벽에도 종이 포스터가 붙어 있다. 만푸쿠 세트(満腹セット) 쪽이 특히 눈에 들어왔는데, 돈코츠 라멘과 미니 스타메시가 붙은 세트가 1,020엔. 탄탄멘 세트와 니쿠소바 세트가 각각 1,090엔, 아지타마 차슈멘 세트가 1,390엔. 왼쪽 빨간 포스터의 아부라소바 계열 세트는 990엔부터 시작해서 오오모리(大盛) 세트들이 1,190엔이었다. 면과 밥을 둘 다 먹고 싶으면 이쪽이 계산이 맞는다. 다만 이 가격은 내가 갔던 날 벽에 붙어 있던 것이라, 지금도 같은지는 현장에서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가게 벽에 붙은 만푸쿠 세트 포스터. 돈코츠 라멘과 미니 스타메시 세트 1,020엔 등 세트 메뉴가 사진과 가격으로 나열되어 있고 왼쪽에는 '油そば' 붓글씨 액자가 걸려 있다
벽면 세트 메뉴판. 왼쪽 붓글씨 액자에는 아부라소바에 대한 가게 나름의 설명이 적혀 있다.

나온 건 치킨카츠동이었다

내가 시킨 건 고기 덮밥이 아니라 튀김이 올라간 덮밥이었다. 검은 사발에 밥을 깔고, 그 위에 두툼하게 튀긴 카츠를 썰어 얹은 뒤 채 썬 양배추와 잘게 썬 파를 수북이 올린 구성. 튀김옷 색이 진한 갈색이 아니라 밝은 황금색이었는데, 그게 눈으로도 갓 튀긴 티가 났다.

검은 사발에 담긴 카츠동. 황금빛 튀김옷의 카츠 위에 잘게 썬 파와 채 썬 양배추가 올라가 있고 나무 테이블에 검은 젓가락통과 유리병이 놓여 있다
나온 직후. 파와 양배추가 튀김 절반을 덮을 만큼 올라간다.

한 조각 집어 올려 단면을 봤다. 튀김옷 두께가 3~4밀리쯤 되고, 안쪽 고기는 하얗게 익어 있으면서 결이 살아 있었다. 씹으면 겉은 바삭 소리가 나고, 안쪽은 퍽퍽하지 않게 촉촉했다. 소스는 흠뻑 붓는 방식이 아니라 튀김 위에 얇게 발린 정도라 바삭함이 끝까지 죽지 않았다. 파를 같이 집어서 먹으면 기름진 맛이 한 번 끊긴다. 이건 넣고 안 넣고 차이가 꽤 크다.

검은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카츠 한 조각의 단면. 바삭한 튀김옷 안으로 하얗게 익은 고기 결이 보이고 뒤로 파를 올린 덮밥과 미소시루가 놓여 있다
단면. 튀김옷이 두껍지만 눅눅해지기 전에 다 먹을 수 있는 두께다.

아쉬웠던 점도 있다. 밥 양이 튀김 양에 비해 많다. 튀김을 다 먹고 나면 밥이 한참 남는데, 이때부터는 소스가 배어든 밑밥과 남은 파 부스러기로 버티게 된다. 나는 마지막 두 조각을 일부러 남겨서 밥 위에 얹고 먹었다. 밥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처음부터 小 사이즈로 시키는 편이 낫다. 사이즈 차이가 100엔이니 무리해서 中을 고를 이유는 없다.

거의 다 먹은 검은 사발. 흰 밥 위에 카츠 두 조각과 부스러기가 남아 있고 양배추 채가 밥에 섞여 있다
끝물. 튀김 두 조각을 남겨두고 밥과 같이 먹었다.

위치와 가는 법

신주쿠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큰길에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야 해서 지도를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찾는 요령은 간단하다. 빨간 바탕에 검은 붓글씨가 박힌 입간판을 찾으면 된다. 야키니쿠집이나 이자카야 간판 사이에서도 이 빨강은 눈에 띈다. 촬영한 지점의 좌표는 아래 지도에 찍어뒀다.

처음 가는 사람이 알아두면 좋은 것

신주쿠에서 예약 없이, 줄 없이, 1,000엔 아래로 뜨거운 한 끼를 채워야 하는 밤이라면 이 집은 계산이 맞는다. 대단한 미식 체험을 하러 가는 곳은 아니다. 하루 종일 걷고 나서 튀김과 밥으로 배를 눌러야 할 때 문을 열면 되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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