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자부주반 사라시나 호리이 총본가, 하얀 소바 한 판과 다시마키 한 접시

도쿄 미나토구 아자부주반 골목 안쪽, 붉은 벽돌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사라시나 호리이(更科堀井) 총본가에 다녀왔다. 소바집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닌데, 이 집은 메밀 껍질을 벗기고 속심만 뽑아 만드는 '사라시나' 계열이라 면이 하얗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었다. 실제로 판이 나오는 순간 어? 하는 소리가 먼저 나왔다.…

도쿄 · 사라시나 호리이 아자부주반 본점

도쿄 미나토구 아자부주반 골목 안쪽, 붉은 벽돌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사라시나 호리이(更科堀井) 총본가에 다녀왔다. 소바집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닌데, 이 집은 메밀 껍질을 벗기고 속심만 뽑아 만드는 '사라시나' 계열이라 면이 하얗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었다. 실제로 판이 나오는 순간 어? 하는 소리가 먼저 나왔다. 우리가 아는 갈색 메밀국수가 아니라, 소면에 가까운 흰색이다.

면이 하얗다 — 사라시나 소바가 무엇인지 눈으로 알게 되는 순간

붉은 칠기 테두리 안에 대나무 발을 깔고, 그 위에 하얀 면을 가지런히 올려 낸다. 젓가락으로 몇 가닥 들어보면 툭 끊기지 않고 매끈하게 딸려 온다. 메밀 향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향으로 먹는 소바가 아니라 식감과 단맛으로 먹는 소바다. 첫 입은 아무것도 찍지 않고 그냥 먹어봤는데, 씹으면 은은한 단맛이 올라온다. 진한 메밀 향을 기대하고 온 사람은 여기서 실망할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엔 심심하다고 느꼈다.

붉은 칠기 판에 담긴 하얀 사라시나 소바와 옆에 놓인 쓰유 종지, 다시마키 계란말이 접시
껍질을 벗긴 메밀 속심으로 뽑아 색이 하얀 사라시나 소바. 뒤로 다시마키와 쓰유 종지가 보인다.

쓰유는 종지에 따로 나온다. 사진 오른쪽 위, 파란 글씨가 들어간 흰 도자기 잔에 담긴 검은 국물이 그것이다. 한국에서 먹던 메밀소바 육수보다 훨씬 짜고 진해서, 면을 국물에 푹 담그면 짠맛에 다 잡아먹힌다. 면 끝 3분의 1만 살짝 적셔 먹는 게 맞다. 이 집은 쓰유를 두 종류로 내주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내가 앉은 날은 진한 쪽만 받았다. 단맛이 도는 쓰유를 원하면 주문할 때 직원에게 물어보는 편이 낫다. 나무 젓가락 포장지에 인쇄된 전화번호(03-3403-3401)를 보고서야 아, 여기가 본점이 맞구나 싶었다.

다시마키 계란말이 — 사실 이게 더 기억에 남는다

소바만 시키면 양이 아쉬워서 곁들임으로 다시마키(계란말이)를 하나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파란 접시 위에 두툼한 조각 두 덩이가 올라오는데, 젓가락으로 누르면 국물이 배어 나올 정도로 촉촉하다. 설탕을 넣은 단맛 계란말이가 아니라 다시 육수 맛이 앞선다. 뜨겁지 않고 미지근한 온도로 나오는데, 이게 처음엔 식은 건가 싶었지만 먹어보니 이 온도라야 다시 향이 산다.

파란 접시에 담긴 두툼한 다시마키 계란말이 두 조각과 주황빛 무즙, 옆 흰 접시에 담긴 간 무
국물이 배어 나오는 다시마키. 왼쪽 주황빛 덩어리는 고춧가루를 섞은 모미지오로시다.

접시 왼쪽에 놓인 주황빛 덩어리는 모미지오로시, 무를 갈아 고춧가루를 섞은 것이다. 처음엔 단순한 장식인 줄 알고 안 건드렸는데, 계란말이에 얹어 먹으니 매운맛보다 무의 알싸함이 기름기를 씻어낸다. 옆 흰 접시에는 고춧가루 없는 하얀 간 무가 따로 담겨 나왔다. 이건 소바 쓰유에 풀어 넣으면 짠맛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조각 하나를 다 먹고 나서야 이 조합을 알아챈 게 조금 아쉬웠다.

가게 외관과 찾아가는 길

골목에서 이 집을 알아보는 표시는 세 가지다. 처마 아래 매달린 나무 등롱에 '更科堀井 そば'라고 세로로 적혀 있고, 차양 정면에는 금색 나무 글씨로 '更科堀井 総本家'가 붙어 있다. 입구에는 흰 노렌이 걸려 있다. 창가에는 소바와 튀김을 올린 음식 모형 진열장이 있어서 일본어를 못 읽어도 뭘 파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가게 앞에 야자 계열 화분과 가로수가 서 있어 생각보다 눈에 잘 안 띄니, 지도를 켜고 벽돌 건물 1층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걸으면 된다.

붉은 벽돌 건물 1층에 자리한 사라시나 호리이 총본가 외관, 나무 등롱과 흰 노렌, 창가 음식 모형 진열장, 앞을 지나는 행인들
아자부주반 골목의 사라시나 호리이 총본가 외관. 차양의 금색 글씨와 처마 등롱이 표식이다.

도쿄 메트로 난보쿠선·오에도선 아자부주반역에서 걸어서 갈 만한 거리다. 골목이 평지라 짐이 있어도 부담은 없다. 아래 지도의 핀이 내가 사진을 찍은 지점이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나올 때 노렌을 젖히며 든 생각은, 이 집은 배를 채우러 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얀 면 한 판과 계란말이 두 조각, 그리고 무즙 한 덩이. 삼십 분이면 끝나는 식사인데도 아자부주반 골목을 다시 걸을 때 입안에 다시 향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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