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폰기 테레비아사히 본사 1층 아트리움 — 도라에몽 타임캡슐과 짱구, 뮤직스테이션 계단까지 무료로 본 날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힐즈 옆에 붙어 있는 테레비아사히(테레비 아사히) 본사는, 사실 방송국 견학을 하려고 간 게 아니었다. 모리타워 쪽에서 정원 따라 내려오다가 유리 건물 앞에 판다 인형이 앉아 있길래 그냥 들어가 봤다. 1층 아트리움은 예약도, 입장료도 없다. 이게 이 건물의 핵심이다. 도쿄에서 무료로 한 시간 때울 곳…
도쿄 · 테레비 아사히 본사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힐즈 옆에 붙어 있는 테레비아사히(테레비 아사히) 본사는, 사실 방송국 견학을 하려고 간 게 아니었다. 모리타워 쪽에서 정원 따라 내려오다가 유리 건물 앞에 판다 인형이 앉아 있길래 그냥 들어가 봤다. 1층 아트리움은 예약도, 입장료도 없다. 이게 이 건물의 핵심이다. 도쿄에서 무료로 한 시간 때울 곳을 찾는다면 여기가 꽤 상위권이다.

입구 사인이 생각보다 작다. 롯폰기 거리 쪽에서 보면 그냥 오피스 빌딩인데, 캐노피 위에 하얀 판다가 앉아 있어서 알아본다. 유리에 롯폰기 공사 크레인이 그대로 비쳐서 사진이 지저분하게 나오는데, 이건 어쩔 수 없다. 정면 대신 살짝 왼쪽으로 붙어서 찍으면 반사가 덜하다.
들어서자마자 판다가 5미터
자동문을 지나면 천장까지 트인 아트리움이 나오고, 정면에 공기 주입식 대형 판다가 서 있었다. 아이 키와 비교하면 대충 4~5미터는 된다. 에어컨이 세게 돌아서 바람이 판다 표면을 계속 흔들었고, 그 소리가 로비에 낮게 깔렸다. 천장에는 그 시즌 방영 중이던 드라마·예능 배너가 층층이 걸려 있다.

천장 배너 중에 'あいつ今何してる?'가 유독 눈에 띄었는데, 로비 한쪽 벽에도 같은 프로그램 포스터가 크게 붙어 있었다. 연예인들의 고등학생 시절 사진을 격자로 깔아놓고 "겨울에도 반팔이던 걔", "늘 책 읽던 걔" 식으로 캡션을 단 구성이다. 일본어를 못 읽어도 사진만 보고 웃게 된다.

도라에몽 코너 — 여기가 진짜 목적지다
아트리움 안쪽으로 들어가면 도라에몽 구역이 나온다. 테레비아사히가 도라에몽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 곳이라 상설로 두는 모양이다. 먼저 만난 건 배를 열 수 있게 만든 도라에몽 조형물. 발치에 분홍색 안내판이 서 있는데, 20세기를 대표하는 TV 영상을 담아 2112년 9월 3일 도라에몽 생일까지 보관한다는 타임캡슐이라고 적혀 있다. 방송국이 이런 걸 진지하게 만들어 세워두는 게 좀 웃기면서 좋았다.

바로 옆에 노란 도라미가 서 있다. 도라에몽만 보고 지나치는 사람이 많은데, 도라미 조형물은 표정이 훨씬 잘 만들어져 있다. 뒤쪽에는 극장판 캐릭터 입간판도 세워져 있었다.

가장 오래 머문 곳은 '노비타의 방'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세트다. 다다미 방에 책상, 란도셀 가방, 스탠드까지 만화 그대로 놓여 있고, 낮잠 자는 진구와 옆에 앉은 도라에몽이 있다. 방 안으로는 못 들어간다 — 마루 앞에 STOP 표지가 붙어 있고, 대신 마루 턱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는 식이다. 나도 여기 앉아서 신발 벗은 아이들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걸 한참 봤다. 이 방 하나 때문에 도쿄 사는 일본인 가족들이 주말에 여기 온다.

짱구 조형물과 시즌 한정 카페
반대편에는 크레용 신짱(짱구) 캐릭터들이 모여 있다. 유리원, 철수, 훈이, 맹구까지 표정이 제각각이라 한 명씩 뜯어보게 된다. 뒤 배경 그림에 'A 2016'이라고 연도가 박혀 있어서, 그 해 극장판 개봉에 맞춰 세운 세팅이란 걸 알 수 있다.

안쪽 카페 앞에는 짱구 가족 세트가 따로 있었다. 신형만, 봉미선, 짱구, 짱아, 흰둥이까지 다섯. 옆에 세워둔 이젤 메뉴판이 이 카페가 극장판 개봉(4월 16일)에 맞춘 시즌 한정 콜라보라는 걸 알려준다. 팬케이크·햄버거·파스타·파르페 같은 메뉴에 세 자리 후반에서 1,000엔대 초반 가격이 붙어 있었다. 다만 콜라보 카페는 시즌마다 통째로 바뀌니, 내가 본 메뉴가 지금도 있으리라 기대하면 안 된다. 방문 전 현장 확인을 권한다.

뮤직스테이션 계단 세트
로비 한켠에 MUSIC STATION 30주년 세트가 통째로 놓여 있었다. 홀로그램 소재가 붙은 계단에 LED가 들어와서 실제로 색이 변한다. 그 앞에 마이크를 든 진행자 등신대가 서 있고, 받침대에 "만지지 마세요"라는 작은 표지가 붙어 있다. 화면에 SINCE 1986 / FRIDAY 8:00PM이라고 적힌 게 이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이다. 바닥에 발자국 표시가 그려져 있어서 거기 서서 찍으면 계단이 배경으로 잡힌다. 실내가 어두운 구역이라 휴대폰으로 찍으면 LED가 날아가기 쉬운데, 노출을 한 칸 낮추면 계단 색이 살아난다.

건물 밖 — 모리 정원과 아레나 이벤트
본사 건물은 롯폰기힐즈 부지와 그대로 이어진다. 방송국을 나와 왼쪽으로 돌면 모리 정원(모리 가든)이 나오는데, 연못과 잉어, 잔디밭이 있고 사람들이 그냥 누워 있다. 위로는 유리 원통형 건물과 타워가 겹쳐 보인다. 도쿄에서 가장 비싼 땅 한가운데 이런 일본식 정원이 붙어 있는 배치가 늘 어색하면서 마음에 든다. 정원 쪽 연못가에 금색 하트 조형물이 서 있었고, 잔디 옆 푸드트럭에서 뭘 사서 앉아 먹는 사람이 많았다.

같은 날 롯폰기힐즈 아레나에서는 야외 무대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이탈리아 관련 문화 행사였는데, 뒤 백드롭에 ITALIA AMORE mio!와 일·이 수교 150주년 표기가 붙어 있었고 알파로메오·피아트·페라리·알리탈리아 로고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정작 무대 위에서는 기모노 차림 연주자가 일본 전통 현악기를 연주했다. 붉은 카펫 무대에 카메라맨이 붙고, 관객은 의자에 앉거나 그냥 나무 데크에 주저앉아 봤다. 아레나 행사는 대부분 무료고 주말마다 내용이 바뀐다. 굳이 일정을 맞추기보다 지나가다 뭐가 있으면 앉아서 보면 된다.

위치와 가는 법
히비야선 롯폰기역 1C 출구로 나와 롯폰기힐즈를 관통해 걸으면 5~7분. 오에도선 롯폰기역, 난보쿠선·오에도선 아자부주반역에서도 걸어올 수 있는데, 아자부주반 쪽은 오르막이라 여름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롯폰기힐즈 안에서 표지판만 따라가면 되지만, 힐즈 자체가 층 구조가 복잡해서 처음 오면 반드시 한 번은 헤맨다. 나도 모리타워 지하에서 한 층을 잘못 올라가 5분을 버렸다. 야외 데크 레벨(모리 정원 쪽)로 나와서 바깥으로 걷는 게 훨씬 직관적이다.
가기 전 알아두면 좋은 것
- 1층 아트리움만 무료 개방이고, 스튜디오 내부나 위층은 일반인이 못 올라간다. 방송 제작 현장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한다.
- 전시물은 시즌마다 갈린다. 도라에몽 타임캡슐처럼 붙박이인 것도 있지만, 콜라보 카페와 극장판 조형물은 통째로 교체된다.
- 기념품숍(테레아사숍)이 정문 오른쪽 유리 안쪽에 있다. 도라에몽·짱구 굿즈가 주력이고, 방송 프로그램 굿즈는 도쿄 다른 데서 구하기 어려운 게 섞여 있다.
- 개관 시간과 휴관일은 시기별로 조정되니 방문 전 현장 또는 공식 안내 확인을 권한다. 나는 확인 없이 갔다가 늦은 오후에 도착해 카페 라스트오더를 놓쳤다.
- 실내가 유리 천장이라 낮에는 역광이 심하다. 조형물 사진은 오전 늦게~정오 사이가 가장 안정적이었다.
어른 둘이 왔다면 30분, 아이를 데려왔다면 한 시간은 잡아야 한다. 노비타의 방 앞에서 아이가 안 움직인다. 롯폰기힐즈 전망대에 돈을 쓰기 전에 여기부터 들르면, 그날 예산이 조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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