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덴포잔에서 산타마리아호 타고 항구 한 바퀴 — 겨울 오후 4시 배가 정답이었다
오사카 미나토구 덴포잔 하버빌리지, 가이유칸(해유관) 바로 옆 선착장에 목선 한 척이 묶여 있다. 콜럼버스가 탔던 산타마리아호를 두 배 크기로 만든 유람선이다. 실제로 대양을 건널 배는 아니고, 오사카항 안쪽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45분짜리 배. 아이 둘 데리고 겨울에 갔는데, 하루 일정에서 이 45분이 제일 기억에…
오사카 · 산타마리아호
오사카 미나토구 덴포잔 하버빌리지, 가이유칸(해유관) 바로 옆 선착장에 목선 한 척이 묶여 있다. 콜럼버스가 탔던 산타마리아호를 두 배 크기로 만든 유람선이다. 실제로 대양을 건널 배는 아니고, 오사카항 안쪽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45분짜리 배. 아이 둘 데리고 겨울에 갔는데, 하루 일정에서 이 45분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배가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갑판은 생각보다 춥다
선착장에서 올려다보면 돛대가 세 개, 뱃머리에 파랑·노랑 방패 문장이 나란히 박혀 있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크다. 승선하면 실내 라운지와 야외 갑판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데, 사람들이 전부 갑판으로 몰린다. 다들 사진 찍느라 자리를 안 비켜준다.
여기서 첫 실수를 했다. 겨울 바다 위 갑판 바람을 우습게 봤다. 육지에서 걸을 땐 패딩 하나로 충분했는데,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니 체감이 확 떨어진다. 아이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벤치 뒤로 피했다. 모자 없이 올라온 사람들이 십 분쯤 지나자 하나둘 실내로 내려갔다. 목도리, 장갑, 모자 중 최소 두 개는 챙겨라. 그러면 갑판 자리가 오히려 여유로워진다.

항구 한 바퀴 — 관람차와 대교가 돌아가며 나타난다
배가 출발하면 왼쪽으로 덴포잔 대관람차가 통째로 들어온다. 곤돌라가 빨강·노랑·초록으로 색이 다 다르다. 그 뒤로는 하얀 사장교인 덴포잔 대교가 걸린다. 배가 천천히 회전하면서 관람차 → 대교 → 항만 크레인 순으로 화면이 바뀌는데, 이 구도는 육지에서는 절대 안 나온다. 돛과 밧줄이 프레임 안에 같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진 찍을 자리를 고르라면 좌현 뱃머리 쪽. 회전할 때 관람차가 가장 오래 머문다. 다만 난간 앞자리는 출항 전부터 찜해두지 않으면 못 잡는다. 나는 실내 라운지에서 몸 좀 녹이다가 올라갔더니 앞줄이 다 차 있었다. 사람 어깨 사이로 팔 뻗어서 찍었다.

내려서 본 배가 제일 예뻤다
배에서 내려 선착장 난간 쪽으로 걸어가면 산타마리아호 전체가 보인다. 오후 4시 반쯤 해가 조타실 뒤로 넘어가면서 배가 실루엣이 됐다. 선체 옆면에 흰 글씨로 Santa Maria가 적혀 있고, 멀리 항만 크레인들이 낮게 늘어선다. 배 위에서 찍은 어떤 사진보다 이게 좋았다. 탑승 전에 한 장, 하선 후에 한 장 — 빛이 완전히 달라진다.

위치와 가는 법
오사카메트로 주오선 오사카코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와 바다 쪽으로 쭉 걸으면 된다. 도보 10분이 채 안 걸린다. 표지판이 가이유칸을 가리키니 그것만 따라가도 도착한다. 승선장은 가이유칸 서쪽 바로 옆, 마켓플레이스 건물에서 내려오는 통로 끝. 운항 시간과 요금은 계절·요일에 따라 바뀌니 현장 매표소나 공식 안내 확인을 권한다. 특히 겨울 저녁 편은 운항 자체가 없는 날도 있다.

비 오는 날 같은 자리에 다시 갔다가 이 사진을 찍었다. 광장이 텅 비고 바다가 회색이 되면서 항구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배를 타려면 맑은 날, 항구 자체를 걷고 싶으면 흐린 날도 나쁘지 않다.
부두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승선 시간을 기다리다 부두 쪽으로 걸어가면 관광객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 밀짚모자 쓰고 방파제 너머로 낚싯줄을 던지는 아저씨. 옆에 아이스박스 하나 놓고 몇 시간째 그 자세다. 뒤로는 흰색 갠트리 크레인과 바지선이 서 있고, 그 너머로 고가도로가 지난다. 덴포잔은 관광지이기 전에 여전히 화물이 오가는 항구다. 이 대비가 재밌어서 한참 봤다.


이렇게 짜면 하루가 맞아떨어진다
- 오후 1시쯤 가이유칸 입장 — 안에서 두 시간은 걸린다
- 나와서 마켓플레이스에서 간식 한 번 — 배 안에서는 먹을 것 사기 어렵다
- 해 지기 한 시간 전 산타마리아호 승선 — 갑판에서 역광 실루엣이 나온다
- 하선 후 대관람차 — 배에서 봤던 항구를 위에서 다시 본다
순서를 바꿔 관람차를 먼저 타면 배 위 풍경이 심심해진다. 낮은 데서 보고 높은 데로 올라가는 쪽이 훨씬 낫다. 45분이 짧다고 느껴지면 그건 잘 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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