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네 아시노코 해적선 '퀸 아시노코' 탑승기 — 아이 둘 데리고 탄 갑판 위 30분

가나가와현 하코네, 아시노코(芦ノ湖) 호수 위를 도는 관광선을 흔히 '해적선'이라 부른다. 실제로 타 보면 배 이름은 따로 있다. 우리가 탄 건 금색 선체에 붉은 선실을 얹은 퀸 아시노코(Queen Ashinoko), 선미 장식판에 'SINCE 2019'라고 박아둔 비교적 신형 배다. 도겐다이(桃源台) 선착장에서 출발해…

가나가와 · 아시노코 해적선

가나가와현 하코네, 아시노코(芦ノ湖) 호수 위를 도는 관광선을 흔히 '해적선'이라 부른다. 실제로 타 보면 배 이름은 따로 있다. 우리가 탄 건 금색 선체에 붉은 선실을 얹은 퀸 아시노코(Queen Ashinoko), 선미 장식판에 'SINCE 2019'라고 박아둔 비교적 신형 배다. 도겐다이(桃源台) 선착장에서 출발해 하코네마치·모토하코네 쪽으로 건너가는 노선이었고, 물 위에 떠 있는 시간은 30분이 채 안 됐다.

선착장에서 배까지 — 승선 전 5분이 사진 찍기에 제일 좋다

선착장 잔교로 나가면 배가 옆구리를 대고 서 있다. 승무원들은 검은 제복에 챙 모자를 쓰고, 한 사람은 계류줄을 풀고 다른 한 사람은 승선구 앞에서 표를 받는다. 이 짧은 시간이 의외로 중요하다. 배에 오르고 나면 사람에 밀려 배 전체를 한 프레임에 담을 수가 없다. 잔교 위에서 옆모습을 찍고, 몇 걸음 물러나 뱃머리 쪽에서 한 장 더 찍는 게 낫다.

아시노코 선착장 잔교에 접안한 금색 해적선 옆으로 검은 제복을 입은 승무원들이 계류줄을 다루고 있고 멀리 초록 산과 또 다른 해적선이 보인다
접안한 배 옆에서 계류줄을 푸는 승무원. 저 멀리 호수 한가운데에도 다른 해적선 한 척이 떠 있다.

정면에서 보면 배가 생각보다 크다. 3층 구조에 돛대가 세 개, 뱃머리 아래에는 금색 여신상이 붙어 있다. 잔교 바닥은 헬리포트처럼 붉은 페인트에 흰 선이 그어져 있어서, 아이들이 뛰기 좋은 넓은 마당처럼 보인다. 실제로 우리 애들도 배를 보자마자 손을 놓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난간 사이가 넓은 구간이 있으니 어린아이는 손을 잡고 걷는 편이 좋다.

붉은 바닥의 넓은 잔교를 아이 둘과 어른 한 명이 배를 향해 걸어가고 있고, 정면에 돛대 세 개와 금색 여신상을 단 해적선이 정박해 있다
승선 직전. 이 각도가 배 전체를 담을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다.

갑판 자리 싸움 — 굴뚝 옆 벤치를 노려라

탑승하면 다들 위층 갑판으로 올라간다. 실내 선실도 있지만 5월 낮 기온에 굳이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갑판이 넓어 보여도 앉을 자리는 몇 개 안 된다는 점이다. 검정·금색 체크무늬 굴뚝 아래에 철제 벤치와 나무 테이블이 몇 세트 놓여 있는데, 배가 출발하기 전에 이미 다 찬다. 우리는 올라오자마자 붉은 굴뚝 옆 벤치를 잡았다. 아이 둘을 무릎에 앉히고 나니 그제야 숨이 돌았다.

빨강과 금색 체크무늬 굴뚝 옆 철제 벤치에 어른 한 명과 아이 둘이 앉아 있고 뒤로 금색 계단과 붉은 선실 장식이 보인다
체크무늬 굴뚝 아래 벤치. 갑판에서 그늘과 등받이를 동시에 얻는 몇 안 되는 자리다.

바람이 꽤 셌다. 사진 속 하늘이 파랗지만 구름이 두껍게 지나가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체감 온도가 뚝 떨어진다. 5월인데도 아이들에게 바람막이를 입혀 온 게 맞았다. 반팔만 입고 올라온 사람들은 절반쯤 지나 실내로 내려갔다.

갑판 한복판은 계속 붐빈다. 삼각대 세운 사람, 돛대 올려다보는 사람, 굴뚝 앞에서 순서 기다리는 사람이 뒤엉킨다. 아이 손을 놓치기 쉬운 구조라 우리는 양쪽 손을 하나씩 잡고 다녔다.

붐비는 갑판에서 어른이 아이 둘의 손을 각각 잡고 서 있고 뒤로 'QUEEN ASHINOKO'라고 적힌 붉은 선실과 금색 돛대, 접힌 흰 돛이 보인다
갑판 중앙은 늘 이 정도로 붐빈다. 선실 벽에 'QUEEN ASHINOKO' 각인이 보인다.

기념사진은 선실 정면에서

배 이름을 확실하게 남기고 싶으면 붉은 선실 정면 벽 앞이 정답이다. 왕관 문장 아래로 'QUEEN ASHINOKO', 그 옆에 'SINCE 2019'가 금색으로 박혀 있고, 벽 전체가 붉은 당초무늬라 색이 잘 나온다. 뒤로 물러서서 돛대까지 넣고 아래에서 위로 찍으면 배가 훨씬 커 보인다. 다만 이 자리도 줄이 생긴다. 우리는 두 번 지나쳤다가 세 번째에 겨우 찍었다.

붉은 당초무늬 선실 벽 앞에 어른 한 명과 아이 둘이 나란히 서 있고 위쪽에 'QUEEN ASHINOKO SINCE 2019' 금색 표기와 돛대, 접힌 돛이 보인다
'QUEEN ASHINOKO / SINCE 2019' 각인. 아래에서 올려 찍으면 돛대까지 들어온다.

호수 위 풍경 — 진짜 볼거리는 배가 아니라 물가 쪽이다

배가 중간쯤 나가면 갑판의 소란이 한 번 가라앉는다. 다들 난간에 붙어 바깥을 본다. 호수 물빛이 짙은 청록색이고, 양옆으로 초록이 빽빽한 능선이 이어진다. 물가를 잘 보면 붉은 도리이가 물에 발을 담그고 서 있는 게 보인다. 하코네신사의 '헤이와노도리이'다. 배에서는 아주 작게 스쳐 지나가니, 놓치기 싫으면 배가 모토하코네 쪽으로 접근할 때 오른쪽 난간에 미리 서 있는 편이 낫다.

아시노코 호수의 짙은 청록빛 수면 너머로 초록 능선이 이어지고 물가에 흰 건물과 작은 붉은 도리이, 정박한 배가 보인다
호숫가에 붉은 도리이가 작게 보인다. 오른쪽 난간이 이 풍경에 유리하다.

후지산은 이날 끝내 나오지 않았다. 구름이 두꺼웠다. 아시노코에서 후지산이 보이는 날은 생각보다 드물다는 걸 몇 번 와 보고 알았다. 후지산을 기대하고 배를 타면 열에 예닐곱은 실망한다. 배 자체와 호수 능선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타는 게 마음이 편하다.

위치와 가는 법

촬영 지점은 아래 지도에 찍힌 아시노코 호수 위다. 하코네 관광은 보통 오다와라나 하코네유모토에서 시작해 등산철도 → 케이블카 → 로프웨이 → 해적선 순으로 한 바퀴 도는 구조라, 해적선은 오와쿠다니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온 도겐다이 선착장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표를 개별로 사는 것보다 하코네 프리패스 같은 통합권을 쓰는 사람이 많고, 이 경우 승선료가 포함된다. 요금과 운항 시간표는 계절마다 바뀌므로 출발 전 현장 또는 공식 시간표 확인을 권한다.

덧 — 이날 여정 중에 먹은 것

사진 정리를 하다 보니 배와 무관한 한 장이 섞여 있었다. 검은 껍질을 벗겨 한 입 베어 문 삶은 달걀이다. 배경은 실내 카페 테이블이라 선상은 아니다. 오와쿠다니의 검은 달걀(구로타마고)로 알려진 그 달걀인데, 화산 온천의 유황 성분이 껍질에 붙어 새까맣게 변한다. 껍질만 검고 속은 여느 삶은 달걀과 똑같다. 맛도 특별하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평범한 삶은 달걀보다 노른자가 조금 더 퍽퍽했다. 하나 먹으면 수명이 7년 늘어난다는 말이 붙어 다니지만, 그 얘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한 번쯤 껍질 벗겨보는 재미로 사 먹는 것이다.

손에 든 껍질이 새까만 삶은 달걀을 한 입 베어 물어 흰자와 노른자가 드러나 있고 배경은 실내 카페 테이블과 의자
선상이 아니라 실내에서 찍은 검은 달걀. 껍질만 검고 속은 평범하다.

배에서 내려 모토하코네 선착장 쪽으로 나오면 도리이까지 걸어갈 수 있다. 아이들은 배를 탄 30분보다 잔교를 뛰어다닌 5분을 더 오래 기억하는 눈치였다. 다음에 온다면 아침 첫 배를 노려볼 생각이다. 갑판이 비어 있는 상태로 물 위를 지나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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