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하마스시(はま寿司)에서 저녁 8시에 번호표를 뽑고 기다린 기록 — 페퍼 로봇, 100엔 접시, 그리고 참치 3종
도쿄에서 회전초밥을 먹겠다고 마음먹으면 스시로냐 구라스시냐 하마스시냐를 고르게 되는데, 그날 저녁은 숙소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하마스시가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사람 목소리보다 먼저 나를 맞은 건 점원이 아니라 파란 물고기 무늬 앞치마를 입은 페퍼(Pepper) 로봇이었다. 머리에 하마스시 로고가 박힌 종이 모자를 쓰고…
도쿄 · 하마스시
도쿄에서 회전초밥을 먹겠다고 마음먹으면 스시로냐 구라스시냐 하마스시냐를 고르게 되는데, 그날 저녁은 숙소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하마스시가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사람 목소리보다 먼저 나를 맞은 건 점원이 아니라 파란 물고기 무늬 앞치마를 입은 페퍼(Pepper) 로봇이었다. 머리에 하마스시 로고가 박힌 종이 모자를 쓰고, 가슴팍 태블릿에 빨간 '発券'과 파란 'チェックイン' 버튼을 띄운 채 서 있었다. 옆에 있던 커플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뭘 눌러야 하냐고 서로 묻고 있었고, 나도 똑같은 표정으로 3초쯤 멈춰 있었다.
입구에서 번호표부터 — 페퍼 로봇이 진짜 접수를 받는다
정리하면 이렇다. 예약 없이 그냥 온 사람은 빨간 '発券'을 눌러 번호표를 받고, 앱(はまナビ)으로 미리 예약해 온 사람은 파란 'チェックイン'을 눌러야 한다. 벽에 붙은 노란 안내문에 굵은 글씨로 "체크인을 하지 않으면 호출해 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는데, 이걸 안 읽고 그냥 앉아서 기다리다가 순번이 통째로 날아가는 사람을 실제로 봤다. 예약해서 왔다면 도착 즉시 체크인,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번호표를 뽑고 나면 대기석 위 미쓰비시 TV에 뜨는 'ご案内状況' 화면만 보면 된다. 내가 갔을 때는 호출 순서 1번이 601번, 10번이 622번이었고, 오른쪽 예약 칸에는 20:00에 739·740, 20:30에 737, 20:45에 734·741이 걸려 있었다. 화면 위쪽에 빨간 글씨로 "赤番号 : 체크인 미완료 손님"이라고 안내가 붙어 있어서, 내 번호가 빨갛게 떠 있으면 아직 접수가 안 끝났다는 뜻이다. 아래 띠에는 이미 불린 번호(736, 603, 703)가 흘러간다.
기다린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저녁 8시 도쿄 회전초밥집에서 20분이면 짧은 편이고, 주말 6~7시대에 갔다가 40분 넘게 서 있어 본 적도 있다. 좌석 선택에서 '테이블'을 고집하면 당연히 더 걸린다. 혼자거나 둘이면 'どちらでも'(아무 데나)를 누르는 쪽이 훨씬 빨리 앉는다.
매장은 생각보다 크다 — 54번 테이블까지 있는 홀
안내를 받아 들어가 보니 홀이 꽤 넓었다. 붉은 하마스시 등이 천장 한가운데 매달려 있고, 그 아래로 테이블 24·25·36·46·53·54 번호판이 줄줄이 보인다. 가족 단위, 교복 입은 학생들, 혼자 온 직장인이 섞여 있었고 소음은 시끄럽다기보다 웅성거리는 정도. 벽 기둥에는 초록 잎사귀 그래픽이 발려 있어서 형광등 아래인데도 답답한 느낌이 덜했다. 휠체어 표시가 붙은 통로도 따로 확보돼 있다.
내가 앉은 자리는 카운터 15번. 레인 위쪽으로 조미료 통이 줄지어 있는데 하마스시의 진짜 특징이 여기 있다. 초록 뚜껑 わさび 통, 甘だれ(단간장) 통, ご注文品이라고 적힌 빨강·파랑 그릇이 놓여 있고, 손 닿는 곳에 간장이 종류별로 세워져 있다. 히다카 다시마 간장(日高昆布醤油), 하마스시 특제 다시 간장(だし醤油) 같은 식으로 병마다 맛이 다르다. 다른 체인에서는 간장이 한 종류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같은 흰살 초밥을 두 접시 시켜 간장만 바꿔 먹어 보는 재미가 있다. 다시마 간장은 확실히 덜 짜고 뒤에 단맛이 남는다.
위치와 가는 법
이 지점은 도쿄 도심 서북쪽, 큰길에서 한 블록 안쪽에 있다. 아래 좌표를 지도에 찍고 걸어가면 되는데, 하마스시는 로드사이드형 점포가 많아서 골목 안쪽이나 건물 2층에 있는 경우가 흔하다. 간판이 크게 걸려 있어도 입구가 옆면에 있는 구조라 한 바퀴 돌게 될 수 있으니 지도를 켜 두고 가는 편이 낫다. 영업시간은 지점마다 다르므로 현장 확인 권장.
주문은 전부 터치패널로 — 영어 화면이 있다
자리에 앉으면 눈앞에 터치패널이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연말연시 시즌이라 '豪華ねた祭り(호화 네타 마츠리)' 화면이 떠 있었다. 수량 한정으로 金目鯛(금태), 大切りのどぐろ(두툼하게 썬 눈볼대), 그리고 '검은 다이아'라 불린다는 本鮪中とろ(참다랑어 중뱃살)를 밀고 있었다. 아래쪽에는 大とろサーモンの蒲焼, 釜揚げ白えびつつみ, たいら貝, 赤貝, 炙り甘鯛이 줄지어 있고, 화면 오른쪽에 초록 呼出(호출)과 노란 会計(계산) 버튼이 물리 버튼으로 박혀 있다. 조작을 모르겠으면 이 두 버튼을 누르라고 화면에 대놓고 써 놨다.
패널 상단에 'Language' 버튼이 있어서 영어로 바꿀 수 있다. 일본어 메뉴명을 모르겠으면 이걸 누르는 게 빠르다. 첫 주문으로 참치 3종 모둠(まぐろ三種盛り)을 눌렀더니 화면이 "Items Ordered — 3 Tunas (Lean/Albacore/Belly) ×1, Items above will be served very soon."로 바뀌었다. 가격은 150엔+세금. 기본 접시가 100엔+세금인 집에서 세 종류를 한 접시에 주니 이건 거의 반칙이다.
먹은 것들
참치 3종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이 컸다. 아카미(붉은살), 빈초마구로(날개다랑어), 그리고 뱃살 쪽 한 점이 밥알을 다 덮고도 남게 얹혀 나온다. 붉은살은 예상대로 담백했고, 가운데 빈초는 기름기가 혀에 살짝 남는다. 오른쪽 뱃살은 색이 거의 분홍에 가까웠는데 씹는 순간 온도 때문인지 기름이 확 퍼지지는 않았다. 150엔짜리에 완전한 도로를 기대하면 실망한다. 이건 '세 가지 식감을 한 번에 비교해 보는 접시'로 생각하는 게 맞다.
다음은 이쿠라 군함. 시소잎을 세워 낸 모양새가 예뻐서 젓가락 대기 전에 한 장 찍었다. 알이 굵고 껍질이 탄탄해서 씹으면 톡 터진다. 짠맛이 세지 않아 간장을 안 찍고 그냥 먹었다. 옆에 놓인 초록 봉지는 가루 녹차인데, 자리마다 뜨거운 물 꼭지가 있어서 컵에 가루를 털어 넣고 직접 우려 마신다. 차값은 따로 안 나온다.
토비코(날치알) 군함도 시켰다. 이쿠라와 나란히 놓고 보면 알 크기 차이가 확연하다. 주황색이 형광에 가깝게 반짝이고, 입에 넣으면 씹히는 소리가 사각사각 난다. 이쿠라가 '터지는' 쪽이라면 토비코는 '부서지는' 쪽. 김이 눅눅해지기 전에 먹어야 이 식감이 산다.
회전초밥집에서 고기 초밥을 시키는 걸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이날은 옆자리 학생이 먹는 걸 보고 따라 눌렀다. 달게 조린 소고기에 마요네즈를 지그재그로 짜고 파를 얹어 낸다. 고기 밑에 지방이 두툼하게 붙어 있어서 한 입에 넣으면 밥보다 기름이 먼저 온다. 맛은 있는데 초밥 열 접시쯤 먹은 뒤에 이걸 시키면 입안이 무거워진다. 순서를 잘못 골랐다. 다음에는 중간에 하나 끼워 넣는 쪽으로 하겠다.
마지막은 마요 계열 군함 3종. 왼쪽부터 참치마요, 콘마요, 게살 샐러드다. 일본 회전초밥집에서 이 셋은 사실상 아이들 메뉴 취급인데, 그래서 더 실패가 없다. 콘마요는 옥수수가 물러지지 않고 단맛이 살아 있었고, 게살 샐러드는 오이인지 셀러리인지 초록색이 씹혀서 느끼함을 잡아 줬다. 참치마요는 예상 범위 안. 한 접시 100엔+세금대에서 배를 채우려는 목적이면 이 줄이 제일 효율적이다.
처음 가는 사람이 놓치기 쉬운 것
- 입구 로봇에서 접수를 안 하면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호출되지 않는다. 앱 예약자는 도착 즉시 '체크인'.
- 좌석 종류를 '아무 데나'로 고르면 대기가 눈에 띄게 짧아진다.
- 터치패널의 Language 버튼으로 영어 전환이 된다. 굳이 번역 앱을 켜지 않아도 된다.
- 간장이 여러 종류다. 흰살 생선에는 다시 간장이나 다시마 간장을 써 보면 맛 차이가 분명하다.
- 녹차는 가루+온수 셀프다. 컵이 뜨거우니 손잡이 없는 검은 찻잔은 위쪽을 잡는다.
- 계산은 노란 会計 버튼을 누르면 직원이 접시를 세러 온다. 하마스시는 접시 색으로 값이 갈리는 방식이 아니라 대부분 균일가라 계산이 빠르다.
- 시즌 한정 메뉴는 수량 한정인 경우가 많다. 늦은 시간에 가면 이미 '판매 휴지 중' 표시가 붙어 있기도 하다.
가격은 시기와 지점에 따라 바뀌므로 사진 속 금액은 방문 당시 기준으로만 봐 주면 좋겠다. 도쿄에서 저녁 한 끼를 1,000~1,500엔대로 끊고 싶은 날, 줄 서서 20분 기다릴 각오만 있으면 하마스시는 꽤 정확한 선택지다. 다만 화려한 스시를 기대하고 가면 안 된다. 이건 도쿄 사람들이 평일 저녁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는 밥집이고, 그 온도 그대로 먹고 나오는 게 제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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