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텐마 뒷골목, 쇼와 타이슈 호루몬에서 사케 한 병 놓고 대창을 구웠다

오사카 기타구 텐마 쪽 골목은 저녁 여섯 시가 넘어가면 연기 냄새부터 달라진다. 숯불에 기름 떨어지는 냄새가 골목 전체에 깔린다. 이날 들어간 곳이 쇼와 타이슈 호루몬. 이름 그대로 쇼와 시대(1926~1989)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호루몬(곱창·대창) 야키니쿠 집이다. 도쿄식으로 정갈하게 차려주는 야키니쿠가 아니라,…

오사카 · 쇼와 타이슈 호로몬

오사카 기타구 텐마 쪽 골목은 저녁 여섯 시가 넘어가면 연기 냄새부터 달라진다. 숯불에 기름 떨어지는 냄새가 골목 전체에 깔린다. 이날 들어간 곳이 쇼와 타이슈 호루몬. 이름 그대로 쇼와 시대(1926~1989)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호루몬(곱창·대창) 야키니쿠 집이다. 도쿄식으로 정갈하게 차려주는 야키니쿠가 아니라, 앞치마 두르고 숯불 앞에서 땀 흘리며 굽는 쪽에 가깝다.

가게 안은 옛날 영화 간판이 천장까지 붙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카운터 위쪽 벽이다. 야마다 요지 감독의 옛 영화 간판이 손으로 그린 그림 그대로 걸려 있다. "銭は天下の廻りもの(돈은 천하를 도는 것)" 같은 문구가 세로로 적혀 있고, 그 옆에는 배우 얼굴이 과장되게 그려져 있다. 진짜 옛날 극장 간판인지 재현한 소품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는데, 기름때가 앉은 정도를 보면 꽤 오래 걸려 있었던 물건 같다.

쇼와 시대 영화 간판이 걸린 가게 카운터. 손그림 배우 얼굴과 세로 일본어 문구, 아래쪽에는 오픈 주방과 메뉴 사진, 빨간 '클루메킷코' 간판이 보인다
카운터 위 야마다 요지 감독 영화 간판. 그 아래는 그릇이 그대로 쌓인 오픈 주방이다.

주방은 가리는 것 없이 다 보인다. 접시가 층층이 쌓여 있고, 노란 소스통과 물통이 카운터 위에 그냥 놓여 있다. 벽에는 메뉴 사진이 코팅돼 덕지덕지 붙었는데, 사진으로 확인되는 것만 봐도 980엔짜리 세트가 두 종류, 레몬사와 290엔 같은 가격표가 보였다. 가격은 시기마다 바뀌니 현장에서 다시 확인하는 게 맞다. 벽 한쪽에 붙은 LINE 회원 이벤트 안내를 보면 요일별 한정 메뉴도 돌리는 모양이다.

사케부터 시켰다 — 松竹梅 豪快

야키니쿠에 맥주가 기본값이라는 건 알지만, 호루몬은 사케 쪽이 더 잘 붙는다. 대창 기름이 입천장에 얇게 남았을 때 맥주는 탄산으로 밀어내는 느낌이라면, 사케는 그 기름을 풀어서 씻어낸다. 이날 나온 건 松竹梅 '豪快(고카이)'. 대중적인 청주고, 사케 애호가들이 이름 대는 고급 긴조슈 계열은 아니다. 흰 도쿠리에 파란 글씨, 잔 두 개. 병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 있는 걸 보면 차게 내주는 레이슈였다.

철제 테이블 위에 놓인 흰 도자기 사케 병과 잔 두 개. 파란 글씨로 '清酒 松竹梅 豪快'가 적혀 있고 병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松竹梅 豪快. 차게 나와서 병에 물방울이 맺혔다. 잔이 작아 금방 비운다.

맛은 화려하지 않다. 단맛이 거의 없고 목 넘김이 툭 떨어지는 쪽. 혼자 마시면 심심할 수 있는데, 기름진 내장을 사이에 끼고 마시면 이 심심함이 오히려 제 역할을 한다. 잔이 워낙 작아서 한 병이 생각보다 빨리 사라지니 페이스 조절은 알아서 하는 게 좋다.

숯불 위에 고기부터, 마늘칩과 파를 얹어서

테이블 가운데 놓인 건 둥근 숯불 화로다. 석쇠는 촘촘한 철망이고, 아래로 벌겋게 달아오른 숯이 그대로 보인다. 열이 위로 곧게 올라와서 얇은 고기는 정말 순식간에 익는다.

숯불 석쇠 위에 마블링이 촘촘한 붉은 소고기 다섯 점이 올려져 있고 마늘칩과 송송 썬 쪽파가 얹혀 있다. 아래로 불꽃이 올라온다
마늘칩과 쪽파를 얹은 채로 나온 고기. 올리자마자 아래에서 불이 확 올라왔다.

고기는 접시에서부터 이미 마늘칩과 송송 썬 쪽파가 얹힌 상태로 나온다. 이걸 그대로 올리면 마늘이 기름을 만나면서 향이 확 퍼진다. 마블링이 촘촘한 부위라 기름이 떨어지고, 그 순간 아래에서 불기둥이 올라온다. 사진에도 고기 사이로 주황색 불꽃이 찍혔다. 이때 안 뒤집으면 겉이 순식간에 탄다.

나무젓가락으로 석쇠 위 구워진 고기 한 점을 집어 올리는 모습. 뒤편에 검은 접시에 담긴 반찬과 금속 접시가 보인다
겉만 익고 속은 붉게 남은 상태. 이쯤에서 내리는 게 제일 낫다.

첫 판은 조금 늦게 내려서 가장자리가 마른 상태로 먹었다. 두 번째부터는 한쪽 면에 색이 돌자마자 뒤집고, 반대쪽은 10초쯤 두고 바로 걷어냈다. 단면이 아직 붉은 채로 올라온 고기가 훨씬 낫다.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면 기름이 표면에서 반들거린다. 여기에 사케 한 잔. 이 순서가 이 집의 리듬이다.

본론은 대창이다

고기가 몸풀기라면 이 집 이름에 들어간 호루몬, 그중에서도 대창이 본론이다. 양념에 재워 나오는데 색이 진한 간장 베이스에 파가 섞여 있다. 굽는 방식이 고기와 완전히 다르다. 고기는 빨리 걷어내는 싸움이라면 대창은 기다리는 싸움이다.

숯불 석쇠 위에서 익고 있는 양념 대창 여러 덩이. 표면에 윤기가 돌고 쪽파가 얹혀 있으며 아래 숯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양념 대창. 기름이 빠지면서 겉이 쪼그라들고 표면에 윤기가 올라온다.

대창은 자체 기름이 많아서 처음엔 하얗고 두툼하다가, 익으면서 덩어리가 쪼그라들고 표면에 윤기가 오른다. 이때 숯 위로 기름이 계속 떨어져 연기가 심하게 난다. 옷 냄새 각오해야 한다. 겉이 살짝 바삭해질 때까지 두는 게 핵심인데, 겁내서 일찍 내리면 안쪽 지방이 안 녹아 물컹하고 느끼하다. 반대로 너무 오래 두면 껍질만 딱딱해진다. 표면이 갈색으로 물들고 가장자리가 살짝 오그라들 때가 신호다.

한 점 씹으면 겉은 바삭, 안에서 뜨거운 기름이 터진다. 입안이 순식간에 기름으로 코팅되는 그 상태에서 차가운 豪快를 넘기면 기름막이 씻겨 내려간다. 대창 → 사케 → 대창. 이 조합 때문에 여기 온 거였고, 기대한 만큼은 했다.

위치와 실전 팁

촬영 지점 기준으로 오사카 기타구 텐마 일대다. JR 오사카칸조선 텐마역이나 지하철 다니마치선 오기마치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이 동네는 비슷하게 생긴 이자카야와 야키니쿠집이 골목마다 붙어 있어서, 간판만 보고 찾기보다 지도 좌표를 찍고 가는 편이 빠르다.

계산하고 나와 골목에 서니 옷에서 숯 냄새가 났다. 텐마의 밤은 이제 시작이라는 듯 옆 가게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오사카에서 정갈한 한 끼를 원한다면 여기는 답이 아니다. 연기 마시고 기름 튀기면서 먹는 저녁이 필요한 날에 가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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