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츠텐카쿠, 전망대보다 타워슬라이더가 기억에 남은 날
신세카이 아케이드 한가운데에 서면 골목 끝에 츠텐카쿠가 통째로 걸린다. 오사카에 올 때마다 이 앞은 지나쳤는데,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이번엔 결국 표를 끊었다. 흐린 겨울 오후였고, 아케이드 바닥 타일이 젖어 있었다. 사진 찍으려고 자리를 잡는데 뒤에서 오는 자전거 벨소리에 몇 번이나 비켜섰다.
오사카 · 츠텐카쿠 전망대
신세카이 아케이드 한가운데에 서면 골목 끝에 츠텐카쿠가 통째로 걸린다. 오사카에 올 때마다 이 앞은 지나쳤는데,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이번엔 결국 표를 끊었다. 흐린 겨울 오후였고, 아케이드 바닥 타일이 젖어 있었다. 사진 찍으려고 자리를 잡는데 뒤에서 오는 자전거 벨소리에 몇 번이나 비켜섰다.

표를 사고 올라가기까지
매표와 입장은 지하에서 시작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번에 꼭대기까지 가는 게 아니라, 중간에 갈아타는 구조라 처음 오면 살짝 헷갈린다. 안내 직원이 손짓으로 줄을 정리해 주니 그냥 따라가면 된다. 내려올 때 쓰는 엘리베이터 문에는 야경 속 츠텐카쿠 일러스트와 "또 오세요(またのご来塔を)"가 붙어 있고, 그 위에 "여기는 2층입니다"라는 노란 종이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이런 손글씨 같은 안내가 이 타워 특유의 옛날 느낌을 만든다.

전망대에서 본 오사카
전망층에 올라서면 유리 한 바퀴가 통째로 도시다. 서쪽으로는 아베노하루카스가 흐린 하늘에 잘려 있고, 발아래로는 한신고속 고가가 회색 띠처럼 지나간다. 이날은 구름이 낮게 깔려서 산 능선이 안개에 반쯤 잠겼다. 맑은 날 사진과 비교하면 아쉽지만, 대신 도시의 회색 톤이 통째로 살아났다.

내가 제일 오래 서 있던 자리는 바닥 쪽이었다. 아래층 야외 데크에서 철망 너머로 신세카이 아케이드를 내려다보면, 지붕 유리를 통해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게 그대로 비친다. 아까 우리가 사진 찍던 그 자리다. 시선이 수직으로 떨어지니까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고소공포가 있으면 이 각도는 피하는 게 낫다.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지하철 사카이스지선 에비스초역이나 미도스지선 도부쓰엔마에역에서 걸어서 5분 남짓이고, JR 신이마미야역에서도 아케이드를 따라 쭉 걸으면 나온다. 길 자체가 이미 구경거리라 지하철 출구부터 천천히 걷기를 권한다.
전망층을 도는 일곱 신
전망층 유리창 앞에는 방위마다 유리 케이스가 놓여 있고, 그 안에 칠복신 목조상이 하나씩 앉아 있다. 몸이 통통하고 얼굴이 만화 같아서 처음엔 굿즈인 줄 알았는데, 조명을 아래에서 받아 나뭇결이 살아나는 게 꽤 정성 들인 조각이었다. 창밖 도시를 배경으로 두고 찍으면 상과 오사카가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나오는 옛 신세카이
전망층에서 계단으로 내려가면 초대 츠텐카쿠와 루나파크를 재현한 디오라마 방이 있다. 조명이 보라색이라 사진이 잘 안 나오는데, 가까이 붙어서 보면 인형 하나하나가 다르게 생겼다. 새장 안 홍학, 팔각 정자, 만국기까지 붙어 있어서 아이들이 여기서 한참 멈췄다. 지금 서 있는 타워가 두 번째라는 사실을 여기서 알게 된다.

같은 층 안쪽엔 빌리켄 코너가 있다. 발바닥을 문지르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그 복신이다. 벽에 얼굴 부조가 크게 박혀 있고 그 아래 흰 베스파가 세워져 있는데, 위쪽 벽화의 "오사카의 휴일 / 구시카츠 먹고 츠텐카쿠로 렛츠고!" 문구와 세트로 보면 의도가 명확하다. 로마의 휴일 패러디다. 옆 서랍장은 부적 뽑는 기계로, 200엔짜리 빌리켄 부적 카드를 태어난 달에 맞춰 뽑는 방식이다.



글리코와 과자 캐릭터가 점령한 층
타워 안에는 글리코 전시 공간이 따로 있다. 도톤보리 간판으로 익숙한 러너가 여기선 벽 한 면을 채운 붉은 픽셀 패널로 걸려 있고, 옆에 "맛있어서 튼튼해진다 / 한 알 300미터"라는 옛 카피가 그대로 적혀 있다. 오사카에서 시작한 회사라 이 타워에 자리를 잡은 건 자연스럽다.


아이들이 제일 오래 붙잡힌 건 포키 게임기였다. 버튼을 눌러 타이머를 정확히 11.11에 멈추면 되는 단순한 장치인데, 큰애가 11.16에서 멈추고 분해했다. 옆에 붙은 글리코 제품 연표를 어른들이 읽는 동안 애들은 계속 버튼을 눌렀다.



타워슬라이더 — 이거 안 타면 손해다
여기가 이날의 본전이다. 전망대에서 아래층까지 타워 바깥벽을 감고 내려오는 미끄럼틀이 있는데, 창 너머로 은색 튜브가 나선으로 감겨 내려가는 걸 먼저 보게 된다. 중간중간 투명 구간이 있어서 안에 있는 사람이 지나가는 게 비친다. 그걸 보고 나면 안 탈 수가 없다.

출발 지점은 신호등을 통째로 붙여 놓은 빨간 방이다. 초록·노랑·빨강 LED가 실제로 켜져 있고, 앞사람이 완전히 빠져나가야 초록으로 바뀐다. 안내 직원이 매트를 깔아주고 자세를 잡아준다. 무릎을 세우지 말고 팔을 가슴에 모으라고 손짓으로 알려줬다. 옆에는 헬멧을 담아두는 철제 바구니가 있고, 벽 온도계는 21℃, 습도 39%를 가리키고 있었다.

파란 원형 입구로 들어가는 순간 시야가 캄캄해지고 곧바로 가속이 붙는다. 첫 커브에서 몸이 바깥으로 확 쏠렸다. 스테인리스라 마찰이 거의 없어서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어둠 속을 몇 바퀴 돌다가 투명 구간에서 갑자기 하늘과 신세카이 지붕이 번쩍 나타나는데, 그 순간이 제일 좋다. 내 비명은 그 구간에서 나왔다. 도착까지는 30초가 안 걸린다. 짧다고 느껴지지만 그만큼 밀도가 높다.
전망만 보고 내려올 생각이라면 다시 생각하길. 이 타워에서 몸으로 기억에 남는 건 슬라이더 쪽이다.
탈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슬라이더는 전망대 입장료와 별도 요금이고, 신장·연령 제한이 있어서 어린아이는 못 탈 수 있다(현장 확인 권장). 주머니에 든 것은 전부 빼야 하고 휴대폰 촬영도 안 된다. 치마나 얇은 스타킹 차림이면 마찰로 쓸릴 수 있으니 바지가 낫다. 줄은 오후 늦게 길어졌다 — 우리가 섰을 땐 스무 명 남짓 앞에 있었고 15분쯤 기다렸다.
다녀와서 남은 생각
츠텐카쿠는 높이로 승부하는 타워가 아니다. 아베노하루카스가 바로 옆에 더 높게 서 있고, 전망 자체만 놓고 비교하면 그쪽이 낫다. 대신 여기엔 칠복신 목상, 옛 루나파크 디오라마, 빌리켄, 글리코 러너, 그리고 타워 바깥을 감고 내려오는 미끄럼틀이 층층이 쌓여 있다. 정돈된 관광지라기보다 백 년 넘게 이것저것 붙여온 동네 랜드마크에 가깝다.
내려와서 아케이드로 나오니 구시카츠 가게에서 기름 냄새가 훅 들어왔다. 슬라이더에서 아직 심장이 뛰는 채로 아이들이 계속 "한 번 더" 하는 걸 달래가며 저녁 먹을 집을 골랐다. 다음에 오면 맑은 날 해질 무렵에 맞춰 올라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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