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혼마치 돈테키(HONMACHI 豚テキ), 여섯 평 남짓한 가게에서 포장으로 챙겨 나온 저녁
오사카 혼마치의 뒷골목은 밤이 되면 간판 불빛만 남는다. 오피스 빌딩 사이로 좁게 난 길, 인도 카레집 옆 조그만 미닫이문 위에 통통한 분홍 돼지 로고가 걸려 있다. HONMACHI 豚テキ. 돈테키는 돼지고기를 스테이크처럼 두껍게 썰어 굽는 오사카식 정식인데, 여기는 그걸로만 승부를 보는 집이다. 저녁 일곱 시쯤 도착했을…
오사카 · 혼마치 돈테키
오사카 혼마치의 뒷골목은 밤이 되면 간판 불빛만 남는다. 오피스 빌딩 사이로 좁게 난 길, 인도 카레집 옆 조그만 미닫이문 위에 통통한 분홍 돼지 로고가 걸려 있다. HONMACHI 豚テキ. 돈테키는 돼지고기를 스테이크처럼 두껍게 썰어 굽는 오사카식 정식인데, 여기는 그걸로만 승부를 보는 집이다. 저녁 일곱 시쯤 도착했을 때 문 앞에 서서 잠깐 망설였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카운터에 앉은 손님 등이 문에 거의 닿을 것 같았다.
가게 앞에서 먼저 확인할 것들
입구 양옆으로 세워둔 입간판에 정보가 다 있다. 왼쪽 오렌지색 노보리에는 "밥·양배추·튀긴 마늘 리필 무료(おかわり無料)"라고 큼직하게 박혀 있고, 모든 메뉴에 밥과 미소시루가 딸려 나온다는 문구도 같이 있다. 오른쪽 입간판이 실질적인 메뉴판 역할을 한다. 두툼하게 썬 돈테키 싱글 200g이 기본이고, 초대성(超大盛) 400g은 +165엔, 카미모리(神盛) 500g은 +330엔. 인기 토핑인 갈릭버터(ガリバタ)가 220엔, 온천란은 55엔이다. 두껍게 썬 것과 얇게 썬 것 중에 고를 수 있고 섞는 것도 된다고 적혀 있었다.
왼쪽 아래 검은 칠판에는 전화 포장 주문을 받는다는 안내와 번호 06-6241-1116, 그리고 접수 시간 11:00~15:30 / 17:30~21:30이 손글씨로 쓰여 있었다. 내가 갔던 날 기준이라 지금도 같은지는 현장 확인을 권한다. 문 옆에는 "テイクアウト 始めました!(테이크아웃 시작했습니다)" 팻말이 따로 붙어 있다.

매장은 정말 좁다 — 그래서 포장을 권한다
이 집을 다녀와서 누가 물으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이거다. 좁다. 과장 없이 카운터 몇 자리에 작은 테이블 하나 수준이고, 저녁 피크에는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된다. 일행이 셋 이상이면 자리를 붙여 앉기가 사실상 어렵다. 캐리어를 끌고 가면 둘 자리가 없다고 보면 된다. 환기가 좋은 편도 아니라서 고기 굽는 연기가 옷에 그대로 밴다. 다음 일정이 있다면 이 부분도 계산에 넣는 게 좋다.
대신 포장이 열려 있다. 문 앞 칠판대로 전화로 미리 주문해두고 시간 맞춰 받아 가면 대기 자체가 사라진다. 혼마치는 비즈니스호텔이 촘촘한 동네라 걸어서 5분 안팎이면 방에 들어갈 수 있고, 나는 그날 그렇게 했다. 좁은 카운터에서 옆 사람 팔꿈치 피해가며 먹느니 방에서 편하게 먹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다만 포장은 밥이 식으면서 조금 뭉치니 받고 나서 20분 안에 먹는 걸 목표로 움직이는 게 좋다.
포장 도시락을 열어보니
포장 용기는 칸이 나뉜 검은 플라스틱 원형 그릇이다. 한쪽에 흰쌀밥이 봉긋하게 담기고, 나머지 칸을 고기가 채운다. 뚜껑을 여는 순간 간장·마늘 냄새가 훅 올라온다. 고기는 두껍게 썬 덩어리와 얇게 저민 조각이 섞여 있는데, 두꺼운 쪽은 씹는 맛이 확실하고 얇은 쪽은 소스를 잔뜩 머금어 밥에 얹기 좋다. 소스가 꽤 짜고 단 편이라 밥 없이 고기만 먹으면 금방 물린다. 밥이 딸려 나오는 구성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온천란은 별도 용기에 담겨 온다. 이게 포장의 이점이기도 한데, 매장에서는 나오자마자 얹어 먹지만 포장은 먹기 직전에 깨뜨려 올릴 수 있어서 노른자가 밥에 스며드는 타이밍을 직접 정할 수 있다. 55엔 아끼지 말고 넣으라고 하고 싶다. 짠 소스를 노른자가 잡아준다.
갈릭버터 얹은 접시, 튀긴 마늘의 존재감
다른 날 시킨 조합은 고기 위에 튀긴 마늘 칩과 파슬리가 수북하게 올라간 쪽이었다. 양배추 채는 칸을 따로 차지하고 있는데, 이게 있고 없고가 체감상 크게 다르다. 기름지고 짠 고기를 몇 점 먹다가 아무 양념 없는 채썬 양배추를 집어 입을 헹구는 식으로 먹으면 200g을 끝까지 물리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양배추도 리필 무료라 매장에서 먹는다면 이 점이 유리하다.

튀긴 마늘은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진다. 포장해서 방에서 먹을 때 유일하게 아쉬웠던 부분이 이거였다. 고기와 밥은 20분 뒤에도 괜찮았지만 마늘 칩의 바삭함은 확실히 죽어 있었다. 마늘 토핑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좁아도 매장에서, 편하게 먹고 싶다면 포장에서, 이렇게 갈리는 셈이다.
가는 법과 실전 팁
오사카 메트로 혼마치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큰길가가 아니라 좁은 골목 안쪽이라 지도 없이 찾기는 쉽지 않다. 밤에는 옆집 네온사인이 더 눈에 띄어서 지나칠 수 있으니 분홍 돼지 로고를 기준으로 삼는 게 빠르다. 아래 지도가 내가 사진을 찍은 지점이다.
- 일행이 3명 이상이거나 짐이 있다면 처음부터 포장을 계획하고 가는 편이 낫다.
- 전화 포장은 칠판에 적힌 접수 시간 안에만 받는다. 저녁 접수는 21:30까지였다.
- 200g이 기본. 한국인 기준 밥까지 다 먹으면 200g으로도 충분히 배부르다. 400g은 정말 잘 먹는 사람용이다.
- 매장에서 먹는다면 밥·양배추·튀긴 마늘 리필이 무료라는 점을 활용하자. 포장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 가격과 영업시간은 내가 방문한 시점의 입간판 기준이다. 바뀌었을 수 있으니 현장 확인을 권한다.
혼마치는 관광지가 아니라 직장인 동네다. 그래서 이런 집이 살아남는다. 화려한 인테리어도 없고 자리도 없지만, 두꺼운 돼지고기 한 덩이에 밥과 미소시루가 딸려 나오는 구성이 그 자체로 목적인 곳. 다음에 오사카에 가면 또 전화로 주문해두고 받아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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