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혼마치 츠루통탄(つるとんたん 本町店), 명란크림 우동을 못 먹고 나온 날의 기록

오사카에서 우동집을 고를 때 늘 고민한다. 도톤보리 쪽 관광객 줄 서는 집으로 갈지, 아니면 사무실 골목으로 들어갈지. 이번엔 후자를 골랐다. 혼마치(本町) 뒷골목의 츠루통탄. 지하철 요쓰바시선 혼마치역에서 나와 큰길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면, 기와 얹은 목조 처마에 나무판 간판이 걸려 있다. 붓글씨로 '麺匠の心つく…

오사카 · 츠루통탄

오사카에서 우동집을 고를 때 늘 고민한다. 도톤보리 쪽 관광객 줄 서는 집으로 갈지, 아니면 사무실 골목으로 들어갈지. 이번엔 후자를 골랐다. 혼마치(本町) 뒷골목의 츠루통탄. 지하철 요쓰바시선 혼마치역에서 나와 큰길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면, 기와 얹은 목조 처마에 나무판 간판이 걸려 있다. 붓글씨로 '麺匠の心つくし つるとんたん'. 도톤보리 지점의 번쩍이는 분위기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기와 처마 아래 나무판에 붓글씨로 쓰인 츠루통탄 간판과 연두색 노렌, 그 앞에 손글씨 메뉴 칠판이 놓인 혼마치점 입구
혼마치점 입구. 연두색 노렌 옆 칠판이 '本日のお品書き'(오늘의 차림표)다.

입구 칠판을 먼저 읽어라

여기서 처음 온 사람이 제일 많이 놓치는 게 문 앞 검은 칠판이다. 그냥 장식인 줄 알고 지나쳐 들어가는데, 저게 한정·일일 메뉴판이다. 사진에 찍힌 날 칠판에는 '食限定おうどん'(수량 한정) 아래 텐푸라 우동과 도리텐(닭 튀김) 종류가 세트 500엔 추가로 적혀 있었고, 그 아래 '日替わりおうどん'(날마다 바뀌는 우동) 칸에는 닭 경단 미소 맛과 카레가 올라 있었다. 면 양은 400g이 기본이고 200g씩 줄이거나 늘리는 표기가 함께 붙어 있다. 400g이라는 숫자에 놀랄 필요는 없다. 삶기 전 기준이라 실제로는 한국 우동 한 그릇보다 조금 넉넉한 정도다. 다만 밥까지 시킬 생각이면 200g으로 줄여도 충분하다. 나는 그걸 모르고 기본으로 시켰다가 후반에 조금 버거웠다.

가게 오른쪽 스탠딩 사인에는 전화번호와 '2〜60名様迄', '土・日・祝日営業'가 적혀 있다. 토·일·공휴일도 연다는 뜻인데, 혼마치는 평일 직장인 상권이라 이 표기가 은근히 중요하다. 주말에 오피스 거리 식당들이 통째로 문을 닫아버리는 일이 흔해서, 일요일 점심에 이 동네에 떨어졌다면 여기가 몇 안 되는 선택지가 된다. 다만 계절 메뉴와 영업시간은 지점마다 다르니 방문 전 현장 확인을 권한다.

뚝배기에 나오는 계란 우동

내가 시킨 건 계란을 풀어 넣은 따뜻한 우동이었다. 검은 도자기 나베가 통째로 나오는데, 받아드는 순간 무게에 손목이 한 번 꺾인다. 국물 위로 노란 계란이 구름처럼 퍼져 있고 그 위에 김 한 장, 잘게 썬 파 한 줌. 국물은 간사이 특유의 옅은 색이다. 색만 보고 싱겁겠다 싶었는데 한 숟갈 뜨니 다시 향이 먼저 올라오고 간은 뒤늦게 따라온다. 짜지 않다. 도쿄식 진간장 국물에 익숙하면 처음엔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검은 뚝배기에 담긴 계란 풀어 넣은 따뜻한 우동. 노란 계란과 김 한 장, 파가 올려져 있고 옆 접시에 꽈리고추 튀김이 놓여 있다
계란 우동. 왼쪽 접시는 함께 나온 꽈리고추 튀김.

면이 진짜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면 묵직하게 딸려 오고, 씹으면 겉은 미끈한데 안쪽이 확실히 버틴다. 뚝배기에 오래 두면 국물을 먹어서 물러지니 나오자마자 면부터 건져 먹는 게 맞다. 옆 접시의 꽈리고추 튀김은 튀김옷이 얇아서 바삭함이 오래 안 간다. 이것도 먼저 먹어야 한다. 결국 이 집은 나오는 순서대로 빨리 손을 놀리는 게 요령이다.

명란크림 우동 — 이건 내가 못 먹은 메뉴다

솔직하게 적는다. 명란크림 우동(明太クリームうどん)은 이번에 내가 못 먹었다. 같이 간 사람이 시킨 걸 옆에서 한 젓가락 얻어먹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한 젓가락 때문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청록색 넓은 접시 한가운데 면이 소담하게 담겨 나온다. 크림 소스가 명란 때문에 연한 살구색으로 물들어 있고, 위에 채 썬 오이와 명란 덩어리, 실처럼 가늘게 썬 김이 얹힌다. 차갑게 나온다. 여름 오사카에서 이건 꽤 계산된 구성이다. 크림은 파스타 소스처럼 무겁지 않고, 명란 알갱이가 씹힐 때마다 짠맛이 톡톡 끊어진다. 오이가 왜 올라가는지는 먹어보면 안다. 크림이 입안을 덮을 때쯤 아삭한 게 들어오면서 리셋된다.

청록색 넓은 접시에 담긴 명란크림 우동. 살구색 크림 소스에 버무린 면 위로 채 썬 오이와 명란, 가늘게 썬 김이 올려져 있고 뒤로 붉은 그릇의 솥밥과 단무지가 보인다
명란크림 우동. 뒤쪽 붉은 그릇은 함께 나온 솥밥, 왼쪽 작은 종지는 단무지.

양은 접시 크기에 비해 적어 보인다. 사진에서도 넓은 그릇 가운데 면이 동그랗게 모여 있을 뿐이다. 실제로 이건 시각적 착시에 가깝고, 크림 소스라 체감 포만감은 국물 우동보다 오히려 높다. 그래도 남자 성인 한 명이 이것만 먹고 나오면 애매하다. 그래서 사진 뒤쪽 붉은 그릇의 솥밥 세트를 같이 붙이는 게 좋다. 간장으로 지은 밥에 잘게 썬 재료가 섞여 있고 짠맛이 세지 않아서, 크림 먹다가 중간에 한 술씩 뜨기 좋다. 왼쪽 작은 종지의 단무지도 그 역할을 한다.

다음에 오사카 가면 이건 내가 한 그릇 온전히 시킬 생각이다. 츠루통탄에서 국물 우동만 먹고 나오면 절반만 겪은 셈이라는 게, 얻어먹은 한 젓가락으로 내린 결론이다.

위치와 가는 법

혼마치역 기준으로 도보권이다. 지하철 미도스지선·요쓰바시선·주오선이 모두 지나가는 역이라 난바에서든 우메다에서든 한 번에 닿는다. 다만 혼마치역은 출구가 많고 지하가 넓어서, 지상으로 올라온 뒤 방향을 잘못 잡으면 5분이면 될 거리를 10분 넘게 헤맨다. 지하에서 헤매지 말고 일단 지상으로 나와 지도를 켜는 편이 빠르다.

골목이 조용해서 간판을 보고도 '여기 맞나' 싶을 수 있다. 기와 처마와 연두색 노렌이 기준점이다. 큰길에서는 세로형 스탠딩 사인이 먼저 보인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혼마치는 관광지가 아니다. 점심시간에는 넥타이 맨 사람들이 몰려 들어왔다가 30분 만에 빠져나간다. 그 틈에 끼어 앉아 뚝배기 하나 붙들고 있는 게, 이 도시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대다.

이어서 볼 글

  • 아키하바라 주오도리부터 간다강까지, 여러 번 다시 걸어본 도쿄 전자상가 기록

    도쿄 아키하바라는 한 번 와서 다 봤다고 말하기 어려운 동네다. 나는 계절을 바꿔가며 여러 번 왔는데, 올 때마다 간판이 갈리고 진열장 가격표가 바뀌어 있었다. JR 아키하바라역 전기가(電気街) 출구로 나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요도바시카메라 멀티미디어 Akiba 쪽 통로다. 처음 왔을 때 이 사인을 보고 방향을 잡았다…

    도쿄 · 아키하바라
  • 도쿄 니시긴자 찬스센터에서 연말 점보 복권 300엔짜리 한 장 사보기

    도쿄 신바시역 히비야 출구에서 나와 고가도로 쪽으로 3분쯤 걸으면, 뜬금없이 사람 줄이 인도를 따라 늘어서 있는 구간이 나온다. 니시긴자 찬스센터(西銀座チャンスセンター)다. 긴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신바시와 유라쿠초 사이, 도쿄 고속도로 아래 상가 1층 모퉁이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복권 판매소다. 나는 이…

    도쿄 · 니시긴자 찬스센터
  • 우에노 아메요코, 해 지고 나서가 진짜다 — 오카치마치 게이트에서 우에노역까지 걸어본 저녁

    도쿄에 올 때마다 우에노 아메요코(アメ横)는 일정에 넣지 않아도 결국 발이 향한다. 이번엔 오카치마치 쪽에서 들어가 우에노역 쪽으로 훑고 나왔다. 낮에 왔다가 "생각보다 별거 없네" 하고 돌아간 사람이 주변에 꽤 있는데, 이 동네는 오후 5시 넘어 간판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부터 표정이 바뀐다. JR 선로 밑 아치와…

    도쿄 · 아메요코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