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성 천수각과 해자 유람선, 하루를 다 써도 모자랐던 오사카성 공원 기록
2월 하순의 오사카는 아직 패딩을 벗기 이른 날씨였다. 모리노미야 역 쪽에서 오사카성 공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전거가 줄줄이 세워진 안내판 앞에서 걸음이 멈췄다. 성 안 일루미네이션 행사 포스터, 드론 금지 표지, 그리고 해자를 도는 배 광고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이 세 장의 간판이 사실상 오늘 하루의 예고편이었다. 오사카…
오사카 · 오사카성
2월 하순의 오사카는 아직 패딩을 벗기 이른 날씨였다. 모리노미야 역 쪽에서 오사카성 공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전거가 줄줄이 세워진 안내판 앞에서 걸음이 멈췄다. 성 안 일루미네이션 행사 포스터, 드론 금지 표지, 그리고 해자를 도는 배 광고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이 세 장의 간판이 사실상 오늘 하루의 예고편이었다. 오사카성은 천수각 하나 보고 나오는 곳이 아니다.

성 안을 걸어서만 다니면 반은 놓친다
공원 지도부터 확인하길 권한다. 파란 선이 전기차(엘렉트릭카) 노선, 빨간 선이 로드트레인 노선이다. 모리노미야 역에서 조테라스 오사카를 거쳐 고쿠라쿠바시 역까지 이어지는데, 지도 아래에 붙은 운행 시간표는 9:30~17:30이었다. 성 안이 워낙 넓어서, 아이나 어른신과 함께라면 이 노선을 머릿속에 넣어두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크다.

실제로 걷다 보니 진보라와 금색으로 칠한 로드트레인이 앞을 지나갔다. 기관차 앞에 '스미레호'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었고, 뒤로 객차 세 량이 따라붙어 아이들이 창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가 길가에 쪼그려 앉아 아이에게 기차를 가리키는 모습이 그날 본 가장 오사카성다운 장면이었다. 성 구경이 아니라 동네 나들이에 가깝다.

해자 둘레길, 이 산책만으로도 온 값을 한다
동외호 쪽 산책로는 폭이 넉넉하고 바닥이 평평한 석재라 유모차도 무리가 없다. 2월이라 벚나무는 전부 앙상했지만, 그 덕에 나뭇가지 사이로 오사카 비즈니스파크의 유리 빌딩들이 훤히 보였다. 빨간 스웨터를 입은 아이가 겉옷을 벗어 손에 들고 앞서 걷는데, 그 정도로 낮에는 볕이 따뜻했다.

난간에 붙은 경고문 그대로, 물 위에는 오리가 많다. 청둥오리와 검은 물닭이 물살을 갈라놓으면 건너편 석벽과 마른 나무가 비친 수면이 흔들렸다. 아이가 오래 붙잡혀 있던 자리도 이 근처였다. 먹이 주는 건 금지니 눈으로만 봐야 한다.

서쪽으로 돌아 나오면 석벽의 곡선이 제대로 보이는 구간이 나온다. 모서리를 따라 비스듬히 쌓아 올린 검은 돌 위로, 나무 사이에 천수각의 녹청색 지붕이 딱 한 조각만 얼굴을 내민다. 오른쪽 멀리 공사 크레인이 서 있어 완벽한 그림은 아니었지만, 성 전체 규모를 실감하는 데는 이 각도가 최고였다.

오시는 길은 어렵지 않다. 지하철 다니마치욘초메 역, 모리노미야 역, JR 오사카조코엔 역 어디로 내려도 공원 안으로 바로 이어진다. 다만 역마다 성의 반대쪽 끝에 붙어 있으니, 천수각까지 곧장 갈 생각이면 내리기 전에 어느 문으로 들어갈지 정해두는 편이 낫다. 아래 지도로 위치를 확인해두면 좋다.
금빛 배를 타고 해자를 도는 20분
입구 광고에서 봤던 그 배, 오사카조 고자부네다. 매표소에서 받은 표에는 승선일 2월 23일 13시 00분 출항이 찍혀 있었고, 요금은 어른 1,500엔, 어린이 750엔, 65세 이상 1,000엔이었다. 소요 시간은 약 20분. 표에 '출항 10분 전까지 승선장에 오라'고 굵게 써 있는데, 지정된 편이 아니면 태워주지 않는다니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게 좋다. 승선장 아래로 금박을 두른 배가 내려다보였다.

배에 앉으면 시선 높이가 수면 바로 위로 떨어진다. 위에서 볼 때는 그냥 돌담이던 것이 눈앞에서 거대한 벽으로 다가온다. 이끼 낀 돌 하나하나의 크기가 그제야 몸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들면 담장 너머로 크리스탈 타워 같은 유리 빌딩이 서 있어서, 400년 전 돌과 현대 오사카가 한 프레임에 겹친다. 20분이 짧게 느껴졌다.

천수각은 결국 올라가야 한다
배에서 내려 성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천수각이 점점 커진다. 처음에는 이렇게 흐린 하늘 아래 석벽 위로 실루엣만 보이다가,

바로 아래까지 가면 목이 아플 만큼 올려다봐야 한다. 검은 석축이 흰 벽과 만나는 지점에서 건물이 확 꺾여 올라가는데, 앞에 선 두 사람과 비교해보면 축대만으로도 사람 키의 몇 배다.

오후로 넘어가면서 하늘이 열렸다. 파란 배경에 흰 벽, 녹청 기와, 금박 장식의 대비가 그제야 살았다. 같은 건물인데 오전 사진과 오후 사진이 다른 장소처럼 나온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오후 햇빛을 기다려볼 만하다.

가까이서 보면 최상층 처마 밑에 금박 호랑이가 붙어 있다. 나무에 가려 잘 안 보이는 자리라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한 번 찾고 나면 다른 면에도 같은 장식이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내부 전시와 전망대
안으로 들어가면 층마다 전시가 이어지는데, 실물 크기로 복원해둔 금 샤치호코와 복호가 압권이었다. 유리 없이 코앞에서 볼 수 있어 비늘 한 장 한 장의 곡면과 호랑이 몸통의 검은 줄무늬 결까지 다 보인다. 눈알이 흰색으로 박혀 있어 표정이 묘하게 만화 같다.

전망대로 올라가면 그 샤치호코의 진짜 자리가 발밑에 있다. 지붕 끝에 올라앉은 금색 물고기가 손 뻗으면 닿을 듯 가깝고, 그 너머로 옛 육군 제4사단 사령부 건물과 공원 숲이 펼쳐진다.

반대편으로 돌면 성 앞 광장이 통째로 내려다보인다. 촘촘한 안전망이 쳐져 있어 사진은 깔끔하게 안 나오지만, 사람들이 개미처럼 흩어져 걷는 모습과 그 뒤로 이어지는 오사카 스카이라인은 눈으로 봐야 한다. 아까 걸었던 길, 배를 탄 해자가 전부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이 계단을 오른 이유였다. 천수각은 꼭 올라가라고 말하고 싶은 건 이 장면 때문이다.

인면석 찾기
성 안 한쪽에서 자원봉사 안내원이 코팅한 사진 자료를 들고 설명해주고 있었다. 오사카성의 귀문(불길한 방향)을 지킨다는 '인면석' 이야기였다. 석벽 어느 지점을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해두고, 확대 사진에서 사람 얼굴처럼 보이는 돌을 짚어준다. 아무 정보 없이 지나가면 절대 못 찾는다. 이런 자료를 들고 있는 안내원을 만나면 붙잡고 물어보는 게 이득이다.

새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
천수각에서 내려와 흙길로 접어들었을 때, 예상 못 한 광경이 있었다. 공원 경사면 나무 아래에 새 지지대가 박혀 있고 그 위에 수리부엉이가 앉아 있었다. 오사카성 파크센터 명의의 빨간 경고판 바로 옆이라 대비가 우스꽝스러웠다. 사람이 다가가도 미동도 없이 주황색 눈만 굴렸다.

조금 위쪽에서는 흰 모자를 쓴 어르신이 두꺼운 가죽 장갑을 낀 팔에 해리스매를 얹고 서 있었다. 매가 날개를 활짝 펴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들었다. 정식 공연은 아니고 매를 기르는 사람들이 나와 있는 모양이었는데, 매일 있는 건 아닌 듯하니 만나면 운이 좋은 쪽이다.

다른 쪽 나무 밑에는 안경올빼미와 작은 황조롱이가 함께 앉아 있었다. 검은 얼굴에 흰 눈썹 무늬가 선명한 안경올빼미는 크기부터 다른 새들과 달랐고, 옆의 황조롱이는 손바닥만 했다. 봄볕이 드는 나뭇잎 사이로 둘이 나란히 있는 그림이 좋아서 한참 서 있었다.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이 새들이 앉아 있던 자리가 'きけん!!(위험!!) 속도를 줄여주세요'라고 쓰인 자전거 주의 표지판 위였다. 새들은 표지판 위에서 태평하고, 그 뒤 언덕에는 관람객이 오간다. 오사카성 공원의 분위기를 이 한 장이 다 설명한다.

노점 프랑크 한 개, 300엔
해질 무렵 성 아래 노점 거리에서 배를 채웠다. 빨강·흰색 줄무늬 천막에 '한 개 300엔'이라고 크게 써 붙인 집에서 계란을 얇게 부쳐 감싼 프랑크 소시지를 샀다. 종이 접시 위에 나온 걸 보니 계란옷이 소시지를 한 바퀴 돌려 감싸고 케첩이 흘러 있었다. 뜨거울 때 베어 물면 계란은 부드럽고 안쪽 소시지는 짭짤하게 터진다. 대단한 맛집 음식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걷고 배를 타고 계단을 오른 뒤에 서서 먹는 300엔짜리 한 개가 그날 제일 맛있었다.

다시 간다면 이렇게
- 오전에 해자 산책 → 점심 전후로 고자부네 승선 → 오후 햇빛에 천수각. 이 순서가 사진과 체력 모두에 유리했다.
- 고자부네는 출항 10분 전 승선 마감이니 표에 찍힌 시간을 꼭 확인할 것. 요금과 운항 여부는 날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현장 확인을 권한다.
- 공원 안 전기차·로드트레인은 지도상 9:30~17:30 운행으로 표시돼 있었다.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라면 한 구간이라도 태우는 게 낫다.
- 천수각 전망대 계단은 위층에서 좁아진다. 유모차는 아래에 두고 올라가는 편이 편했다.
성 하나 보러 왔다가 배 타고, 기차 지나가는 걸 구경하고, 부엉이랑 눈싸움하고, 노점에서 소시지를 먹었다. 한나절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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