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 고래상어가 세로로 서서 밥 먹는 15분을 보려고 하루를 다시 짰다

오키나와 본섬 북부 모토부반도 끝, 해양박공원 안에 있는 츄라우미 수족관은 나하 공항에서 차로 두 시간쯤 걸린다. 남부에 숙소를 잡았다면 반나절이 통째로 날아가는 거리다. 그런데도 두 번째로 다시 갔다. 이유는 하나, 고래상어 먹이주기 시간 때문이다. 첫 방문 때 시간을 놓쳐서 그냥 헤엄치는 것만 보고 나왔는데, 그게 두…

오키나와 · 츄라우미 수족관

오키나와 본섬 북부 모토부반도 끝, 해양박공원 안에 있는 츄라우미 수족관은 나하 공항에서 차로 두 시간쯤 걸린다. 남부에 숙소를 잡았다면 반나절이 통째로 날아가는 거리다. 그런데도 두 번째로 다시 갔다. 이유는 하나, 고래상어 먹이주기 시간 때문이다. 첫 방문 때 시간을 놓쳐서 그냥 헤엄치는 것만 보고 나왔는데, 그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생각보다 멀다

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 내려오는 길에 이 녀석이 서 있다. 눈알이 튀어나온 새우인지 게인지 모를 조형물인데, 아래에 심어둔 채송화가 한창이라 아이들이 죄다 여기서 멈춘다. 6월 정오의 오키나와 햇볕은 각오해야 한다. 양산 없이 걷다가 목덜미가 벌겋게 익었다.

해양박공원 산책로에 있는 분홍색 새우 모양 조형물과 발밑에 깔린 알록달록한 채송화 꽃밭, 옆에 양산을 쓰고 아기띠를 한 사람
주차장에서 수족관 쪽으로 내려오는 길목. 그늘이 거의 없다.

류큐 석회암을 쌓아 만든 벽에 파란 글씨로 沖縄美ら海水族館이라고 박혀 있다. 여기가 사실상 인증샷 1번지인데, 벽이 서향이라 오후에는 정면으로 빛이 들어와 얼굴이 새까맣게 나온다. 우리는 낮 12시 넘어 찍어서 그나마 나았다.

류큐 석회암 벽에 파란 글씨로 沖縄美ら海水族館 OKINAWA CHURAUMI AQUARIUM이라고 적힌 사인 앞에 아기띠를 하고 선 사람
석회암 벽 사인. 벽이 커서 두세 걸음 물러나야 글자가 다 들어온다.

사인을 지나면 넓은 광장이 나오고, 한가운데 청동 고래상어가 하늘로 솟아 있다. 뒤로 보이는 유리 지붕이 수족관 본관이다. 재밌는 게, 이 수족관은 입구가 4층이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관람하는 구조다. 광장에 서 있으면 건물이 낮아 보이는데 안에 들어가면 깊이가 훅 떨어진다.

파란 하늘 아래 츄라우미 수족관 입구 광장, 청동 고래상어 조형물과 유리 지붕 본관 건물, 티셔츠 차림의 관람객들
입구 광장. 왼쪽 석회암 벽이 아까 그 사인이다.

조형물 바로 아래에서 위를 보고 찍으면 배 쪽 흰 부분과 꼬리지느러미가 하늘을 가른다. 실제 고래상어도 이런 각도로 보게 되는데, 안에서 진짜를 보고 나온 뒤에 다시 보면 크기 감각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청동 고래상어 조형물의 배와 꼬리지느러미, 그 앞에서 손가락 브이를 한 사람과 아기
조형물 아래에서 위로. 초록빛 녹이 오른 청동이 하늘색이랑 잘 붙는다.

위치와 가는 법

수족관은 모토부초 이시카와 424번지 일대, 해양박공원 안쪽 바닷가에 붙어 있다. 렌터카가 없으면 나하 버스터미널이나 공항에서 얀바루 급행버스, 또는 나하공항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 117번을 타고 기념공원앞에서 내리는 방법이 있는데 편도 세 시간 가까이 잡아야 한다. 차로 간다면 오키나와 자동차도로 끝인 교다 IC에서 빠져 국도 505호를 타고 40분 정도. 우리는 나하에서 출발해 도중에 나키진 성터를 들렀다가 오후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P7부터 번호가 붙어 있는데, 수족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성수기 낮에 거의 찬다. 멀리 대는 순간 유모차 밀고 오르막 걷는 거리가 훅 늘어난다. 우리는 아래쪽에 대고 올라오느라 아이가 더위에 지쳐 한 번 울었다.

맨손으로 불가사리를 집는 이노 터치풀

4층 입구로 들어가면 처음 만나는 게 얕은 수조다. 오키나와 말로 산호초 안쪽 얕은 바다를 '이노'라고 부르는데, 그 환경을 그대로 옮겨놨다. 손을 담가서 불가사리와 해삼을 직접 만질 수 있다. 물이 미지근하고, 불가사리 등은 오돌토돌한 사포 느낌이다. 검은 해삼은 손에 쥐면 생각보다 묵직하고 축 늘어진다.

얕은 터치풀 모래 바닥에 놓인 노란 얼룩무늬 불가사리를 향해 손을 뻗는 아이와 옆에서 검은 해삼을 만지는 어른의 손
이노 터치풀. 아이 팔이 젖으니 여벌 옷이나 손수건은 챙겨두는 게 낫다.

여기서 직원이 몇 분 간격으로 생물을 옮겨준다. 아이가 손을 넣기 전에 소독하고, 꺼낼 때 세게 쥐지 말라고 짧게 안내한다. 줄이 길어지는 시간대가 있으니 입장 직후에 바로 들르는 편이 낫다.

구로시오의 바다 — 유리 앞에서 한 시간이 그냥 간다

계단을 내려가면 조명이 뚝 떨어지고, 어두운 통로 양쪽으로 수조 창이 뚫린 구간이 나온다. 여기서 매가오리가 유리 바로 앞을 스치듯 지나갔다. 아이가 숨을 멈추고 쳐다보는 뒷모습이 남았다.

어두운 관람 통로에서 파란 수조 창 너머 매가오리와 물고기 떼를 바라보는 아이의 실루엣
대수조로 들어가기 직전 통로. 여기서부터 아이들 반응이 달라진다.

본 수조인 '구로시오의 바다'는 깊이가 10미터, 아크릴 패널 두께만 60센티가 넘는다. 수치로 들으면 감이 안 오는데, 유리 앞에 서면 반대편 끝이 뿌옇게 흐려 보인다. 그 정도로 물이 두껍다. 고래상어와 만타가리, 대형 어류가 같은 층에서 겹쳐 지나가는 순간이 계속 나온다.

대수조 유리 바로 앞을 지나가는 큰 물고기와 위쪽의 고래상어, 아래로 헤엄치는 만타가리를 코앞에서 보는 아이
유리에 코를 붙인 아이. 이 각도는 유리에서 30cm 안쪽에 붙어야 나온다.

대수조는 관람 위치가 여러 층이라 같은 수조를 다른 각도로 세 번은 보게 된다. 위쪽 통로에서 내려다보면 모래 바닥에 가오리들이 널브러져 있고, 흰 발판 위에 상어들이 지느러미만 세운 채 쉬고 있다. 정면 유리 앞만 보고 지나치면 이 그림은 못 본다.

위에서 내려다본 수조 바닥, 모래 위에 앉은 그물무늬 가오리 여러 마리와 흰 발판에 쉬고 있는 상어들
위층에서 본 수조 바닥. 상어들이 저 판 위에서 거의 안 움직인다.

바닥 쪽에는 타마카이(자이언트 그루퍼)가 산다. 얼굴만 사람 상체만 하고, 입 주변 주름이 노인 얼굴 같다. 이 녀석이 유리 앞으로 지나갈 때 아래에 표범무늬 가오리가 겹쳐서 지나갔다. 두 마리 크기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수조 바닥 근처를 지나가는 거대한 타마카이 그루퍼와 그 아래로 겹쳐 헤엄치는 표범무늬 가오리
타마카이. 옆으로 지나갈 때 물 흐름이 눈에 보인다.

가오리 배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각도도 놓치지 말자. 흰 배에 입과 아가미구멍이 늘어서 있어서 웃는 얼굴처럼 보인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 장면이 사실 고래상어가 아니라 이거였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만타가리의 흰 배, 입과 아가미구멍이 웃는 얼굴처럼 보이고 뒤로 물고기 떼가 지나간다
가오리 배. 이 얼굴 보려고 다들 바닥에 주저앉는다.

사진을 찍을 거면 플래시는 꺼라. 유리에 반사돼서 사진도 망하고 주변 사람 시야도 가린다. 대수조 앞은 어두워서 손이 조금만 흔들려도 뭉개진다. 유리에 렌즈를 거의 붙이고 숨을 참고 찍는 게 제일 낫다.

대수조 앞에서 휴대폰을 든 채 손가락 브이를 하고 선 사람, 뒤로 노란 꼬리 물고기 떼와 큰 물고기 실루엣이 지나간다
물고기 떼가 지나갈 때 셀카를 찍으면 배경이 통째로 파랗게 깔린다.

고래상어 먹이주기 — 세로로 선다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핵심이다. 고래상어는 평소엔 수평으로 유유히 돈다. 그런데 먹이 시간이 되면 몸을 거의 수직으로 세운다. 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머리를 위로 든 채, 입을 크게 벌려서 물과 먹이를 통째로 빨아들인다. 사육사가 수면에서 크릴을 흘려주면 그 아래에서 5미터가 넘는 몸이 기둥처럼 서 있는 광경이 나온다. 유리 앞에 있으면 배 쪽 흰 부분이 눈앞을 가득 채운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고래상어의 하얀 배와 등의 흰 점무늬, 뒤로 만타가리와 물고기 떼가 헤엄치는 대수조
고래상어가 몸을 기울여 지나가는 순간. 배 아래 흰 부분이 이 정도로 넓다.

먹이주기는 하루에 몇 차례, 오후에 몰려 있다. 시간이 매년 조금씩 바뀌고 사정에 따라 취소되기도 하니 반드시 입장할 때 4층 안내 데스크에서 그날 시간표를 받아라. 공식 사이트에도 당일 프로그램이 올라온다. 확인하지 않고 흐름대로 관람하면 열에 아홉은 놓친다.

메갈로돈 턱뼈 안에 들어가서 찍는 사진

대수조를 지나 상어 전시 구역으로 가면 멸종한 메갈로돈의 턱을 복원한 모형이 서 있다.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서 찍을 수 있게 발판까지 깔아뒀다. 어른이 아이를 안고 들어가도 위아래로 여유가 남는다. 양옆 받침대에 화석 이빨 실물도 놓여 있는데, 하나가 손바닥만 하다.

크게 벌어진 메갈로돈 턱뼈 복원 모형 안에 아기를 안고 선 사람, 양옆 받침대에는 화석 이빨이 놓여 있다
메갈로돈 턱 모형. 줄이 짧으니 지나치지 말고 한 장 찍고 가자.

이 구역은 조명이 어둡고 벽이 검어서 사진이 잘 안 나온다. 턱 안쪽에 서면 위에서 조명이 떨어지니 얼굴이 그나마 살아난다.

고래상어 입 모형 — 아까 본 그 자세다

통로 한쪽에 고래상어 머리 앞부분만 실물 크기로 만들어 세워둔 모형이 있다. 입을 위로 벌린 채 굳혀놨는데, 안쪽에 촘촘한 여과판이 그대로 보인다. 먹이를 빨아들일 때 물만 뱉고 크릴은 여기에 걸러낸다. 대수조에서 세로로 선 모습을 보고 온 뒤에 이 모형을 보면 아까 그 입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바로 이해된다. 순서상 먹이주기를 먼저 보고 여기로 오는 게 낫다.

실내 통로에 세워진 실물 크기 고래상어 입 모형, 위로 벌어진 입 안에 촘촘한 여과판이 보이고 앞에 유모차를 세운 사람이 서 있다
고래상어 입 모형. 안쪽 빗살 같은 게 먹이를 거르는 부분이다.

수족관 밖 야외 수조 — 여기는 무료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바다 쪽으로 야외 수조들이 이어진다. 돌고래가 있는 오키짱 극장, 바다거북관, 매너티관은 수족관 티켓 없이도 볼 수 있다. 앞에 세워진 파란 안내판에 그날 공연 시간이 11:00, 13:00, 14:30, 16:00으로 적혀 있었다. 계절과 요일에 따라 달라지니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야외 원형 돌고래 수조와 옆의 큰 풀장, 수평선 위로 이에섬의 산봉우리가 보이고 앞쪽에 공연 시간이 적힌 파란 안내판이 서 있다
야외 수조 너머 수평선. 뾰족한 봉우리가 보이는 곳이 이에섬(伊江島)이다.

수조 너머로 이에섬의 구스쿠산이 뾰족하게 솟아 있다. 실내에서 두세 시간 어둠 속에 있다가 나오면 이 파란색이 눈을 찌른다. 벤치가 몇 개 있는데 그늘이 거의 없어서 한여름 낮에는 오래 앉아 있기 힘들다.

다시 간다면 이렇게 짠다

두 번째 방문에서 결국 그 장면을 봤다. 5미터가 넘는 몸이 물속에서 수직으로 서서, 소리 없이 입을 벌렸다 닫았다 하는 걸 유리 하나 사이에 두고 봤다. 3분 남짓이었다. 왕복 네 시간 운전이 그 3분으로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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