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아메리칸빌리지 '이치겐야(いちげん屋)' — 철판 앞에 앉아 오코노미야키를 직접 굽고 왔다
차탄(北谷) 아메리칸빌리지, 관람차 바로 옆 상가 2층 복도 안쪽에 붉은 노렌 하나가 걸려 있다. 금색 글씨로 お好み焼・鉄板焼 いちげん屋. 렌터카 세워두고 저녁 먹을 데를 찾다가 눈에 걸렸는데, 이름을 몰라도 지나가다 이 천 하나 보고 들어가는 사람이 꽤 많더라. 실제로 우리도 그랬다.
오키나와 · 이치겐야
차탄(北谷) 아메리칸빌리지, 관람차 바로 옆 상가 2층 복도 안쪽에 붉은 노렌 하나가 걸려 있다. 금색 글씨로 お好み焼・鉄板焼 いちげん屋. 렌터카 세워두고 저녁 먹을 데를 찾다가 눈에 걸렸는데, 이름을 몰라도 지나가다 이 천 하나 보고 들어가는 사람이 꽤 많더라. 실제로 우리도 그랬다.
노렌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웨이팅
입구에 클립보드가 하나 놓여 있다. 이름하고 인원수 적고 기다리는 방식.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열 몇 팀 이름이 채워져 있었다. 직원이 순서대로 부르니까 근처 돌아다니다 와도 되지만, 너무 멀리 가면 순서 지나간다. 저녁 시간대에 자리 바로 받는 건 거의 기대하지 말고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우리는 40분 정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볼 게 없지는 않다. 입구 오른쪽 진열장에 메뉴 사진판이 세워져 있는데 가격이 같이 붙어 있어서 미리 고를 수 있다. 사진에서 확인한 것만 옮기면 피자풍 야키 800엔, 네기야키 730엔, 규로스(우설·소등심 계열) 800엔, 스지콘 김치 800엔 정도. 이건 내가 갔던 시점 기준이라 지금 가격은 현장에서 다시 확인하는 게 맞다.
안을 들여다보면 테이블마다 철판이 박혀 있고, 벽은 위에서 아래까지 손님들이 써 붙인 종이로 빼곡하다. 낙서라기보다 방명록에 가깝다. 자리는 4인 테이블 위주에 카운터도 있고, 검은 티셔츠에 가게 로고를 박은 직원들이 좁은 통로를 빠르게 오간다. 관광지 한복판인데 분위기는 오사카 뒷골목 철판집 쪽에 훨씬 가깝다.
철판 앞에 앉으면 굽는 건 내 몫
자리에 앉으면 재료가 볼에 담겨 나온다. 반죽과 양배추, 속재료가 섞인 상태로. 직원이 첫 판을 봐주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손님이 직접 붓고, 뒤집고, 소스 바른다. 이게 이 집의 재미다. 뒤집는 타이밍을 놓쳐서 한쪽이 좀 탔는데, 그 탄 자리가 오히려 제일 고소했다.
양배추를 곱게 채 썰지 않고 굵게 썰어 넣는 스타일이라 씹으면 아삭한 결이 그대로 남는다. 반죽이 무겁지 않아서 한 판을 둘이 나눠 먹어도 물리지 않았다. 소스는 달고 진한 편, 마요네즈를 격자로 뿌리고 아오노리를 흩뿌리면 끝. 가쓰오부시가 철판 열기에 흔들리는 걸 보고 있으면 괜히 사진부터 찍게 된다.
몬자야키도 같이 시켰다. 오코노미야키만 아는 사람은 처음에 당황한다. 국물처럼 흐물흐물한 반죽을 철판에 도넛 모양으로 둘러 둑을 쌓고 안쪽에 육수를 부어 졸이는 방식인데, 완성돼도 부침개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 작은 주걱으로 철판에 눌러 붙여 살짝 눌린 부분을 긁어 먹는 게 정석. 처음 먹는 일행은 "이게 다 익은 거 맞냐"고 계속 물었다. 익은 게 맞다. 눌은 가장자리가 제일 맛있다.
위치와 가는 법
아메리칸빌리지는 나하 공항에서 렌터카로 40~50분, 국도 58호선을 타고 올라가면 된다. 주차장은 단지 곳곳에 넓게 있고 무료. 다만 저녁 시간에는 관람차 근처 주차장이 먼저 차니까 한 블록 떨어진 쪽에 대고 걸어오는 편이 빠르다. 도보 5분 안쪽 거리다.
밥 먹고 나오면 밖은 이미 파랗게 어두워져 있다. 아메리칸빌리지의 상징인 대관람차가 보라색과 파란색 LED를 켜고 돌기 시작하고, 아래층 OUTLET-J와 카니발파크 간판에도 불이 들어온다. 배부른 상태로 이 아래를 한 바퀴 걷는 게 이 동네 저녁 코스로 딱이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 웨이팅은 기본이다. 저녁 피크를 피하려면 오픈 직후나 8시 반 이후를 노려라.
- 입구 클립보드에 이름을 먼저 적어야 순서가 시작된다. 서 있기만 하면 계속 밀린다.
- 메뉴판이 입구 바깥에 사진으로 붙어 있으니 기다리는 동안 골라두면 자리 앉자마자 주문할 수 있다.
- 철판 앞자리는 덥다. 오키나와 한여름에 긴팔은 비추천.
- 몬자야키는 오코노미야키와 완전히 다른 음식이다. 둘 다 시켜서 비교해보는 걸 추천.
- 카드와 전자결제 스티커가 붙어 있지만 결제 수단은 현장에서 한 번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관광지 안에 있는 식당은 대체로 가격이 붙는데, 여기는 800엔 안팎에서 한 판이 나온다. 굽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한 시간 넘게 앉아 있게 되니 시간 여유를 두고 가는 게 좋다. 다음에 오키나와 가면 또 이 노렌 앞에 이름 적고 서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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