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 고쿠사이도리 뒷골목, 단보(暖暮) 오키나와점에서 라멘보다 교자에 빠진 날
오키나와 나하 고쿠사이도리(国際通り)는 낮 두 시쯤이 가장 애매하다. 해는 정수리 위에 있고, 야자수 그늘은 좁고, 돈키호테 간판 아래 관광버스가 줄줄이 서서 매연을 뿜는다. 이 거리를 서너 번 걸어본 사람은 안다. 대로변 식당은 대체로 관광객 가격이고, 진짜 밥값 하는 집은 한 블록 안쪽이거나 간판이 작다. 그날 내가…
오키나와 · 단보 라멘
오키나와 나하 고쿠사이도리(国際通り)는 낮 두 시쯤이 가장 애매하다. 해는 정수리 위에 있고, 야자수 그늘은 좁고, 돈키호테 간판 아래 관광버스가 줄줄이 서서 매연을 뿜는다. 이 거리를 서너 번 걸어본 사람은 안다. 대로변 식당은 대체로 관광객 가격이고, 진짜 밥값 하는 집은 한 블록 안쪽이거나 간판이 작다. 그날 내가 찾아간 곳은 후쿠오카 하카타에서 온 돈코츠 라멘집 단보(暖暮)의 오키나와 지점이었다.

거리 온도부터 말하자면
고쿠사이도리는 1km 남짓한 직선 거리인데, 걷다 보면 체감은 그보다 길다. 습도가 높아서 그렇다. 티셔츠가 등에 붙기 시작할 무렵 눈에 들어오는 게 길가 좌판들이다. 시마조리(島ぞうり) 슬리퍼가 색깔별로 꽂혀 있고, 그 옆으로 우미부도(海ぶどう, 바다포도) 상자가 쌓여 있다.

사진 속 가격표를 보면 우미부도가 한 상자 500엔(세금 별도), 세 상자 묶으면 1,000엔이다. 생 우미부도 4팩에 1,000엔짜리도 있었다. 120g 800엔, 50g·60g은 500엔. 이런 좌판 가격은 가게마다 200엔씩 왔다 갔다 하니 첫 집에서 사지 말고 두세 집 지나쳐보길 권한다. 나는 처음 오키나와 왔을 때 첫 집에서 덥석 샀다가 세 블록 뒤에서 더 싼 걸 보고 속이 쓰렸다.
단보에 들어가기 전, 벽에 붙은 메뉴판부터
단보는 입구 근처에 사진이 큼직하게 박힌 오시나가키(お品書き) 간판을 세워둔다. 일본어를 못 읽어도 사진과 숫자만 보면 주문이 된다.

여기서 짚어둘 만한 것들:
- 기본 라멘 680엔 — 단보 특제 돈코츠
- 네기고마 라멘 730엔 — 참깨 듬뿍
- 렛카(烈火) 라멘 730엔 — 기본의 5배 이상 매운맛부터 단계 선택
- 한주쿠 니타마고 라멘 780엔 — 반숙 계란 들어간 것
- 차슈멘 850엔 — 차슈 6장
- 하카타 히토쿠치 교자 320엔 / 반 접시 160엔
- 가에다마(면 추가) 150엔, 한가에다마 100엔, 반숙란 추가 110엔
- 온센타마고 밥 260엔, 부타타마 밥 360엔, 멘타이코 밥 210엔
가에다마 150엔이라는 게 핵심이다. 하카타식 돈코츠는 면이 가늘어서 금방 없어진다. 처음 온 사람들은 라멘 하나 시켜놓고 "왜 이렇게 양이 적지" 하는데, 원래 면을 두 번 세 번 추가해 먹는 구조다. 첫 주문 때 면 굳기를 바리카타(ばりかた, 아주 단단하게)로 해두면 가에다마 타이밍까지 면이 안 퍼진다.
주방 앞 카운터에서 본 것들

카운터 자리에 앉으면 주방이 그대로 보인다. 빨간 앞치마를 두른 직원이 국자를 들고 서 있고, 벽시계는 오후 두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옆 벽에 붙은 안내가 재밌다. 오키나와 점포 한정 스탬프 카드 — 5개째에 반숙란 서비스, 10개째에 라멘 한 그릇 무료. 여행자한테는 별 소용없지만, 여기 몇 번 올 사람이라면 첫 방문 때 받아두면 된다. 흑우롱차 100엔은 라멘 기름기 잡는 데 괜찮다.
물에 신경 썼다는 포스터도 붙어 있었다. 미네랄 이온수를 쓴다는 내용인데, 이런 건 솔직히 마셔봐도 잘 모르겠다. 다만 컵에 담긴 물이 미지근하지 않고 제대로 차가웠다는 건 기억난다. 이 습도에서는 그게 더 중요하다.
본론 — 라멘, 그리고 교자

용 그림 그릇에 담겨 나온 국물은 사진보다 실물이 더 뽀얗다. 코를 대면 돼지 뼈 냄새가 훅 올라오는데, 하카타 본토의 그 진한 놈들에 비하면 순한 편이다. 후쿠오카 나가하마에서 먹던 국물이 목구멍에 눌어붙는 느낌이라면, 여기는 마시고 나서도 숨이 쉬어진다. 오키나와 관광객 입맛을 고려한 건지, 원래 단보 스타일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반숙 계란은 노른자가 딱 원하는 상태였다. 젓가락으로 반을 가르면 흐르지는 않고 뭉근하게 무너진다. 차슈는 두 장, 얇고 부드럽다. 씹는 맛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는데 국물에 녹아드는 쪽에 가깝다.
왼쪽 작은 접시에 담긴 갓 절임(다카나)은 테이블에 놓인 통에서 알아서 덜어 먹는 거다. 이걸 모르고 그냥 라멘만 먹는 사람이 많다. 국물 절반쯤 먹었을 때 한 젓가락 넣으면 느끼함이 확 정리된다. 첫 오키나와 여행 때 나도 몰라서 그냥 나왔다.

같이 간 사람은 네기고마 라멘(730엔)을 시켰다. 그릇 한쪽에 볶은 참깨가 무더기로 얹혀 나오는데, 한 번에 다 풀지 말고 절반쯤 먹다가 섞는 게 낫다. 국물 맛이 중간에 한 번 바뀐다. 고소한 쪽으로 확 기울면서 짠맛이 눌린다. 두 그릇 중 어느 쪽이 나으냐고 물으면 나는 기본 쪽에 손을 든다. 참깨가 돈코츠 특유의 냄새를 덮어버려서, 그 냄새 때문에 여기까지 온 사람한테는 좀 아깝다.
솔직히, 라멘보다 교자였다

320엔짜리 교자가 이 집의 진짜 물건이다. 라멘은 잘 만든 돈코츠 한 그릇이었고, 교자는 다시 먹으러 갈 이유였다.
크기가 한입에 딱 들어간다. 젓가락으로 집어서 소스에 반쯤 담갔다가 통째로 넣으면, 바닥면 껍질이 부서지면서 소리가 난다. 겉은 기름에 튀기듯 구워 바삭하고 옆구리 쪽 피는 촉촉하다. 이 온도 차이가 좋다. 안에 든 소는 아카미소(赤みそ) 풍미라고 메뉴판에 적혀 있는데, 실제로 된장 냄새가 은은하게 돈다. 마늘로 밀어붙이는 한국식 군만두와는 다른 방향이다.
일곱 개가 3분 만에 사라졌다. 반 접시 160엔짜리도 있으니 라멘에 곁들일 거라면 그쪽으로 시켜도 되지만, 내 경험상 반 접시는 무조건 후회한다. 두 사람이면 한 접시씩 따로 시키는 게 맞다. 오키나와에서 뭘 한 가지만 다시 먹으라면 나는 이 320엔짜리 교자다.
위치와 가는 법
촬영 지점 기준으로 고쿠사이도리 중심부, 돈키호테 나하 고쿠사이도리점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다. 유이레일을 탄다면 마키시(牧志)역이나 겐초마에(県庁前)역에서 내려 거리를 따라 걸으면 된다. 어느 쪽에서 내리든 도보 5~10분 안쪽. 주차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이 거리는 차로 접근하는 순간 스트레스가 시작된다. 렌터카를 빌렸다면 근처 코인 파킹에 세우고 걷는 편이 빠르다.
점심 피크(12시~1시 반)와 저녁 7시 전후에는 카운터가 꽉 찬다. 나는 두 시 넘어 들어가서 바로 앉았다. 혼자 먹는 사람이 많은 구조라 1인 방문에 눈치 볼 일이 없다.
다음에 오면 이렇게 시킬 것
- 기본 라멘 680엔 + 면 굳기 바리카타 + 가에다마 150엔
- 하카타 히토쿠치 교자 320엔 한 접시 (반 접시 금지)
- 흑우롱차 100엔
- 다카나 절임은 나오자마자 말고, 국물 절반 먹은 뒤에
합쳐서 1,250엔. 오키나와 관광지 물가에서 이 정도면 잘 먹은 거다. 고쿠사이도리 대로변 스테이크집에서 2,500엔씩 쓰고 나오던 날들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가격과 영업시간은 방문 시점 기준이라 지금은 달라졌을 수 있다. 특히 스탬프 카드 같은 오키나와 점포 한정 이벤트는 언제 끝나도 이상하지 않으니 가서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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