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구치코 로손 앞 후지산 포토존, 실제로 가보니 사람이 이 정도였다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 정확히는 가와구치코역에서 국도 137호를 따라 걸어 내려간 자리에 그 편의점이 있다. 파란 로손 간판 위로 후지산 봉우리가 딱 얹히는 구도 하나로 전 세계 SNS에 퍼진 곳. 나는 동남아를 주로 돌다가 오랜만에 일본 산간으로 왔는데, 방콕 왓아룬 앞 인파를 떠올리면서도 "설마 편의점 하나에…
야마나시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 정확히는 가와구치코역에서 국도 137호를 따라 걸어 내려간 자리에 그 편의점이 있다. 파란 로손 간판 위로 후지산 봉우리가 딱 얹히는 구도 하나로 전 세계 SNS에 퍼진 곳. 나는 동남아를 주로 돌다가 오랜만에 일본 산간으로 왔는데, 방콕 왓아룬 앞 인파를 떠올리면서도 "설마 편의점 하나에 그렇게까지" 싶었다. 도착하고 5분 만에 생각을 접었다.
가와구치코역에서 시작한다
기차에서 내리면 역사부터 후지산이 보인다. 삼각 지붕에 시계가 박힌 목조풍 역사 뒤로 능선이 그대로 올라간다. 내가 간 날은 구름이 두껍게 깔려서 산머리만 겨우 잘려 나온 상태였는데, 그것만으로도 역 앞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멈춰 서서 카메라를 들었다.

역 앞에 서 있는 빨강·노랑 도색 버스가 카와구치코 옴니버스(레드라인·그린라인 등)다. 관광객 대부분이 이걸 타고 호수를 돈다. 다만 로손 포토존은 노선상 어중간한 위치라, 나는 그냥 걸었다. 큰길을 따라 남쪽으로 20분 안팎. 인도가 좁고 대형 관광버스가 계속 지나가서 유쾌한 산책길은 아니다. 짐이 있으면 버스나 택시를 권한다.
걸어가는 길에 보이는 동네의 얼굴
걷다 보면 이 동네가 관광지이기 이전에 그냥 사는 동네라는 게 보인다. 기모노 가게(きものの丸宗) 간판이 걸린 건물 옆에 KOBAN 글자를 붙인 가와구치코 파출소가 있고, 그 앞으로 자전거 탄 외국인 여행자가 지나갔다. 렌털 자전거를 빌린 모양인데, 실제로 이 구간은 자전거가 제일 합리적이다. 길이 평탄하고 신호가 적다.

중간에 다른 편의점 주차장에서도 후지산이 잘 보였다. 아무도 없는 주차장, 경차 세 대, 자전거 두 대, 그리고 그 뒤로 능선. 정상 부근에서 흰 연기 같은 구름이 옆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 하나 없는 이 장면이 솔직히 그날 본 것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운 좋게 구름이 걷힌 순간에는 산 전체가 드러났다. 정상에서 김이 오르듯 구름이 피어나고, 중턱에는 잔설이 줄무늬로 남아 있었다. 전깃줄과 나뭇가지가 프레임에 걸리는데, 그게 오히려 이 동네에서 후지산을 보는 실제 경험에 가깝다. 여기선 어딜 봐도 전선이 하늘을 가른다.

정말 유명한 포토존, 사람 정말 많다
도착하면 바로 안다. 편의점이 문제가 아니라 맞은편 인도가 문제다. 사람이 정말 많다. 내가 갔을 때 건너편 좁은 인도에 스무 명 넘게 몰려 서서 각자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차도 쪽으로 반 발씩 내려서서 찍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그 사이로 승용차와 관광버스가 계속 지나간다. 노란 경고판이 여기저기 서 있는데 "길 위에 서지 마시오"라는 그림이 한국어·중국어·영어로 붙어 있다. 그 표지판 자체가 이 동네가 얼마나 시달렸는지 말해준다.

매장 앞 주차장은 또 다른 상황이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주차 칸 사이를 가로질러 다니고, 파란 스포츠카를 세워두고 차와 후지산을 같이 담는 사람들이 자리를 오래 차지한다. 정작 물건 사러 온 손님은 그 사이를 피해 걸어 나온다. 앞에서 담배를 문 손님이 인상을 쓰며 지나가는 걸 봤는데, 그 표정이 이 장소의 요약이었다.

구도가 완성되는 자리는 딱 하나, 길 건너 인도 위다. 거기서 봐야 로손 간판 정중앙에 후지산 봉우리가 올라앉는다. 흐린 날엔 산 아랫부분이 하늘과 섞여서 봉우리만 둥둥 뜬 것처럼 나온다. 나는 세 번 건너다니며 각도를 바꿔봤는데, 결국 사람이 빠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10분 정도 서 있었더니 아주 잠깐 비었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
- 이른 아침을 노려라. 관광버스가 도는 낮 시간대는 인도에 발 디딜 틈이 줄어든다. 산이 맑게 보이는 확률도 아침이 높다.
- 바닥의 노란 표시와 경고판은 장식이 아니다. 실제로 이 앞은 차가 빠르게 지나간다. 차도로 내려서서 찍는 사람이 많아 위험하다.
- 주차장은 편의점 손님용이다. 사진만 찍고 나올 거면 차를 대지 말자. 나는 걸어갔고, 나오는 길에 음료 하나 사서 나왔다.
- 구름 확률이 높다. 후지산은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가린다. 한 번에 못 봤다고 실망하지 말고 시간 여유를 두는 편이 낫다.
- 정확한 영업시간이나 요금 정보는 따로 확인하는 게 좋다. 지자체가 상황에 따라 통제 조치를 바꿔온 곳이라 현장 안내판을 먼저 읽자.
솔직히 사진 한 장 자체는 5분이면 끝난다. 그 5분을 위해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서서 차를 피하고 구름을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럼에도 간판 위로 산이 딱 올라앉는 그 순간을 뷰파인더로 확인하면, 왜 여기까지 오는지는 알겠더라. 다만 사는 사람들의 편의점 앞이라는 것도 같이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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