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로 톤키(とんかつ とんき) 본점, 로스카츠 한 접시에 맥주 한 병 — 저녁 6시의 카운터석 기록
도쿄 메구로역 서쪽 출구에서 언덕길을 5분쯤 내려가면 흰 노렌이 걸린 가게가 나온다. 돈카츠 톤키 메구로 본점. 1939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튀겨온 집이라는데, 안에 들어가면 그 세월이 인테리어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게 먼저 눈에 띈다. 히노키 카운터는 매일 물걸레질을 하는지 하얗게 결이 살아 있고, 주방 직원들은 전원 흰…
도쿄 · 돈카츠 톤키 메구로본점
도쿄 메구로역 서쪽 출구에서 언덕길을 5분쯤 내려가면 흰 노렌이 걸린 가게가 나온다. 돈카츠 톤키 메구로 본점. 1939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튀겨온 집이라는데, 안에 들어가면 그 세월이 인테리어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게 먼저 눈에 띈다. 히노키 카운터는 매일 물걸레질을 하는지 하얗게 결이 살아 있고, 주방 직원들은 전원 흰 조리복에 흰 모자다. 낡음이 아니라 관리된 오래됨이다.
줄 서서 이름 부르는 방식, 그리고 맥주 한 병
입구에서 인원수를 말하면 직원이 기억해 두고, 자리가 나면 부른다. 번호표도 없고 이름도 안 적는다. 순전히 직원 머릿속이다. 처음 온 사람이 당황하는 지점이 여기다. 나도 첫 방문 때 대기 줄인 줄 모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 적이 있다. 지금은 입구 왼쪽 벽에 붙어 서서 기다린다.
앉자마자 주문한 건 기린 라거 대병. 카운터 위에 병과 잔이 놓이는 순간이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유리잔은 작고 두껍고, 아무 장식이 없다. 뒤로는 주방에서 흰옷 입은 직원이 움직이고 있고, 그 옆에 물잔이 탑처럼 쌓여 있다. 카운터에 앉으면 이 광경을 정면으로 본다.

맥주를 시키면 작은 접시에 땅콩이 딸려 나온다. 소금 간이 거의 없는 볶은 땅콩이고, 양은 딱 열댓 알. 튀김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서 내주는 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맞아떨어진다. 오른쪽에는 세로 줄무늬 찻잔에 녹차가 함께 놓인다. 뜨거운 녹차와 찬 맥주를 번갈아 마시면서 기다리는 십 분 남짓이 이 집 코스의 시작이다. 카운터가 밝은 나무색이라 맥주 색이 유난히 진해 보인다.

도쿄역 기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돈카츠
도쿄역에서 야마노테선으로 메구로까지 20분 남짓. 이 정도 이동을 감수할 가치가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도쿄역 반경에서 먹을 수 있는 돈카츠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넣는다. 도쿄역 지하나 마루노우치 쪽에도 이름난 카츠집이 몇 있지만, 톤키는 결이 다르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고, 소스를 부어 먹는 방식도 아니다.

나온 접시를 보면 튀김옷 색이 짙은 갈색이다. 얇게 여러 번 튀겨서 색이 진하게 올라온 쪽이고, 흔히 보는 연한 황금색 카츠와는 첫인상부터 다르다. 채썬 양배추는 산처럼 쌓여 있고 파슬리가 올라가 있으며, 접시 아래쪽에 겨자가 한 덩이 짜여 있다. 밥은 파란 테두리 사기 그릇에, 미소시루는 붉은 칠기 그릇에 나온다. 단무지도 따로 작은 그릇에 있다.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들어 단면을 보면 이 집의 성격이 나온다. 튀김옷은 종잇장처럼 얇고, 그 안의 살은 연분홍이다. 결이 촘촘하게 살아 있고 육즙이 표면에 맺혀 있다. 이 정도로 얇은 옷에 이 정도 두께의 로스를 익혀내려면 기름 온도를 두세 번 나눠 쓴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먹어보면 튀김옷과 고기 사이에 빈 공간이 거의 없다. 씹으면 옷이 바스러지는 소리보다 고기가 눌리는 감각이 먼저 온다. 기름 냄새가 옷에 배지 않아서, 다 먹고 나와도 손에 튀김 냄새가 남지 않는다.

겨자를 조금 찍어 먹는 쪽을 권한다. 소스를 흠뻑 적시면 이 얇은 튀김옷이 금방 눅눅해진다. 나는 첫 두세 점은 아무것도 안 찍고 먹고, 그다음부터 겨자를 쓴다. 양배추는 리필해 준다. 미소시루는 건더기가 두부와 파, 국물이 꽤 진한 편이라 튀김 사이사이 입을 정리하기 좋다.
아쉬운 점도 있다. 로스는 지방이 붙은 부위라 절반쯤 넘어가면 확실히 묵직해진다. 지방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라면 히레 쪽이 낫다. 밥 양도 처음부터 적지 않게 담겨 나오니, 밥을 줄이고 싶으면 주문할 때 말해두는 편이 낫다. 그리고 이 집은 회전이 빠른 카운터 가게다. 사진 찍고 천천히 이야기하며 오래 앉아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가는 길과 실전 팁
JR·도쿄메트로 메구로역 서쪽 출구로 나와 언덕을 내려가면 도보 5분 안쪽이다. 큰 간판이 없어서 구글 지도를 켜고 가는 편이 확실하다. 주변은 주택가에 가까운 조용한 골목이라, 처음 오면 "여기가 맞나" 싶은 구간을 지나게 된다.
- 혼자 왔다면 카운터석을 노려라. 튀기는 과정을 정면에서 본다. 이 집은 카운터가 특등석이다.
- 피크(저녁 7~8시)에는 대기가 길다. 6시 전후나 8시 반 이후가 여유롭다.
- 대기 방식이 이름 호명이라, 줄에서 이탈하면 순서가 꼬인다. 화장실은 앉은 뒤에.
- 가격과 영업시간, 휴무일은 시기에 따라 바뀐다. 방문 전 현장 확인 권장. 현금 결제 여부도 미리 확인해 두면 마음이 편하다.
- 로스와 히레 중 고민된다면, 톤키를 처음 먹는다면 로스. 이 집 특유의 얇은 옷과 육즙은 로스에서 더 잘 드러난다.
메구로까지 갔다가 대기가 너무 길면 근처를 한 바퀴 돌다 오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그날 8시 조금 넘어 다시 갔고, 두 번째에는 바로 앉았다. 맥주 병을 비우고 카츠 마지막 조각을 겨자에 찍어 먹은 뒤 계산하고 나오니, 밖은 이미 언덕길 가로등만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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