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로 카츠 미도리 본점, 금요일 저녁에 갔다가 3시간 기다린 이야기
도쿄 메구로역 서쪽 출구에서 나와 아토레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 간판에 붉은 글씨로 「回し寿司 活 活美登利」라고 쓰인 가게가 보인다. 한국에서는 보통 '카츠 미도리'라고 부르는 회전초밥집인데, 신주쿠 지점이 더 유명하지만 이 메구로점이 본점이다. 나는 이 집을 세 번째 왔고, 그중 두 번은 평일 낮이었다. 금요일 저녁…
도쿄 · 카츠 미도리
도쿄 메구로역 서쪽 출구에서 나와 아토레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 간판에 붉은 글씨로 「回し寿司 活 活美登利」라고 쓰인 가게가 보인다. 한국에서는 보통 '카츠 미도리'라고 부르는 회전초밥집인데, 신주쿠 지점이 더 유명하지만 이 메구로점이 본점이다. 나는 이 집을 세 번째 왔고, 그중 두 번은 평일 낮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결과부터 말하면 3시간을 기다렸다.

3시간 대기, 어떻게 버텼나
도착한 게 저녁 6시 40분쯤. 입구 옆 발권기에서 번호표를 뽑았는데 앞에 60팀이 넘게 걸려 있었다. 직원이 "산지칸 구라이(3시간 정도)"라고 담담하게 말하길래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 아니었다. 실제로 이름이 불린 건 9시 40분이 넘어서였다.
기다리는 동안 대기 구역 앞을 몇 번이나 지나쳤다. 대나무와 조경석을 깔아둔 작은 정원, 붉은 벨트로 막아둔 줄, 그 옆에 세워둔 「最新情報(최신 정보)」 디지털 사이니지. 화면에서는 사케 광고와 디저트 광고가 번갈아 돌아간다. 이날 화면에 뜬 프리미엄 소프트크림이 310엔(세전), 튀김류가 140엔이었다. Amazon Pay와 Uber Eats 스티커가 나란히 붙어 있는 게 묘하게 이 가게의 성격을 보여준다. 오래된 초밥집 얼굴을 하고 있지만 운영은 철저히 대량 회전 시스템이다.

3시간을 그냥 서서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번호표를 뽑아두고 아토레 메구로 안을 돌거나, 메구로강 쪽으로 산책을 다녀오는 게 현실적이다. 다만 호출을 놓치면 뒤로 밀린다는 안내가 있으니 순번이 가까워지면 근처로 돌아와 있어야 한다. 대기 시간과 호출 방식은 시기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현장에서 직원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자리에 앉으면 90분 시계가 돌아간다
안으로 들어가면 왜 회전이 이렇게 빠른지 바로 알게 된다. 천장에 걸린 「注意事項」 안내판에 일본어와 영어로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혼잡할 때는 착석 시간을 90분 이내로 부탁한다는 것. 붉은 글씨로 '90분'만 강조해 놨다. 3시간 기다려서 90분 먹는 셈인데, 앉고 나면 이 규칙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내 앞사람들도 그래서 나온 거니까.

주문은 자리마다 놓인 태블릿으로 한다. 일본어·English·中文 세 가지를 고를 수 있어서 일본어를 못 해도 막힐 일이 없다. 화면 왼쪽에 Sushi 1~4, Gunkan, Roll, Dish, Soup/Dessert, Assorted, Drink가 세로로 늘어서 있고, 아래쪽에는 접시 색깔별 가격표가 깔려 있다. 110엔부터 610엔까지 열두 단계, 전부 세전 표시다. 접시 무늬를 눈에 익혀두면 먹으면서 대충 얼마인지 감이 온다.

레인 위로는 실제로 초밥이 계속 돌아간다. 요즘 일본 회전초밥이 레인을 없애고 주문만 받는 곳이 늘었는데 여기는 아직 돌린다. 다만 잡아서 먹는 것보다 태블릿으로 시키는 쪽이 훨씬 낫다. 갓 쥔 게 온다. 레인 옆에 붙은 스티커에 "레버를 돌리면 뜨거운 물이 나옵니다, 화상 주의"라고 적혀 있는데, 이 뜨거운 물이 생각보다 정말 뜨겁다. 가루차 통에서 한 스푼 퍼서 컵에 담고 물을 받으면 된다.

참치, 참치, 그리고 또 참치
이 집에서 돈을 쓸 곳은 분명하다. 참치다. 태블릿 마구로 페이지를 열면 마구로아카미 110엔, 빈토로 170엔, 주토로 210엔, 토로 210엔, 극상 주토로 360엔, 오토로 510엔 순으로 계단처럼 올라간다(전부 세전, 방문 시점 가격). 시간대에 따라 몇 개는 품절로 뜬다. 내가 앉았을 때도 참치아보카도가 이미 빠져 있었다.
주토로를 먼저 시켰다. 노란 접시에 두 점. 선홍색 살에 흰 지방선이 부챗살처럼 퍼져 있고, 밥 위에 얹힌 채로 가장자리가 살짝 늘어질 만큼 부드러웠다. 씹는다는 느낌보다 혀 위에서 풀린다는 쪽에 가깝다. 3시간 기다린 게 이 한 점으로 정산되는 순간이 있는데, 솔직히 이때였다.

더 붉고 결이 굵은 쪽도 시켜봤다. 이쪽은 지방보다 살결이 먼저 느껴진다. 씹는 맛이 있고 뒤끝에 참치 특유의 쇠맛 비슷한 향이 남는다. 부드러운 것만 계속 먹으면 금방 물리니까 중간에 이런 걸 끼워 넣는 게 좋다.

네기토로 군함도 빠뜨리면 아쉽다. 곱게 다진 도로 위에 실파를 한 줌 올려주는데, 파를 이 정도로 아끼지 않는 집은 흔치 않다. 파 향이 기름진 맛을 잘라줘서 두 개를 연달아 먹어도 텁텁하지 않았다.

참치 말고 시켜본 것들
알 종류와 계란말이를 한 접시에 모아 시켰다. 붉은 접시 위에 다시마키타마고, 도비코(날치알) 군함, 이쿠라(연어알) 군함이 나란히 올라온다. 계란말이는 단맛이 세지 않고 다시 향이 도는 쪽이라 사이사이 입가심으로 좋았다. 이쿠라는 알이 굵고 터질 때 짠맛이 확 온다. 도비코는 오독오독한 식감이 전부라 개인적으로는 한 번이면 충분했다.

흰살 아부리도 두 점 시켜봤다. 표면만 살짝 그을려 기름이 배어 나오고 후추 알갱이가 콕콕 박혀 있다. 겉은 고소하고 속은 반생이라 식감 차이가 재밌다. 다만 밥알이 조금 헐겁게 뭉쳐져 있어서 집다가 한쪽이 무너졌다. 회전이 빠른 시간대라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마지막은 초밥이 아니었다. 소고기 구이 한 접시. 넓적한 남색 직사각 접시에 얇게 저민 고기를 펼쳐 담고 파채와 다진 양파를 얹어준다. 기름이 접시에 고일 만큼 지방이 많고, 밑간이 짭짤해서 밥이 아니라 술에 붙는 맛이다. 초밥 집에서 왜 이걸 파나 싶었는데 90분 안에 배를 채워야 하는 사람한테는 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옆에 쌓인 노란 접시 네 장이 그날 참치를 얼마나 먹었는지 말해준다.

위치와 실전 팁
가게는 JR 메구로역과 붙어 있는 아토레 메구로 안에 있다. 개찰구에서 나와 표지판을 따라가면 몇 분 안에 닿는다. 역 안이라 비 오는 날에도 젖을 일이 없고, 3시간 대기를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역 상가 한복판이라 시간을 때울 곳이 많아서다.
다음에 간다면 이렇게 하겠다.
- 금요일·토요일 저녁은 피한다. 굳이 가야 한다면 오픈 직후를 노리거나, 저녁 대신 늦은 오후 애매한 시간에 들어간다.
- 번호표부터 뽑고 아토레 안을 돌거나 메구로강 쪽으로 걸어갔다 온다. 순번이 가까워지면 근처로 복귀.
- 앉자마자 시계가 돌아가니 태블릿 조작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기다리는 동안 뭘 시킬지 정해둔다.
- 참치 등급을 두세 개 섞어 시키고 중간에 계란말이나 알 종류로 입을 끊는다.
- 표시 가격은 세전이다. 접시가 쌓이는 속도를 보면서 계산하면 나중에 놀라지 않는다.
가격·메뉴 구성·품절 여부는 방문 시점마다 달라진다. 이 글의 숫자는 내가 갔던 날 태블릿과 칠판에 적혀 있던 것이고, 영업시간과 대기 운영 방식은 현장 확인을 권한다. 3시간이라는 숫자만 보면 말릴 것 같지만, 주토로 한 점을 물었을 때는 다시 오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다음엔 평일 낮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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