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 도쿄대 혼고 캠퍼스, 은행나무가 길을 통째로 노랗게 덮던 날
도쿄 분쿄구 혼고에 있는 도쿄대학교 혼고 캠퍼스는 관광지가 아니다. 그런데 11월 말이 되면 이 캠퍼스는 도쿄에서 손꼽히는 단풍 명소가 된다. 이유는 하나, 은행나무다. 정문에서 야스다 강당까지 곧게 뻗은 은행나무 길이 통째로 노래지는데, 이건 사진으로 미리 봐도 실제로 그 밑에 서면 또 다르다. 아침 9시쯤 혼고산초메역…
도쿄 · 도쿄대학교
도쿄 분쿄구 혼고에 있는 도쿄대학교 혼고 캠퍼스는 관광지가 아니다. 그런데 11월 말이 되면 이 캠퍼스는 도쿄에서 손꼽히는 단풍 명소가 된다. 이유는 하나, 은행나무다. 정문에서 야스다 강당까지 곧게 뻗은 은행나무 길이 통째로 노래지는데, 이건 사진으로 미리 봐도 실제로 그 밑에 서면 또 다르다. 아침 9시쯤 혼고산초메역에서 걸어 들어갔는데 이미 삼각대를 세운 사람들이 길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문에서 이미 승부가 난다
정문 앞에 서면 화강암 기둥과 철제 장식문 너머로 노란 터널이 그대로 보인다. 문틀이 액자 역할을 해서, 여기서만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사람도 꽤 있었다. 왼쪽 벽돌 기둥에 개문·폐문 시간이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는데 문마다 시간이 다르고 토·일·공휴일에 닫는 문도 있다고 적혀 있었다. 자세한 시간은 갈 때 현장에서 확인하는 게 낫다.

문 옆으로는 초록 구리 지붕을 얹은 붉은 벽돌 수위실 건물이 붙어 있다. 돌바닥이 부챗살 모양으로 깔려 있어서 발밑도 볼 만하다. 학생들은 이 앞을 자전거로 그냥 스쳐 지나간다. 관광객은 멈춰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학생은 페달을 밟는다. 그 대비가 이 캠퍼스의 기본 풍경이다.

가을에 가면 은행나무가 정말 너무 멋있어요
이 말을 그대로 옮겨 적는 이유가 있다. 다른 계절에 여기 와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냥 벽돌 건물이 늘어선 조용한 대학교였다. 11월 말은 완전히 다른 장소다. 길 양옆의 은행나무가 높이 자라서 위쪽에서 가지가 서로 맞닿고, 그 사이로 파란 하늘이 좁게 남는다. 햇빛이 노란 잎을 통과하면서 길바닥과 사람 얼굴까지 노랗게 물들인다.

절정은 나무마다 다르다. 같은 길인데도 어떤 나무는 아직 초록이 반쯤 남았고, 어떤 나무는 잎을 거의 다 떨궈서 가지만 남았다. 낙엽이 깔린 바닥이 오히려 더 진하게 노랗다. 절정 하루를 노리고 가는 것보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초 사이 아무 날이나 잡고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사진을 잘 건지고 싶으면 아침 이른 시간이 좋다. 해가 낮게 깔려서 잎이 뒤에서 빛을 받고, 사람도 훨씬 적다. 낮 12시가 넘어가면 길 한복판에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사람 없는 컷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야스다 강당 — 시계가 11시 방향을 가리키던 시간
은행나무 길 끝에 붉은 벽돌 시계탑 건물이 서 있다. 야스다 강당이다. 앞에 둥근 잔디밭이 있고 주황색 줄로 막아 놔서 잔디로는 못 들어간다. 정면에서 보면 세로로 뻗은 벽돌 기둥들이 탑을 향해 몰려 올라가는 구조인데, 실제로 앞에 서면 사진에서 느낀 것보다 훨씬 크다.

강당 왼쪽 뒤로 유리로 된 현대 건물이 겹쳐 보이는데, 이게 오히려 이 캠퍼스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1920~30년대 벽돌 건물과 최근 지은 유리 건물이 아무렇지 않게 붙어 있다.

가까이 붙어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인상이 또 달라진다. 입구 주변만 거친 돌을 썼고 나머지는 전부 벽돌이라, 아치 부분에서 질감이 확 바뀐다. 시계는 팔각형 두 개가 서로 다른 면에 달려 있다. 오전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사람들이 잘 안 가는 안쪽 길
대부분은 정문 → 은행나무 길 → 야스다 강당까지만 보고 돌아간다. 시간이 남으면 캠퍼스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길 권한다. 아치 회랑이 붙은 벽돌 건물이 여럿 있는데, 계단 위 기둥머리 장식까지 살아 있어서 건물만 봐도 한참 걸린다. 학내 시설이니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만 봤다.

걷다 보면 '中央食堂 / Central Dining Hall' 방향 표지판이 나온다. 학생식당인데 그 앞 은행나무 한 그루가 유독 크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서 나무 한 그루가 작은 광장을 다 덮는다. 식당 이용 가능 여부나 가격은 시기에 따라 다르니 표지판 근처 안내를 직접 확인하는 게 맞다.

다른 길로 접어들면 캠퍼스 지도판과 '総合研究博物館(종합연구박물관)' 표지판이 서 있는 구간이 나온다. 차도가 있어서 분위기가 좀 다른데, 길 끝에 아치 회랑 건물이 정면으로 걸려서 여기 풍경도 괜찮다.


가는 법과 실제로 겪은 팁
혼고 캠퍼스는 지하철로 가는 게 가장 쉽다. 도쿄메트로 마루노우치선·도에이 오에도선 혼고산초메역, 도쿄메트로 난보쿠선 도다이마에역, 지요다선 네즈역·유시마역이 캠퍼스를 둘러싸고 있다. 어느 역에서 내려도 걸어서 대략 5~10분 거리다. 다만 캠퍼스 자체가 넓어서, 은행나무 길과 야스다 강당을 보려면 정문 쪽으로 들어가는 게 동선이 짧다.
캠퍼스 안은 평지가 아니다. 한쪽으로는 경사진 길이 이어지고,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 캠퍼스 반대편 나무들이 갈색·주황으로 물든 게 한눈에 들어온다. 은행나무만 보고 나가기엔 아까운 구간이다.


실제로 겪은 것 몇 가지를 정리해 둔다.
- 여긴 관광지가 아니라 운영 중인 대학이다. 강의동 안으로 들어가거나 학생 얼굴을 정면으로 찍는 건 피하는 게 좋다.
- 자전거가 빠르게 지나간다. 길 한복판에서 카메라 들여다보다가 두 번 비켜섰다.
- 낙엽이 젖어 있으면 벽돌 포장 위가 꽤 미끄럽다. 바닥이 고르지 않은 구간도 있어서 굽 있는 신발은 추천하지 않는다.
- 은행 열매 냄새를 각오해야 한다. 나무 아래 특정 구간에서 확실히 난다. 바람 부는 날은 덜하다.
- 캠퍼스 안에 편의점이나 카페가 있긴 하지만 학기·요일에 따라 운영이 달라진다. 물은 들어가기 전에 사 두는 게 편하다.
도쿄에서 단풍을 보겠다고 멀리 나갈 계획이라면, 시내 한복판에 이 정도 규모의 은행나무 길이 있다는 걸 먼저 계산에 넣어도 좋다. 지하철에서 내려 10분 걷고, 문 하나를 통과하면 바로 그 풍경이다. 입장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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