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사 아즈마바시 교차로에서 보낸 늦은 오후 — 인력거 한 바퀴와 황금 불꽃

도쿄 아사쿠사에서 제일 많이 서 있게 되는 지점이 어디냐고 물으면 나는 센소지 경내가 아니라 아즈마바시(吾妻橋) 교차로라고 답한다. 지하철 긴자선 아사쿠사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이 사거리다. 스미다강을 건너기 직전, 아사히 맥주 본사의 황금색 오브제와 도쿄 스카이트리가 한 화면에 겹쳐 들어오는 자리. 카미나리몬에서…

도쿄 · 아사쿠사 아즈마바시 교차로

도쿄 아사쿠사에서 제일 많이 서 있게 되는 지점이 어디냐고 물으면 나는 센소지 경내가 아니라 아즈마바시(吾妻橋) 교차로라고 답한다. 지하철 긴자선 아사쿠사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이 사거리다. 스미다강을 건너기 직전, 아사히 맥주 본사의 황금색 오브제와 도쿄 스카이트리가 한 화면에 겹쳐 들어오는 자리. 카미나리몬에서 걸어오면 3분도 안 걸린다.

강 건너로 겹쳐 보이는 세 개의 랜드마크

이 교차로가 사진 명당인 이유는 단순하다. 시선을 강 쪽으로 두면 왼쪽에 스카이트리, 가운데에 아사히 본사 건물(맥주잔 모양이라 현지에서는 '비어 타워'라 부른다), 그 옆 검은 건물 위에 얹힌 황금 불꽃이 한 줄로 늘어선다. 관광객들이 흔히 '황금 똥'이라 부르는 그 조형물이다.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크고, 표면이 매끈해서 해가 낮게 깔리는 시간대에는 정말로 불이 붙은 것처럼 번들거린다.

해질 무렵 아즈마바시 교차로에서 바라본 풍경. 왼쪽에 도쿄 스카이트리, 가운데 아사히 맥주 본사 건물과 황금 불꽃 오브제, 오른쪽에 버거킹 간판과 흰 택시가 보인다
오후 6시 무렵의 아즈마바시 사거리. 왼쪽 붉은 간판은 가미야 바(神谷バー), 오른쪽은 버거킹.

사진 왼쪽 위에 보이는 빨간 간판 '神谷バー(가미야 바)'는 1880년 문을 연 일본 최초의 바로 알려진 곳이다. 데구리쓰(電気ブラン)라는 독한 브랜디 베이스 술이 간판 메뉴인데, 1층은 표를 먼저 사고 자리를 잡는 방식이라 처음 가면 살짝 당황한다. 나도 첫 방문 때 줄 서 있다가 직원이 손짓하는 걸 못 알아듣고 두 번이나 되물었다. 가격은 시기마다 바뀌니 현장 확인을 권한다.

길 건너 버거킹은 여행자에게 은근히 요긴하다. 화장실이 급할 때, 비 올 때 30분 버틸 때 쓸 만하다. 관광지 한복판이라 늘 붐비긴 한다.

인력거는 꼭 한 번 타보길 — 걷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아사쿠사에 여러 번 왔지만 인력거(人力車)는 오래 미뤘다. 비싸 보였고, 솔직히 남들 보는 데서 타는 게 민망했다. 그러다 아이들과 함께 온 날 한 번 탔는데, 그날 이후로 처음 오는 지인에게는 무조건 추천한다.

스카이트리를 배경으로 검은 인력거 두 대에 나눠 탄 네 사람이 붉은 무릎담요를 덮고 브이 포즈를 취한 모습
스카이트리를 등지고 인력거 두 대. 뒤 흰 깃발에 '아사쿠사' 글자가 보인다.

인력거는 보통 2인승이라 일행 넷이면 두 대로 나눠 타게 된다. 무릎에 덮어주는 저 붉은 담요는 사진용 소품이 아니라 진짜 필요하다. 사람이 끄는 속도로 달려도 강바람이 정면으로 들어와서, 4월 초순 저녁에도 다리가 꽤 시렸다. 담요를 덮으니 그제야 견딜 만했다.

차부(車夫)들은 대개 젊고, 달리면서 계속 말을 건다. 우리를 끌던 사람은 영어와 간단한 한국어를 섞어가며 "저 건물이 왜 저 모양인지 아느냐"고 물어보고, 대답을 못 하니 신나서 설명을 이어갔다. 코스 중간에 좋은 각도가 나오면 알아서 멈춰서 카메라를 받아 사진을 찍어준다. 사진 실력이 프로급이었다 — 우리가 직접 찍은 것보다 훨씬 잘 나왔다.

실제로 타본 감상을 정리하면 이렇다.

위치와 접근성

아즈마바시 교차로는 아사쿠사역(긴자선·도에이 아사쿠사선·도부선)이 전부 모이는 지점 바로 위라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스미다강 유람선 선착장도 다리 아래쪽에 있어서, 오다이바나 하마리큐로 넘어갈 계획이라면 여기서 배를 타는 게 지하철보다 훨씬 재미있다. 센소지 → 나카미세 거리 → 아즈마바시 → 유람선 순서로 짜면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해가 진 뒤 택시가 늘어서는 자리

같은 교차로도 밤이 되면 성격이 바뀐다. 낮의 관광객 물결이 빠지고, 대신 택시가 줄줄이 들어선다.

밤의 아즈마바시 교차로. 검은색과 흰색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고 뒤로 노란 조명을 받은 황금 불꽃 오브제와 수도고속도로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밤의 같은 교차로. 초록 'km' 사인은 도쿄 대형 택시회사 국제자동차의 표시등이다.

초록색 이등변삼각형 조명이 켜진 아사히 본사 옥상과, 아래에서 쏘는 조명을 받아 노랗게 뜬 불꽃 오브제가 밤에 더 도드라진다. 머리 위 초록 표지판에는 수도고속도로 입구 안내가 붙어 있다 — 무코지마 1.5km, 고마가타 800m. 이 사거리가 관광지이면서 동시에 고속도로 진입로 앞 간선도로라는 뜻이고, 그래서 밤에도 차 소리가 계속 난다. 조용한 야경을 기대하고 오면 실망한다.

사진 오른쪽 아래 택시 지붕의 초록 'km' 표시등은 국제자동차 소속 차량이다. 아사쿠사에서 늦게까지 놀다 숙소로 돌아갈 때 이 줄에서 잡으면 되는데, 도쿄 택시는 기본요금부터 부담이 크다. 나는 웬만하면 아사쿠사역 막차 시간을 확인해두고 지하철을 탄다.

처음 오는 사람이 놓치기 쉬운 것

아사쿠사는 낮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같은 교차로에 두 번 서 봐야 이 동네가 관광지이자 사람들이 실제로 출퇴근하는 거리라는 게 몸으로 들어온다.

이어서 볼 글

  • 아키하바라 주오도리부터 간다강까지, 여러 번 다시 걸어본 도쿄 전자상가 기록

    도쿄 아키하바라는 한 번 와서 다 봤다고 말하기 어려운 동네다. 나는 계절을 바꿔가며 여러 번 왔는데, 올 때마다 간판이 갈리고 진열장 가격표가 바뀌어 있었다. JR 아키하바라역 전기가(電気街) 출구로 나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요도바시카메라 멀티미디어 Akiba 쪽 통로다. 처음 왔을 때 이 사인을 보고 방향을 잡았다…

    도쿄 · 아키하바라
  • 도쿄 니시긴자 찬스센터에서 연말 점보 복권 300엔짜리 한 장 사보기

    도쿄 신바시역 히비야 출구에서 나와 고가도로 쪽으로 3분쯤 걸으면, 뜬금없이 사람 줄이 인도를 따라 늘어서 있는 구간이 나온다. 니시긴자 찬스센터(西銀座チャンスセンター)다. 긴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신바시와 유라쿠초 사이, 도쿄 고속도로 아래 상가 1층 모퉁이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복권 판매소다. 나는 이…

    도쿄 · 니시긴자 찬스센터
  • 우에노 아메요코, 해 지고 나서가 진짜다 — 오카치마치 게이트에서 우에노역까지 걸어본 저녁

    도쿄에 올 때마다 우에노 아메요코(アメ横)는 일정에 넣지 않아도 결국 발이 향한다. 이번엔 오카치마치 쪽에서 들어가 우에노역 쪽으로 훑고 나왔다. 낮에 왔다가 "생각보다 별거 없네" 하고 돌아간 사람이 주변에 꽤 있는데, 이 동네는 오후 5시 넘어 간판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부터 표정이 바뀐다. JR 선로 밑 아치와…

    도쿄 · 아메요코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