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노코 모토하코네, 해질 무렵 주차장에서 후지산이 정면으로 떠올랐다
가나가와현 하코네의 아시노코(芦ノ湖)에 도착한 건 저녁 무렵이었다. 낮에 오와쿠다니 쪽을 돌다가 구름이 두꺼워져서 후지산은 포기했는데, 모토하코네 선착장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순간 서쪽 하늘이 갈라졌다. 구름 아래로 주황색 띠가 깔리고, 그 위로 산 하나가 검은 능선 뒤에서 정확히 솟아 있었다. 후지산이었다.
가나가와 · 아시노코
가나가와현 하코네의 아시노코(芦ノ湖)에 도착한 건 저녁 무렵이었다. 낮에 오와쿠다니 쪽을 돌다가 구름이 두꺼워져서 후지산은 포기했는데, 모토하코네 선착장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순간 서쪽 하늘이 갈라졌다. 구름 아래로 주황색 띠가 깔리고, 그 위로 산 하나가 검은 능선 뒤에서 정확히 솟아 있었다. 후지산이었다.
호수에 걸친 후지산, 이 각도가 이유의 전부다
아시노코가 후지산 뷰포인트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호수의 북동쪽 물가에 서면 남서쪽 능선 사이로 후지산이 정확히 끼어 들어온다. 앞을 가리는 건물이 없고, 물이 화면 아래 절반을 통째로 채운다. 산만 크게 찍히는 다른 전망대와는 성격이 다르다. 여기서는 물 위에 산이 얹힌 한 장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호수 쪽으로 스무 걸음쯤 걸어 나가면 난간이 있고, 그 앞에 동상과 커다란 화산암 두 덩어리가 서 있다. 그 사이로 보는 구도가 가장 좋았다. 가로등이 켜지면서 주황 불빛이 하나 들어오는데, 그게 오히려 화면에 온도를 만들어줬다.

정상을 당겨봤다. 눈이 덮인 부분과 아래 검은 능선의 경계가 칼같이 나뉜다. 5월 말인데도 정상부는 하얗게 남아 있었다. 오른쪽 아래 가로등이 프레임에 걸리는데, 빼려고 몇 걸음 옮겨봤지만 그냥 넣는 편이 나았다.

물 위로 넓게 잡으면 다른 그림이 된다
같은 자리에서 렌즈를 넓게 잡으면 완전히 다른 사진이 나온다. 왼쪽 침엽수 능선이 어둡게 깔리고, 잔물결 하나 없는 수면이 노을빛을 그대로 받는다. 후지산은 화면 가운데에서 작게, 그러나 또렷하게 남는다. 이쪽이 아시노코다운 장면이다.

바람이 약한 날을 만나야 이 그림이 나온다. 낮에는 호수 위로 바람이 꽤 불어서 물결이 서고, 그러면 반사가 죽는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30분 전후로 바람이 잦아드는 경우가 많았다.
해적선이 아직 정박해 있는 시간
모토하코네항 선착장 쪽으로 걸어가면 하코네 해적선이 묶여 있다. 금색 장식이 잔뜩 붙은 배가 어두운 물 위에 앉아 있고, 오른쪽 멀리로 후지산이 보인다. 관광용 유람선이라 낮에는 사람이 몰리는데, 운항이 끝난 뒤엔 배가 조용히 세워져 있어서 오히려 사진이 잘 나온다.

배를 타려면 낮에 와야 한다. 운항 시각과 요금은 계절마다 바뀌니 당일 선착장 게시판이나 공식 안내로 확인하는 게 확실하다.
위치와 접근 — 주차장이 곧 전망대다
내가 선 자리는 호수 동쪽 물가, 'ようこそ箱根へ / Welcome to HAKONE' 간판이 붙은 주차장이었다. 안쪽에 붉은 지붕의 RESTAURANT 건물이 있고 벽에 물고기 조형물이 붙어 있다. 저녁 시간이라 주차 칸이 거의 다 비었는데, 낮에는 이 자리가 꽉 찬다. 전망을 보러 온 사람이라면 이 점이 중요하다. 차를 대는 곳과 후지산이 보이는 곳이 사실상 같은 자리다. 짐을 들고 언덕을 오를 필요가 없다.

차가 없으면 오다와라역이나 하코네유모토역에서 하코네등산버스를 타고 모토하코네·하코네마치 방면으로 들어오면 된다. 정류장에서 호숫가까지는 걸어서 몇 분 거리다. 하코네 프리패스를 쓰는 사람이 많은데, 버스·해적선·케이블카를 묶어 쓸 계획이라면 계산해볼 만하다. 다만 한두 구간만 탈 거라면 개별 요금이 쌀 수도 있으니 동선을 먼저 정하는 게 낫다.
호수 반대편, 흐린 날의 얼굴
다음 날 아침은 완전히 달랐다. 구름이 산허리까지 내려앉아 후지산은 흔적도 없었다. 상점가 도로변으로 걸어 나가니 도로에 물기가 남아 있고, 세로 간판에 '와카사기(わかさぎ)' 같은 글자가 붙은 가게들이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판기 하나, 지나가는 경차 한 대, 그게 전부인 시간대였다.

하코네를 여러 번 왔지만 후지산이 제대로 보인 날은 절반이 안 된다. 여름철엔 특히 낮 동안 수증기가 올라와 산이 가려지는 일이 잦다. 아침 일찍이나 해질 무렵, 그리고 비 온 다음 날 공기가 씻긴 날이 확률이 높았다. 앞의 사진들도 낮엔 아무것도 안 보이다가 저녁에 갑자기 열린 경우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
- 후지산이 보이는 시간대는 짧다. 해가 넘어가고 10~20분 안에 색이 다 빠진다. 자리 잡을 거면 일몰 40분 전에는 도착해 있어야 한다.
- 호숫가는 표고가 700m대라 저녁이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다. 5월 말인데도 얇은 외투가 필요했다.
- 망원으로 정상을 당길 계획이면 삼각대까지는 아니어도 난간에 팔을 걸치는 정도의 지지대는 있어야 한다. 어두워지면 손떨림이 그대로 남는다.
- 주변 식당은 저녁에 일찍 닫는 곳이 많다. 영업시간은 현장에서 확인하는 게 확실하다.
다시 온다면 같은 주차장에 해지기 한 시간 전에 차를 대고, 가로등이 켜질 때까지 그냥 앉아 있을 생각이다. 그날 후지산이 나와줄지는 도착해봐야 알지만, 열리는 순간의 아시노코는 다른 어떤 뷰포인트와도 바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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