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나카메구로 근처 곤피라차야(Konpira Cha-ya), 카레우동은 옵션을 다 넣어야 완성된다

도쿄에서 우동집을 고를 때 나는 보통 카레우동은 피한다. 국물이 뻑뻑하면 면 맛이 다 죽고, 옷에 튀면 하루가 망하니까. 그런데 이 집 곤피라차야(こんぴら茶屋)는 다르다는 얘기를 몇 번 들어서, 메구로강 쪽에서 걸어 들어가 점심 언저리에 문을 밀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기서 카레우동을 시킬 거면 토핑 옵션을 아끼지 마라.…

도쿄 · Konpira Cha-ya

도쿄에서 우동집을 고를 때 나는 보통 카레우동은 피한다. 국물이 뻑뻑하면 면 맛이 다 죽고, 옷에 튀면 하루가 망하니까. 그런데 이 집 곤피라차야(こんぴら茶屋)는 다르다는 얘기를 몇 번 들어서, 메구로강 쪽에서 걸어 들어가 점심 언저리에 문을 밀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기서 카레우동을 시킬 거면 토핑 옵션을 아끼지 마라. 기본만 시키고 나오면 이 집을 절반도 못 먹은 셈이다.

가게 안 분위기,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보이는 것

카운터 자리에 앉으면 눈높이에 검은 안주 메뉴판이 붙어 있다. 아나고와 오이 무침, 오보로도후, 시메사바, 야마이모 튀김, 이코노 자코텐 같은 이름이 세로로 적혀 있고 가격은 490엔대부터. 논알콜 맥주 970엔, 300엔짜리 항목도 눈에 들어왔다. 우동집이라기보다 낮술 가능한 이자카야 겸업에 가깝다. 실제로 낮부터 혼자 와서 안주 하나 놓고 잔 기울이는 손님이 있었다.

테이블 위 조미료 통도 미리 봐두면 좋다. 빨간 뚜껑의 교토 시치미(京 표기가 붙은 병)와 후추통이 나란히 서 있다. 카레우동은 이미 간이 확실한 편이라 처음부터 뿌리지 말고, 반쯤 먹고 나서 시치미를 조금 흔들어 넣는 편이 낫더라.

카레우동 한 그릇 — 옵션을 전부 얹으면 이렇게 나온다

주문할 때 토핑을 하나씩 고민하다가, 그냥 넣을 수 있는 건 다 넣어달라고 했다. 그렇게 나온 그릇이 이거다. 커다란 유부 한 장, 수란처럼 흰자가 굳은 달걀, 얇게 저민 고기, 잘게 썬 파. 국물은 걸쭉한 갈색이고 표면에 기름이 얇게 떠 있다.

검은 사발에 담긴 걸쭉한 갈색 카레우동. 왼쪽에 노릇하게 구운 큼직한 유부, 오른쪽에 흰자가 굳은 달걀, 가운데 얇은 고기와 송송 썬 파가 올라가 있다
유부·달걀·고기·파를 전부 얹은 카레우동. 오른쪽 잔은 같이 시킨 차.

유부는 겉면이 살짝 눌은 자국이 남아 있어서 그냥 삶은 게 아니라 한 번 구워 올린 티가 난다. 처음엔 건드리지 말고 국물에 담가두다가, 중간쯤에 젓가락으로 가르면 안쪽까지 카레가 배어 들어와 있다. 이게 이 집 카레우동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이다. 달걀은 흰자만 단단하고 노른자는 안에서 반쯤 흐르는 상태라, 터뜨려서 국물에 섞으면 매운기가 한 단계 눌리면서 부드러워진다. 순서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처음부터 터뜨리면 카레 자체의 향신료 맛을 못 보고 끝난다.

고기는 얇게 저민 것이 국물 속에 흩어져 있는데, 양이 많지는 않다. 고기를 기대하고 가면 아쉬울 수 있다. 이 그릇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면과 국물이다.

면은 굵고, 국물은 면을 놓아주지 않는다

면을 들어 올렸을 때가 이 집의 진짜 얼굴이다. 굵기가 제각각인 사누키식 면이 국물을 통째로 끌고 올라온다. 젓가락 사이로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면 표면에 카레가 코팅처럼 붙어 있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린 굵은 우동 면발에 걸쭉한 카레 국물이 두껍게 붙어 있고, 아래 사발에는 유부와 달걀이 보인다. 뒤로는 검은 안주 메뉴판과 조미료 통이 있다
면을 들면 국물이 통째로 딸려 온다. 뒤쪽 메뉴판에 안주 라인업과 가격이 보인다.

씹으면 겉은 미끈하고 속은 확실히 버틴다. 카레 국물에 오래 담가둬도 잘 안 퍼진다. 다만 이 굵기와 이 점도의 조합이라 튄다. 실제로 나는 두 번 튀었다. 흰옷 입고 갈 자리는 아니고, 앞접시나 냅킨을 무릎에 깔아두는 게 낫다. 가게에 종이 냅킨은 넉넉하게 있었다.

맛은 일본식 카레루의 단맛보다 다시 쪽이 앞선다. 가쓰오 향이 먼저 오고 향신료가 뒤따라온다. 매운 편은 아니다. 한국에서 매운 카레에 익숙한 사람이면 밍밍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그래서 시치미가 테이블에 있는 것이다.

차 한 잔과 뜨거운 국물

같이 나온 건 얼음 넣은 호지차. 굵은 각얼음이 잔 안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잔 표면에 벌써 물이 맺혀 있었다. 카레우동이 생각보다 오래 뜨겁다. 사발이 두꺼워서 열이 잘 안 빠진다. 국물 몇 숟갈 뜨고 나면 입천장이 얼얼해지는데, 그때 이 차가 있어야 한다.

손으로 잡은 유리잔에 큼직한 각얼음과 갈색 차가 담겨 있고, 뒤쪽 테이블에 빨간 뚜껑의 교토 시치미 병과 은색 후추통이 놓여 있다
얼음차 한 잔. 뒤에 보이는 빨간 뚜껑이 교토 시치미다.

위치와 가는 법

촬영 지점 기준으로 도쿄 메구로구 일대, 메구로강 산책로에서 걸어 닿는 거리다. 큰길에 면한 화려한 가게가 아니라 골목 안쪽 분위기라, 지도 없이 감으로 찾으면 한 번은 지나친다. 좌석 수가 많지 않아 점심 피크(12시~13시)에는 줄이 생긴다. 나는 조금 이르게 들어가서 바로 앉았다.

다음에 가면 이렇게 시킨다

도쿄에 우동집은 셀 수 없이 많고, 솔직히 면발 자체로 여기보다 이름난 집도 있다. 다만 카레 국물과 면이 서로 붙어 있는 상태를 좋아한다면 곤피라차야는 값을 한다. 그릇을 비우고 나서 앞접시에 남은 카레 자국을 보면서, 옵션을 다 넣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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