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금각사, 연못 앞 3분과 뒷산 언덕에서 다시 본 로쿠온지
일본 교토 북서쪽 기타구, 킨카쿠지초에 있는 로쿠온지(鹿苑寺)를 사람들은 그냥 금각사라고 부른다. 겨울 끝자락 흐린 오전에 갔다. 소나무 잎에 물기가 남아 있었고 바람은 목덜미가 시릴 정도였는데, 매표소를 지나 길이 왼쪽으로 꺾이는 순간 시야가 확 트이면서 경호지(鏡湖池) 건너편에 금각이 통째로 나타난다. 그 구간이 이…
교토 · 금각사
일본 교토 북서쪽 기타구, 킨카쿠지초에 있는 로쿠온지(鹿苑寺)를 사람들은 그냥 금각사라고 부른다. 겨울 끝자락 흐린 오전에 갔다. 소나무 잎에 물기가 남아 있었고 바람은 목덜미가 시릴 정도였는데, 매표소를 지나 길이 왼쪽으로 꺾이는 순간 시야가 확 트이면서 경호지(鏡湖池) 건너편에 금각이 통째로 나타난다. 그 구간이 이 절의 전부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문제는 나만 그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연못 건너편에서 보는 정면 — 사람은 많고, 자리는 좁다
정문에서 걸어 들어와 처음 만나는 뷰가 이 각도다. 3층 누각 중 위의 두 층에 금박이 덮여 있고, 1층은 금박 없이 흰 회벽과 나무 기둥 그대로다. 사진으로만 봤을 땐 건물 전체가 금인 줄 알았는데 직접 보면 아래층이 담백해서 오히려 위쪽 금색이 떠 보인다.

물에 비친 금각을 제대로 담고 싶으면 바람을 기다려야 한다. 잔물결이 서면 반사가 부서져서 그냥 노란 얼룩이 된다. 나는 같은 자리에서 2~3분쯤 서서 수면이 잠잠해지는 순간을 노렸다. 사진 오른쪽 아래 물빛이 뿌옇게 갈라진 부분이 딱 바람 지나간 자국이다. 이 관람로는 일방통행이라 되돌아갈 수 없으니, 마음에 드는 컷을 못 건졌다고 뒤로 밀고 들어가지 말 것. 뒤에 줄이 밀린다.
측면으로 돌아가면 구조가 보인다
관람로를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면 금각을 비스듬한 측면에서 보게 된다. 여기서야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해가 된다. 층마다 양식이 다르다. 아래 두 층은 주거·접객용 공간처럼 툇마루와 난간이 이어지고, 맨 위층만 창살이 촘촘한 불당 형식이다. 지붕 끝에 금색 봉황이 앉아 있는데, 이건 연못 정면에서는 잘 안 보이고 이 각도에서 하늘을 배경으로 실루엣이 뜬다.

오른편에 물 위로 기둥을 박고 나와 있는 작은 정자가 눈에 띄었다. 지붕이 낮고 금박이 전혀 없어서 본채와 대비가 크다. 왼쪽 담장 너머로는 관람객 줄이 그대로 보이는데, 흐린 날인데도 이 정도였다. 사진에 사람 안 넣으려면 카메라를 오른쪽으로 더 틀거나 소나무 가지를 앞에 걸고 찍는 수밖에 없다.
가는 법과 동선 — 버스가 답이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애매하게 멀어서 대부분 버스로 간다. 교토역 앞 버스터미널에서 시버스(市バス) 205번이나 급행 계열을 타면 킨카쿠지미치(金閣寺道) 정류장에서 내리고, 거기서 언덕을 조금 올라 도보 3~5분이면 총문이다. 카와라마치·시조 쪽에서는 12번이 편하다. 배차는 자주 있지만 오전 10시 이후엔 좌석은 포기하는 게 마음 편하다. 요금과 배차는 현장 안내판 확인을 권한다.
경내는 완전한 일방통행 순환로다. 연못 정면 → 측면 → 뒷산 언덕 → 안민타쿠 연못 → 찻집 → 출구 순서로 흐르고, 전부 걸어도 40분 안쪽이면 끝난다. 짧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대신 근처 료안지·닌나지를 묶어 반나절 코스로 짜는 편이 시간이 아깝지 않다. 입장권이 부적(오후다) 모양 종이라 표를 버리지 말고 챙겨두면 기념품이 하나 생긴다.
끝나가는 언덕길에서 한 번 더 뒤돌아보기
대부분 사람들이 연못 앞에서 사진을 다 찍고 나면 뒤는 대충 지나쳐 나간다. 나도 첫 방문 때는 그랬다. 그런데 순환로 후반, 나무 사이로 올라가는 완만한 언덕에서 뒤를 돌아보면 아까 그 금각이 숲 틈으로 아주 작게 다시 나타난다. 정면 컷과는 완전히 다른 인상이다.

이 컷을 찍을 무렵엔 구름이 걷혀 하늘이 파랗게 열려 있었다. 같은 절인데 30분 사이 사진 톤이 이렇게 달라진다. 앞쪽 관목에 붉게 물든 잎이 남아 있고, 그 너머 자갈길로 사람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나뭇가지가 화면을 반쯤 가려서 "잘 찍은 사진"은 못 된다. 그래도 나는 이 장면이 더 기억에 남는다. 금각을 정면에서 마주 보는 게 아니라, 슬쩍 훔쳐보는 느낌이라서.
겨울에 가면서 알아둘 것
- 연못 주변은 그늘이고 물바람이 분다. 시내보다 체감이 확실히 낮으니 겉옷 하나 더.
- 흐린 날은 금색이 죽는 대신 반사가 잘 잡힌다. 맑은 날은 정오 즈음 금박이 하얗게 날아가기 쉽다.
- 내부 관람은 안 된다. 건물 안에 들어가는 절이 아니라 밖에서 도는 절이다.
- 일방통행이라 되돌아가기가 안 된다. 찍고 싶은 각도는 그 자리에서 끝내야 한다.
- 개방 시간·입장료는 시기에 따라 바뀌므로 방문 전 공식 안내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버스에서 내려 언덕을 오르는 3분, 나무 사이로 금색이 처음 번쩍하는 순간. 그 짧은 구간을 위해 사람들이 그렇게 몰린다는 걸, 세 번째 방문에서야 납득했다.
이어서 볼 글
- 아키하바라 주오도리부터 간다강까지, 여러 번 다시 걸어본 도쿄 전자상가 기록
도쿄 아키하바라는 한 번 와서 다 봤다고 말하기 어려운 동네다. 나는 계절을 바꿔가며 여러 번 왔는데, 올 때마다 간판이 갈리고 진열장 가격표가 바뀌어 있었다. JR 아키하바라역 전기가(電気街) 출구로 나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요도바시카메라 멀티미디어 Akiba 쪽 통로다. 처음 왔을 때 이 사인을 보고 방향을 잡았다…
도쿄 · 아키하바라 - 도쿄 니시긴자 찬스센터에서 연말 점보 복권 300엔짜리 한 장 사보기
도쿄 신바시역 히비야 출구에서 나와 고가도로 쪽으로 3분쯤 걸으면, 뜬금없이 사람 줄이 인도를 따라 늘어서 있는 구간이 나온다. 니시긴자 찬스센터(西銀座チャンスセンター)다. 긴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신바시와 유라쿠초 사이, 도쿄 고속도로 아래 상가 1층 모퉁이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복권 판매소다. 나는 이…
도쿄 · 니시긴자 찬스센터 - 우에노 아메요코, 해 지고 나서가 진짜다 — 오카치마치 게이트에서 우에노역까지 걸어본 저녁
도쿄에 올 때마다 우에노 아메요코(アメ横)는 일정에 넣지 않아도 결국 발이 향한다. 이번엔 오카치마치 쪽에서 들어가 우에노역 쪽으로 훑고 나왔다. 낮에 왔다가 "생각보다 별거 없네" 하고 돌아간 사람이 주변에 꽤 있는데, 이 동네는 오후 5시 넘어 간판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부터 표정이 바뀐다. JR 선로 밑 아치와…
도쿄 · 아메요코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