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 4초메 사거리에서 산 기무라야 안팡, 다 먹기 전에 손이 끈적해졌다

도쿄 긴자에 올 때마다 4초메 사거리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와코 시계탑을 등지고 마쓰야 쪽으로 열 걸음쯤 걸으면 바로 나오는 건물이 기무라야(木村家)다. 간판이 요란하지 않아서 처음 오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유리창 안쪽에 걸린 흘림체 나무 간판 석 자, 그게 전부다. 이번엔 여름 한 번, 겨울 한 번, 시…

도쿄 · 긴자 기무라야

도쿄 긴자에 올 때마다 4초메 사거리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와코 시계탑을 등지고 마쓰야 쪽으로 열 걸음쯤 걸으면 바로 나오는 건물이 기무라야(木村家)다. 간판이 요란하지 않아서 처음 오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유리창 안쪽에 걸린 흘림체 나무 간판 석 자, 그게 전부다. 이번엔 여름 한 번, 겨울 한 번, 시간을 두고 두 번 들렀다.

유리 파사드 안쪽에 흘림체 '木村家' 간판이 걸린 긴자 기무라야 1층 매장, 여름 옷차림의 손님들이 빵을 고르고 있다
여름 오후. 1층 매장은 문이 활짝 열려 있고 사람이 계속 드나든다. 오른쪽 아래 세워둔 입간판이 '桃パフェ'(복숭아 파르페) 안내다.

여름에 갔을 때는 문 앞에 파르페 입간판이 나와 있었다. 2층 카페 메뉴인데 가격이 1,600엔대로 적혀 있었다. 계절 한정이라 지금도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 그건 현장에서 확인하는 게 맞다. 나는 그날 위층까지 올라갈 여유가 없어서 1층에서 빵만 집어 나왔다.

진열대 앞에서 고민하다 세 번 밀렸다

1층 매장 구조가 좀 특이하다. 여느 빵집처럼 쟁반에 담아 오는 게 아니라, 유리 뚜껑을 덮은 나무 상자가 카운터 위에 일렬로 놓여 있고 그 뒤에 하피(法被)를 입은 직원이 서 있다. 손님이 종류를 말하면 집게로 집어 종이에 싸준다. 즉, 뭘 살지 정하고 줄을 서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뒤늦게 뭘 살지 못 정해서 뒷사람에게 두어 번 순서를 양보했다.

나무 상자에 담긴 둥근 안팡들과 그 뒤에 서 있는 감색 하피 차림의 직원, 벽에는 종류별 나무 가격표와 우키요에 그림이 걸려 있다
카운터 위 나무 상자마다 다른 종류가 들어 있다. 벽에 걸린 나무 팻말이 메뉴판 겸 가격표.

벽에 걸린 나무 팻말을 세로로 읽어보면 종류가 꽤 된다. 사쿠라(桜), 오구라(小倉), 시로(白), 우구이스(うぐいす), 케시(けし), 크림, 치즈크림, 커피, 밤(栗), 시오레몬(塩レモン), 고나쓰미칸(小夏みかん), 잼. 가격은 팻말마다 한자 숫자로 적혀 있는데 대체로 200엔대였다. 종류에 따라 다르고 바뀌기도 하니 정확한 금액은 가서 확인하는 편이 낫다.

사쿠라 안팡 앞에는 분홍색 안내판이 따로 세워져 있었다. 가운데에 소금에 절인 벚꽃 잎을 박아 넣은 것으로, 메이지 시대에 천황에게 헌상했다는 이력을 적어놨다. 관광객이 많이 집는 건 이 사쿠라와 오구라 쪽이다.

빵 자체는 생각보다 얌전하다

겨울에 다시 갔다. 같은 자리인데 인상이 꽤 달랐다. 나무 간판에 겨울 오후 햇빛이 정면으로 들어와서 글씨 획이 하얗게 떴고, 문 앞에는 나무 상자를 쌓아 만든 임시 매대가 나와 있었다. 2층 창가 자리에 앉은 손님들 뒷모습이 밖에서 그대로 보인다.

겨울 햇빛을 받은 기무라야 외관, 흘림체 나무 간판 아래 'GINZA KIMURAYA' 글씨와 나무 상자를 쌓은 노천 매대가 보인다
간판 바로 아래 차양에 'GINZA KIMURAYA'가 작게 새겨져 있다. 이걸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

손에 받아 든 빵은 예상보다 작았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고, 겉면에 하얀 가루기가 살짝 도는 매끈한 반죽이다. 흔히 보는 일본 단팥빵처럼 윤기 나게 구운 갈색이 아니라 색이 연하다. 종이에 싸주긴 하는데 봉투가 얇아서 온기가 금방 빠진다.

기무라야 나무 간판을 배경으로 종이에 싸인 둥근 안팡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
가게 앞에서 바로 한 컷. 크기 감이 이 정도다.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안에서 팥소랑 하얀 크림이 같이 나왔다. 팥은 통팥에 가깝게 알갱이가 살아 있고 단맛이 세지 않다. 크림이 상온에서 물러져서, 두 입째부터는 반죽 옆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서서 먹다가 손가락이 끈적해졌고 물티슈가 없어서 조금 곤란했다. 여름에 사면 이건 거의 확정이다. 빵집 종이봉투를 접어서 받침으로 쓰는 게 그나마 나은 방법이었다.

한 입 베어 문 안팡 단면, 알갱이가 살아 있는 팥소와 하얀 크림이 반죽 사이로 드러나 있다
단면. 팥소와 크림이 같이 들어 있어서 흘러내리기 쉽다.

맛은 자극적이지 않다. 화려한 걸 기대하고 오면 심심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반죽에서 술 냄새 비슷한 향이 아주 옅게 올라오는데, 이스트 대신 쌀누룩으로 발효시킨 '사케다네(酒種)' 반죽이라 그렇다. 벽 팻말에도 종류마다 '酒種'이라고 붙어 있다. 이 향이 취향에 맞으면 계속 생각나고, 안 맞으면 그냥 순한 단팥빵으로 남는다.

위치는 헤맬 수가 없다

기무라야를 못 찾겠다면 와코 시계탑을 먼저 찾으면 된다. 긴자 4초메 사거리 모퉁이에 곡선으로 서 있는 석조 건물, 꼭대기에 세이코 시계가 달린 그 건물이다. 도쿄메트로 긴자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면 바로 눈앞에 있고, 시계탑을 등지고 서면 도보 1분 거리 안에 기무라야 간판이 보인다.

맑은 날 긴자 4초메 사거리의 와코 건물 전경, 오른쪽으로 미쓰코시 긴자와 마쓰야 긴자 간판이 이어진다
이른 아침의 4초메 사거리. 오른쪽 붉은 간판이 미쓰코시 긴자다.

일요일 오후에 오면 주오도리가 보행자천국으로 바뀐다. 차도 한가운데에 '歩行者天国実施中' 표지판이 놓이고, 사람들이 도로 한복판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이때가 시계탑을 정면에서 찍기 제일 좋은 시간이다. 대신 사람도 제일 많다.

보행자천국 표지판이 놓인 긴자 사거리 도로 위에서 사람들이 와코 시계탑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겨울 저녁 풍경
보행자천국 시간. 파란 표지판에 '歩行者天国実施中'이라고 적혀 있다.

비 오는 날 같은 자리에 다시 서봤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하늘이 회색이면 석조 건물의 결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우산 쓴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이 오히려 이 동네답게 느껴졌다.

흐린 날 와코 건물과 긴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오른쪽 뒤로 미키모토와 야마노악기 건물이 보인다
흐린 날의 4초메. 오른쪽 건물 옥외 광고에 걸린 게 안팡 사진이다.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올려다본 세이코 시계탑 클로즈업, 시계판 아래 SEIKO 글씨가 보인다
시계탑만 당겨서. 정각마다 종이 울린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사거리에서 십 분 정도 서서 빵 하나 먹고 다시 걸었다. 긴자에서 이 정도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200엔대짜리 빵 하나가 이 동네에서 제일 정직한 소비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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