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구치코 카치카치야마 로프웨이, 편도 표 끊고 산길에서 두 시간 고생한 날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 가와구치코 호수 동쪽 끝에 붙어 있는 텐조산에 오르는 로프웨이다. 정식 이름은 '카치카치야마 로프웨이'였는데 지금 간판에는 후지산 파노라마 로프웨이(富士山パノラマロープウェイ)라고 크게 붙어 있다. 옛 이름이 익숙한 사람이 많아서 지도 앱에서도 두 이름이 섞여 나온다. 아침 9시 반 첫 운행에 맞…

야마나시 · 카치카치야마 로프웨이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 가와구치코 호수 동쪽 끝에 붙어 있는 텐조산에 오르는 로프웨이다. 정식 이름은 '카치카치야마 로프웨이'였는데 지금 간판에는 후지산 파노라마 로프웨이(富士山パノラマロープウェイ)라고 크게 붙어 있다. 옛 이름이 익숙한 사람이 많아서 지도 앱에서도 두 이름이 섞여 나온다. 아침 9시 반 첫 운행에 맞춰 갔는데도 매표소 앞 줄이 주차장 쪽으로 늘어져 있었다.

나무 무늬 외벽의 가와구치코 산기슭역 건물에 걸린 '富士山パノラマロープウェイ' 둥근 간판과 그 아래 줄 서 있는 사람들
가와구치코 산기슭역(河口湖畔駅). 붉은 폴대 줄이 이미 두 겹으로 접혀 있었다.

간판 속 파란 너구리와 빨간 토끼가 이 산 이름의 유래다. 일본 옛이야기 '카치카치야마'에 나오는 그 너구리와 토끼. 매표소 앞 조형물부터 정상 전망대까지 이 둘이 계속 따라다닌다. 아이 데려온 가족들은 이 캐릭터 때문에 오는 것 같기도 했다.

파란 너구리와 빨간 토끼, 후지산과 곤돌라가 그려진 로프웨이 원형 간판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
너구리와 토끼, 후지산, 곤돌라. 이 간판 하나에 이 산의 설정이 다 들어있다.

표 살 때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 무조건 왕복

여기서 제일 중요한 얘기를 먼저 하겠다. 매표소에서 편도와 왕복 중에 고를 수 있다. 무조건 왕복으로 끊어라. 나는 "내려올 땐 걸어서 내려오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편도를 샀고, 그 판단 하나 때문에 그날 오후를 통째로 날렸다.

안내판에는 하산 도보 30분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로 해보니 두 시간 걸렸다. 30분과 2시간은 착각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길이 정비된 산책로가 아니라 흙과 나무뿌리가 그대로 드러난 산길이고, 경사가 급한 구간에서는 옆으로 게걸음 치듯 내려와야 했다. 운동화 밑창이 계속 미끄러졌다. 중간에 앞뒤로 아무도 없는 구간이 20분 넘게 이어졌다.

게다가 이 일대는 곰 출몰 지역이다. 산기슭역 근처 철망에도 야생동물 관련 경고 안내가 붙어 있다. 혼자 내려오는 길에 부스럭 소리 한 번 나면 그때부터 발걸음이 이상해진다. 왕복 요금 아끼려다 겪을 일이 아니다. 무릎에 자신 있는 사람도, 시간 여유가 넘치는 사람도 왕복으로 사라.

'ROPEWAY WAIT 60분' 대기시간 안내판과 평일 9:30-16:00, 토휴일 9:30-17:00 영업시간이 적힌 입간판
대기 60분. 위아래 두 장 다 60분이라 적혀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영업시간은 평일 9:30–16:00, 토·휴일 9:30–17:00, 하행 최종 17:20(변동 있으니 현장 확인 권장).

대기 60분 안내판은 정직했다. 실제로 한 시간 가까이 서 있었다. 줄은 계단을 따라 위로 이어지는데 그늘이 거의 없다. 여름에 간다면 물 한 병은 들고 줄에 서야 한다. 하행 최종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오후 늦게 도착했다면 올라가서 여유 부릴 시간 계산부터 해야 한다.

3분 남짓, 짧지만 시원한 곤돌라

곤돌라 자체는 금방이다. 산기슭역에서 후지미다이역까지 3분 정도. 크림색 소형 캐빈 두 대가 서로 엇갈려 오르내린다. 창밖이 온통 초록이라 올라가는 동안 아래를 봐도 나무밖에 안 보인다.

울창한 초록 숲 위로 케이블이 이어지고 크림색 곤돌라 한 대가 내려오는 모습, 위쪽 능선에 산정역 건물이 보인다
내려오는 캐빈. 저 능선 위 건물이 산정역이다. 내가 두 시간 걸려 내려온 길이 이 숲 어딘가에 있다.

정상에서 본 것 — 호수 쪽과 후지산 쪽

후지미다이역에 내리면 전망대가 두 방향으로 갈린다. 역 건물 뒤쪽으로 돌아서면 가와구치코 호수가 통째로 내려다보인다. 호수를 감싼 산줄기가 겹겹이 이어지고, 그 아래 마을이 빽빽하게 깔려 있다. 후지산만 보러 왔다가 이쪽 풍경에서 더 오래 서 있는 사람이 많았다.

산정역 지붕 너머로 가와구치코 호수와 마을, 겹겹이 이어진 산줄기가 펼쳐진 전경. 오른쪽에 붉은 도리이가 서 있다
역 뒤편에서 본 가와구치코. 오른쪽 붉은 도리이 뒤로 하행 승차장(ロープウェイ 乗り場) 안내가 있다.

반대편으로 돌면 후지산이다. 내가 간 날은 아침엔 흐릿하게 실루엣만 보였는데, 30분쯤 지나자 정상 부근에서 구름이 깃발처럼 옆으로 뻗어 나갔다. 산 아래로는 후지큐하이랜드 롤러코스터 레일이 하얗게 보이고, 그 뒤로 아오키가하라 숲이 검푸르게 깔려 있다.

흐린 하늘 아래 능선만 희미하게 드러난 후지산과 그 아래 후지요시다 시가지, 앞쪽에 초록 나뭇가지
도착 직후. 회색 하늘에 산 능선만 겨우 걸려 있었다.
후지산 정상에서 구름이 오른쪽으로 길게 흘러나가는 모습과 아래 후지요시다 시가지, 앞쪽 전망대 벤치에 앉은 사람들
구름이 정상에서 옆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순간. 벤치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일어섰다.
후지산 정상부를 당겨 찍은 사진. 봉우리에서 하얀 구름이 피어올라 위로 솟구치고 산기슭에는 롤러코스터 레일이 보인다
최대한 당겨서. 정상 구름이 연기처럼 솟구쳤다. 왼쪽 아래 하얀 레일이 후지큐하이랜드다.

소프트콘은 그냥 사라

전망대 매점에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판다. 관광지 아이스크림이라고 넘기지 말고 하나 사서, 난간 앞 자갈밭에 서서 후지산 쪽을 보며 먹어보길 권한다. 이날 내가 이 코스에서 가장 잘한 일이 이거였다. 정상 바람이 서늘한데 아이스크림은 금방 녹아서 손에 흐른다. 우유 맛이 진하고 단맛은 세지 않다.

난간 옆에는 동전 넣고 보는 망원경이 두어 대 서 있고, 그 앞에서 사람들이 번갈아 사진을 찍는다. 하트 모양 종도 있어서 줄이 짧게 생긴다. 사진 욕심 있으면 사람 빠지는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

손에 든 하얀 소프트아이스크림 너머로 구름을 두른 후지산과 전망대 망원경, 사진 찍는 사람들이 보이는 장면
소프트콘 뒤로 후지산. 이 구도 찍으려고 한 손으로 콘 들고 한 손으로 폰 잡느라 애먹었다.
전망대 자갈밭과 하트 모양 종 주변에 모인 사람들, 그 너머 구름을 뿜는 후지산과 후지요시다 시가지 전경
하트 종 앞은 계속 사람이 붙어 있다. 왼쪽 위에 내 손가락이 걸렸는데 구름 모양이 아까워서 그냥 남겼다.

가는 법과 시간 배분

가와구치코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호수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나온다. 역 앞에서 출발하는 레트로버스(홍색 라인)를 타면 '유란센·로프웨이 이리구치' 정류장에서 바로 내린다. 걸어도 되는 거리라 날씨만 괜찮으면 호숫가를 따라 걷는 편이 낫다. 자가용이면 근처 유료 주차장을 써야 하는데 오전 10시 넘으면 자리 찾기가 애매해진다.

시간은 이렇게 잡으면 무리가 없다.

흐린 날이라고 포기하지 마라. 나도 도착했을 땐 후지산이 회색 덩어리로만 보여서 실망했는데, 한 시간 사이에 구름이 걷혔다 몰렸다 하면서 완전히 다른 산이 됐다. 정상에 올라가면 바로 사진 찍고 내려가지 말고 최소 30분은 버텨보길. 그 사이에 후지산이 얼굴을 보여줄 확률이 꽤 높다.

요금은 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져서 정확한 금액은 현장 매표소 안내를 확인하는 게 맞다. 다만 왕복과 편도의 차액은, 산길에서 두 시간 헤매고 곰 걱정하는 값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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