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사쿠사 하나야시키 — 1853년에 문 연 일본 최초의 놀이동산, 롤러코스터가 남의 집 창문을 스치는 곳
센소지 뒤편 골목을 빠져나오면 갑자기 소리가 바뀐다. 참배객들의 웅성거림 대신 쇳소리와 비명, 그리고 오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좀 눅눅한 경음악. 도쿄 아사쿠사의 하나야시키(浅草花やしき)는 그런 식으로 예고 없이 나타났다. 1853년 식물원으로 시작해 놀이기구를 붙여가며 지금 모습이 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유원지다.…
도쿄 · 아사쿠사 하나야시키
센소지 뒤편 골목을 빠져나오면 갑자기 소리가 바뀐다. 참배객들의 웅성거림 대신 쇳소리와 비명, 그리고 오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좀 눅눅한 경음악. 도쿄 아사쿠사의 하나야시키(浅草花やしき)는 그런 식으로 예고 없이 나타났다. 1853년 식물원으로 시작해 놀이기구를 붙여가며 지금 모습이 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유원지다. 페리 함대가 우라가에 들어온 그 해에 문을 열었다고 생각하면 시간 감각이 좀 이상해진다.
넓이는 대략 학교 운동장 하나 정도다. 정문에서 안쪽 끝까지 걸어서 3분이 안 걸린다. 도쿄디즈니 같은 규모를 기대하고 오면 첫 5분 안에 실망한다. 나는 반대로, 이 좁음이 이 공원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매표소 앞에서 먼저 읽어야 할 것들
입구 오른쪽 매표 창구 옆 기둥에 원내 지도와 요금표가 붙어 있다. 놀이기구 티켓(のりもの券)은 1회권 100엔, 11장 묶음 회수권이 1,000엔. 그날의 프리패스 가격은 매일 손글씨로 갈아 끼우는 노란 종이에 따로 적혀 있어서, 미리 계산하지 말고 현장에서 확인하는 편이 낫다. 입장료와 놀이기구 요금이 별도라는 점이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다.
그 아래 붙은 포스터가 이 공원의 자존심이다. "Japan's oldest Roller Coaster — Born in 1953." 1953년생, 71세. 팸플릿 꽂이에서 안내지를 뽑아 가는 아이 옆에서 그 숫자를 한참 봤다.

1953년생 롤러코스터, 실제로 타보면
이 공원의 롤러코스터는 전체 길이가 짧고 최고 속도도 시속 40킬로 남짓이라고 안내되어 있다. 숫자만 보면 시시하다. 그런데 타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부지가 좁으니까 코스가 공원 밖으로 나가 옆 건물 사이를 파고들었다가 돌아온다. 손을 뻗으면 남의 집 창틀이 닿을 것 같은 거리를 지나간다.

안전바는 요즘 기구처럼 어깨를 감싸는 형태가 아니라 배 앞을 가로지르는 빨간 패드 봉 하나다. 좌석 등받이에도 같은 재질의 낡은 빨간 쿠션이 덧대어져 있는데, 손으로 잡으면 오래된 가죽 특유의 마른 느낌이 난다. 차량 옆면에는 흰 바탕에 빨간 숫자로 1, 2, 3… 8까지 칸 번호가 큼직하게 찍혀 있다.

탑승 직전 대기 위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코스터의 민낯이 보인다. 분리수거함, 접이식 천막, 흰 철제 펜스, 그 너머로 순찰차 한 대. 놀이기구와 동네 살림살이가 펜스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 노란 세로 깃발에는 손님을 부르는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어수선함이 오히려 기억에 남았다.

공원 밖에서 올려다보면 구조가 더 잘 보인다. 하늘로 뻗은 레일 기둥에는 9, 10, 11 하는 번호가 페인트로 적혀 있고, 그 사이사이에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다. 저 멀리 아사쿠사 뷰 호텔(ASAKUSA VIEW HOTEL)의 흰 건물이 배경으로 들어온다. 8칸짜리 열차가 초록색 철골 위를 지날 때, 주변 아파트 베란다와 높이가 거의 같다.

레일 위를 달리는 택시, 그리고 회전목마
초록 차양 아래 레일을 따라 천천히 도는 놀이기구가 하나 있다. 지붕에 'TAXI' 사인을 얹은 주황·흰색 차체에 번호판은 「と105」. 실제 도쿄 택시를 축소해 놓은 모양새다. 안쪽 화단 한가운데에는 담쟁이로 덮인 기둥에 빨간 글씨로 「花やしき」가 세로로 붙어 있고, 그 발치를 팬지가 색색으로 두르고 있었다. 화단 관리는 생각보다 촘촘하다. 식물원에서 시작한 곳이라는 이력이 여기서 얼핏 보인다.

공원 중앙의 메리고라운드(メリーゴーランド)는 규모에 비해 장식이 과하다 싶을 만큼 화려하다. 금빛 부조와 전구가 촘촘히 박힌 캐노피, 꼭대기의 왕관 장식. 안내판에는 정원 20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바로 옆에 기와지붕을 얹은 목조 건물이 붙어 있어서, 유럽식 회전목마와 일본 기와가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 이 조합은 다른 데서 보기 어렵다.

가장 눈에 띄는 구조물은 스페이스샷 계열의 노란 철탑이다. 좁은 부지에서 유일하게 수직으로 뻗은 것이라, 아사쿠사 골목 어디서든 위를 보면 보인다. 꼭대기 원형 구조물에 「花やしき」 로고가 붙어 있고, 아래쪽 파란 건물에는 「ヘリコプター」(헬리콥터), 「スカイシップ」(스카이십) 간판이 걸려 있다.

위치와 실전 조언
센소지 본당에서 나와 서쪽으로 걸으면 5분 남짓이다. 지하철 아사쿠사역에서는 나카미세도리를 관통해 걸어 10분 안팎. 골목이 좁고 이정표가 작아서 처음 오면 한 번쯤 지나친다. 앞서 말한 노란 철탑을 기준 삼아 걸으면 헤맬 일이 없다.
공원 안쪽 광장은 오후가 되면 사람 밀도가 확 올라간다. 프리패스(フリーパス) 판매 부스가 두 곳 나뉘어 있고, 그 앞으로 기모노를 빌려 입은 방문객들이 지나간다. 아사쿠사 일대 기모노 대여점에서 빌려 입고 센소지를 돈 뒤 여기까지 들어오는 흐름이다. 화장실(トイレ TOILET) 안내는 안쪽 통로에 화살표로 붙어 있다.

몇 가지 실제로 겪고 배운 것들:
- 놀이기구를 세 개 이상 탈 생각이면 회수권이나 프리패스가 낫다. 두 개 이하면 100엔 낱장이 이득이다.
- 기구 하나하나가 짧다. 롤러코스터도 한 바퀴가 순식간에 끝난다. 반나절 일정을 잡지 말고 1~2시간으로 잡는 편이 만족도가 높다.
-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좁은 통로에서 유모차가 잘 지나가지 못한다. 오전 개장 직후가 훨씬 편하다.
- 키·연령 제한이 기구마다 다르고 게시판 표기가 일본어 위주다. 아이와 함께라면 각 기구 입구 안내판을 그때그때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 영업시간과 프리패스 요금은 시즌·요일에 따라 바뀐다. 방문 전 현장 또는 공식 안내 확인 권장.
솔직히 말하면 아쉬운 점도 있다. 도장이 벗겨진 난간, 색이 바랜 안내판, 좁은 동선. 최신 테마파크의 매끈함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낡았다는 인상만 남을 수 있다. 실제로 옆에서 "생각보다 작다"고 말하는 소리를 몇 번 들었다.
그런데 나는 이 낡음을 보러 다시 올 것 같다. 1953년에 만들어진 레일이 아직도 매일 사람을 태우고, 그 레일이 남의 집 창문 옆을 지나가고, 그걸 71년째 동네가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 아사쿠사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센소지지만, 가장 오래 버틴 것은 어쩌면 이 좁은 유원지 쪽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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