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세타가야 고토쿠지(豪徳寺), 고양이 천 마리와 굿즈 줄 서기

도쿄 세타가야구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 고토쿠지는 이름부터 헷갈린다. 다들 "고양이 신사"라고 부르는데, 정확히는 신사가 아니라 조동종 사찰이다. 도리이 대신 나무 산문이 서 있고, 참배객은 손뼉을 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절이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 명소가 된 건, 경내 한쪽에 봉납된 흰 마네키네코가 말 그대로 천…

도쿄 · 고토쿠지

도쿄 세타가야구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 고토쿠지는 이름부터 헷갈린다. 다들 "고양이 신사"라고 부르는데, 정확히는 신사가 아니라 조동종 사찰이다. 도리이 대신 나무 산문이 서 있고, 참배객은 손뼉을 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절이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 명소가 된 건, 경내 한쪽에 봉납된 흰 마네키네코가 말 그대로 천 단위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내가 도착한 건 평일 오전 열한 시쯤이었다. 오다큐선 고토쿠지역에서 걸어오면 10분 남짓, 도큐 세타가야선 미야노사카역에서 오면 5분 정도다. 나는 세타가야선을 탔는데, 두 량짜리 노면전차 같은 열차라서 그것만으로도 도쿄 서쪽 동네 분위기가 훅 바뀐다.

검은 기와지붕과 두꺼운 나무 문짝으로 된 고토쿠지 동문, 앞에 노란 볼라드 두 개가 서 있다
동문. 문짝이 닫혀 있어 여기로는 못 들어간다. 오른쪽 안내판에 "산문까지 100m 돌아가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 온 사람이 자주 하는 실수가 이 동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다. 지도 앱이 가끔 여기로 안내하는데, 문은 잠겨 있고 옆에 붙은 안내판이 "여기는 동문입니다. 참배하실 분은 이 앞길을 따라 100m쯤 가서 산문으로 들어가 주십시오"라고 알려준다. 나도 한 번 헛걸음했다. 담장을 끼고 왼쪽으로 걸으면 곧 진짜 정문이 나온다.

산문을 지나면 소리가 줄어든다

청록색 동판 지붕을 얹은 고토쿠지 산문과 그 앞을 오가는 여러 나라 관광객들
산문 앞. 양산 쓴 사람, 카메라 목에 건 사람, 다 국적이 달랐다.

산문 지붕은 세월에 산화한 구리색이다. 편액에는 절 이름이 걸려 있고, 문 아래로 서면 안쪽 참배길이 액자처럼 잘려 보인다. 여기서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아 잠깐 기다렸다. 재미있는 건 문턱을 넘는 순간 바깥 도로의 자동차 소리가 확 죽는다는 점이다. 매미와 자갈 밟는 소리만 남는다.

쇠사슬로 둘러친 받침 위에 세워진 검은 석비와 그 뒤로 보이는 목조 삼중탑의 처마
참배길 옆 석비. 표면이 비에 씻겨 글자가 흐릿하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고토쿠지 삼중탑, 처마 끝에 풍경이 달려 있다
삼중탑. 소나무 가지가 앞을 가려서 전체를 담으려면 자리를 몇 번 옮겨야 한다.

삼중탑은 비교적 최근에 세워진 건물인데, 나무 색이 아직 짙다. 탑 몸통 부조에 고양이가 새겨져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참 올려다봤지만, 나무 그늘과 각도 때문에 내 눈으로는 확인하지 못했다. 망원이 되는 카메라를 가져왔다면 달랐을 것이다.

사자상과 금색 구슬이 올라앉은 커다란 청동 향로, 뒤로 청록 지붕의 불전이 보인다
불전 앞 청동 향로. 뚜껑 위 사자가 금색 공을 발로 누르고 있다.

향로 몸통에는 기부자 이름이 빼곡히 새겨져 있고, 앞면 금색 문양은 이이 가문 문장이다. 고토쿠지는 에도 시대 히코네번 이이 가문의 보리사였고, 안세이 대옥으로 알려진 이이 나오스케의 묘도 경내에 있다. 고양이만 보고 돌아가면 이 절의 절반을 안 본 셈이다.

고양이 굿즈 사는 줄이 생각보다 길다

흰 마네키네코 대형 입간판이 세워진 고토쿠지 수여소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수여소 앞. 오른쪽 창구에 사람이 몰려 있고 왼쪽으로 줄이 늘어섰다.

여기가 이 절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다. 흔히 "고양이 신사에서 고양이 굿즈 판다"고 알려진 그 창구인데, 실제로는 절 수여소다. 나는 줄이 짧을 거라고 얕봤다. 앞에 열 명쯤 있어 보였는데 실제로 내 차례가 온 건 20분쯤 뒤였다. 이유가 있다. 마네키네코 인형이 호수별로 크기가 나뉘어 있어서, 사람들이 창구 앞에서 "이거랑 저거 중에 뭐가 낫냐"를 한참 고민한다. 여기에 고슈인(어주인)을 받으러 온 사람 줄이 같은 창구에서 겹친다. 결제도 대부분 현금이라 잔돈 주고받는 시간이 붙는다.

나무 선반에 크기별로 놓인 흰 마네키네코 인형들, 가운데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키링이 섞여 있다
진열대. 흰 고양이 사이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끼어 있었다.

여기 인형은 오른손을 든 형태다. 한 손만 들고 있고, 흔한 관광지 마네키네코처럼 금화나 도미를 안고 있지 않다. 절 설명에 따르면 복을 부르되 물건은 스스로 가져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손에 아무것도 없는 이 모양이 오히려 눈에 오래 남았다. 검은 고양이는 흰 것들 사이에서 확실히 튄다.

큰 흰 마네키네코 인형 머리와 든 앞발 위에 아주 작은 고양이 인형 두 개가 올려져 있다
누군가 큰 고양이 머리와 앞발 위에 새끼 고양이를 올려두고 갔다.
이끼 낀 거대한 고목 밑동 아래에 손가락만 한 흰 고양이 인형 하나가 놓여 있다
봉납대에서 한참 떨어진 고목 뿌리 밑. 가장 작은 호수 하나가 혼자 앉아 있다.

이런 게 경내 곳곳에 있다. 정해진 봉납대 말고 나무 밑동, 돌 틈, 등롱 옆에 누가 슬쩍 놓고 간 작은 고양이들. 발밑을 보며 걸으면 계속 나온다. 나는 이 고목 앞에서 제일 오래 서 있었다.

위치와 가는 법

세타가야선 미야노사카역이 가장 가깝다. 개찰을 나와 골목으로 5분쯤 걸으면 담장이 보인다. 오다큐선 고토쿠지역에서 오면 상점가를 지나 10분 정도 걸리는데, 역 근처에 카페와 빵집이 있어서 나는 이쪽 길을 더 좋아한다. 주차장은 참배객용이 있긴 하나 자리가 적고, 주변이 좁은 주택가라 차로 오는 건 권하지 않는다. 입장료는 없다.

화강암 받침 위 청동 마네키네코 상, 받침에 '招福猫児' 명판과 'Do not place the money here'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청동 초후쿠뵤아 상. "여기에 돈을 두지 마세요"라는 영문 안내가 붙어 있다.

받침에 붙은 파란 안내문이 인상적이었다. 동전을 올려두고 가는 사람이 많아서 붙인 것이겠지. 실제로 상 주변 자갈 위에 동전 자국이 남아 있었다. 복을 비는 방식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게 이런 데서 드러난다.

봉납대 — 사진이 실제보다 덜 압도적이다

나무 선반 여러 단에 크기별 흰 마네키네코가 빽빽하게 줄지어 놓인 봉납대
봉납대 위층. 큰 것 뒤에 작은 것이 겹겹이 서 있다.
건물 벽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삼단 선반 위 수백 개의 흰 마네키네코와 그 위로 드리운 단풍나무 그늘
옆에서 본 봉납대. 선반이 건물 벽을 따라 끝까지 이어진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촘촘하다. 앞줄 큰 고양이에 가려 뒤쪽은 귀만 삐죽 나와 있고, 어떤 것은 페인트가 벗겨졌고 어떤 것은 이가 나갔다. 새것과 오래된 것이 섞여 있어서 색이 미묘하게 다 다르다. 정오 무렵 햇빛이 정면으로 들어오면 흰 도자기가 반사돼 사진이 날아간다. 나는 나무 그늘이 드리운 왼쪽 끝에서 찍은 컷이 제일 나았다.

수백 개의 마네키네코 사이사이에 실제 반려묘를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세워져 있다
인형 사이에 끼워둔 폴라로이드. 전부 실제 고양이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고 나서야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 것 같았다. 인형 사이에 반려묘 사진이 세워져 있다. 잠든 삼색이, 카메라를 노려보는 치즈, 리본 단 검은 고양이. 인형 배에 이름을 적어둔 것도 여럿이었다. 아마 대부분 먼저 떠난 고양이일 것이다. 관광지로만 알고 왔다가 이 줄 앞에서 말수가 줄었다.

선반 위 금색 균열 무늬가 있는 큰 고양이 인형 옆에 작은 고양이와 마네키네코 모양 키링이 놓여 있다
깨진 자리를 금색으로 메운 고양이. 옆 인형에는 'Vinnie'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무 선반 위 세 마리 고양이 인형 앞에 색색 보석 스티커를 붙인 파란 천 방석과 그 위에 앉은 아주 작은 고양이
누군가 만든 미니 방석. 손바느질 자국이 그대로 보인다.
파란 천에 플라스틱 보석을 붙여 만든 작은 방석 위에 손가락만 한 흰 고양이가 앉아 있는 모습을 가까이서 찍은 사진
가까이서 본 같은 자리. 보석은 하나씩 손으로 붙인 것이다.

가장 작은 호수 인형 하나를 위해 방석을 만들어 온 사람이 있다. 천을 접어 네모로 만들고 플라스틱 보석을 하나하나 붙였다. 절에서 파는 물건이 아니다. 이런 걸 발견하려면 봉납대를 한 바퀴 도는 걸로는 부족하고,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무릎이 아프지만 그럴 값어치가 있었다.

에마와 오마모리

나무 걸이대에 빨간 끈으로 매달린 고양이 그림 에마 수십 장, 여러 나라 언어로 소원이 적혀 있다
에마 걸이대. '開運招福' 글자와 고양이 그림 두 종류가 섞여 있다.

에마 판은 두 종류였다. 관음상이 그려진 것과 고양이가 그려진 것. 빨간 끈에 작은 방울이 달려서 바람이 불면 나무판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영어, 중국어, 태국어, 한국어가 다 보였다. 읽다 보면 시간이 훅 간다.

보라색 바탕에 마네키네코와 '開運招福'이 인쇄된 비닐 커버 오마모리가 나무 기둥에 매달려 있다
보라색 개운초복 오마모리. 뒤로 봉납된 고양이들이 흐리게 잡혔다.

오마모리는 인형보다 가볍고 짐도 안 된다. 도자기를 들고 다닐 자신이 없다면 이쪽이 현실적인 선택이다. 나는 인형 작은 호수 하나와 이 오마모리를 같이 가져왔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돌아 나오는 길에 산문 밑에서 한 번 뒤를 돌아봤다. 흰 고양이들이 전부 같은 쪽 앞발을 들고 있었다. 세타가야선 두 량짜리 전차가 다시 나를 도심 쪽으로 데려가는 동안, 가방 속에서 도자기 인형이 달그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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