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메구로강 근처 골목 식당 '후쿠다야(ふくだ屋)' — 뚜껑 열기 전까지는 몰랐던 소바·카츠동

도쿄 서쪽, 메구로강이 흐르는 나카메구로에서 히가시야마 쪽으로 걸어 들어간 주택가 골목이었다. 관광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구역이라 간판도 조용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자전거 탄 동네 사람들뿐이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배가 고파진 상태로 아무 데나 들어가자는 심정이었는데, 나무 미닫이문에 ふくだ屋라고만 적힌 소바집이 눈에…

도쿄 · Fukudaya

도쿄 서쪽, 메구로강이 흐르는 나카메구로에서 히가시야마 쪽으로 걸어 들어간 주택가 골목이었다. 관광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구역이라 간판도 조용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자전거 탄 동네 사람들뿐이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배가 고파진 상태로 아무 데나 들어가자는 심정이었는데, 나무 미닫이문에 ふくだ屋라고만 적힌 소바집이 눈에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도쿄 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한 끼가 여기서 나왔다.

붉은 칠기 뚜껑을 열기 전까지

자리에 앉으니 나무 벽에 손글씨 메뉴가 붙어 있고, 카운터 안쪽에서 주인장이 면을 삶고 있었다. 에어컨 소리와 국물 끓는 소리 말고는 조용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처음에는 뭘 시켰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새빨간 옻칠 뚜껑이 통째로 덮인 그릇 하나가 옻칠 쟁반 위에 올라왔다.

붉은 옻칠 뚜껑이 덮인 돈부리 그릇과 옆에 담긴 초록색 절임, 검은 숟가락, 'ふくだ屋'와 전화번호가 인쇄된 젓가락 봉투
뚜껑을 덮은 채 나온 돈부리. 젓가락 봉투에 'ふくだ屋'와 전화번호 3426-2404가 찍혀 있다.

젓가락 봉투에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가 인쇄되어 있었다. 요즘 도쿄에서도 이런 봉투를 쓰는 집은 많이 줄었다. 옆에는 초록색 고추 절임이 작은 종지에 서너 개, 반대편에는 노란 단무지가 놓였다. 뚜껑이 김을 가둬둔 덕분에 열자마자 다시국물과 계란 냄새가 얼굴로 올라왔다.

튀김부스러기가 국물을 흐리게 만드는 소바

같이 나온 소바는 따뜻한 가케소바에 튀김부스러기(텐카스)를 넉넉히 얹은 형태였다. 시금치 데친 것 한 뭉치와 분홍 소용돌이 어묵 한 장이 고명의 전부다. 화려한 구성은 아니다. 그런데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고 생각이 바뀌었다.

검은 그릇에 담긴 따뜻한 소바. 튀김부스러기가 국물 위를 덮고 있고 데친 시금치와 분홍 소용돌이 어묵이 올라가 있다
텐카스가 국물 위를 덮은 가케소바. 시금치와 나루토 어묵이 고명의 전부다.

간장색이 진해 보여서 짤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가쓰오부시 향이 앞에 서고 간장은 뒤에서 받쳐주는 쪽이다. 도쿄 소바 국물은 관서 지방보다 짜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여기는 그 통념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면은 기계면에 가까운 굵기와 탄력이었고, 색은 옅은 회백색. 손으로 뽑은 십할소바를 기대하고 가면 어긋난다. 대신 튀김부스러기가 국물을 조금씩 흐리게 만들면서 뒤로 갈수록 맛이 진해지는데, 이게 이 그릇의 진짜 재미다. 절반쯤 먹었을 때 국물 맛이 처음과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먹으면서 아쉬웠던 점

계란이 반쯤 흐르는 카츠동

뚜껑을 열자 나온 게 카츠동이었다. 사진으로는 전달이 잘 안 되는데, 계란이 완전히 굳지 않고 흰자 일부가 아직 반투명하게 흐르는 상태였다. 돈카츠 위로 흰자가 얇게 덮여 있고, 그 아래로는 노른자가 양파와 엉겨 밥 위에 넓게 깔려 있다.

검은 그릇에 담긴 카츠동. 튀김옷이 살아 있는 돈카츠 위로 반쯤 익은 계란과 얇게 썬 양파가 덮여 있고 가운데 데친 시금치가 올라가 있다
계란이 반숙 상태로 멈춘 카츠동. 튀김옷 가장자리가 아직 바삭하게 서 있다.

카츠동에서 제일 흔한 실패가 튀김옷이 국물을 다 빨아들여 죽처럼 되는 건데, 여기는 가장자리 튀김옷이 살아 있었다. 젓가락으로 들었을 때 부스러기가 떨어질 만큼. 고기는 두껍지 않고 얇은 편이다. 두툼한 로스카츠를 기대하면 아니지만, 얇은 만큼 계란·양파·다시가 고기에 골고루 배어든다. 밥은 살짝 진 편이었고 소스가 밥 아래까지 내려가지는 않아서 마지막까지 질척거리지 않았다.

정말 예상 못 한 지점은 소바 국물과 카츠동 계란의 다시가 같은 계열이라는 점이었다. 소바를 한 젓가락 먹고 카츠동을 한 술 뜨면 맛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소바집에서 파는 돈부리는 대충 만든 사이드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둘 다 같은 주방장이 같은 국물로 밀고 나간 게 느껴졌다. 관광 리스트에 없는 골목 식당에서 이 조합을 만날 줄은 몰랐다.

위치와 찾아가는 법

촬영 지점은 메구로구 히가시야마 일대다. 나카메구로역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이케지리오하시역에서도 비슷한 거리다. 큰길에서 한 블록 들어간 주택가 골목이라 지도를 켜지 않으면 그냥 지나친다. 실제로 나도 한 번 지나쳤다가 되돌아왔다. 가게 앞에 눈에 띄는 입간판이 없고 나무 미닫이문 위 작은 간판이 전부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정리해둔다.

도쿄에서 유명 맛집 예약 경쟁을 하다 지쳤을 때, 이런 집이 답이 된다. 나가서 다시 골목을 걷는데 옆 테이블 아저씨가 신문을 접고 일어나는 게 보였다. 매일 오는 사람의 속도였다. 다음에 이 동네에 묵으면 아침 일찍 한 번 더 들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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