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쿠라스시에서 생선 없이 배 채우기 — 콘마요·참치마요·차슈로 채운 접시 열몇 장
교토 서쪽, 가쓰라 강 건너 주택가 쪽 쿠라스시(くら寿司)에 들어간 건 평일 오후 2시 반이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기온이나 니시키 시장 쪽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차 끌고 오는 로드사이드 매장. 일행 중 한 명이 회를 아예 못 먹는다. 일본 여행 오면 매번 이 사람 때문에 식당 고르기가 곤란했는데, 이번엔 그냥 회전초밥집…
교토 · 쿠라스시
교토 서쪽, 가쓰라 강 건너 주택가 쪽 쿠라스시(くら寿司)에 들어간 건 평일 오후 2시 반이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기온이나 니시키 시장 쪽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차 끌고 오는 로드사이드 매장. 일행 중 한 명이 회를 아예 못 먹는다. 일본 여행 오면 매번 이 사람 때문에 식당 고르기가 곤란했는데, 이번엔 그냥 회전초밥집으로 밀어붙였다. 결과부터 말하면 그 사람이 제일 많이 먹었다.
생선을 못 먹어도 접시가 쌓인다
쿠라스시 메뉴판을 태블릿으로 넘기다 보면 절반 가까이가 생선이 아니다. 튀김, 마요네즈 군함, 고기 초밥, 우동, 라멘, 카레, 디저트까지 한 줄에 다 들어있다. 회를 못 먹는 사람이 먹을 게 없어서 밥만 깨작거리는 그림은 여기서 안 나온다.
제일 먼저 시킨 게 콘마요 군함이다. 옥수수에 마요네즈를 버무려 김으로 두른 것. 나오는 걸 보고 일행이 웃었다. 이게 초밥이냐고. 한 입 먹고는 두 접시 더 시켰다. 옥수수 알이 물러지지 않고 아삭하게 씹히는데, 마요가 일본 특유의 신맛 도는 그 마요라 느끼함이 덜하다. 김이 눅눅해지기 전에 바로 먹어야 제맛이라 나오자마자 집어야 한다. 사진 왼쪽 위의 접시는 참치마요, 나머지 둘이 콘마요다.

참치마요는 따로 한 접시를 더 시켰다. 생참치가 아니라 캔참치를 마요와 오이 다진 것에 섞은 쪽이라, 회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집는다. 실제로 일행이 "이건 그냥 참치김밥 맛인데?"라며 두 알을 다 비웠다. 오이가 씹히면서 마요의 기름진 맛을 끊어준다. 김이 두툼해서 씹는 맛이 확실하고, 밥알은 살짝 단맛이 도는 편이다.

진짜 승부는 고기 초밥에서 났다
차슈 초밥이 나오는 순간 테이블 분위기가 바뀌었다. 밥이 거의 안 보일 만큼 큼직한 돼지고기 두 장이 덮여 있고, 간장 베이스 소스가 반들반들 발려 있다. 토치로 겉을 그을린 건지 표면에 탄 자국이 있고, 그 부분에서 단내가 난다. 지방이 얇게 층을 이룬 삼겹 부위라 씹으면 기름이 배어 나오는데, 밥이 그걸 받아준다. 회를 못 먹는 일행은 여기서 네 접시를 혼자 먹었다.

여기에 새우튀김을 곁들이면 아예 초밥집에 왔다는 사실을 잊는다. 튀김옷이 얇고 바스러지는 쪽이라 기름 먹은 느낌이 적었다. 다만 나온 지 시간이 좀 지나면 눅눅해지니 태블릿으로 주문해서 갓 나온 걸 받는 편이 낫다.
차완무시 한 그릇의 존재감
배가 어느 정도 찼을 때 시킨 차완무시가 이날의 조용한 승자였다. 뚜껑을 열면 김이 훅 올라오고, 표면이 유리처럼 매끈하다. 숟가락을 넣으면 저항 없이 갈라진다. 다시 국물 맛이 진하게 배어 있어서 마요네즈로 범벅된 입 안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뜨거우니 급하게 뜨면 입천장 데인다. 실제로 데었다.

계산과 가성비
쿠라스시는 기본 접시가 한 접시에 저렴한 가격대로 통일돼 있고, 특선 메뉴만 별도 가격이 붙는다. 다 먹은 접시를 테이블 옆 투입구에 넣으면 자동으로 개수가 세지고, 다섯 장마다 화면에서 뽑기 게임이 돌아간다. 아이들이 이것 때문에 접시를 더 넣으려고 한다. 우리는 열몇 접시에 차완무시와 튀김을 더해도 1인당 부담이 크지 않았다. 정확한 금액은 매장·시기마다 다르니 현장 메뉴판 확인을 권한다.
회를 못 먹는 사람을 데리고 다니면 식당마다 메뉴를 뒤져야 하는데, 여기선 그 고민을 안 했다. 그게 이 집의 진짜 가성비다.
위치와 가는 법
이 매장은 교토 시내 중심부가 아니라 가쓰라 강 서쪽 주택가에 있다. 관광 동선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서 대기가 거의 없었다. 아라시야마를 보고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들르기 좋은 위치다. 버스나 전철에서 내려 걸어가야 하는 구조이니 지도로 미리 확인하고 움직이는 편이 낫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 입구 발권기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린다. 인원수와 좌석 종류(테이블/카운터)를 고르는 화면이 한국어를 지원하는 매장이 많다.
- 주문은 자리의 태블릿으로. 컨베이어에 도는 접시보다 주문한 게 훨씬 낫다. 갓 만든 것이 레일 위로 별도 라인을 타고 온다.
- 레일 위 접시는 투명 커버로 덮여 있다. 손으로 위로 밀어 올려 꺼내는 구조라 처음엔 헷갈린다.
- 다 먹은 접시는 테이블 옆 투입구에 넣어야 집계가 된다. 쌓아두면 계산이 안 맞는다.
- 점심 피크(12~13시)와 저녁 6시 이후는 대기가 길다. 오후 2~4시 사이가 가장 여유롭다.
다음에 교토 오면 또 갈 거다. 회를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상관없다는 게 이 집의 강점이니까.
이어서 볼 글
- 아키하바라 주오도리부터 간다강까지, 여러 번 다시 걸어본 도쿄 전자상가 기록
도쿄 아키하바라는 한 번 와서 다 봤다고 말하기 어려운 동네다. 나는 계절을 바꿔가며 여러 번 왔는데, 올 때마다 간판이 갈리고 진열장 가격표가 바뀌어 있었다. JR 아키하바라역 전기가(電気街) 출구로 나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요도바시카메라 멀티미디어 Akiba 쪽 통로다. 처음 왔을 때 이 사인을 보고 방향을 잡았다…
도쿄 · 아키하바라 - 도쿄 니시긴자 찬스센터에서 연말 점보 복권 300엔짜리 한 장 사보기
도쿄 신바시역 히비야 출구에서 나와 고가도로 쪽으로 3분쯤 걸으면, 뜬금없이 사람 줄이 인도를 따라 늘어서 있는 구간이 나온다. 니시긴자 찬스센터(西銀座チャンスセンター)다. 긴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신바시와 유라쿠초 사이, 도쿄 고속도로 아래 상가 1층 모퉁이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복권 판매소다. 나는 이…
도쿄 · 니시긴자 찬스센터 - 우에노 아메요코, 해 지고 나서가 진짜다 — 오카치마치 게이트에서 우에노역까지 걸어본 저녁
도쿄에 올 때마다 우에노 아메요코(アメ横)는 일정에 넣지 않아도 결국 발이 향한다. 이번엔 오카치마치 쪽에서 들어가 우에노역 쪽으로 훑고 나왔다. 낮에 왔다가 "생각보다 별거 없네" 하고 돌아간 사람이 주변에 꽤 있는데, 이 동네는 오후 5시 넘어 간판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부터 표정이 바뀐다. JR 선로 밑 아치와…
도쿄 · 아메요코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