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뒷골목 지하로 내려간 소바집, 테우치소바 다이안(手打ちそば 大庵)에서 메밀면의 진수를 확인하다

도쿄 신주쿠역 근처를 걷다 보면 1층에 이자카야가 있고 그 위아래로 서너 개 가게가 겹쳐 들어간 건물이 흔하다. 이날 들어간 곳도 그런 구조였다. 길에서 보이는 건 붉은 글씨 제등이 빽빽하게 걸린 향토요리집 くらわんか 간판인데, 그 오른쪽 검은 기둥에 흰 붓글씨로 手打ちそば 大庵이라고 따로 적혀 있다. 소바를 먹으러 왔다…

도쿄 · 테우치소바 다이안

도쿄 신주쿠역 근처를 걷다 보면 1층에 이자카야가 있고 그 위아래로 서너 개 가게가 겹쳐 들어간 건물이 흔하다. 이날 들어간 곳도 그런 구조였다. 길에서 보이는 건 붉은 글씨 제등이 빽빽하게 걸린 향토요리집 くらわんか 간판인데, 그 오른쪽 검은 기둥에 흰 붓글씨로 手打ちそば 大庵이라고 따로 적혀 있다. 소바를 먹으러 왔다면 바로 이 글자를 찾아야 한다. 노렌 안쪽으로 계단이 아래로 꺾여 내려가는데, 처음 오는 사람은 이 입구를 그냥 이자카야 입구로 보고 지나치기 쉽다.

붉은 글씨 제등이 줄줄이 걸린 건물 1층 입구, 왼쪽은 くらわんか 간판, 오른쪽 검은 기둥에 手打ちそば 大庵 흰 글씨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노렌 안쪽 계단이 다이안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간판이 두 개라 헷갈린다.

제등을 올려다보면 전부 「くらわんか」 다섯 글자다. 저녁 6시가 안 된 시간인데 이미 불이 들어와 있어서 종이 특유의 누런 빛이 인도까지 떨어졌다. 사진 왼쪽 아래 갈색 덩어리는 스기타마(삼나무 잎을 뭉친 술집 표식)다. 이 골목에서 이 집을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은 주소를 외우는 게 아니라 이 제등 무더기를 눈에 담아두는 것이다.

처마 아래 빽빽하게 매달린 흰 제등에 붉은 글씨로 くらわんか가 적혀 있고 왼쪽에 갈색 스기타마가 걸린 모습
같은 건물 처마의 제등. 소바집 다이안이 아니라 위층 향토요리집 이름이다.

계단을 내려가면 소리가 사라진다

계단을 다 내려서면 분위기가 바뀐다. 짙게 옻칠한 마루 복도가 안쪽으로 길게 뻗어 있고, 양옆 벽은 대나무를 성기게 엮은 발로 마감해 조명이 그 틈으로 새어 나온다. 복도 끝에 놓인 등 하나가 바닥에 길게 반사되는데, 그 반사광 때문에 실제보다 통로가 더 길어 보인다. 계산대 옆에는 「담당자가 안내해 드립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직접 자리를 찾아 들어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면 된다.

지하 소바집 내부의 옻칠한 나무 복도와 대나무 발로 마감한 벽, 복도 끝에 놓인 등불과 왼쪽의 나무 계산대
입구 계산대와 안쪽 복도. 안내를 기다리라는 팻말이 서 있다.

카운터 자리에 앉으면 유리 너머로 주방이 그대로 보인다. 흰 조리복에 흰 모자를 쓴 사람 둘이 등을 보인 채 움직이고, 스테인리스 볼과 냄비가 줄지어 있다. 천장은 여기도 대나무를 굵게 엮어 올렸다. 유리에는 뒤쪽 테이블에 앉은 정장 차림 손님들이 겹쳐 비친다. 퇴근길 회사원 비중이 높은 가게라는 걸 이 반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오픈 주방, 흰 조리복을 입은 요리사 두 명과 스테인리스 조리대, 위쪽은 대나무를 엮은 천장
카운터에서 보이는 주방. 유리에 뒤 테이블 손님들이 비친다.

자리에 앉고 나서 5분

테이블은 두꺼운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난 판재다. 앉자마자 금색으로 大庵이라 새긴 메뉴책, 도기 찻잔, 검은 받침에 올린 물수건 두 개가 놓인다. 옆에는 시치미 통과 이쑤시개, 소바유를 담는 흰 주전자가 미리 나와 있었다. 물수건이 아직 김이 오를 만큼 뜨거웠다.

나뭇결 테이블 위에 금박으로 大庵이라 적힌 메뉴책, 도기 찻잔, 검은 받침에 올린 흰 물수건 두 개와 시치미 통
大庵 로고가 박힌 메뉴책과 뜨거운 물수건.

젓가락 봉투에도 같은 금색 글씨가 들어가 있다. 이런 데서 돈을 아끼지 않는 가게는 대체로 면에서도 안 아낀다는 게 그동안의 경험이다.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흰 젓가락 봉투, 금색으로 手打ちそば 大庵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젓가락 봉투에도 금박 로고.

차는 도기 잔에 진한 갈색으로 나온다. 사진으로는 색이 짙어 보이는데 마셔보면 떫지 않고 구수한 쪽이다. 소바를 기다리는 동안 이 잔을 두어 번 비웠다.

거친 질감의 도기 찻잔 안에 담긴 진한 갈색 차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자리에 앉자마자 나오는 따뜻한 차.

메뉴판에서 실제로 본 가격

메뉴에서 직원이 제일 밀고 있던 건 「小丼 & 蕎麦セット」, 세이로 소바에 미니 덮밥이 붙는 조합이다. 소바치(小鉢)와 절임, 미소시루가 같이 나온다. 사진에 찍힌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펼쳐진 메뉴판의 小丼&蕎麦セット 페이지, 오야코동·소스카츠동·텐동 세트 사진과 가격, 아래쪽에 どんぶり 단품 목록
직원 추천 표시가 붙은 소돈부리+소바 세트 페이지.

같은 페이지를 다른 각도에서 한 번 더 찍었다. 옆으로 눕혀 찍은 탓에 글자가 돌아가 있지만, 아래쪽 どんぶり 단품 가격(오야코동 1,000 / 소스카츠동 1,200 / 텐동 1,500, 각각 세금 포함 1,100·1,320·1,650)이 이쪽에서 더 또렷하게 읽힌다. 밥은 곱빼기·적게 담기 모두 추가금 없이 말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옆으로 기울여 찍어 글자가 돌아간 같은 메뉴판 페이지, 덮밥 단품 가격이 세로로 읽힌다
같은 페이지를 각도만 바꿔 찍은 것. 단품 가격 확인용.

「今月のお蕎麦」 페이지는 계절마다 갈리는 자리다. 이날 걸려 있던 건 큰 새우 튀김이 올라가는 大海老の天せいろ 2,800엔(세금 포함 3,080엔), 센주 파와 요네자와규 소보로를 얹은 千住ネギ牛蕎麦 1,200엔(1,320엔), 가고시마 사쿠라지마산 비유돈을 쓴 美湯豚あんかけ南蛮 1,400엔(1,540엔) 세 가지. 파를 구운 것과 생으로 썬 것 두 종류로 올린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방문 시기에 따라 이 페이지는 통째로 바뀌니 현장에서 확인하는 게 맞다.

今月のお蕎麦 계절 메뉴 페이지, 큰 새우 튀김 세이로·센주 파 소고기 소바·비유돈 안카케 난반 세 가지 사진과 가격
이달의 소바 페이지. 계절마다 내용이 바뀐다.

위치와 찾아가는 법

촬영 좌표 기준으로 신주쿠역 동쪽 번화가에서 걸어 닿는 거리다. 지상에서는 소바집 간판이 작게 붙어 있어서 지도 앱이 가리키는 지점에 도착해도 한 번 두리번거리게 된다. 큰 제등 무더기 → 오른쪽 검은 기둥의 흰 글씨 → 노렌 → 계단, 이 순서로 시선을 옮기면 헤매지 않는다. 지하라 휴대폰 신호가 약해질 수 있으니 지도는 계단 내려가기 전에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메밀면의 진수 — 이 집에 오는 이유

주문한 건 오야코동 세트. 붉은 칠 쟁반 위에 세이로 소바 한 판, 미니 오야코동, 절임 접시, 미소시루가 한꺼번에 깔린다. 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색이 하얗지 않다. 회백색 바탕에 검은 점이 촘촘히 박혀 있는데, 껍질째 간 메밀가루를 썼을 때 나오는 색이다. 굵기도 일정하지 않고 미묘하게 들쭉날쭉하다. 기계로 뽑으면 이렇게 안 나온다.

붉은 쟁반에 담긴 세이로 소바 한 판과 미니 오야코동, 절임 접시, 미소시루가 함께 놓인 세트 상차림
오야코동 세트 한 상. 면 색이 확실히 어둡다.

약미는 따로 작은 접시에 나온다. 간 와사비 한 덩이와 흰 대파를 아주 얇게 채 썬 것. 파가 실처럼 얇아서 쯔유에 넣으면 금방 풀린다. 처음 몇 젓가락은 아무것도 넣지 말고 면만 먹어보길 권한다. 와사비는 면 위에 조금 올려서 쯔유에 담그는 쪽이 향이 덜 날아간다.

파란 점무늬 흰 접시에 담긴 간 와사비 한 덩이와 실처럼 얇게 썬 흰 대파
와사비와 실파. 파를 이 정도로 얇게 써는 집은 드물다.

면을 들어올리면 이 집 소바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가닥 표면에 메밀 껍질 조각이 점점이 박혀 있고, 끊기지 않고 무게를 버티며 젓가락에 매달린다. 씹으면 처음엔 툭 끊기는 듯하다가 뒤이어 거친 결이 남는다. 목으로 넘길 때 코로 메밀 향이 올라오는데, 이게 갓 삶아 찬물에 조인 면에서만 나는 향이다. 미지근하게 식은 소바에서는 절대 이 향이 안 난다. 나온 지 3분 안에 절반은 먹어치우는 게 맞다.

젓가락으로 들어올린 소바 면 클로즈업, 회백색 면 표면에 메밀 껍질 조각이 점점이 박혀 있다
껍질 점이 그대로 보이는 면. 굵기가 일정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손타공의 증거다.

쯔유는 진한 편이다. 관동식답게 짜고 가쓰오 향이 앞에 선다. 면 전체를 담가버리면 메밀 맛이 묻히니 끝 3분의 1만 적시라는 그 흔한 조언이, 이 집에서는 실제로 유효하다. 한 번 통째로 담가 먹어봤다가 두 번째 젓가락부터는 끝만 적셨다. 차이가 확실했다.

젓가락에 집은 소바를 파가 뜬 진한 쯔유 종지에 담그는 장면, 뒤로 미소시루 그릇이 놓여 있다
끝만 살짝 적신다. 통째로 담그면 메밀 향이 사라진다.

세트에 딸려 나온 코바치도 대충 만든 게 아니었다. 파란 소용돌이 무늬 그릇 안에 조갯살, 얇게 썬 무, 채 썬 당근, 유부, 푸른 잎채소를 맑은 국물에 조려 담았다. 간이 아주 옅어서 진한 쯔유와 번갈아 먹기 좋았다.

파란 소용돌이 무늬 그릇에 담긴 코바치, 조갯살과 얇게 썬 무, 당근채, 유부, 푸른 잎채소를 맑게 조린 반찬
세트에 붙어 나오는 코바치. 조갯살과 유부가 들어 있다.

면을 다 먹고 나면 흰 주전자에 담긴 소바유를 남은 쯔유에 붓는다. 뿌옇고 미지근한 국물이 진한 쯔유와 섞이면서 종지 안에서 두 층으로 갈렸다가 천천히 하나가 된다. 이걸 마시는 순간이 소바집에서 제일 좋다. 짠맛이 풀리고 메밀 삶은 물 특유의 곡물 냄새만 남는다. 주전자를 따로 달라고 하지 않아도 상에 미리 올려두는 집이라, 처음 온 사람도 놓칠 일이 없다.

흰 주전자로 소바유를 쯔유 종지에 붓는 장면, 갈색 쯔유와 뿌연 소바유가 두 층으로 섞이고 있다
소바유를 붓는 순간. 색이 갈리는 이 상태에서 한 모금 마셔도 좋다.

다음에 오는 사람에게

지하 계단을 다시 올라와 길에 서니 위층 제등 불빛이 여전히 인도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신주쿠에서 소바를 제대로 씹어보고 싶다면, 이 계단은 내려가볼 값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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