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다자이후 텐만구, 산도 상점가부터 본전 앞까지 두 시간

후쿠오카 텐진에서 니시테츠 열차를 타고 다자이후역에 내렸을 때 이미 우산 없이는 못 다닐 비였다. 역 앞 골목을 나서면 바로 참배길이 시작되고, 그 끝에 학문의 신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신 다자이후 텐만구가 있다. 수험생 부모들이 규슈 전역에서 찾아오는 신사인데, 정작 이날 산도를 채운 건 절반쯤이 비닐우산을 든 관광객…

다자이후 · 다자이후 텐만구

후쿠오카 텐진에서 니시테츠 열차를 타고 다자이후역에 내렸을 때 이미 우산 없이는 못 다닐 비였다. 역 앞 골목을 나서면 바로 참배길이 시작되고, 그 끝에 학문의 신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신 다자이후 텐만구가 있다. 수험생 부모들이 규슈 전역에서 찾아오는 신사인데, 정작 이날 산도를 채운 건 절반쯤이 비닐우산을 든 관광객이었다. 비 덕분에 돌바닥이 검게 젖어 사진은 오히려 좋았다.

신사보다 먼저 만나는 것 — 산도 상점가

다자이후를 처음 오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신사부터 보고 나오는 길에 상점가를 훑는 것이다. 순서가 반대다. 이 길 자체가 볼거리고, 신사 참배는 오히려 짧게 끝난다. 역에서 나오면 곧 돌 도리이가 하나 서 있고, 그 아래로 매화 문양 노렌을 건 가게들이 양쪽으로 늘어선다. 간판마다 '梅ヶ枝餅(우메가에모찌)' 넉 자가 붙어 있는데, 과장 없이 열 집 중 예닐곱 집이 이걸 판다.

다자이후 산도 상점가 한가운데 선 돌 도리이와 양옆으로 늘어선 우메가에모찌 가게들, 빨간 매화 문양 간판
산도 초입의 돌 도리이. 오른쪽 흰 벽에 붙은 붉은 매화 문양이 텐만구의 상징이다.

비가 세게 쏟아지던 시간대에는 셔터를 반쯤 내린 가게도 있었다. 그래도 야쿠르트 카트는 다니고, 게임 경품 가게 앞에는 아이들이 몰려 있었다. 관광지 상점가치고 지나치게 정돈된 느낌은 없고, 생활감이 남아 있는 쪽에 가깝다.

비 내리는 다자이후 산도, 젖은 돌바닥과 우산 쓴 사람들, 왼쪽 건물에 '梅ヶ枝餅' 간판
빗발이 굵어지자 사람이 확 빠진 산도. 멀리 첫 번째 도리이가 보인다.

우메가에모찌는 그 자리에서 철판에 눌러 굽는다. 받자마자 종이가 뜨거워서 손을 옮겨 잡아야 했다. 겉은 찹쌀 반죽이 눌린 자국대로 검게 그을렸고, 한 입 베어 물면 팥소가 그대로 드러난다. 단맛이 세지 않고 팥알이 살아 있는 편이라 두 개까지는 무난하게 들어간다. 식으면 확실히 맛이 떨어지니 사서 걸으며 바로 먹는 게 맞다. 가게마다 값이 조금씩 다르니 가격은 현장 확인을 권한다.

갓 구운 우메가에모찌를 매화 무늬 종이에 싸서 손에 든 모습, 뒤로 나무 격자 파사드의 스타벅스
굽는 자리에서 바로 받은 우메가에모찌. 배경이 그 유명한 스타벅스다.
한 입 베어 문 우메가에모찌 단면, 붉은 팥소가 드러나 있고 찹쌀 껍질에 그을린 자국
단면. 껍질은 얇고 팥은 알갱이가 남아 있다.

그냥 지나치면 아까운 스타벅스

산도 중간쯤, 목재가 사방으로 뻗어 나온 건물이 하나 있다. 스타벅스 다자이후텐만구 오모테산도점이다. 커피를 마실 생각이 없어도 여기는 들어가 보라고 말하고 싶다. 각재 수천 개를 서로 엇물려 짜 올린 구조인데, 못이나 금속 브래킷이 눈에 띄지 않고 나무가 나무를 물고 있다. 밖에서 보면 건물이 앞으로 쏟아질 듯 기울어 보이는데, 안으로 한 발 들어가면 그 각재들이 머리 위에서 터널처럼 모여든다.

'STARBUCKS COFFEE' 세로 간판과 사선으로 짜인 목재 격자 파사드의 다자이후 스타벅스 외관
밖에서 본 전면. 안쪽으로 깊게 파고드는 구조라 비 오는 날에도 입구가 젖지 않는다.
스타벅스 입구 안쪽, 목재 격자가 천장에서 모여드는 통로와 초록 세이렌 로고 간판
입구 안쪽. 왼편 화단에 속새를 심어 나무 결과 초록이 이어진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스타벅스 내부 목재 구조와 벽에 걸린 로고, 앞에서 우산 쓰고 사진 찍는 사람들
각재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각도로 물려 있다. 유리에 빗줄기가 그대로 찍혔다.

단점도 있다. 자리가 많지 않고 회전이 느려서, 주말 낮에는 앉을 데를 못 찾는다. 나도 결국 밖에 선 채로 사진만 찍고 나왔다. 사진 목적이면 사람이 몰리기 전 이른 오전이 낫다.

위치와 접근성 — 어떻게 가고 얼마나 걷는가

니시테츠 다자이후역에서 텐만구 본전까지는 산도를 따라 쭉 걸어 도보 5~10분이다. 길이 하나뿐이라 헤맬 일이 없고, 오르막이라기엔 완만해서 유모차나 노인 동반도 무리가 없다. 다만 신사 안으로 들어가면 다이코바시 다리 계단이 꽤 가파르니,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를 건너지 않고 옆 평지 길로 우회하는 편이 낫다. 텐진이나 하카타에서 오면 니시테츠 후츠카이치역 환승이 일반적이다.

경내로 — 도리이, 소, 그리고 다리 세 개

상점가가 끝나는 지점에 이끼 낀 돌 도리이가 서 있다. 여기서부터 소리가 달라진다. 상점가의 호객 소리가 뚝 끊기고, 나뭇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남는다.

이끼 낀 큰 돌 도리이 아래로 우산 쓴 참배객들이 지나가는 비 오는 다자이후 텐만구 입구
경내 초입의 돌 도리이. 기둥에 낀 노란 지의류가 세월을 보여준다.
'天満宮' 편액이 걸린 돌 도리이 너머로 붉은 누문이 보이는 참배길과 석등롱
'天満宮' 편액이 걸린 도리이. 이 너머로 붉은 누문이 눈에 들어온다.

도리이를 지나면 왼쪽에 청동 소가 엎드려 있다. 御神牛(고신규), 신의 소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지혜를 얻는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소마다 머리와 뿔만 반질반질하게 닳아 금색으로 빛난다. 몸통은 검푸른 녹이 그대로인데 머리만 반짝이니 대비가 확실하다. 비 오는 날엔 등판에 물이 고여서 만지려다 소매를 적셨다.

'奉献 御神牛' 글씨가 새겨진 화강암 대좌 위에 엎드린 청동 소 동상과 뒤편 담장
대좌에 '奉献 御神牛'라 새겨져 있다. 경내에 이런 소가 여러 마리다.
빨강 흰색 천을 두른 청동 소의 얼굴 클로즈업, 코와 머리 부분만 손때로 금빛으로 닳아 있다
코끝과 뿔 사이가 손때로 닳았다. 대좌에 빗물이 고여 반사되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심자지(心字池) 연못 위로 붉은 다리 세 개가 놓여 있다. 과거·현재·미래를 뜻한다는 다리인데, 가운데 아치가 가장 가파른 다이코바시다. 젖은 돌계단이라 굽 있는 신발이면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앞서 가던 분이 한 번 미끄러졌다.

붉은 난간의 아치형 다이코바시 계단을 우산 쓰고 오르는 사람들, 양옆에 매화 문양 석등롱
다이코바시 정면. 양옆 등롱에 붉은 매화가 그려져 있다.
옆에서 본 붉은 다이코바시의 석조 교각과 빗방울이 떨어지는 연못, 오른쪽에 작은 사당
옆에서 보면 다리 몸통은 전부 석조다. 수면에 빗방울 자국이 계속 번졌다.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잉어가 몰려 있다. 사람 발소리에 반응해서 따라붙는 걸 보면 먹이 받는 데 익숙한 놈들이다. 회색 잉어 사이에 주황과 흰색이 섞여 있었다.

연못 수면 아래로 몰려든 회색·주황·흰색 잉어 떼를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다리 난간에 서면 잉어가 먼저 모인다.
비에 젖은 연못과 작은 분수, 건너편 기와지붕 정자와 거대한 녹나무가 있는 경내 풍경
연못 건너편. 흐린 날의 초록이 오히려 진하게 나온다.

누문과 본전 앞

다리를 지나면 주홍빛 누문이 나타난다. 처마 아래로 흰 시데를 늘어뜨린 금줄이 걸려 있고, 지붕은 짙은 갈색으로 젖어 있었다. 문 아래를 지날 때 빗소리가 잠깐 끊기는데, 그 순간이 좋았다.

주홍색 2층 누문 정면, 처마 아래 금줄과 흰 시데, 우산 쓴 참배객들이 문을 통과하고 있다
누문 정면. 금박 장식이 흐린 하늘 아래서도 도드라진다.
넓은 흙바닥 경내에서 비스듬히 본 누문과 오른쪽에 빼곡히 걸린 나무 에마 판들
오른쪽 나무 선반에 에마가 빼곡하다. 대부분 합격 기원이다.

누문을 통과하면 본전 앞 넓은 돌바닥이다. 지붕이 초가에 가까운 두꺼운 檜皮(히와다) 지붕이라 다른 신사와 인상이 확연히 다르다. 처마 아래 금색 장식과 어두운 지붕의 대비가 비에 젖으니 더 진해졌다.

젖은 돌 참배로 끝에 보이는 다자이후 텐만구 본전과 좌우 청동 등롱, 우산 쓴 참배객들
본전 정면. 좌우 청동 등롱이 대칭으로 서 있다.

운 좋게 기도가 진행 중이었다. 연둣빛 가리기누를 입은 신관이 흰 종이를 늘어뜨린 오누사를 들고 좌우로 흔들고 있었고, 앞에 앉은 참배객 몇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사진은 회랑 바깥에서 조용히 한 장만 찍고 물러났다.

본전 안에서 연둣빛 옷을 입은 신관이 흰 종이를 단 오누사를 들고 의식을 진행하는 모습
의식 중인 본전 내부. 붉은 난간 너머로 금색 기물이 보인다.
입을 벌린 돌 고마이누 상과 그 뒤 석등롱, 붉은 기둥의 회랑 건물
회랑 앞 고마이누. 표면에 이끼가 앉아 초록빛이 돈다.

경내 한쪽, 보물전 쪽으로 가는 길에는 청동 동물상이 둘 있다. 하나는 뿔 하나 달린 기린상이고, 다른 하나는 텐만구의 상징 새인 우소(鷽)다. 우소는 통통한 몸에 짧은 꼬리가 붙어 있어서 처음엔 무슨 조형물인가 싶었는데, 옆 비석의 '獻納' 글씨를 보고 봉납품인 걸 알았다. 둘 다 안내판을 읽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자리에 있다.

'奉献 銅麒麟' 비석 옆에 선 청동 기린상, 뿔 하나와 소용돌이 갈기가 있고 뒤편에 보물전 건물
청동 기린상. 대좌에 '奉献 銅麒麟'이라 새겨져 있다.
둥근 몸의 청동 우소 새 동상과 옆에 금색 '獻納' 글씨가 새겨진 돌기둥
우소 동상. 옆 돌기둥에 금색 '獻納' 두 글자.

사람들이 잘 안 올려다보는 것 — 큰 녹나무

본전 사진만 찍고 나가는 사람이 많은데, 경내에는 수령이 상당해 보이는 녹나무 거목이 여러 그루 있다. 밑동 둘레가 어른 몇 명이 팔을 벌려야 감쌀 정도고, 가지마다 이끼와 착생 식물이 층층이 붙어 있다. 이 나무 아래 서면 웬만한 비는 잎이 다 받아낸다. 우산을 접고 잠깐 서 있었는데, 젖은 나무껍질 냄새가 진하게 올라왔다. 다자이후에서 제일 기억에 남은 냄새가 향도 아니고 떡도 아니고 이 나무 냄새였다.

사방으로 가지를 뻗은 거대한 녹나무와 그 아래 나무 울타리, 우산 쓴 아이들
가지가 옆으로 넓게 퍼져 주변 건물 지붕까지 덮는다.
이끼 낀 굵은 밑동이 드러난 녹나무 거목과 옆에 세워진 비석, 뒤편 기와 건물
밑동 쪽. 뿌리가 흙 위로 넓게 드러나 있다.

다시 갈 때 참고할 것들

비가 그치지 않아 결국 산도를 다시 우산 쓰고 내려왔다. 아침에 지나칠 땐 셔터가 내려가 있던 가게들이 문을 열었고, 떡 굽는 냄새가 아까보다 진했다. 역까지 5분 남짓한 길인데,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늘 더 길게 느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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