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가부키초 고질라 머리 아래, 규카츠 모토무라에서 돌판에 소고기 튀김을 굽다

신주쿠역 동쪽 출구에서 걸어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고개가 저절로 젖혀진다. 건물 옥상에서 고질라 머리가 입을 벌리고 있다.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의 TOHO 시네마즈 건물, 그 위층이 호텔 그레이서리다. 이날 저녁에 내가 찾아간 규카츠 모토무라(牛かつ もと村)는 딱 그 고질라 머리에서 내려다보이는 골목 안에 있었다. 고…

도쿄 · 규카츠 모토무라

신주쿠역 동쪽 출구에서 걸어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고개가 저절로 젖혀진다. 건물 옥상에서 고질라 머리가 입을 벌리고 있다.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의 TOHO 시네마즈 건물, 그 위층이 호텔 그레이서리다. 이날 저녁에 내가 찾아간 규카츠 모토무라(牛かつ もと村)는 딱 그 고질라 머리에서 내려다보이는 골목 안에 있었다. 고질라 보러 온 김에 밥 먹을 데를 찾는 사람이라면, 사실 이 집 하나만 알고 와도 된다.

해질 무렵 파란 하늘 아래 건물 옥상에 설치된 고질라 머리 조형물과 그 아래 토이스토리4 대형 포스터, 오른쪽에 HOTEL 간판
해가 막 넘어간 시간. 고질라 머리 옆으로 토이스토리4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고질라 머리를 기준점으로 삼으면 길을 안 잃는다

가부키초 골목은 간판이 세로로 겹겹이 쌓여 있어서 처음 오면 방향 감각이 금방 무너진다. 나도 첫 방문 때 같은 블록을 두 바퀴 돌았다. 그때부터 쓰는 방법이 고질라를 기준 삼는 것이다. 어느 골목에서든 위를 보면 그 머리가 보이는 각도가 나오고, 머리가 정면으로 보이는 쪽이 TOHO 시네마즈 정문 방향이다.

흐린 낮의 가부키초 거리. 건물 위 고질라 머리와 데드풀 대형 포스터, TOHO CINEMAS 간판, 세로로 늘어선 일본어 점포 간판들과 걸어가는 행인들
낮에 본 같은 자리. 오른쪽 세로 간판 기둥에 층별 식당이 3F부터 9F까지 빼곡하다.

낮과 밤의 인상이 완전히 다르다. 낮에는 회색 건물에 붙은 영화 포스터가 눈에 들어오고, 밤에는 조명이 켜지면서 고질라가 보라색으로 물든다. 밤에 가까이 다가가 올려다보면 이빨 하나하나에 빛이 들어와 있고, 눈에는 주황색 조명이 박혀 있다. 사람들이 여기서 사진을 찍느라 인도가 잠깐씩 막힌다.

밤에 보라색 조명을 받은 고질라 머리 조형물 클로즈업. 벌린 입 안 이빨에 불이 들어와 있고 눈은 주황색으로 빛나며 뒤로 신주쿠 고층 건물 야경이 보인다
밤에 가까이서 본 고질라. 콘크리트 바위 세트까지 만들어 놨다.

노렌 옆에 메뉴판이 세워져 있다

가게 입구는 요란하지 않다. 크림색 노렌에 붓글씨로 牛かつ, 그 아래 작게 もと村, 옆에 붉은 낙관 도장. 그 앞에 메뉴판 스탠드가 하나 서 있다. 이게 꽤 중요하다. 안에 들어가서 뭘 시킬지 고민하지 말고 여기서 미리 정하고 들어가는 게 낫다. 자리 회전이 빠른 집이라 앉자마자 주문을 받는다.

규카츠 모토무라 입구의 크림색 노렌에 붓글씨로 쓴 牛かつ もと村 글자와 붉은 낙관, 그 앞에 사진이 실린 메뉴판 스탠드
입구 노렌과 메뉴 스탠드. 오른쪽 붉은 도장에도 牛かつ가 새겨져 있다.

메뉴판을 펼치면 구성이 단순하다. 규카츠 정식 130g에 1,300엔, 여기에 토로로(마 간 것)를 붙이면 1,400엔. 양이 두 배인 W 규카츠 정식 260g은 2,100엔, 토로로 포함 2,200엔. 고기 한 장(130g) 추가는 800엔. 맨 위에 빨간 테두리로 "1인당 정식 1개씩 주문해 주세요"라고 일본어와 영어로 못 박아 뒀다. 둘이 가서 하나 시키고 나눠 먹는 건 안 된다는 뜻이다.

규카츠 모토무라 메뉴판 사진. 규카츠 정식 1300엔, 토로로 포함 1400엔, W 규카츠 정식 2100엔, 토로로 포함 2200엔, 추가 고기 800엔 표기와 각 메뉴 사진
방문 당시 메뉴판. 가격은 바뀔 수 있으니 현장 확인을 권한다.

음료는 따로 한 면을 차지한다. 생맥주 미디엄 500엔, 라지 800엔, 하이볼 400엔, 콜라와 오렌지주스는 각각 300엔과 500엔. 눈에 띈 건 이 음료 페이지에 "음료 메뉴"라고 한국어가 같이 박혀 있다는 점이다. 한국 손님이 그만큼 많이 온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날도 옆 테이블 두 팀이 한국말을 쓰고 있었다.

돌판이 먼저 나온다 — 이 집의 핵심

주문하면 고기보다 돌판이 먼저 온다. 무쇠 받침 위에 검은 돌판이 얹혀 있고, 받침 안쪽에서 고체연료가 주황색으로 타오른다. 카운터에 앉으면 이 불이 얼굴 가까이에서 흔들린다. 여름에 가면 이 열기가 은근히 부담스럽다. 받침 옆면에 흰 글씨와 붉은 글씨가 손으로 쓴 듯 남아 있는데, 이게 다 반복해서 불에 그을린 흔적이라 집기 하나하나가 오래 쓴 티가 난다.

무쇠 받침 위에 얹힌 검은 사각 돌판. 받침 아래 구멍으로 주황색 고체연료 불꽃이 타오르고 받침 옆면에 붉고 흰 글씨가 쓰여 있다
고기보다 먼저 도착하는 개인용 돌판. 이 불이 식기 전에 다 먹어야 한다.

돌판이 데워지는 동안 정식 한 상이 나온다. 검은 옻칠 접시에 소고기 커틀릿이 도톰하게 썰려 누워 있고, 그 옆으로 채 썬 양배추가 산처럼 쌓인다. 왼쪽엔 마요네즈에 버무린 감자 샐러드와 파슬리, 오른쪽엔 와사비 한 덩이. 붉은 국그릇에는 유부가 들어간 된장국이 따로 붙어 나온다. 밥은 리필된다.

검은 접시에 담긴 규카츠 정식 한 상. 도톰하게 썬 소고기 커틀릿, 수북한 채 썬 양배추, 감자 샐러드와 파슬리, 와사비, 옆에 유부가 든 붉은 그릇의 된장국
규카츠 정식 한 상. 와사비 양이 넉넉하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튀김옷이 아주 곱다. 굵은 빵가루가 아니라 잘게 부순 가루로 얇게 입혀 튀겨서, 겉면이 사포처럼 오돌토돌하면서도 두껍지 않다. 단면 가장자리만 살짝 익고 안쪽은 자줏빛이 도는 생고기 그대로다. 처음 보면 "이걸 이대로 먹으라고?" 싶은데, 그게 이 집 방식이다.

규카츠 튀김옷 클로즈업. 고운 빵가루 옷이 얇게 입혀진 소고기 커틀릿 단면과 뒤쪽에 수북이 쌓인 채 썬 양배추, 파슬리, 와사비
튀김옷이 얇고 곱다. 단면 안쪽은 아직 생고기다.

몇 초를 굽느냐가 전부다

돌판에 고기를 올리는 순간 치익 소리가 짧게 나고 끝난다. 팬처럼 계속 지글대지 않는다. 그래서 소리만 듣고 있으면 익는 정도를 못 잡는다. 눈으로 단면 색을 봐야 한다.

검은 돌판 위에 갓 올려진 규카츠 세 조각. 단면 안쪽이 선명한 분홍빛 생고기 상태로 마블링이 보인다
막 올렸을 때. 단면이 아직 선홍색이고 마블링 결이 그대로 보인다.

한 면에 십몇 초, 뒤집어서 또 십몇 초. 그러면 분홍이 옅어지면서 가운데만 붉은 점처럼 남는다. 나는 이 정도가 제일 좋았다. 씹으면 겉의 튀김옷이 바스러지고 안쪽 고기가 아직 촉촉하다. 처음 갔을 때는 겁이 나서 완전히 익혔는데, 그때는 그냥 잘 튀긴 소고기 커틀릿 맛이었다. 굽는 시간을 줄이면서 이 집이 왜 유명한지 알게 됐다.

돌판 위에서 양면을 구워 단면 가운데만 붉은 점이 남은 규카츠 세 조각. 아래쪽으로 파란 고체연료 불꽃이 보인다
양면을 짧게 구운 상태. 가운데 붉은 점이 남을 때가 딱 좋았다.

먹는 방법은 취향껏이다. 테이블에 소스 두 종류와 암염, 와사비가 있어서 조각마다 다르게 찍어 봤다. 소금과 와사비 조합이 가장 깔끔했고, 소스는 두 번째 조각쯤부터 물린다. 양배추는 사이사이에 계속 집어 먹어야 한다. 130g이 적어 보여도 기름진 고기라 끝에 가면 묵직하다.

나무젓가락으로 구운 규카츠 한 조각을 집어 올린 모습. 돌판 위에는 아직 두 조각이 남아 있다
한 조각씩 올리고 굽고 집어 먹는다. 한꺼번에 다 올리면 뒤쪽이 과하게 익는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고질라 머리는 사진 한 장 찍고 나면 볼 게 더 없다. 그런데 그 아래 골목에서 돌판 하나 붙들고 굽기를 맞춰가며 먹는 삼십 분은 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신주쿠에서 저녁 한 끼를 어디서 먹을지 고민 중이라면, 나는 이 집을 먼저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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