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이바 아쿠아시티 5층, 레인보우브릿지 보이며 꼬치에 생맥주 마신 밤
도쿄 오다이바 아쿠아시티(Aqua City Odaiba)는 낮에 오면 그냥 큰 쇼핑몰이다. 자유의 여신상 복제품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 유니클로, 푸드코트. 그런데 해가 떨어지고 나서 위층으로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다 쪽으로 창을 낸 식당들이 한 층에 죽 늘어서 있고, 그 창 너머로 레인보우브릿지가 통째로 들어…
도쿄 · Aqua City Odaiba
도쿄 오다이바 아쿠아시티(Aqua City Odaiba)는 낮에 오면 그냥 큰 쇼핑몰이다. 자유의 여신상 복제품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 유니클로, 푸드코트. 그런데 해가 떨어지고 나서 위층으로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다 쪽으로 창을 낸 식당들이 한 층에 죽 늘어서 있고, 그 창 너머로 레인보우브릿지가 통째로 들어온다. 밥 먹으러 온 건지 다리 보러 온 건지 헷갈리는 저녁이었다.
창밖에 다리가 걸려 있는 자리
안내를 받고 들어간 자리는 좌식이었다. 다리를 넣는 홈이 파인 호리고타츠 식이라 앉기는 편했고, 나무 기둥과 대나무 발로 꾸민 실내가 어둑했다. 조명이 낮게 깔려 있어서 창유리에 실내등이 그대로 반사되는데, 그 반사된 등 사이로 파랗게 조명 들어온 레인보우브릿지가 떠 있다. 사진 찍으려고 유리에 렌즈를 바짝 붙여봤지만 반사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유리에 손을 대보니 아직 낮의 열기가 남아 미지근했다.

여기서 짚고 싶은 게 이거다. 레인보우브릿지를 바라보면서 저녁 먹고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식당이 이 건물 안에 한둘이 아니라 여러 곳 모여 있다. 이자카야, 회전초밥, 고기집, 라멘까지 한 층에 붙어 있어서 한 집이 대기가 길면 옆집으로 옮기면 된다. 다만 다 같은 뷰는 아니다. 창가 카운터석이 통유리인 집이 있고, 우리가 앉은 곳처럼 좌식 테이블에서 창 너머로 보는 집이 있다. 창가 자리는 예약 없이 저녁 7시쯤 가면 거의 안 남는다. 우리는 20분 정도 기다려서 두 번째 줄 자리에 앉았다.
꼬치는 종류별로, 맥주는 계속
주문은 야키토리 모둠부터. 껍질 감아 구운 것, 껍질, 하츠(염통), 아스파라거스 베이컨말이가 한 접시에 나왔다. 소금 간이 세지 않아서 그대로 먹어도 짜지 않다. 하츠는 겉만 살짝 그을리고 속은 붉은 기가 남아 있었는데 씹으면 육즙이 툭 터진다. 아스파라거스말이는 초록색 단면이 예뻐서 먼저 손이 가지만, 실제로 제일 맛있던 건 두 번째 줄 껍질 꼬치였다. 기름이 다 빠져서 바삭한데 안쪽은 쫀득하다.
따로 시킨 에링기 베이컨말이는 접시 하나에 두 꼬치. 버섯이 두툼해서 한 입에 안 들어가고, 겉에 구운 자국이 갈색으로 남아 있다. 나무 테이블에 결이 굵게 파여 있어서 접시 놓는 소리가 둔탁하게 났다.

맥주는 큰 조끼로 시켰다. 유리가 두꺼워서 손에 물기가 금방 맺힌다. 튀김도 한 접시 추가했는데 새우 한 마리, 연근, 가지가 종이 위에 올라 나왔다. 갈아 놓은 무와 말차소금이 곁들여 나오길래 소금부터 찍어 먹었더니 연근이 특히 좋았다. 튀김옷이 얇아 눅눅해지기 전에 먹어야 한다. 우리는 사진 찍느라 조금 늦었고, 마지막 가지는 이미 축 늘어져 있었다. 급할 것 없다면 튀김은 제일 나중에 시키는 편이 낫다.

낮에 들렀던 로스트비프 덮밥
같은 건물, 다른 날 낮에 먹은 것도 같이 적어둔다. 로스트비프 덮밥이었다. 밥 위에 분홍빛 고기를 겹겹이 덮고 가운데 반숙 계란, 위에 굵은 후추와 양파 간장소스. 고기가 얇아서 씹는 맛보다는 소스와 노른자를 섞어 밥에 비벼 먹는 쪽이다. 노른자를 터뜨려 한 바퀴 섞으면 색이 확 바뀐다. 짜지 않고 후추 향이 강해서 술 없이 낮밥으로 딱 맞았다. 아쉬운 건 채소가 상추 몇 장뿐이라 끝까지 먹으면 좀 물린다는 것. 둘이 가면 하나 시켜 나눠 먹고 다른 걸 하나 더 시키는 쪽을 권한다.

가는 법과 자리 잡는 요령
유리카모메를 타면 다이바역에서 내려 데크로 연결된다. 걸어서 3분이 안 걸린다. 린카이선을 탔다면 도쿄텔레포트역에서 내려 10분 남짓 걷는다. 여름 저녁이라도 바닷바람이 있어서 걷는 게 크게 괴롭지는 않았다.
실제로 해보고 정리한 것들.
- 다리 조명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가야 한다. 계절마다 일몰이 다르니 여름이면 저녁 7시 넘어서, 겨울이면 5시 반쯤부터 노려보면 된다.
- 창가 자리는 선착순인 집이 많다. 전화 예약을 받는 곳도 있으니 특정 가게를 정했다면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 사진을 제대로 남기고 싶으면 밥 먹기 전에 건물 밖 바닷가 데크로 먼저 나갔다 오는 걸 추천한다. 유리 반사 없는 다리 사진은 거기서 나온다.
- 가격은 가게마다 편차가 크고 우리가 간 이후로 바뀌었을 수 있어 적지 않는다. 층 안내판에 메뉴 샘플과 가격대가 붙어 있으니 한 바퀴 돌아보고 정하면 된다. 영업시간도 가게별로 달라 현장 확인을 권한다.
다 먹고 나와서 데크에 한참 서 있었다. 배 지나가는 소리가 낮게 들리고, 다리 조명이 색을 바꿨다. 도쿄에서 야경 보는 방법은 많지만 앉아서 술 마시며 오래 보는 건 여기가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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