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주쿠 스시로에서 접시 열 몇 장 쌓고 온 저녁
신주쿠 동쪽 골목, 간판 불빛이 서로 겹쳐 보이는 그 구역에 스시로가 있다. 일본 도쿄에서 회전초밥을 먹겠다고 하면 보통 이 체인 이름이 먼저 나온다. 나는 이날 저녁 7시 조금 넘어 들어갔는데, 대기 명단에 이름을 적고 20분쯤 서 있었다. 신주쿠점은 관광객 비중이 높아서인지 발권 기계 화면에 한국어가 있었고, 자리에…
도쿄 · 스시로 신주쿠점
신주쿠 동쪽 골목, 간판 불빛이 서로 겹쳐 보이는 그 구역에 스시로가 있다. 일본 도쿄에서 회전초밥을 먹겠다고 하면 보통 이 체인 이름이 먼저 나온다. 나는 이날 저녁 7시 조금 넘어 들어갔는데, 대기 명단에 이름을 적고 20분쯤 서 있었다. 신주쿠점은 관광객 비중이 높아서인지 발권 기계 화면에 한국어가 있었고, 자리에 앉으니 태블릿도 한국어로 바꿀 수 있었다.
자리는 카운터. 앞으로 두 개의 레일이 지나간다. 위쪽은 일반 회전 레일, 아래쪽은 주문한 접시가 직행으로 오는 전용 레인이다. 안내문에도 "専用レーンでお届けします 도착 시 음성과 화면으로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처음 온 사람은 위 레일에서 흘러가는 접시를 열심히 쳐다보는데, 실제로는 태블릿으로 시키는 쪽이 훨씬 신선하고 빠르다. 위 레일 접시는 꽤 오래 돌고 있는 것도 섞여 있다.
참치를 먹으러 온 거였다
스시로에 오면 나는 참치부터 시킨다. 이날 첫 접시는 붉은 살에 간장 소스를 두른 마구로. 위에 고추냉이가 조금 올려져 나오는데, 이 집 고추냉이는 코를 세게 치지 않는다. 매운 걸 못 먹는 일행도 그냥 먹었다. 밥알이 헐겁게 뭉쳐 있어서 젓가락으로 들면 몇 알이 접시에 떨어진다. 사진에도 떨어진 밥알이 그대로 찍혔다.
진짜는 그다음이었다. 흰 접시에 나오는 대뱃살(오토로). 스시로는 접시 색으로 가격을 나누는데, 사진 속 노란 접시와 흰 접시, 붉은 접시, 검은 접시가 다 값이 다르다. 테이블 뒤 안내판에 '검은 접시(黒皿) 290엔'이라고 적혀 있는 게 보인다. 흰색·금테 접시는 그보다 아래 등급이다.
이걸 들어 올리는 순간이 이날 저녁의 정점이었다. 젓가락으로 집으면 살이 축 늘어진다. 냉동을 급하게 녹인 티가 나는 집들은 이렇게 안 늘어지고 뻣뻣하다. 입에 넣고 두어 번 씹으면 기름이 먼저 퍼지고 밥은 뒤늦게 따라온다. 옆에 세워둔 생맥주 잔이 이미 반쯤 비어 있었는데, 이 한 점 때문에 한 잔 더 시킬 뻔했다.
초밥집인데 오므라이스가 나온다
스시로 메뉴판을 끝까지 내려보면 초밥이 아닌 게 절반 가까이 된다. 라멘, 우동, 튀김, 디저트. 이날 시킨 건 케첩 한 방울 얹은 오므라이스였다. 초밥집에서 이걸 왜 시켰냐고 하면 할 말은 없는데, 아이 데리고 온 가족 손님이 많은 이유가 이거다. 계란은 얇게 부친 쪽이라 폭신하기보다는 쫀득했고, 안에 든 밥은 케첩 볶음밥 맛. 특별하진 않지만 초밥만 계속 먹다 물렸을 때 하나 끼워 넣기엔 괜찮았다.
테이블에 놓인 초록색 음료는 멜론소다다. 얼음 없이 나오는데도 꽤 차갑고, 단맛이 세서 기름진 뱃살 먹은 뒤 입을 씻기엔 오히려 좋았다. 그 옆의 작은 흰색 선풍기는 가게 비품이 아니라 옆자리 손님 것으로 보였다. 여름 신주쿠는 실내라도 사람이 몰리면 덥다.
접시를 쌓게 만드는 장치
자리에 앉자마자 눈에 들어온 게 테이블 매트였다. 스시로 × 스트리트 파이터 콜라보 안내인데, 접시를 20장 또는 100장 쌓아서 사진을 찍고 해시태그를 달아 올리면 굿즈와 식사권을 준다는 내용이다. 매트 구석에 "2024.7.24~9.1"이라고 적혀 있으니 지금은 이미 끝난 행사다. 다만 이런 계절 콜라보가 계속 바뀌면서 걸리기 때문에, 방문 시점에 뭘 하고 있는지는 자리에 앉아 매트를 보면 바로 안다.
실제로 우리 둘이 먹고 나서 쌓인 접시가 이 정도. 노란색, 흰색, 붉은색, 검은색이 섞여 있어서 계산 전에 대략 얼마 나올지 눈으로 가늠이 된다. 접시 색 조합만 봐도 '아, 오늘 뱃살을 좀 시켰구나' 싶었다. 스시로는 회전초밥 중에서도 싼 축에 드는 곳이지만, 흰 접시·검은 접시로만 달리면 금액이 금방 올라간다. 여기서 저렴하게 먹으려면 노란 접시 위주로 시키고, 뱃살 같은 건 몇 점만 포인트로 넣는 게 낫다.
가는 길과 알아두면 편한 것
촬영 지점은 신주쿠역 동쪽 방향이다. 역에서 나오면 걸어서 갈 만한 거리인데, 신주쿠역은 출구가 워낙 많아서 지상으로 나온 뒤 지도를 켜는 편이 빠르다. 지하에서 방향을 잡으려다 반대편으로 나오면 5분 걸을 것을 15분 걷는다.
실제로 겪고 나서 다음에 오면 이렇게 하겠다 싶은 것들:
- 저녁 피크(18~20시)는 대기가 길다. 스시로 앱으로 미리 예약하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현장 발권만 믿고 가면 서 있는 시간이 아깝다.
- 위 레일보다 태블릿 주문. 전용 레인으로 따로 와서 음성으로 알려준다.
- 찻잔, 물수건, 이쑤시개, 소금, 시치미는 자리에 다 비치돼 있다. 안내판이 붙어 있으니 직원을 부를 필요가 없다.
- 뜨거운 물은 테이블 앞 레버를 돌리면 나온다. "やけどに注意(화상 주의)" 스티커가 붙어 있을 만큼 뜨겁게 나온다.
- 접시 색이 곧 가격이다. 계산 전에 색깔별로 세어보면 놀랄 일이 없다. 가격은 시기·점포마다 달라지니 자리에서 안내판 확인을 권한다.
맛으로만 치면 도쿄에서 더 좋은 초밥집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대뱃살 한 점을 부담 없이 두 번 시켜 먹고, 초밥집에서 오므라이스를 시켜도 아무도 이상하게 안 보고, 접시를 쌓아 올리며 사진 찍는 재미까지 있는 곳은 이쪽이다. 다음에 신주쿠에 오면 또 카운터에 앉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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