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주쿠산초메 스시로에서 혼자 앉아 접시를 쌓은 저녁

신주쿠산초메역에서 나와 지하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스시로 간판이 나온다. 일본 도쿄에서 회전초밥집은 어디에나 있지만, 신주쿠 한복판에서 저녁 시간대에 자리를 잡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도착했을 때 대기 태블릿에는 앞에 열몇 팀이 걸려 있었다. 카운터석 1인으로 찍으니 순번이 훅 당겨졌다. 혼자 온 사람에게 유리한 구조라…

도쿄 · 스시로 신주쿠산초메점

신주쿠산초메역에서 나와 지하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스시로 간판이 나온다. 일본 도쿄에서 회전초밥집은 어디에나 있지만, 신주쿠 한복판에서 저녁 시간대에 자리를 잡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도착했을 때 대기 태블릿에는 앞에 열몇 팀이 걸려 있었다. 카운터석 1인으로 찍으니 순번이 훅 당겨졌다. 혼자 온 사람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걸 이날 확실히 알았다.

주문은 전부 태블릿, 한국어가 된다

자리에 앉으면 정면에 세로형 태블릿이 붙어 있다. 언어를 한국어로 바꾸면 메뉴 사진과 이름, 가격이 전부 한글로 뜬다. 사진 속 화면에도 한국어 메뉴가 그대로 보인다. 일본어를 몰라도 주문에 막힐 일이 없다는 뜻이다. 레일 위로 도는 접시를 집을 수도 있지만, 태블릿으로 시키면 별도 레인으로 내 자리 앞까지 배달된다. 도착 알림음이 울리고, 손을 뻗어 접시만 빼면 된다.

테이블에 붙은 안내를 보면 레일에서 집은 접시는 되돌려놓지 말라고 적혀 있다. 위생 관리 때문인데, 처음 온 사람들이 무심코 되돌려놓다가 직원에게 안내받는 장면을 옆자리에서 봤다.

튀김은 갓 나온 걸 노려야 한다

초밥집에서 튀김을 시킨다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는데, 스시로의 튀김 모둠은 주문 즉시 튀겨서 나온다. 검은 종이 그릇에 새우, 오징어 다리, 흰살생선이 차곡차곡 담겨 나왔다. 오징어 다리 끝은 살짝 그을린 것처럼 진하게 튀겨졌고, 씹으면 바삭한 껍질 안에서 물기가 확 터졌다. 아래에 깔린 차조기 잎도 같이 튀겨져 있어서 향이 기름 사이로 스친다.

검은 종이 그릇에 담긴 새우·오징어·흰살생선 튀김 모둠, 뒤로는 한국어 메뉴가 표시된 주문 태블릿
튀김 모둠. 뒤쪽 태블릿 화면에 한국어 메뉴가 떠 있는 게 보인다.

다만 튀김은 식으면 확 처진다. 나온 지 3분쯤 지나자 아래쪽 옷이 종이의 기름을 먹고 눅눅해졌다. 초밥 몇 접시를 쌓아놓고 나중에 먹으려다가 실패했다. 튀김이 오면 하던 걸 멈추고 그것부터 해치우는 게 맞다.

주토로 한 점 — 결국 이걸 먹으러 온다

튀김이나 사이드 메뉴가 아무리 잘 나와도, 여기까지 와서 참치를 안 먹으면 아쉽다. 주토로를 한 접시 시켰다. 붉은 살에 하얀 지방이 결처럼 촘촘하게 박혀 있고, 밥 위에서 양쪽으로 늘어질 만큼 크게 잘렸다. 스시로 로고가 찍힌 그 흰 접시 위에 딱 한 점 올라온 모양이 오히려 더 눈에 들어왔다.

'スシロー' 로고가 찍힌 흰 접시 위에 지방이 촘촘히 박힌 주토로 초밥 한 점이 놓여 있는 모습
주토로 한 점. 접시 가장자리의 'スシロー' 글자가 여기가 어디인지 말해준다.

입에 넣으면 체온에 지방이 먼저 풀린다. 밥알은 생각보다 단단하게 뭉쳐 있어서 씹는 감각이 남는다. 회전초밥 체인에서 나오는 주토로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는데, 이 정도면 가격 대비 불만이 없다. 한 점으로는 부족해서 결국 한 접시를 더 시켰다.

초록색 소다 한 잔의 정체

음료도 태블릿으로 시킨다. 멜론소다를 눌렀더니 형광에 가까운 초록색이 얼음과 함께 나왔다. 잔을 드니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 손이 미끄러웠고, 안에서 기포가 쉬지 않고 올라왔다. 맛은 멜론이라기보다 어릴 때 먹던 초록색 사탕에 가깝다. 단맛이 꽤 세서 튀김 기름을 씻어내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됐다.

얼음과 기포가 가득한 형광 초록색 멜론소다 잔을 손으로 들어 올린 모습, 뒤로 간장병과 나무 테이블이 보인다
멜론소다. 뒤쪽에 놓인 간장병과 카운터 테이블이 여기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진 뒤쪽에 보이는 간장병은 자리마다 놓여 있다. 초밥에 직접 붓지 말고 앞접시나 생선 쪽에 살짝 찍는 정도로 쓰는 게 낫다. 밥에 부으면 뭉친 밥알이 풀려서 집다가 무너진다. 녹차는 가루와 온수기가 자리에 있어서 직접 타 먹으면 된다. 별도 요금은 붙지 않았다.

위치와 대기 요령

신주쿠산초메역에서 도보로 금방이다. 이세탄 백화점 쪽에서 걸어오면 방향이 헷갈리지 않는다. 신주쿠역 동쪽 출구에서도 걸어올 만한 거리인데, 지상으로 나오면 사람에 치이니 지하로 이동하는 편이 빠르다.

실제로 겪어보고 정리한 것들.

접시를 다 비우고 나오니 밖은 이미 어두웠다. 신주쿠산초메 골목의 간판들이 하나씩 켜지는 시간이었고, 배는 부른데 지갑은 별로 안 아팠다. 도쿄에서 초밥 한 끼에 큰돈을 쓰기 애매한 날, 이 정도 선택이면 후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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