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자부다이 힐즈 34층, 힐즈하우스 스카이룸에서 도쿄타워를 정면으로 마주한 오후
가미야초에서 지하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걷다가 엘리베이터를 한 번 갈아타고 올라간 곳이 아자부다이 힐즈 모리 JP타워 34층, 힐즈하우스 스카이룸이다. 도쿄 미나토구 한복판인데 입장권을 사는 창구가 없다. 전망대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고 카페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냥 열려 있는 층이다. 나는 이 사실을 모르고 올라갔다가 문…
도쿄 · 힐즈하우스 스카이룸
가미야초에서 지하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걷다가 엘리베이터를 한 번 갈아타고 올라간 곳이 아자부다이 힐즈 모리 JP타워 34층, 힐즈하우스 스카이룸이다. 도쿄 미나토구 한복판인데 입장권을 사는 창구가 없다. 전망대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고 카페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냥 열려 있는 층이다. 나는 이 사실을 모르고 올라갔다가 문 앞에서 잠깐 멈칫했다. 티켓을 어디서 사냐고 물어볼 사람을 찾다가, 다들 그냥 걸어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면 천장이 두 개 층 높이로 뚫려 있고, 창이 활처럼 휘어 있다. 위층 난간에서 내려다보면 아래층 사람들이 작아 보인다. 테이블은 흰색 원형, 의자는 로프를 엮은 것과 금속 프레임이 섞여 있다. 캐리어를 끌고 온 사람도 있었다. 공항 가기 전에 시간이 애매하게 남은 여행자들이 여기서 버티는 모양이다.
위치와 가는 법 — 지하로 붙어 있다
도쿄메트로 히비야선 가미야초역이 아자부다이 힐즈와 직결이다. 밖으로 나올 필요 없이 지하에서 건물로 들어간다. 오에도선·난보쿠선 아자부주반역에서 걸어와도 되는데, 이쪽은 언덕이다. 도쿄 지도만 보고 "800m니까 10분"이라고 계산했다가 등에 땀이 났다. 이 동네는 평지가 아니다. 롯폰기잇초메역에서도 걸어올 수 있는 거리다.
34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저층부에서 한 번 갈아타야 한다. 안내판을 따라가면 되지만 처음이면 헤맨다. 나도 잘못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피스 로비까지 갔다가 되돌아 내려왔다.
창 하나 사이에 도쿄타워가 있다
동쪽 창으로 가면 도쿄타워가 정면이다. 시바공원 위로 붉은 철골이 통째로 서 있고, 그 뒤로 도쿄만과 레인보우브리지까지 한 화면에 들어온다. 이 높이가 묘하다. 타워를 올려다보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내려다보는 것도 아니라, 전망대 자리쯤에서 눈높이가 맞는다. 타워 자체를 온전한 형태로 보려면 오히려 이 정도가 낫다.

세로로 당겨 찍으면 또 다르다. 타워 첨탑 끝부터 다리 네 개가 땅에 박히는 지점까지 다 나오는데, 발밑에는 공사장 크레인이 노랗게 서 있고 길 건너에는 'INNER TRIP'이라고 적힌 낡은 간판이 붙어 있다. 이 동네가 계속 뜯어고쳐지는 중이라는 게 사진 한 장에 다 담긴다.

사람이 빠진 시간대에는 창가 전체가 비기도 한다. 검은 창틀이 세로로 반복되고 그 사이사이로 바다가 잘려서 보이는데, 이 구도가 오히려 사진이 잘 나온다. 바닥 타일에 창 그림자가 길게 눕는다.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창에 바짝 붙어서 아래를 보면 고소공포가 있는 사람은 한 발 물러선다. 도쿄타워 다리가 발밑에서 시작하고, 그 앞 사거리 횡단보도의 흰 줄까지 세어진다. 차가 장난감처럼 굴러다니고, 검은 원통형 빌딩 하나가 뜬금없이 솟아 있다. 옥상마다 실외기와 급수탱크가 빼곡한 게 이 각도에서만 보이는 도쿄의 뒷모습이다.

반대편 창 — 롯폰기, 그리고 맑으면 후지산
같은 층에서 반대쪽으로 걸어가면 풍경이 완전히 바뀐다. 도쿄타워가 사라지고 롯폰기힐즈 모리타워가 주인공이 된다. 그 너머로는 저층 주택가가 끝도 없이 깔리고, 지평선에 산줄기가 걸린다.

겨울 오후에 공기가 씻겨 있으면 산 위로 후지산이 뜬다. 나도 처음엔 구름인 줄 알고 넘겼다. 산줄기 능선 중간에서 유독 완만하게 좌우로 퍼지는 실루엣이 있는데, 정상 부근만 눈이 얹혀 하얗다. 여름이나 흐린 날엔 아예 안 보인다. 이건 운이다.

구름이 두껍게 낀 날도 나쁘지 않다. 오후 중반에 두꺼운 회색 구름이 도시 절반을 덮고, 그 틈으로 빛줄기가 떨어지는 장면을 봤다. 모리타워 유리면이 그 빛을 받아 한쪽만 번쩍였다.

노트북 펴고 두 시간
이 층의 진짜 쓸모는 여기다.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커피를 시켜두면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옆 테이블 사람은 휴대폰만 보고 있었고, 창가에는 아저씨 둘이 팔짱을 낀 채 한참을 서서 타워 얘기를 하고 있었다. 전원 콘센트는 자리마다 있는 게 아니라서, 배터리 확인하고 올라가는 편이 낫다. 나는 40퍼센트로 올라가서 마지막 30분은 화면 밝기를 낮추고 버텼다.

단점도 있다. 유리가 두 겹이라 반사가 심하다. 사진 찍을 때 렌즈를 유리에 최대한 붙이지 않으면 실내 조명과 내 옷이 그대로 겹쳐 나온다. 위에 올린 서쪽 사진 몇 장에도 세로줄 반사가 남아 있는데, 그날은 그냥 포기했다. 검은 옷을 입고 가면 반사가 덜하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해가 넘어갈 때
오후 네 시를 넘기면 빛이 완전히 바뀐다. 하늘이 노랗게 익고 도시 전체가 한 톤 낮아진다. 아래쪽으로 굽은 고속도로 램프가 흰 선처럼 지나가고, 나무가 빽빽한 저택가 구역이 어둠부터 먼저 먹는다.

해가 산등성이에 닿기 직전이 제일 짧고 제일 좋다. 5분 남짓이다. 그 시간에 창가 자리는 다 찬다. 미리 앉아 있던 게 이날의 유일한 잘한 일이었다.

가기 전에 알아둘 것
- 가미야초역 직결이 가장 편하다. 아자부주반 쪽에서 걸어오면 오르막이다.
- 34층 엘리베이터는 저층부에서 한 번 환승한다. 오피스 전용 엘리베이터와 헷갈리기 쉽다.
- 도쿄타워는 동쪽 창, 롯폰기힐즈와 후지산은 서쪽 창. 한 층에서 양쪽 다 본다.
- 후지산은 공기 맑은 날 아니면 안 보인다. 겨울 오전~오후가 확률이 높다.
- 유리 반사가 심하다. 렌즈를 유리에 가까이, 어두운 옷차림이 유리하다.
- 콘센트가 모든 자리에 있지는 않다.
- 영업시간·카페 메뉴 가격은 시기에 따라 바뀌니 방문 전 현장 확인을 권한다.
도쿄에서 도쿄타워를 보겠다고 굳이 타워 전망대에 올라가면 정작 타워는 못 본다. 타워를 보려면 타워 밖에 있어야 한다. 34층 창가 의자 하나에 앉아 커피가 식을 때까지 그걸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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