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하바라 뒷골목 큐슈 장가라 라멘 본점 — 파란 간판 아래에서 명란 얹은 돈코츠 한 그릇
도쿄 지요다구 아키하바라, 전자상가 큰길에서 한 블록 들어간 좁은 골목에 파랗게 빛나는 간판이 하나 있다. 九州じゃんがら(큐슈 장가라). 오른쪽 벽에 붓글씨로 「秋葉原本店」이라 써 붙여둔 걸 보면 여기가 본점이다. 저녁 여덟 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문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앞줄에 곱슬머리 외국인 손님 둘, 그 뒤에 비니…
지요다구 · 큐슈 장가라 라멘 아키하바라점
도쿄 지요다구 아키하바라, 전자상가 큰길에서 한 블록 들어간 좁은 골목에 파랗게 빛나는 간판이 하나 있다. 九州じゃんがら(큐슈 장가라). 오른쪽 벽에 붓글씨로 「秋葉原本店」이라 써 붙여둔 걸 보면 여기가 본점이다. 저녁 여덟 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문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앞줄에 곱슬머리 외국인 손님 둘, 그 뒤에 비니 쓴 사람. 도쿄 라멘집 줄이 다 그렇듯 무섭게 길지는 않고 대신 빠르게 줄어든다.

줄 서면서 메뉴판부터 읽어두는 게 이득이다
입구 옆 벽이 통째로 메뉴판이다. 줄 서 있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밖에서 미리 정하고 들어가야 안에서 허둥대지 않는다. 벽에 붙은 가격표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 九州じゃんがら 全部入り(전부 넣기) 1590엔 / 기본 890엔
- ぼんしゃん(본샨) 全部入り 1680엔 / 기본 980엔
- こぼんしゃん(코본샨) 全部入り 1680엔 / 기본 980엔
- からぼん(카라본) 全部入り 1740엔 / 기본 1040엔
- 진한 간장 베이스 비건 라멘 1700엔, 비건 차슈 없는 버전 1400엔
- 어린이용 라멘 580엔(초등학생까지, 토·일·공휴일 한정)
- 삿포로 중병 맥주 650엔
- 선물용 하코아멘 2인분 1000엔
「全部入り」는 카쿠니(각니), 명란, 아지타마고를 다 넣은 버전이다. 기본에서 700엔쯤 더 붙는데, 처음 왔다면 이 700엔은 쓰는 쪽을 권한다. 카쿠니만 빼거나 명란만 넣는 중간 조합도 1100엔대부터 촘촘하게 있어서, 예산에 맞춰 부품 고르듯 조립할 수 있다. 면 굳기도 고를 수 있다 — コナ落とし(가장 딱딱)부터 ハリガネ, バリ固, かため, ふつう, やわらかめ까지. 주문할 때 말하지 않으면 보통으로 나온다. 영어·중국어·한국어 메뉴가 있다고 노란 안내판에 대놓고 써 붙여뒀으니 일본어 못해도 겁먹을 필요 없다. 결제는 신용카드, PayPay, R Pay, UnionPay 스티커가 다 붙어 있었다(요금·결제 수단은 바뀔 수 있으니 현장 확인 권장).

위치 — 큰길에서 벗어난 만큼 조용하다
JR 아키하바라역에서 걸어서 몇 분이면 닿는다. 다만 요도바시나 라디오회관 쪽 번쩍이는 대로변이 아니라, 오래된 건물 사이 한 칸 들어간 골목이라 지도 없이 감으로 찾으려다 두 번 지나쳤다. 파란 간판이 눈높이보다 훨씬 위에 달려 있어서, 스마트폰 보며 걷다 보면 놓친다. 고개를 들고 걸어라.
가게 안 벽이 전부 읽을거리다
자리에 앉으면 눈이 심심할 틈이 없다. 갈색 벽지 위로 규슈 사투리 말풍선 스티커가 사방에 붙어 있다. むぞらしかね, よかね, どぎゃんね, ほなこつね, まうごつうまか. 코끼리, 사슴, 원숭이, 초록 새 그림이 하나씩 짝지어져 있어서 뜻을 몰라도 대충 분위기는 읽힌다. 가운데 붙은 큰 종이는 라무네 마시는 법 설명이다. 구슬을 눌러 넣고 몇 초 기다렸다 마시라고, 급하게 들이켜면 안 된다고 그림까지 그려놨다. 그 아래엔 이 집 물은 정수기로 거른 물이고 스프 준비와 제빙기에도 같은 물을 쓴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젓가락통에 빨간 젓가락이 빽빽하고, 그 옆에 냅킨 상자. 다 쓴 전표는 계산대로 가져오라는 안내가 테이블 쪽에 따로 있었다.

반대편 벽은 아예 퀴즈 코너다. 「みんな〜 わかるかな!?」라는 분홍 현수막 아래로 문제 1번부터 6번까지 색깔별로 붙어 있다. 카에다마 최고 기록이 몇 번인지 맞혀보라는 것, 초록 새의 이름을 아느냐는 것, 가게 이름을 왜 '장가라'로 지었는지 아느냐는 것, カピタン이 무슨 나라 말인지 묻는 것. 옆에는 역대 핫피(法被) 사진이 액자로 걸려 있는데 초대·2대·여름용까지 나란히 정리해 뒀다. 혼자 와서 라멘 나오기를 기다리는 5분이 지루하지 않았던 건 순전히 이 벽 덕분이다. 답을 알려주는 종이는 못 찾았다.

그릇이 나왔다 — 국물이 노랗다
나온 라멘을 보고 먼저 놀란 건 색이었다. 하카타 돈코츠 하면 흰 국물을 떠올리는데, 여기는 주황빛이 도는 노란색이다. 국물 표면에 기름막이 곱게 떠 있고 거품이 잘게 잡혀 있다. 아지타마고 하나가 왼쪽에, 가운데엔 잘게 썬 파와 키쿠라게(목이버섯), 오른쪽 위에 명란 한 덩이가 통으로 올라가 있다. 그리고 국물 위로 봉긋 솟은 카쿠니 — 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돼지고기 덩어리다.

국물부터 한 숟갈. 진하지만 무겁게 눌리지 않는다. 돼지뼈 특유의 냄새가 거의 없어서 돈코츠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넘어갈 만하다. 대신 뒷맛에 은근한 단맛이 남는데, 이게 명란과 만나면 짭짤한 쪽으로 확 기운다. 나는 절반쯤 먹다가 명란을 국물에 풀었다. 국물이 분홍빛으로 물들면서 맛이 한 단계 달라지는데, 처음부터 풀면 원래 국물 맛을 못 보니 중간에 푸는 걸 권한다.
면은 하카타식 가는 스트레이트 면이다. 보통으로 시켰더니 심이 살짝 남을 정도로 나왔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면 뭉치지 않고 가닥이 그대로 떨어진다. 굵기가 얇아 국물을 잘 물고 오는 대신 금방 불어서, 사진 몇 장 찍는 사이에도 표면이 달라진다. 카에다마 하려면 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미리 부탁해야 타이밍이 맞는다.

카쿠니는 젓가락으로 누르면 결을 따라 갈라진다. 비계 층이 국물 온도에 녹아 부드러운데, 지방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이 부분이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나는 두 조각 중 한 조각을 먹다가 남겼다. 국물이 이미 진해서, 카쿠니까지 다 먹으니 끝에 가서 좀 물렸다. 다음에 온다면 카쿠니 빼고 명란과 아지타마고만 넣은 1130엔짜리 조합으로 갈 것 같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
- 테이블 간격이 좁다. 큰 배낭이나 캐리어를 들고 들어가면 옆 사람과 부딪힌다. 아키하바라에서 쇼핑하고 짐 잔뜩 든 채 오려면 각오해야 한다.
- 면 굳기를 안 정해서 말하면 ふつう로 나온다. 하카타 면 맛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かため 정도가 무난하다.
- 명란은 국물에 풀 수 있는 재료다. 그냥 두고 마지막에 밥처럼 먹는 방법도 있지만, 밥은 따로 시켜야 한다.
- 비건 라멘이 정식 메뉴에 있다. 스프도 면도 동물성 재료와 MSG를 안 쓴다고 메뉴판에 명시돼 있어서, 일행 중 채식하는 사람이 있어도 같이 앉을 수 있다.
- 토·일·공휴일에는 어린이 라멘 580엔이 열린다. 아이 데리고 아키하바라 다니는 날이라면 이 조건 확인하고 요일을 맞추면 좋다.
- 선물용 하코아멘 2인분 1000엔이 계산대 쪽에 있다. 짐 늘어나는 게 싫으면 마지막 날 사는 편이 낫다.
라멘 한 그릇에 1590엔이면 도쿄에서 싼 편은 아니다. 다만 명란과 카쿠니와 계란이 다 들어간 가격이라는 걸 감안하면 납득이 간다. 가게를 나오니 골목은 여전히 어두웠고 파란 간판만 혼자 밝았다. 안에서 본 규슈 사투리 스티커 문장 하나가 계속 걸렸다 — まうごつうまか. 나중에 찾아보니 '진짜 맛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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