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주쿠 지하상가의 AFURI 신주쿠 루미네점 — 유즈시오 한 그릇과 아부라소바, 그리고 줄

신주쿠역 서쪽 출구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루미네1 지하 2층에 AFURI(阿夫利) 신주쿠점이 있다. 지상 간판 보고 찾아가려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헤맨다. 지하상가 식당가 안쪽,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검은 입체 글씨로 'AFURI'라고 붙은 매장이 갑자기 나온다. 가나가와 아부리산 물을 쓴다는 유즈시오 라멘으로 유명해진…

도쿄 · AFURI 신주쿠점

신주쿠역 서쪽 출구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루미네1 지하 2층에 AFURI(阿夫利) 신주쿠점이 있다. 지상 간판 보고 찾아가려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헤맨다. 지하상가 식당가 안쪽,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검은 입체 글씨로 'AFURI'라고 붙은 매장이 갑자기 나온다. 가나가와 아부리산 물을 쓴다는 유즈시오 라멘으로 유명해진 집이고, 도쿄에 지점이 여럿이지만 신주쿠점은 위치 때문에 유독 붐빈다.

천장에 매달린 검은 바탕 흰 글씨의 AFURI 입체 간판과 그 아래 전구 조명, 카운터에 앉아 라멘을 먹는 손님들
천장 간판 아래로 코트 걸이와 전구가 늘어선 구조. 벽에 붙은 산 사진 모니터가 아부리산이다.

사람 많은 시간대 — 점심 피크는 피하는 게 낫다

이 집을 편하게 먹으려면 시간 선택이 전부다. 정오 무렵에 갔다가 매장 앞 통로에 사람이 겹겹이 서 있는 걸 보고 그냥 돌아섰던 적이 있다. 지하상가라 대기 줄이 늘어설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캐리어 끌고 온 여행객과 쇼핑백 든 손님이 뒤엉키면 줄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도 헷갈린다.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대, 오후 1시 반에서 2시 사이에 가는 걸 권한다. 같은 매장인데 대기가 확 짧아진다.

AFURI 매장 입구 앞에 캐리어와 배낭을 든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서 대기하는 모습, 안쪽 벽에 阿夫利 나무 간판이 보인다
피크 시간의 대기 줄. 캐리어와 유모차까지 섞여서 통로가 거의 막힌다.

줄 서는 동안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입구 옆 식권 발매기에서 먼저 주문하고 티켓을 뽑아 두는 방식이라, 뒤에 서서 메뉴를 미리 정해 두면 회전이 빨라진다. 영어 표기가 있어서 주문 자체는 어렵지 않다. 자리는 대부분 카운터석이고, 등 뒤 벽에 옷걸이가 촘촘히 걸려 있어 외투나 가방을 걸 수 있다. 좌석 간격이 좁아 큰 캐리어는 발밑에 두기 힘들다. 코인로커에 짐을 맡기고 오는 게 편하다.

AFURI 로고가 박힌 검은 티셔츠를 입은 직원이 카운터 안쪽에 서 있고, 손님들이 카운터석에서 라멘을 먹는 매장 내부 전경
카운터 너머로 주방이 훤히 보인다. 오른쪽 붉은 포스터는 매운맛 신메뉴 '카라쿠레나이' 홍보물.

유즈시오 라멘 — 국물이 놀랄 만큼 맑다

기본은 유즈시오(柚子塩) 라멘이다. 나온 그릇을 보면 국물이 투명에 가깝게 맑고, 표면에 기름이 얇게 떠 있다. 한 숟갈 뜨면 닭 육수의 단맛이 먼저 오고 유자 향이 코로 뒤늦게 올라온다. 돈코츠에 익숙한 사람은 처음에 '이게 다야?' 싶을 정도로 가볍다. 면은 가는 스트레이트 면이라 국물을 많이 머금지 않는다. 차슈는 겉면을 불로 그을려 향을 입혔고, 반숙 계란 노른자는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만 익어 있었다.

파란 테두리 그릇에 담긴 맑은 간장색 국물의 라멘, 불에 그을린 차슈 두 장과 반숙 계란, 미즈나 채소와 검은 렌게가 얹혀 있다
국물 표면이 비칠 정도로 맑다. 오른쪽 뒤 안내 카드에 신주쿠 루미네점 주소와 영업시간이 적혀 있다.

차슈를 따로 클로즈업해서 보면 왜 이 집 차슈가 회자되는지 알 수 있다. 가장자리가 까맣게 탄 자국까지 그대로 남아 있고, 기름 부분이 반투명하게 녹아 있다. 씹으면 훈연 향이 먼저 나고 뒤에 고소함이 남는다. 아래 사진은 매운맛 계열 그릇인데, 굵은 면 위에 채 썬 김을 수북이 얹고 반숙 계란과 잘게 썬 조림 고기를 함께 올린 구성이었다. 국물 라멘과는 아예 다른 음식이라고 보는 게 맞다.

굵은 면 위에 채 썬 김을 수북이 올리고 불에 그을린 두툼한 차슈, 깍둑 썬 조림 고기, 반숙 계란 반쪽을 얹은 파란 테두리 그릇
겉을 그을린 차슈 단면. 붉은 고춧가루가 면 밑에 깔려 있다.

아부라소바 — 국물 없는 쪽이 오히려 기억에 남았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국물 없는 아부라소바를 시켰다. 굵은 면에 붉은 고춧가루를 뿌리고 채 썬 김, 미즈나, 얇게 저민 죽순을 올려 낸다. 나오자마자 아래에서 위로 뒤집듯이 비벼야 바닥에 깔린 양념이 면에 붙는다. 처음엔 매워 보이는 색에 비해 자극이 약한데, 비비고 나서 서너 젓가락 먹으면 뒤늦게 혀 안쪽이 얼얼해진다.

붉은 고춧가루가 뿌려진 국물 없는 면을 검은 젓가락으로 들어 올린 모습, 그릇에는 채 썬 김과 미즈나, 죽순, 고기 조각이 담겨 있다
비비기 전 첫 젓가락. 면이 굵고 납작해서 양념이 잘 붙는다.
양념이 배어 붉게 물든 굵은 면을 검은 젓가락으로 높이 들어 올린 모습, 뒤쪽 테이블에 마늘기름과 고춧가루 양념통이 놓여 있다
다 비빈 뒤. 뒤쪽 양념통 세트에서 기름과 고춧가루를 더 넣을 수 있다.

이 그릇의 진짜 재미는 다 먹고 난 다음에 있다. 바닥에 남은 양념을 보면 참깨, 굵은 고춧가루, 잘게 썬 파, 다진 마늘 같은 것들이 기름에 잠겨 있다. 이걸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두 번 다 마지막까지 긁어먹었다. 짜다고 느낄 수 있으니 물 주전자를 옆에 두고 먹는 게 낫다. 카운터마다 물 주전자가 놓여 있어 알아서 따라 마시면 된다.

면을 다 먹고 바닥에 참깨와 고춧가루, 잘게 썬 파가 섞인 붉은 양념 기름만 남은 파란 테두리 그릇
다 먹은 그릇 바닥. 참깨와 파가 기름에 그대로 남는다.
붉은 고추기름에 참깨와 흰 파 조각, 고춧가루가 잔뜩 뜬 그릇 바닥을 가까이서 찍은 사진
가까이서 보면 참깨 양이 상당하다. 이 기름만 따로 팔아도 될 맛.

가는 법과 알아둘 것

신주쿠역 남쪽·서쪽 개찰구에서 루미네1 방향으로 지하 통로를 따라가면 된다. 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나가지 않고 계속 지하로 이동하는 편이 빠르다. 비 오는 날에도 우산 펼 일이 없다.

맑은 국물 라멘이 처음이라면 유즈시오부터, 진한 걸 원하면 아부라소바 쪽으로 가면 된다. 나는 두 번째 그릇이 더 좋았다. 다만 시간대를 잘못 고르면 지하 통로에서 30분을 서 있게 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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