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앞에서 포기한 버터비어 — 오사카 USJ 호그스미드에서 보낸 반나절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안쪽,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 구역의 호그스미드 마을. 지도상으로는 파크 왼쪽 끝이지만 걸어보면 생각보다 멀다. 정문에서 곧장 걸어 들어가도 15분 가까이 걸렸고, 중간에 미니언 파크와 쥬라기 공원 구역을 지나느라 아이들이 자꾸 멈춰섰다. 도착했을 때가 오전 11시 조금 넘은 시각. 하늘…

오사카 · 해리포터 호그스미드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안쪽,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 구역의 호그스미드 마을. 지도상으로는 파크 왼쪽 끝이지만 걸어보면 생각보다 멀다. 정문에서 곧장 걸어 들어가도 15분 가까이 걸렸고, 중간에 미니언 파크와 쥬라기 공원 구역을 지나느라 아이들이 자꾸 멈춰섰다. 도착했을 때가 오전 11시 조금 넘은 시각.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랬고, 바람은 목덜미로 파고들 만큼 찼다. 2월 말 오사카는 이런 날씨다. 햇빛만 보고 얇게 입고 나오면 그늘에서 후회한다.

돌 아치를 지나는 순간, 소리가 바뀐다

호그스미드 입구는 뾰족한 첨탑이 얹힌 회색 돌 아치다. 아치 아래 매달린 간판에는 호그스미드 마을 실루엣과 호그와트 성이 그려져 있다. 이 아치를 통과할 때 파크 특유의 배경음악이 뚝 끊기고, 눈 덮인 마을 쪽 음악으로 바뀐다. 소리 설계를 이렇게까지 해놨다는 걸 알고 나면 일부러 한 번 더 나갔다 들어오게 된다. 아이들은 아치 밑에서 브이 자를 만들고 사진부터 찍자고 했다. 이 자리는 인기 포토스팟이라 사람이 끊기지 않는다. 완전히 빈 프레임을 노리면 하루 종일 못 찍으니, 적당히 사람들 사이에서 찍는 편이 낫다.

호그스미드 입구의 뾰족한 첨탑이 얹힌 회색 돌 아치 아래에서 파란 패딩을 입은 아이들이 브이 자를 그리며 서 있고, 주변에 마스크를 쓴 관람객들이 붐비는 모습
호그스미드 입구 아치. 파란 하늘 덕에 돌 색이 유난히 선명하게 나왔다.

영화 세트가 아니라 마을 하나

아치를 지나면 눈 쌓인 지붕들이 한꺼번에 펼쳐진다. 회색 슬레이트 지붕 위에 하얀 눈이 두툼하게 얹혀 있고, 처마 끝에는 고드름까지 달려 있다. 그 사이로 벽돌 굴뚝이 제각기 다른 높이로 삐죽삐죽 솟았는데, 그중 하나에서는 실제로 연기가 피어오른다. 하늘이 파랄수록 이 대비가 세진다. 사진 속 굴뚝 연기는 합성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다.

여기서 진짜 감탄한 건 눈이다. 2월인데도 오사카에는 눈이 오지 않는다. 저 눈은 전부 만들어 붙인 것인데, 가까이 가서 봐도 조형물 티가 잘 안 난다. 지붕 각도마다 쌓인 두께가 다르고, 처마 쪽은 흘러내리다 굳은 모양으로 되어 있다. 영화 속에 들어와버린 것 같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 게 이 장면 앞에서였다.

다만 사람은 각오해야 한다. 사진 아래쪽을 보면 알겠지만 마을 골목이 사람으로 꽉 차 있다. 좁은 길에 인파가 몰려서 앞사람 등만 보고 걷는 구간이 있다.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들이 특히 힘들어했다.

눈이 두껍게 쌓인 회색 지붕들과 높이가 제각각인 벽돌 굴뚝들이 늘어선 호그스미드 마을 전경, 굴뚝 하나에서 연기가 오르고 아래 골목은 마스크를 쓴 인파로 가득 찬 모습
굴뚝 하나에서 정말 연기가 난다. 골목은 이 정도로 붐빈다.

버터비어는 결국 못 마셨다

마을에 들어오면 누구나 손에 크림 얹힌 잔을 들고 다닌다. 우리도 당연히 마실 생각이었다. 실외 판매대 앞에 서서 줄 끝을 찾다가 그냥 웃었다. 줄이 골목을 한 바퀴 감고 건물 모퉁이 뒤로 사라져 있었다. 앞뒤로 서 있는 사람 수를 대충 세다가 포기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찬 바람 부는 골목에서 그만큼 서 있게 할 자신이 없었다.

결국 호그스미드에서 버터비어를 못 마시고 나왔다. 이게 이날의 제일 큰 아쉬움이다. 잔을 든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아이가 저건 뭐냐고 물어서 더 그랬다. 다음에 온다면 순서를 바꿀 생각이다. 파크 개장 직후 곧장 호그스미드로 와서 버터비어부터 사고, 그다음에 마을을 구경하는 쪽. 오후에 오면 어트랙션 대기도 길고 음료 줄도 길어서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포기하게 된다.

호그와트 익스프레스와 성

마을 안쪽에 호그스미드 역이 있고, 그 옆에 붉은 객차를 단 검은 증기기관차가 서 있다. 앞머리 명판에 HOGWARTS EXPRESS, 그 아래 번호는 5972. 굴뚝에서 하얀 증기가 실제로 뿜어져 나온다. 간격을 두고 계속 나오니 조금만 기다리면 증기가 오르는 순간을 찍을 수 있다. 기관차 옆 플랫폼에는 낡은 트렁크와 새장이 쌓여 있는데, 이 소품들 질감이 상당히 좋다. 역 건물 지붕에도 눈이 두껍게 얹혀 있었다.

호그스미드 역 앞에 정차한 붉은색 객차와 검은 기관차, 앞면에 HOGWARTS EXPRESS 명판과 5972 번호판이 붙어 있고 굴뚝에서 하얀 증기가 오르는 모습
호그와트 익스프레스 5972호. 증기가 오르는 타이밍을 노려 찍었다.

마을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바위산 위에 호그와트 성이 올라앉아 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각도라 첨탑들이 하늘을 찌를 듯 보인다. 뾰족지붕 여러 개가 높이를 달리해 겹쳐 있고, 성 아래쪽으로는 아치가 이어진 다리가 걸쳐 있다. 파란 하늘과 회색 석조의 대비가 강해서 별다른 보정 없이도 사진이 잘 나왔다. 성을 제대로 담고 싶다면 마을 안쪽 오르막 구간에서 뒤로 물러나 찍는 편이 좋다. 너무 가까이 붙으면 첨탑 끝이 잘린다.

바위산 위에 세워진 호그와트 성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 뾰족한 회색 첨탑들이 구름 없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 있다
호그와트 성.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첨탑이 실제보다 훨씬 높아 보인다.

성 안 대기 줄이 사실상 또 하나의 어트랙션

호그와트 성 안으로 들어가면 어트랙션 대기 줄이 성 내부를 통과한다. 밖의 햇빛에서 갑자기 어두운 석조 복도로 들어서기 때문에 눈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안은 서늘하고, 돌 냄새 비슷한 서늘한 공기가 난다. 벽에는 고딕 아치가 연달아 있고, 아치 안쪽 벽감에 조각상이 놓여 있다. 양옆으로는 철망을 씌운 둥근 램프가 노란빛을 뿌린다. 조명이 워낙 어두워서 휴대폰으로 찍으면 흔들리기 쉽다. 난간이나 벽에 팔꿈치를 붙이고 찍는 게 낫다.

줄을 서면서 지나가는 이 복도 구간이 은근히 알차다. 벽 질감, 조명 위치, 조각상 배치까지 손이 많이 갔다. 대기 시간이 아깝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둘러보길 권한다. 어차피 앞으로 못 간다.

호그와트 성 내부의 어두운 석조 복도, 고딕 아치 세 개가 나란히 있고 가운데 벽감에 조각상이 놓였으며 양옆 철망 램프가 노란 불빛을 밝히고 있다
성 내부 대기 줄 구간. 조명이 어두워 손 떨림을 잡고 찍어야 한다.

위치와 가는 법

호그스미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파크 안에 있다. JR 유메사키선 유니버설시티역에서 내리면 파크 정문까지 도보 5분 정도, 정문에서 호그스미드까지 다시 15분 남짓 걸린다. 오사카역에서 니시쿠조역 환승으로 총 15분 안팎이면 닿는다.

시기에 따라 이 구역은 정리권(입장 확약권) 방식으로 인원을 제한하기도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그냥 걸어 들어갈 수 있었지만, 혼잡일에는 파크 앱에서 정리권을 먼저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방문 당일 아침에 앱을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입장권 가격과 운영 방식은 시즌마다 바뀌니 현장·공식 앱 확인을 권한다.

다음에 오면 이렇게 할 것

돌아 나오는 길에 다시 아치를 통과했고, 음악이 원래대로 바뀌었다. 아이는 버터비어 언제 마시냐고 한 번 더 물었다. 그 질문 때문에 이 마을은 아직 안 끝난 곳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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