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정면이 통유리로 뚫린 후지산역 앞 정식집 — 라멘 한 그릇 먹다 분화인 줄 알았다
야마나시현 후지요시다, 후지큐행선 후지산역(富士山駅) 바로 앞 도로변 2층에 있는 작은 정식집이다. 후지산 오르내리는 버스 갈아타는 사이에 배나 채우자는 생각으로 계단을 올라갔는데, 창가 자리에 앉는 순간 밥값 생각이 사라졌다. 정면 통유리 한가운데에 후지산이 그냥 통째로 들어와 있었다.
야마나시 · Syokudo and Teishoku restaurant
야마나시현 후지요시다, 후지큐행선 후지산역(富士山駅) 바로 앞 도로변 2층에 있는 작은 정식집이다. 후지산 오르내리는 버스 갈아타는 사이에 배나 채우자는 생각으로 계단을 올라갔는데, 창가 자리에 앉는 순간 밥값 생각이 사라졌다. 정면 통유리 한가운데에 후지산이 그냥 통째로 들어와 있었다.

맛은 딱 정직한 정도, 대신 자리값이 미쳤다
주문한 건 쇼유라멘에 교자를 붙인 세트. 나온 걸 보고 먼저 웃었다. 멘마 하나, 차슈 두 장, 흰 파에 쪽파, 김 한 장, 그리고 분홍 테두리 나루토마키까지. 요즘 라멘집에서 보기 힘든, 옛날 중화소바 그대로의 구성이다.

국물은 맑은 간장 베이스라 짜지 않고 가볍다. 후루룩 넘어가는데 뒤에 남는 여운은 얕다. 면은 노란 중면, 삶기는 딱 표준. 교자는 다섯 개가 바닥만 노릇하게 구워져 나왔고 껍질이 두툼한 편이라 씹는 맛은 좋은데 속은 부추 향이 앞선다. 종지에 담겨 나온 붉은 소스는 라유 섞인 간장인데 이걸 찍어야 교자가 산다. 그냥 먹으면 심심하다.
솔직히 말하면 도쿄나 요코하마에서 이 라멘을 만났으면 다시 안 갔을 맛이다. 나쁘지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중간. 그런데 여기는 창밖이 다르다.

밥 먹다가 분화하는 줄 알았다
젓가락질하다 고개를 들었는데 산 정상에서 흰 연기가 곧게 솟고 있었다. 순간 진심으로 굳었다. 후지산은 활화산이고, 저 모양은 사진으로 본 분연주랑 너무 닮았다. 숟가락 든 채로 몇 초 멍하니 봤다.
구름이었다. 정상 부근에서 상승기류를 타고 피어오른 적운이 하필 분화구 자리에 정확히 걸려서, 옆으로 흐르지도 않고 위로만 곧게 자라고 있었다. 카사구모(삿갓구름)처럼 산을 덮는 모양이 아니라 한 지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양. 옆 테이블 일본인 손님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여기 사람들한테는 흔한 여름 하늘인 모양이다.

붙잡고 있던 30분 사이에 이 구름은 계속 모양이 바뀌었다. 처음엔 가늘게 한 줄기, 나중엔 정상 능선을 옆으로 감싸면서 산허리까지 흘러내렸다. 라멘이 식는 줄도 모르고 계속 창밖만 봤다.

위치와 가는 법
후지산역 바로 앞이다. 역 서쪽 출구로 나와 도로만 건너면 되고, 걸어서 2~3분. 가와구치코나 후지큐하이랜드에서 오는 사람은 후지급행선 한 정거장 차이라 접근이 쉽다. 가게가 2층이라 도로에서 보면 눈에 잘 안 띄는데, 그 2층이라는 점 덕분에 전선과 차량 지붕 위로 시야가 열린다. 1층 자리였으면 이 그림이 안 나온다.
차로 왔다면 길 건너 주차장을 쓰게 된다. 간판에 최초 30분 무료, 이후 30분마다 200엔이라 적혀 있었다. 전차·고속버스 이용객은 조건부 감면 표시도 붙어 있는데 글씨가 작아 정확한 조건까지는 확인 못 했다. 주차장 요금 체계는 바뀌기 쉬우니 현장 간판을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안전하다.

가려는 사람에게
- 목적을 분명히 하고 가라. 맛집 투어라면 다른 데를 찾고, 후지산 보면서 밥 먹는 시간을 사는 거라면 여기가 맞다.
- 창가 카운터석이 전부다. 이 자리를 못 잡으면 오는 의미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점심 피크(정오~13시)를 피해 11시대나 14시 전후에 올라가면 창가가 빈다.
- 여름 낮에는 구름이 순식간에 산을 덮는다. 자리 잡자마자 산이 보이면 밥보다 사진을 먼저 찍어라. 나도 5분 뒤 사진은 이미 정상이 반쯤 가려 있었다.
- 창밖으로 전선이 여러 겹 지나간다. 깨끗한 후지산 사진을 원한다면 실망할 수 있고, 반대로 전선과 주차장과 전철이 다 들어간 이 생활감 있는 화면이 오히려 이 자리만의 그림이다.
- 가격과 영업시간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방문 전 현장 또는 지도앱에서 확인하는 편이 낫다.
다시 후지산역에 내리면 또 올라갈 것 같다. 라멘 때문이 아니라, 그 창가에 앉아서 산이 연기를 뿜는 착각에 한 번 더 속아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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