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오쿠보 요프의 왕돈소금구이(王豚塩焼)에서 삼겹살 구워 먹은 밤 — 도쿄 물가로 먹는 한국 고깃집

도쿄에 오면 신오쿠보는 늘 하루쯤 비워둔다. JR 신오쿠보역에서 나와 오쿠보도리를 따라 걷다가 골목으로 한 칸 들어가면, 한국어 간판과 일본어 간판이 반반씩 섞인 구역이 나온다. 이날 들어간 곳은 요프의 왕돈소금구이(ヨプの王豚塩焼) 신오쿠보점. 서울에서도 흔한 삼겹살집을 굳이 도쿄에서 왜 가느냐고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도쿄 · 요프의 왕돈소금구이 신오쿠보점

도쿄에 오면 신오쿠보는 늘 하루쯤 비워둔다. JR 신오쿠보역에서 나와 오쿠보도리를 따라 걷다가 골목으로 한 칸 들어가면, 한국어 간판과 일본어 간판이 반반씩 섞인 구역이 나온다. 이날 들어간 곳은 요프의 왕돈소금구이(ヨプの王豚塩焼) 신오쿠보점. 서울에서도 흔한 삼겹살집을 굳이 도쿄에서 왜 가느냐고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여기 고기가 실제로 맛있고, 그 대신 지갑이 좀 아프다.

자리에 앉자마자 깔린 밑반찬

주문을 넣으니 반찬부터 먼저 나왔다. 검은 사각 접시에 마늘종 장아찌, 오이지, 방울토마토 절임이 나란히 담겨 나오고, 작은 종지에 분홍색 쌈무 한 장, 옆 접시에는 백김치인지 물김치 건더기인지 모를 배추가 결대로 찢겨 놓여 있었다. 상추와 깻잎은 따로 큰 접시에 수북이. 겉절이는 파채와 함께 버무려져 고춧가루가 살짝 붙어 있는 정도로 맵지 않게 나왔다.

검은 접시에 담긴 마늘종 장아찌, 오이지, 방울토마토 절임과 분홍색 쌈무, 백김치, 상추와 파채 겉절이가 놓인 고깃집 테이블
마늘종·오이지·방울토마토 절임, 분홍 쌈무 한 장, 그리고 상추와 깻잎. 반찬 구성은 한국 고깃집 그대로다.

여기서 처음 온 사람이 헷갈리는 지점 하나. 반찬 리필이 한국처럼 셀프 무한이 아닌 곳이 많다. 이날은 직원에게 부탁하니 상추는 다시 채워줬지만, 일본 고깃집 문화상 반찬 추가가 유료인 경우가 섞여 있으니 리필 전에 한 번 물어보는 편이 낫다. 계산서 받고 놀라는 것보다는 낫다.

생맥주 잔에 그려진 왕관 쓴 돼지

맥주를 시켰더니 잔부터 이 집 것이었다. 유리에 왕관을 쓴 주황색 돼지 캐릭터와 불꽃, 그 아래 '王豚塩焼(왕돈소금구이)'라는 글자가 인쇄돼 있다. 위쪽에는 붉은 도장 모양으로 '熟成肉専門店(숙성육 전문점)'이라고 박혀 있었다. 잔 모양이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형태라 손에 쥐면 생각보다 잘 잡힌다.

왕관을 쓴 주황색 돼지 캐릭터와 '王豚塩焼', '熟成肉専門店' 문구가 인쇄된 생맥주 잔 클로즈업
잔에 박힌 '熟成肉専門店' — 숙성육 전문점이라는 뜻. 고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잔이 먼저 설명해준다.

탄산이 아직 살아 올라오는 상태로 나왔고, 온도는 확실히 차가웠다. 8월 도쿄의 눅눅한 저녁에 에어컨 아래 앉아 첫 모금 넘기는 그 순간이 사실 절반이다. 가격은 메뉴판 기준으로 확인하시길 — 일본 이자카야·고깃집 생맥주는 대체로 한 잔 500~700엔대에서 움직인다.

위치와 가는 법

JR 야마노테선 신오쿠보역에서 도보로 몇 분, 세이부신주쿠선 세이부신주쿠역이나 신오쿠보 뒷골목 쪽에서 접근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신주쿠역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지만 여름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습도가 높아서 도착할 때쯤 이미 셔츠가 젖는다. 한 정거장 타는 게 낫다.

신오쿠보 일대 한국 음식점은 저녁 시간대에 줄이 길게 생긴다. 특히 금요일과 주말 저녁 6시 이후. 웨이팅 없이 앉고 싶으면 5시대에 들어가거나, 반대로 8시 넘겨 한 번 빠진 뒤를 노리는 게 현실적이다. 예약 가능 여부는 매장에 직접 확인하는 걸 권한다.

본론 — 일본에서 먹는 한국식 삼겹살

테이블 가운데 파란 링이 둘린 원형 불판이 있고, 그 위에 두툼하게 썰린 삼겹살이 올라갔다. 사진에서도 보이듯 슬라이스가 얇지 않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두께로 뭉텅뭉텅 썰어서, 지방과 살코기가 층층이 갈린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불판이 가운데로 기울어진 구조라 기름이 홈을 타고 아래로 빠진다.

파란 링이 둘린 원형 불판 위에서 굽고 있는 두툼하게 썰린 삼겹살 조각들, 가장자리가 노릇하게 익어가는 모습
가장자리만 겨우 노릇해진 상태. 이때 뒤집으면 이르다. 지방이 투명해질 때까지 한 번 더 기다렸다.

직원이 초반에 와서 뒤집어주고 가위질을 해준다. 여기서 급하게 젓가락 대면 손해다. 두께가 있어서 겉만 익고 속은 아직 붉은 상태가 꽤 오래 간다. 지방 부분이 유리처럼 투명해지고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말려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에 넣으면, 씹는 감이 확실히 다르다. 숙성육 전문점을 내세우는 만큼 고기 자체의 냄새가 거의 없었고, 소금만 찍어도 단맛이 올라온다.

솔직히 말하면 가격은 비싸다. 서울 동네 삼겹살집 생각하고 오면 계산할 때 표정이 굳는다. 1인분 단가가 한국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감각이고, 여기에 생맥주와 밥·찌개까지 붙이면 둘이서 꽤 나온다. 그런데 다 먹고 나오면서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도쿄에서 이 두께로, 이 굽기로, 상추에 마늘종 올려 싸 먹을 수 있는 집이 많지 않다. 돈을 낸 만큼 고기 상태로 돌려받는 느낌.

처음 가는 사람에게

신오쿠보에서 한국 음식을 먹는다는 게 예전엔 '한국 그리울 때 가는 곳'이었는데, 이 집은 그런 향수 보정 없이도 고기가 좋았다. 다음에 도쿄 가면 밥이랑 된장찌개까지 제대로 시켜서 한 상 차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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