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기 뒷골목 하마야키 골목에서 보낸 밤 — 도쿄 Eetoko Yoyogi 주변 기록

도쿄 신주쿠에서 한 정거장, 요요기 역에서 내려 큰길을 등지고 골목으로 두 번 꺾으면 갑자기 조명 온도가 바뀐다. 사무실 건물의 흰 형광등에서 주황색 백열등으로. 나는 이 동네를 저녁 여덟 시 넘어서만 와봤는데, 그 시간대의 요요기는 낮에 이 근처를 지나본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다. Eetoko Yoyog…

도쿄 · Eetoko Yoyogi

도쿄 신주쿠에서 한 정거장, 요요기 역에서 내려 큰길을 등지고 골목으로 두 번 꺾으면 갑자기 조명 온도가 바뀐다. 사무실 건물의 흰 형광등에서 주황색 백열등으로. 나는 이 동네를 저녁 여덟 시 넘어서만 와봤는데, 그 시간대의 요요기는 낮에 이 근처를 지나본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다. Eetoko Yoyogi가 있는 이 블록은 특히 그렇다. 가게 몇 개가 한 골목에 몰려 있고, 각자 등을 내걸고 각자 소리를 내는데 그게 서로 안 싸운다.

밤의 요요기 골목 교차로. 왼쪽에 원형 간판을 단 2층 목조 술집, 오른쪽에 파란 천막과 초록 전구를 두른 해산물 가게들이 마주 보고 있다
골목 초입. 왼쪽 2층 창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다 보인다.

이 교차로에 서면 선택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 2층 목조 건물은 창을 다 열어놔서 안에 앉은 사람들 실루엣이 그대로 보이고, 길 건너편은 파란 천막을 친 해산물집이다. 처음 온 사람은 보통 여기서 5분쯤 서성인다. 나도 그랬다.

간판을 읽는 게 절반이다

이 골목 가게들의 특징은 메뉴를 종이가 아니라 나무판에 붓글씨로 써서 처마에 꽂아둔다는 점이다. 그것도 스무 장씩. 파란 천막집 2층 난간에 꽂힌 나무판을 하나씩 읽어보면 이 집이 뭘 파는지가 다 나온다.

파란 천막 아래 흰 제등이 줄지어 켜져 있고, 난간에 붓글씨 메뉴가 적힌 나무판 십여 장이 꽂혀 있는 2층 테라스
浜焼き(하마야키), 甘えびキムチ(단새우 김치), 伝説のサメ唐揚げ(전설의 상어 가라아게)… 나무판이 곧 메뉴판이다.

浜焼き라고 적힌 판이 제일 크게 걸려 있다. 해변에서 조개를 껍데기째 굽는 방식을 말한다. 그 옆으로 ホタルイカの焼きガーリックバター(반딧불오징어 마늘버터구이), 蟹みそ甲羅の海鮮焼き(게장 등딱지 해산물구이) 같은 게 이어지고, 뜬금없이 恋人募集中(애인 구함)이라고 써서 꽂아놓은 판도 있다. 이런 농담을 섞어두는 집이 대체로 분위기가 편하다.

나무 메뉴판이 처마에 꽂힌 가게 외벽. 흰 제등이 일렬로 달려 있고 창문 전체에 초록·파랑 전구 커튼이 드리워져 있으며 아래에는 사진 메뉴판이 세워져 있다
창 전체를 초록 전구로 덮어놨다. 왼쪽 아래 사진 메뉴판이 일본어 못 읽는 사람의 생명줄.

일본어를 못 읽어도 겁먹을 필요는 없다. 어느 집이든 입구 옆에 사진이 크게 박힌 코팅 메뉴판을 세워두기 때문에, 그걸 손가락으로 짚으면 대부분 해결된다. 나도 붓글씨 나무판은 절반쯤만 읽고 나머지는 사진 메뉴판으로 골랐다.

위치와 접근성 — 요요기 역 기준으로 움직여라

JR 요요기 역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다. 신주쿠에서 걸어와도 되지만, 밤에 처음 오는 거라면 요요기 역을 기준점으로 잡는 편이 훨씬 낫다. 이 골목은 큰길에서 안 보인다. 지도 앱이 "도착"이라고 말한 자리에서 고개를 들면 아무것도 없고, 한 블록 안으로 들어가야 등불이 나타난다. 처음 왔을 때 나는 같은 사거리를 두 바퀴 돌았다.

골목 입구에는 ピアゴ 슈퍼마켓 간판이 서 있다. 빨간 바탕에 큰 글씨로 酒. 이게 의외로 좋은 이정표다. 술집 골목 초입에 술 파는 슈퍼가 있어서, 밤늦게 숙소로 돌아갈 때 캔맥주 하나 사 들고 가기도 좋다.

다루마 등이 줄지어 걸린 이자카야 외관과 그 앞에 서 있는 빨간 슈퍼마켓 酒 간판, 입구 앞에 모여 선 사람들
빨간 酒 간판이 골목의 이정표. 그 뒤로 다루마 등이 걸린 가게 입구에 대기 줄이 서 있다.
빨간 다루마 모양 등과 흰 제등이 처마를 따라 걸린 가게 정면. 파란 노렌이 늘어져 있고 창호지 문에 사람 그림자가 비친다
창호지에 비친 그림자. 실제 사람이 아니라 붙여둔 실루엣 장식이다.

이 가게 2층 창호지에 사람 그림자가 비쳐 있길래 한참 올려다봤는데, 아무리 봐도 움직이질 않는다. 붙여둔 장식이다. 이런 디테일을 깔아놓는 집들이 이 골목에 꽤 있다.

불빛 —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도 이해가 간다

어두운 밤 처마 아래 홀로 켜진 둥근 흰색 제등 클로즈업
제등 하나. 종이가 낡아서 얼룩이 그대로 비친다.

새 등이 아니다. 종이에 얼룩이 배어 있고 아래 테두리 철물에는 녹이 앉았다. 이 골목의 등은 대체로 이렇다. 방금 걸어놓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몇 해째 그 자리에 있는 물건들이라, 불을 켜면 빛이 균일하지 않고 얼룩덜룩하게 번진다.

파란 방수천 천막 천장 아래 전선에 매달린 백열 전구 두 개와 종이 부적이 달린 작은 금속 종
테라스 천장. 전구 사이에 작은 금속 종이 매달려 있다.

테라스 자리에 앉아 위를 보면 파란 방수천이 그대로 천장이다. 전선을 대충 걸어 전구를 매달아뒀고, 그 사이에 손바닥만 한 금속 종이 하나 걸려 있다. 종이 조각이 달려 있어서 바람이 불면 소리가 날 법한데, 그날 저녁엔 바람이 없어서 끝까지 안 울렸다. 여름밤이라 천막 아래는 좀 더웠다. 시원한 자리를 원하면 실내를 부탁하는 게 낫다.

먹은 것들

해산물집이니 조개부터 시켰다. 가리비를 껍데기째 올려 굽는 하마야키인데, 껍데기가 그릇 역할을 해서 국물이 안에 고인다.

가장자리가 검게 그을린 가리비 껍데기 위에서 젓가락으로 관자 한 조각을 집어 올리는 모습
껍데기째 구운 가리비. 가장자리가 저 정도로 타야 국물이 졸아든다.

관자를 집어 올리면 표면에 간장이 눌어붙어 갈색으로 반들거리고, 속은 아직 반투명하다. 껍데기 가장자리가 검게 탈 때까지 두는 게 요령인 듯한데, 그래야 안에 고인 국물이 졸아서 짭짤해진다. 다 먹고 나서 껍데기에 남은 국물을 젓가락으로 긁어 먹었다.

검은 그릇에 담긴 붉은 양념 새우살 위에 노른자가 통째로 올라가 있고 쪽파가 뿌려져 있다. 뒤쪽 접시에는 구운 가오리 지느러미와 마요네즈
붉은 양념에 버무린 새우살, 노른자, 쪽파. 밑에 양파채가 깔려 있다.

이게 그날 제일 좋았다. 나무 간판에 甘えびキムチ라고 적혀 있던 그 계열로 보이는데, 단새우 살을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리고 노른자를 통째로 올렸다. 노른자를 터뜨려서 섞으면 매운맛이 눌리면서 새우 단맛이 올라온다. 밑에 양파채를 깔아둬서 마지막까지 아삭한 게 남는다. 한국 사람 입에는 익숙한 맛이고, 오히려 그래서 이걸 안주로 삼으면 술이 빨리 준다.

검은 사각 접시에 삼각형으로 자른 구운 가오리 지느러미가 쌓여 있고 왼쪽에 마요네즈가 짜여 있다. 뒤쪽에는 무즙과 생선구이가 놓인 접시
구운 가오리 지느러미(에이히레).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다.

말린 지느러미를 불에 살짝 구워 결대로 찢어 먹는 안주다. 표면이 군데군데 검게 그을렸고 씹으면 처음엔 질긴데 턱을 쓸수록 단맛이 배어 나온다. 마요네즈에 시치미를 뿌려 찍는 게 정석이지만 그냥 마요네즈만 나왔다. 이건 호불호가 갈린다. 말린 오징어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손이 잘 안 간다. 실제로 우리 테이블에서도 이게 제일 늦게 없어졌다. 뒤쪽 접시는 생선구이인데, 무즙과 레몬을 곁들여 이미 절반 넘게 해체된 상태다.

은색 접시 위에 튀김 한 조각과 레몬 한 쪽, 그 옆에 나무젓가락
마지막 한 조각. 흰 살이 결대로 갈라진다.

가라아게 접시는 사진을 찍기 전에 이미 한 조각만 남아 있었다. 튀김옷이 얇고 살이 닭고기처럼 결대로 찢어지는데 결이 굵다. 간판에 伝説のサメ唐揚げ, 그러니까 상어 가라아게가 적혀 있던 게 계속 생각났다. 레몬을 짜서 먹으면 기름기가 정리된다. 이 집 튀김은 소금간이 센 편이라 맥주 없이 먹으면 좀 짜다.

검은 돌판 위에 놓인 커다란 생선 프라이. 빵가루 옷이 두껍게 튀겨져 있고 채썬 양배추, 마요네즈, 겨자, 간장 종지가 곁들여져 있다
한 마리를 통째로 펼쳐 튀긴 생선 프라이. 꼬리가 그대로 붙어 있다.

이건 크기에서 한 번 놀란다. 생선을 배를 갈라 펼친 채로 통째 튀겨서, 접시 밖으로 꼬리가 삐져나온다. 빵가루가 굵어서 씹을 때 소리가 크고, 안쪽 살은 촉촉하다. 마요네즈, 겨자, 간장이 같이 나오는데 겨자를 조금 개서 간장에 풀면 튀김이 훨씬 가벼워진다. 둘이서 이거 하나면 배가 꽤 찬다. 여러 가지를 조금씩 맛보려는 계획이었다면 이건 마지막에 시키는 게 낫다. 우리는 중간에 시켜서 뒤에 주문한 것들을 다 못 비웠다.

다음에 온다면

가격은 테이블마다 시킨 게 달라서 정확히 적기 어렵다. 조개 종류는 개당 계산이라 시키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올라간다. 입구 사진 메뉴판에 가격이 다 적혀 있으니 들어가기 전에 한 번 훑어보는 걸 권한다. 영업시간이나 예약 여부는 현장 확인이 정확하다.

이 골목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한 집에 오래 앉아 있는 것보다 두세 집을 짧게 도는 편이 이 동네에 맞는다는 것. 가게마다 잘하는 게 뚜렷하게 다르고, 골목이 짧아서 이동에 1분도 안 걸린다. 조개는 천막집에서, 튀김은 옆집에서, 마지막 잔은 2층 창가 자리가 있는 집에서. 다음에 오면 그 2층 창가에 앉아볼 생각이다. 밖에서 올려다봤을 때 거기가 제일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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