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사 센소지, 가미나리몬 건너편 횡단보도에서부터 시작된 하루

도쿄 다이토구 아사쿠사. 지하철 출구로 올라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절이 아니라 배송 트럭이었다. 가미나리몬 바로 앞 교차로에 사가와(SAGAWA) 트럭이 정차해 있고, 그 뒤로 문의 기와지붕이 반쯤 가려져 있었다. 관광 사진에서 보던 정면 구도는 이 각도에선 나오지 않는다. 오른쪽엔 연두색 타일 건물에 'アオノヤ' 간판…

도쿄 · 센소지

도쿄 다이토구 아사쿠사. 지하철 출구로 올라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절이 아니라 배송 트럭이었다. 가미나리몬 바로 앞 교차로에 사가와(SAGAWA) 트럭이 정차해 있고, 그 뒤로 문의 기와지붕이 반쯤 가려져 있었다. 관광 사진에서 보던 정면 구도는 이 각도에선 나오지 않는다. 오른쪽엔 연두색 타일 건물에 'アオノヤ' 간판, 그 옆으로 튀김집 '天ぷら 三定' 세로 간판이 붙어 있다. 절 앞 상권이 그대로 살아 있는 동네라는 게 첫인상이었다.

가미나리몬 앞 교차로, 사가와 배송 트럭과 오른쪽 아오노야·천푸라 삼정 간판이 보이는 거리 풍경
횡단보도 대기 중. 절 정문과 배송 트럭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게 아사쿠사의 일상이다.

나카미세 거리 — 앞사람 뒤통수를 보고 걷는 300미터

가미나리몬을 통과하면 바로 나카미세 거리다.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심했다. 좌우 상점 처마에 빨간 등이 줄줄이 걸리고, 그 위로 분홍 조화 벚꽃 가지가 아치처럼 얹혀 있는데, 정작 시선은 계속 앞사람 등에 가 있었다. 걷는 속도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앞 그룹이 정한다. 멈춰서 사진 찍으려면 옆으로 한 발 빠져야 하고, 그마저도 뒤에서 밀린다.

빨간 등과 조화 벚꽃 장식이 걸린 나카미세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 멀리 호조몬 지붕이 보인다
나카미세 거리. 저 멀리 보이는 지붕이 호조몬인데, 거기까지 가는 데 체감 10분이 걸렸다.

여기서 배운 요령 하나. 나카미세 본길이 막히면 상점 줄 뒤편 골목으로 빠지면 된다. 붉게 칠한 목조 상가들의 '뒷면'이 이어지는 좁은 길인데, 사람이 열 명도 안 된다. 화과자집 우메조노(梅園) 간판이 걸린 모퉁이를 지나면 유모차 끌고 산책하는 동네 사람, 기모노 대여점에서 나온 커플 정도만 오간다. 소방 설비함과 '台東区' 표지, 전선이 어지럽게 지나가는 이 뒷골목이 오히려 사진은 더 잘 나왔다.

붉은색 목조 상가 뒷면이 이어지는 한적한 골목, 왼쪽 위에 우메조노 간판이 걸려 있다
나카미세 한 블록 옆 뒷골목. 같은 시각인데 사람 밀도가 완전히 다르다.

본길로 다시 붙었을 때는 오층탑이 나무들 사이로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이었다. 왼쪽은 담장과 은행나무, 오른쪽은 '二花' 같은 상점 간판과 빨간 등이 이어지고, 정면 끝에 호조몬의 붉은 몸통이 서 있다. 이 구간이 나카미세에서 가장 숨통이 트인다. 바닥 돌이 넓어지고 시야가 트여서, 아이들 데리고 온 가족들이 여기서 많이들 멈춰 선다.

나무 사이로 오층탑이 보이고 정면에 호조몬이 서 있는 참배로, 오른쪽엔 빨간 등이 걸린 상점들
나카미세 끝자락. 오후 햇살이 낮게 들어와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호조몬 앞 — 짚신을 보려면 고개를 들어야 한다

호조몬(宝蔵門)에 도착하면 대부분 등롱만 찍고 지나간다. 그런데 문 바깥쪽 기둥 옆에 거대한 짚신 한 짝이 걸려 있다. 사람 키보다 훨씬 크고, 옆에 붙은 나무 팻말에 '山形県村山市奉賛会'라고 적혀 있다. 야마가타현 무라야마시에서 봉납한 오와라지다. 처음 왔을 땐 나도 못 보고 지나쳤다. 문 앞에서 시선을 위로 한 번만 올리면 된다.

호조몬 붉은 기둥에 걸린 거대한 짚신과 야마가타현 무라야마시 봉납 팻말, 아래로 관광객들이 모여 있다
호조몬의 대형 짚신. 야마가타현 무라야마시가 봉납했다는 팻말이 함께 걸려 있다.

문 아래를 지나면 '小舟町'이라 쓰인 커다란 빨간 등롱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여기가 아이들 데리고 온 사람들의 단체사진 명당이다. 등롱 아래 계단 두세 칸 위에 서면 등롱 글씨가 머리 위로 딱 걸린다. 다만 오후 3~4시엔 서쪽 해가 정면으로 들어와서 다들 눈을 찡그린다. 우리도 두 번 다시 찍었다.

호조몬 아래 고부나초 빨간 등롱 앞 계단에서 브이 포즈를 취한 세 사람
'小舟町' 등롱 아래. 역광이라 다들 눈을 반쯤 감았다.

본당과 오층탑 — 실루엣이 되는 시간

본당(관음당) 앞마당은 문 안쪽인데도 나카미세만큼 붐빈다. 정면 처마 아래 '福' 자가 큼직하게 쓰인 붉은 등이 걸려 있고, 좌우로 주인소(朱印所)와 오미쿠지 창구가 늘어서 있다. 오미쿠지는 100엔 동전을 넣고 통을 흔들어 나온 막대 번호에 맞는 서랍을 직접 여는 방식이다. 흉(凶)이 꽤 자주 나오기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 일행 셋 중 하나가 정말로 흉을 뽑았다. 옆 지지대에 묶어두고 왔다. 향로에서 나온 연기 냄새가 마당 전체에 얕게 깔려 있어서, 옷에 냄새가 밴다.

센소지 본당 정면, 붉은 등에 福 자가 쓰여 있고 좌우로 주인소와 오미쿠지 창구, 앞마당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본당 앞. 오른쪽 'みくじ' 간판 아래가 오미쿠지 창구다.

계단을 올라 본당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격자와 방충망 너머로 금색 천개(天蓋)가 겹겹이 늘어져 있고, 그 아래 등롱과 연꽃 장식, 붉은 북이 놓여 있다. 촬영 제한 표시를 확인하고 창 바깥쪽에서만 찍었다. 좌우 기둥에 '十方来人咲一面', '佛方円満参拝相' 같은 금박 글씨판이 붙어 있어서, 사진에 함께 담으면 공간의 깊이가 산다.

격자 너머로 보이는 센소지 본당 내부, 금색 천개와 등롱, 붉은 북과 양옆 금박 글씨 기둥
본당 내부. 격자 사이로 금색 천개가 겹겹이 보인다.

본당 계단 위에서 뒤를 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호조몬이 정면으로 잡힌다. 왼쪽엔 청록색 동판 지붕의 작은 당집, 오른쪽엔 경내 안내판이 붙은 붉은 건물, 그 사이 참배로가 사람으로 꽉 차 있다. 아사쿠사에서 가장 좋은 전망은 이 계단 위라고 본다. 굳이 높은 데 올라갈 필요가 없다.

본당 계단 위에서 내려다본 호조몬과 참배로, 왼쪽에 청록색 지붕 당집이 보인다
본당 계단 위에서 뒤돌아본 호조몬. 앞에 걸린 등롱이 액자 역할을 한다.

오층탑은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진이 된다. 본당 쪽에서 올려다보면 처마와 함께 붉은 목조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반대로 서쪽 해를 등지고 서면 탑이 새까만 실루엣이 되면서 금색 상륜부만 빛난다. 'お札お守' 간판이 걸린 수여소 지붕 위로 탑 실루엣이 솟는 구도는 노출을 어떻게 잡아도 실루엣으로 나온다. 이건 실패가 아니라 그 시간대의 정답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붉은 오층탑과 본당 처마가 함께 보이는 경내 풍경, 아래로 관광객들이 오간다
해를 등지고 찍으면 오층탑의 붉은 목조와 금색 상륜부가 그대로 살아난다.
역광으로 검은 실루엣이 된 오층탑과 아래쪽 お札お守 간판이 걸린 수여소 지붕
같은 탑, 반대편. 오른쪽 아래 'お札お守'가 부적 수여소다.

탑 아래쪽 화단 앞이 사람 없이 단체사진 찍기 제일 편한 자리였다. 낮은 돌담에 걸터앉으면 탑 전체가 프레임에 들어오고, 왼쪽엔 사자상 받침돌이 함께 잡힌다. 4월 초라 옆 나무에 연둣빛 새잎이 막 나오는 중이었다.

오층탑을 배경으로 낮은 돌담 앞에 선 세 사람, 왼쪽에 사자상 받침돌과 오른쪽에 새잎 돋은 나무
오층탑 앞 돌담. 여기가 경내에서 단체사진 찍기 제일 수월했다.

경내에서 보이는 스카이트리, 그리고 위치·가는 법

본당 동쪽으로 몇 걸음 옮기면 기와 처마 사이로 도쿄 스카이트리가 보인다. 앞에 HOP INN, TREND 같은 간판을 단 잡다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그 뒤로 탑이 솟는데, 이 어수선한 조합이 오히려 아사쿠사답다. 절과 전망탑을 한 장에 담고 싶으면 본당 오른편, 손 씻는 곳(お手洗 화살표 표지가 붙어 있다) 근처에서 처마를 살짝 걸치고 찍으면 된다.

센소지 경내 기와 처마 사이로 보이는 도쿄 스카이트리와 주변 건물들, 파란 하늘
경내에서 본 스카이트리. 절 처마와 전망탑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접근은 아주 쉽다. 도쿄메트로 긴자선·도에이 아사쿠사선·도부 스카이트리라인 아사쿠사역에서 가미나리몬까지 도보 3~5분이고, 츠쿠바익스프레스 아사쿠사역은 조금 더 걸린다. 스카이트리 쪽에서 온다면 스미다강 다리를 건너 걸어와도 20분 남짓이다. 참배 자체는 돈이 들지 않는다.

다음에 오는 사람에게 남기는 메모

절 하나 보는 데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처음엔 사람에 치여 짜증이 났는데, 계단 위에서 뒤돌아본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이 정도로 붐비는 절이 도심 한복판에 800년 넘게 남아 있다는 게 이상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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