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3초메 이치란(一蘭)에서 890엔짜리 돈코츠 한 그릇, 낮과 밤 두 번 다녀온 기록
도쿄 신주쿠 3초메, 오오토야와 패밀리마트가 붙어 있는 그 골목 초입에 이치란 간판이 걸려 있다. 후쿠오카 하카타에서 시작한 천연 돈코츠 라멘집인데, 신주쿠에서는 이 지점이 관광객과 퇴근길 직장인을 동시에 받아내는 창구 같은 곳이다. 나는 낮에 한 번, 다른 날 밤에 한 번 들어갔다. 같은 가게가 시간대에 따라 완전히 다…
도쿄 · 이치란
도쿄 신주쿠 3초메, 오오토야와 패밀리마트가 붙어 있는 그 골목 초입에 이치란 간판이 걸려 있다. 후쿠오카 하카타에서 시작한 천연 돈코츠 라멘집인데, 신주쿠에서는 이 지점이 관광객과 퇴근길 직장인을 동시에 받아내는 창구 같은 곳이다. 나는 낮에 한 번, 다른 날 밤에 한 번 들어갔다. 같은 가게가 시간대에 따라 완전히 다른 표정을 짓는 걸 봤다.

입구 앞에 세워둔 입간판에 '61석'이라는 숫자가 크게 붙어 있었다. 좌석을 늘려 대기 시간을 줄였다는 뜻인데, 실제로 낮에는 5분쯤 서 있다가 들어갔다. 문제는 밤이다.

밤에는 줄을 세우는 대신 번호표를 나눠준다. 번호표를 받고 나면 근처를 돌다 와도 되지만, 몇 분 뒤에 오라는 안내는 직원이 구두로만 해주니 그 자리에서 확실히 되물어 두는 편이 낫다. 나는 대충 듣고 15분쯤 편의점을 돌다 왔는데 이미 내 번호가 지나가 있었다.
위치와 접근성 — 신주쿠역 동쪽, 골목 하나만 꺾으면 된다
JR 신주쿠역 동쪽 출구에서 걸어 5~7분, 신주쿠산초메역 쪽에서는 더 가깝다. 1층 입구가 좁아서 처음 오면 지나치기 쉬운데, 벽에 세로로 붙은 흰 간판 '天然とんこつ(천연 돈코츠)'와 '超生麺(초생면)' 두 줄을 찾으면 된다. 매장은 계단으로 올라간다.

24시간 영업이라는 문구가 이 지점을 붙잡아 두는 이유다. 신주쿠에서 늦게까지 마시다가 막차를 놓친 새벽 두 시에도 여기는 열려 있다. 그 시간대가 오히려 줄이 가장 짧았다.
자판기 앞에서 3분, 가격은 여기서 다 결정된다

버튼에 붙은 가격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촬영 시점 기준이고, 일본 라멘 가격은 꾸준히 오르는 중이라 방문 전 현장 확인을 권한다.
- 라멘 890엔
- 카에다마(면 사리) 190엔 / 반 카에다마 130엔
- 반숙 소금 삶은 달걀 130엔
- 추가 차슈 4장 250엔
- 기쿠라게(목이버섯) 120엔 · 노리 2장 120엔 · 추가 파 120엔 · 추가 마늘 120엔
- 밥 250엔 / 밥(소) 200엔
- 니코미 야키부타 접시 490엔, 생맥주 580엔, 말차 행인두부 390엔
- ICHIRAN 5선 세트 1,490엔

계산기를 두들겨 보면 답이 나온다. 라멘 890엔에 달걀·차슈·기쿠라게·노리를 따로 붙이면 890+130+250+120+120 = 1,510엔. 5선 세트가 1,490엔이니 그 네 가지를 다 원한다면 세트가 20엔 싸다. 반대로 두세 개만 골라 붙일 거라면 단품이 낫다. 나는 첫날에 세트를 눌렀고, 둘째 날엔 기쿠라게와 차슈만 추가했다.

맛집중 카운터 — 옆 사람 얼굴을 안 보고 먹는다는 것
좌석은 칸막이로 나뉘어 있다. 앞은 발이 내려와 있고 옆은 판자로 막혀 있어서, 자리에 앉으면 보이는 건 내 그릇과 나무 벽뿐이다. 주문 용지에 진하기·기름기·마늘·파·차슈·비전 소스·면 굳기를 표시해 발 아래로 내밀면, 손만 나와서 받아 간다.

오른쪽 붉은 액자에는 비전 타레와 스프, 자가제면에 대한 설명이 빼곡히 적혀 있다. 비전 소스는 고춧가루를 기본으로 30여 종을 배합해 하룻밤 재운 것이고, 처음에는 섞지 말고 서너 입 그대로 먹어보라고 쓰여 있다. 실제로 그렇게 했더니 국물 맛이 두 번 바뀐다. 처음엔 순하고 걸쭉한 돈코츠, 젓가락으로 붉은 덩어리를 풀고 나면 혀 뒤쪽에 매운 기운이 얹힌다.


면 굳기는 '바리카타'(아주 단단하게)까지 갈 필요 없다고 본다. 나는 첫날 바리카타로 시켰다가 국물을 다 마실 때까지 면이 풀리지 않아 뻣뻣했다. 둘째 날 '카타멘'으로 낮췄더니 딱 맞았다. 하카타 세면은 얇아서 오래 두면 금방 불기 때문에, 사진 찍느라 시간 끌 생각이면 굳게, 바로 먹을 거면 보통이 낫다.


추가 토핑 — 130엔짜리 달걀과 250엔짜리 차슈
추가 토핑은 라멘과 따로, 초록 테두리 접시에 담겨 나온다. 그릇에 얹어줄 줄 알았는데 별도 접시라서 처음엔 당황했다. 원하는 만큼 직접 넣어 먹으라는 구조다.



달걀은 종지에 통째로, 껍질을 벗긴 상태로 나온다. 자판기 사진만 보고 반으로 갈라진 반숙란을 기대했다면 여기서 한 번 헷갈린다. 젓가락으로 눌러 반으로 가르면 그때 노른자가 드러난다.



차슈는 씹는 맛보다 녹는 맛에 가깝다. 국물에 30초쯤 담갔다 건지면 지방이 풀려서 결이 흐트러진다. 목이버섯은 씹을 때 국물 사이에서 유일하게 '와그작' 소리가 나는 재료다. 120엔이 아깝지 않았다.






카에다마와 상차림, 그리고 아쉬웠던 것

카에다마는 자판기에서 미리 식권을 사둬야 한다. 자리에 앉은 뒤 추가 주문 용지에 표시하고 버튼을 눌러도 되지만, 190엔짜리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자판기까지 다시 가는 건 번거롭다. 처음부터 한 장 사두고 안 쓰면 그만이다. 면만 오기 때문에 국물을 절반 이상 남겨둬야 한다는 것도 미리 계산해야 한다. 나는 첫날 국물을 신나게 마시다가 카에다마를 받고 나서 맹물 같은 잔국물에 면을 말아 먹었다.
아쉬웠던 점도 적어둔다. 국물이 짜다. 한국 사람 기준으로 라멘 한 그릇을 다 마시면 그날 저녁 내내 물을 찾게 된다. 주문 용지에서 맛 진하기를 '보통' 아래로 한 칸 내리는 게 낫다. 그리고 낮 12시~1시, 저녁 7시 전후는 피하는 편이 좋다. 24시간 영업이라는 장점을 살려서 오후 3~4시나 늦은 밤에 가면 번호표 없이 바로 앉을 수 있다.
가격도 솔직히 말하면 도쿄 라멘집 평균보다 위쪽이다. 890엔짜리 기본만 먹으면 무난하지만 토핑을 붙이는 순간 1,500엔이 넘어간다. 신주쿠 골목에 800엔대에 더 개성 있는 라멘을 내는 집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혼자 조용히, 아무하고도 말 섞지 않고 뜨거운 걸 한 그릇 먹고 싶은 밤에는 여기 칸막이 자리가 제일 편하다. 그게 이 집을 두 번 찾은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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