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드 커피 210엔짜리 아침, 도쿄 하마마쓰초 카페 벨로체에서 한 시간 죽치기
도쿄에서 아침 일정이 애매하게 비었을 때 내가 늘 하는 짓이 있다. 스타벅스를 지나쳐서 벨로체(CAFFÈ VELOCE) 간판을 찾는 것. 이번엔 하마마쓰초·시바 쪽, 사무실 빌딩이 줄지어 선 큰길가 1층 매장이었다. 도쿄 여행 온 사람들이 흔히 안 들르는 체인인데, 나는 여기 커피값 때문에 도쿄 오면 거의 매번 한 번은…
도쿄 · 카페 벨로체
도쿄에서 아침 일정이 애매하게 비었을 때 내가 늘 하는 짓이 있다. 스타벅스를 지나쳐서 벨로체(CAFFÈ VELOCE) 간판을 찾는 것. 이번엔 하마마쓰초·시바 쪽, 사무실 빌딩이 줄지어 선 큰길가 1층 매장이었다. 도쿄 여행 온 사람들이 흔히 안 들르는 체인인데, 나는 여기 커피값 때문에 도쿄 오면 거의 매번 한 번은 들어간다.

입간판의 ¥210이 진짜다
사진에 찍힌 저 바퀴 달린 입간판, 저게 벨로체의 정체성이다. 블렌드 커피 210엔. 도쿄 물가에서 커피 한 잔 210엔이면 편의점 커피와 비슷한 값인데, 앉을 자리와 에어컨과 화장실이 딸려 온다. 근처 스타벅스에서 드립 한 잔 시키면 대략 그 두 배는 각오해야 하니, 하루에 두세 번 카페에 앉는 사람에게는 이 차이가 여행 예산에서 꽤 크게 벌어진다. 다만 내가 갔을 때 기준 가격이라, 지금은 조금 올랐을 수 있다. 입간판 숫자를 직접 확인하고 들어가는 게 제일 정확하다.
건물 외벽은 회색 타일에 알루미늄 창틀, 전형적인 80~90년대 도쿄 오피스 빌딩이다. 와인색으로 칠한 입구 프레임만 툭 튀어나와 있어서 멀리서도 눈에 걸린다. 유리문 안쪽으로 주황색 펜던트 조명이 줄줄이 켜져 있는 게 보이는데, 이 노란 조명 톤이 벨로체 매장의 공통 분위기다. 밝고 하얀 카페를 기대하고 들어가면 좀 어둡다고 느낄 수 있다.
주문 카운터와 쇼케이스 — 셀프 서비스 순서
문을 밀고 들어가면 바로 정면에 카운터가 있다. 처음 온 사람이 헷갈리는 지점이 여기다. 자리부터 잡는 게 아니라 먼저 줄을 서서 주문하고 계산한 다음, 그 자리에서 쟁반을 받아 들고 빈 테이블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다 마시면 반납대에 쟁반을 올려두고 나온다.

카운터 위 메뉴판은 왼쪽부터 COLD DRINK, HOT DRINK, MORNING SET, HOT FOOD 순으로 칸이 나뉘어 있다. 일본어를 못 읽어도 각 칸에 사진이 붙어 있어서 손가락으로 짚으면 통한다. 오른쪽 끝 HOT FOOD 칸에 핫도그와 샌드위치 사진이 큼직하게 걸려 있고, 카운터 앞 스탠드에는 '야키타테 도그(갓 구운 핫도그)'와 새로 나온 크리미 볼 같은 신메뉴 광고판이 세워져 있었다.
쇼케이스가 볼 만하다. 3단짜리 유리 진열장에 계란 샌드위치, 야채 샌드위치가 삼각형으로 포장돼 층층이 꽂혀 있고, 아래 칸에는 크루아상과 데니시류가 봉지째 놓여 있다. 앉을 자리를 먼저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이 쇼케이스는 주문 줄에 서 있는 동안 한 번 훑어보길 권한다. 모닝 세트를 시키면 음료에 토스트가 붙어 나오는 구성이라 따로 빵을 살 필요가 없는데, 세트 시간이 지난 뒤라면 여기서 샌드위치를 골라 담는 게 낫다.
내가 갔던 시간대에는 손님 대부분이 근처 회사원이었다. 정장에 코트 차림으로 혼자 앉아 서류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말소리가 거의 없고 에스프레소 머신 스팀 소리와 식기 부딪는 소리만 간간이 났다. 관광객끼리 떠들기 좋은 공간은 아니고, 혼자 지도 보면서 다음 일정 정리하기에 딱 맞는 온도의 소음이다.
카페라테 한 잔, 그리고 솔직한 아쉬움

매장에서 마시겠다고 하면 종이컵이 아니라 이 두툼한 하늘색 도자기 잔에 담아 준다. 잔이 묵직하고 벽이 두꺼워서 커피가 쉽게 식지 않는다. 겨울 아침에 손을 감싸 쥐고 있으면 그게 그렇게 좋다. 우유 거품은 라테아트라고 부르기엔 어설픈 소용돌이 자국인데, 210엔대 커피에 그림을 바랄 일은 아니다.
맛은 정직하게 말하면 특별하지 않다. 로스팅이 꽤 진하고 쓴맛이 앞에 나오는 일본식 킷사텐 계열의 블렌드다. 산미 있는 스페셜티 커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첫 모금에 "아, 그냥 옛날 커피네" 싶을 것이다. 라테는 우유 비중이 높아 그 쓴맛을 눌러 주지만, 커피 자체를 즐기러 오는 집은 아니다. 나는 이걸 단점으로 안 친다. 여기는 커피 맛이 아니라 앉을 권리를 사는 곳이다.
테이블은 갈색 가죽 소파와 목재 상판 조합이라 오래 앉아 있기 편했다. 다만 좌석 간격이 좁아서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면 통로에서 애를 먹는다. 큰 짐이 있다면 역 코인로커에 넣고 오는 편이 낫다. 콘센트가 있는 자리는 벽 쪽 일부뿐이라 노트북 작업을 오래 할 생각이면 자리를 잘 골라야 하고, 흡연실이 따로 있는 매장이 많아 문이 열릴 때 냄새가 훅 넘어오는 경우가 있다. 비흡연 구역 안쪽 자리를 잡는 게 요령이다.
위치와 찾아가는 법
이 매장은 도쿄 미나토구, 하마마쓰초와 시바코엔 사이의 큰길가 오피스 빌딩 1층이다. 도쿄타워나 조조지(增上寺)를 보러 가는 길에 지나치기 쉬운 위치라, 아침 일찍 도착해서 절이 열기를 기다리거나 하네다행 모노레일을 타기 전에 시간을 때우기에 동선이 잘 맞는다. 벨로체는 도쿄 전역에 수십 개 지점이 있으니 이 지점을 굳이 찾아올 필요는 없고, 지금 서 있는 곳 근처에서 와인색 간판을 검색하면 된다.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정리해 둔다.
- 주문 → 계산 → 쟁반 수령 → 착석 → 반납대 정리 순서. 자리부터 잡으면 눈치 보인다.
- 모닝 세트는 이른 시간에만 판매한다. 시간대는 매장마다 달라 카운터 메뉴판 확인이 필요하다.
- 가격은 방문 시점 기준. 입간판에 현재가가 적혀 있으니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본다.
- 현금이 확실하다. 카드나 교통카드 결제는 지점마다 달라서, 잔돈을 들고 가면 마음이 편하다.
- 매장 내 취식은 도자기 잔, 테이크아웃은 종이컵. 앉아서 마실 거면 잔으로 받는 편이 훨씬 낫다.
도쿄에서 카페 한 잔에 700엔씩 쓰다 보면 하루 이틀 만에 예산 감각이 무너진다. 그럴 때 저 와인색 간판이 보이면 반갑다. 특별할 것 없는 커피지만, 다리 쉬고 지도 펼치고 다음 목적지를 정하는 한 시간에 210엔이면 도쿄에서 그만한 값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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