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하르모니 익스체인지 2층, Ta Wan에서 네 접시 시켜 19,000원

자카르타 중심부 하르모니(Harmoni) 쪽으로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Harmonie Exchange 건물 안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인도네시아 건물은 층 표기가 한국과 다르다. 엘리베이터에 G가 찍힌 층이 우리가 말하는 1층이고, 그 위 "1층(1st floor)"이 한국 기준 2층이다. Ta Wan은 그 1층, 그러니…

자카르타 · Harmonie Exchange - Ta Wan

자카르타 중심부 하르모니(Harmoni) 쪽으로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Harmonie Exchange 건물 안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인도네시아 건물은 층 표기가 한국과 다르다. 엘리베이터에 G가 찍힌 층이 우리가 말하는 1층이고, 그 위 "1층(1st floor)"이 한국 기준 2층이다. Ta Wan은 그 1층, 그러니까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로 한 층 올라간 자리에 있다. 처음 온 사람은 G층만 한 바퀴 돌다가 "여기 그런 집 없는데" 하고 나가기 쉽다. 나도 첫 방문 때 G층 카페 골목만 두 번 왕복했다.

점심시간 직전의 텅 빈 홀

들어간 시각이 11시 40분쯤. 오피스 빌딩 식당가라 12시가 되면 사원증 목에 건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데, 그 직전이라 홀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나무 테이블, 금색 격자 파티션, 구리색 펜던트 조명. 4인 사각 테이블이 대부분이고 안쪽에는 회전판 올린 원형 대형 테이블이 몇 개 있다. 단체 회식용이다. 입구 밖에는 붉은 등롱이 걸려 있어 멀리서도 중식당인 줄 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줄지어 있고 금색 격자 파티션과 구리색 펜던트 조명이 달린 Ta Wan 매장 내부, 오른쪽에 회전판이 있는 원형 테이블
점심 러시 직전, 손님이 아직 한 명도 없던 홀. 오른쪽 원형 테이블은 회전판이 올라가 있다.

에어컨이 꽤 세다. 자카르타 낮 거리에서 땀에 절어 들어오면 5분쯤은 시원해서 좋고, 그 뒤로는 반팔 차림이 좀 서늘하다. 소음은 거의 없었고, 주방에서 웍 볶는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네 접시 — 룸피아, 모닝글로리, 훈제오리, 연두부 튀김

혼자 먹기엔 많다 싶었지만 궁금한 걸 다 시켰다. 먼저 나온 건 룸피아. 인도네시아식 스프링롤인데 얇은 피를 두 번 감아 튀겨서 겉이 유리처럼 부서진다. 반으로 갈라 놓은 단면에서 다진 소가 보인다. 곁들여 나온 붉은 소스는 매운맛보다 단맛이 앞서는 칠리소스라 한국 사람 입에는 그냥 달다. 튀김 자체에 간이 약해서 이 소스 없이는 심심하다.

반으로 자른 튀긴 룸피아 다섯 조각이 접시에 담기고 왼쪽 흰 종지에 붉은 칠리소스가 놓인 모습
룸피아. 반 갈라 나와서 속이 보인다. 붉은 소스는 맵기보다 달다.

모닝글로리 볶음(깡꿍 볶음)은 동남아에서 제일 자주 시키는 채소다. 여기 건 마늘 편과 생강 채, 붉은 고추를 넣고 센 불에 짧게 볶아냈다. 줄기가 아직 아삭하게 살아 있어서 씹으면 물기가 터진다. 기름을 아끼지 않아 접시 바닥에 국물이 고이는데, 이걸 밥에 부어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다만 간이 짠 편이라 밥 없이 이것만 집어 먹으면 금방 물린다.

마늘 편과 붉은 고추를 넣고 볶은 모닝글로리가 접시에 수북이 담기고 포크가 걸쳐진 모습
모닝글로리 볶음. 줄기가 아삭하고 마늘·생강 향이 확실하다.

이날의 주인공은 훈제 오리였다. 껍질이 붉게 반들거리고 칼집 사이로 기름이 배어 나온다. 열두 조각쯤 부채꼴로 깔려 나왔고, 껍질은 바삭하다기보다 쫀득하게 붙어 있는 쪽. 살코기 색이 분홍빛으로 남아 있어 퍽퍽하지 않다. 훈연 향은 세지 않고 은은한 정도. 함께 나온 검은 소스는 걸쭉하고 단짠한 계열이라 오리 기름을 눌러준다. 한 조각 먹고 나서 이 접시만 다시 시킬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붉게 윤이 나는 훈제 오리 슬라이스가 부채꼴로 담긴 접시와 왼쪽 종지에 담긴 검은 소스
훈제 오리. 껍질에 칼집이 들어가 있고 살은 아직 분홍빛이다.

연두부 튀김은 예상보다 훨씬 나았다. 튀긴 면발을 새집처럼 깔고 그 위에 손가락 두 마디만 한 두부 덩어리를 올린 뒤, 다진 마늘과 붉은 고추, 채 썬 파를 뿌렸다. 젓가락으로 집으면 겉옷이 얇게 갈라지고 안에서 순두부에 가까운 속이 흘러나온다. 뜨거우니 한 번에 입에 넣지 말 것. 나는 급하게 물다가 입천장을 데었다.

튀긴 면 위에 올린 연두부 튀김 덩어리들과 그 위에 뿌린 다진 마늘, 붉은 고추, 채 썬 파
연두부 튀김. 바닥에 깔린 튀긴 면까지 같이 집어 먹으면 식감이 재밌다.

테이블에는 검은 뚜껑 달린 유리병 삼발이 놓여 있다. 주황색에 알갱이가 씹히는 타입인데, 한 숟갈 떠 보면 기름층이 위에 떠 있다. 연두부 튀김에 조금 얹으니 밋밋하던 게 확 살아났다. 매운맛은 한국 청양고추만큼 찌르지는 않고 뒤에서 천천히 올라온다. 처음 쓰는 사람은 반 숟갈부터 시작하는 게 안전하다.

검은 뚜껑을 연 유리병 속 주황색 삼발 소스를 숟가락으로 뜨는 모습, 왼쪽에 연두부 튀김 접시
테이블 위 삼발. 기름이 떠 있고 알갱이가 씹힌다.

계산서 — 네 접시에 19,000원

룸피아, 모닝글로리 볶음, 훈제 오리, 연두부 튀김. 여기에 밥까지 다 포함해서 한국 돈으로 19,000원이 나왔다. 오리 한 접시 값이 서울에서 이 정도 하는 걸 생각하면, 자카르타 물가가 어떤 수준인지 계산서 한 장이 다 말해준다. 인도네시아 식당은 보통 세금과 서비스차지가 메뉴판 가격 위에 따로 붙으니, 메뉴판 숫자만 보고 계산하면 실제 금액과 차이가 난다. 그걸 다 얹고도 이 정도였다.

가는 법

Harmonie Exchange는 하르모니 사거리 근처 복합건물이라 그랩(Grab)이나 고젝(Gojek)으로 건물명만 찍으면 바로 선다. 트란스자카르타 하르모니 환승 정류장에서 걸어갈 수도 있는데, 자카르타 인도는 끊기고 파여 있는 구간이 많고 낮에는 습도가 살인적이라 짐이 있으면 차를 부르는 편이 낫다. 건물에 들어와서는 앞서 말한 층수 함정만 기억하면 된다. G층이 아니라 한 층 위.

아쉬웠던 건 두 가지. 룸피아는 갓 튀긴 것치고 간이 너무 약해 소스에 전적으로 기댄다. 그리고 12시가 넘어가면 홀이 순식간에 차서, 사진 속처럼 조용한 분위기를 기대했다면 11시 30분에서 45분 사이에 들어가야 한다. 영업시간이나 개별 메뉴 가격은 지점마다 다르니 현장에서 확인하는 걸 권한다.

혼자 네 접시를 시켜놓고 다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오리 접시는 뼈만 남았다. 다음에 하르모니에 갈 일이 생기면 오리와 연두부 튀김, 밥. 이 세 개면 충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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