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꾸옥 빈원더스, 거북이 아쿠아리움부터 성 앞 호수까지 하루 종일 걸은 기록

베트남 푸꾸옥 섬 북쪽 끝, 빈원더스 푸꾸옥(VinWonders Phú Quốc)에 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갔다. 동남아 테마파크는 몇 번 겪어봐서 기대를 크게 안 걸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정문 앞에 서자마자 아이들이 "여기 디즈니야?" 하고 물었다. 노란 벽에 분홍빛 첨탑, 금색 장식이 얹힌 성문 구조물. 사진으로…

안장 · 빈원더스 푸꾸옥

베트남 푸꾸옥 섬 북쪽 끝, 빈원더스 푸꾸옥(VinWonders Phú Quốc)에 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갔다. 동남아 테마파크는 몇 번 겪어봐서 기대를 크게 안 걸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정문 앞에 서자마자 아이들이 "여기 디즈니야?" 하고 물었다. 노란 벽에 분홍빛 첨탑, 금색 장식이 얹힌 성문 구조물.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물이 훨씬 크다.

VinWonders PHÚ QUỐC 간판이 달린 노란 성 모양 정문 앞에 선 가족 세 명
정문 아치 위 'VinWonders PHÚ QUỐC' 간판. 오전 10시쯤인데 벌써 그늘이 아쉬웠다.

들어가자마자 유리지붕 실내 거리

정문을 통과하면 바로 유리 천장이 덮인 유럽풍 거리가 나온다. 이게 푸꾸옥 더위를 아는 사람이 설계했구나 싶은 대목이다. 밖은 체감 35도가 넘는데 이 구간은 냉방은 아니어도 직사광이 차단돼서 숨통이 트인다. 천장 아래로 베트남 국기 가랜드가 몇 겹씩 가로질러 걸려 있었다. 9월 2일 국경절 전후에 다니면 이 장식이 더 빽빽하다.

유리 천장 아래 유럽풍 상점 거리, 베트남 국기 가랜드가 여러 겹 걸린 실내 가로에 선 가족
DING TEA, PIZZA 간판이 보이는 실내 거리. 바닥 원형 무늬가 사진 찍기 좋은 자리라 사람이 계속 바뀐다.

거리를 빠져나오면 광장 한가운데 커다란 황금색 분수 조형물이 있다. 깃털 머리장식을 한 인물상이 꼭대기에 서 있고 그 아래로 날개 달린 전사, 고래 같은 형상이 층층이 쌓여 있다. 물줄기는 생각보다 약하다. 정오 무렵엔 분수 주변 화강암 바닥이 달아올라서 샌들 신은 발바닥이 뜨겁다. 여기서 사진 찍을 거면 오전이나 해질 무렵이 낫다.

황금빛 인물상이 층층이 쌓인 대형 분수 조형물 앞에 선 세 사람, 뒤로 유럽풍 건물
광장 중앙의 황금 분수. 뒤쪽 노란 건물과 뾰족 지붕이 배경으로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

진짜 목적지는 거북이 모양 아쿠아리움

이날 우리 일정의 중심은 놀이기구가 아니라 아쿠아리움이었다. 안내판에 Đền Hải Vương(해왕 신전)이라 적힌 그 건물. 멀리서 보면 그냥 붉은 바위 언덕 같은데 가까워질수록 형체가 잡힌다. 등껍질, 앞발, 눈, 콧구멍까지 갖춘 거대한 바다거북 한 마리가 잔디밭 위에 엎드려 있는 모양이다. 입에서는 물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큰애가 한참을 말없이 올려다봤다.

잔디밭 위 거대한 붉은 바다거북 모양 아쿠아리움 건물과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한 가족
거북 전체가 한 장에 들어오려면 광장 끝까지 물러나야 한다. 그늘이 없는 구간이다.
밀짚모자를 쓴 아이가 거북 머리와 입에서 쏟아지는 폭포를 올려다보는 뒷모습
거북 입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그 아래 아치가 아쿠아리움 입구다.

내부 동선은 고대 유적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마야 신전 같은 석조 벽에 깃털 장식이 박혀 있고 천장은 주황빛 간접조명이다. 밖에서 땀 흘리다 들어오면 냉방이 꽤 세게 느껴진다. 얇은 겉옷 하나 챙겨 가면 쓸모 있다. 아내가 벽에 기대 사진을 찍는 동안 둘째는 계속 벽 무늬를 손으로 훑고 다녔다.

마야 신전풍 석조 벽과 깃털 장식이 걸린 실내 복도에 선 두 사람
입구 안쪽 석조 복도. 조명이 어두워 휴대폰 사진은 흔들리기 쉽다.

먹이주기 시간에 맞춰 대수조 앞에 앉기

아쿠아리움에서 가장 좋았던 건 메인 대수조였다. 벽 한 면 전체가 유리인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마침 다이버 두 명이 들어가 먹이를 주고 있었다. 통을 열자 잿빛 물고기 떼가 순식간에 소용돌이처럼 감겨들었다. 그 아래로 얼룩무늬 상어가 바닥을 훑으며 지나가고, 가오리 한 마리가 유리 가까이 붙어서 미끄러졌다.

푸른 대형 수조 안에서 다이버가 먹이통을 들고 있고 큰 물고기들이 주변을 도는 모습
다이버가 먹이통을 여는 순간. 기포 기둥이 수면까지 올라간다.
대형 수조 앞 바닥에 앉아 구경하는 아이들과 수조 속 상어, 가오리, 다이버
수조 앞은 계단식 관람 공간이다. 아이들은 유리에 코를 붙이고 본다.
수조 전체 폭을 담은 장면, 다이버 두 명과 거대한 물고기 떼가 뭉쳐 있는 모습
물고기 떼가 한 덩어리로 뭉친다. 이 장면은 먹이주기 때만 나온다.

먹이주기 시간표는 입구 쪽 안내판에 붙어 있는데 날마다 조금씩 바뀌는 듯했다. 들어가면서 시간부터 확인하고 동선을 거꾸로 짜는 걸 권한다. 우리는 운 좋게 걸렸지만, 옆에 있던 한국인 가족은 "아까 지나갔대"라며 아쉬워했다.

수조 구간을 지나면 심해 탐사 콘셉트의 어두운 방이 나온다. 초록빛으로 조명을 받은 커다란 잠수부 조형물이 서 있고, 헬멧 유리창 안쪽에 작은 수조가 들어 있다. 벽에는 룬 문자 같은 기호가 새겨져 있다. 여기가 아이들 사진 명당이다.

초록빛 조명을 받은 대형 잠수부 조형물 옆에 선 아이, 헬멧 창 안에 작은 수조가 보임
잠수부 헬멧 안에 진짜 물고기가 들어 있다. 아이가 제일 오래 서 있던 곳.

수중 터널과 펭귄관

아크릴 터널 구간은 길이가 짧은 편이다. 위로 물고기가 지나가고 옆 유리 너머에 상어 그림자가 보인다. 바닥이 물빛을 받아 온통 청록색이라 사진이 전부 파랗게 나온다. 화이트밸런스를 손보지 않으면 얼굴이 시퍼렇게 찍힌다.

청록빛 아크릴 수중 터널 안에 선 아이, 천장 너머로 물고기가 지나감
수중 터널. 조명 때문에 사람 피부색이 전부 파랗게 나온다.

펭귄관은 야외와 실내로 나뉜다. 밖에서는 빙하를 흉내 낸 하늘색 암벽 아래 펭귄들이 물가에 줄지어 서 있었다. 날개에 색색 밴드를 찬 개체가 여럿이다. 푸꾸옥 한낮 더위에 펭귄이라니 싶었는데, 훔볼트펭귄 계열이라 그런지 잘 버티고 있었다. 그래도 정오쯤엔 대부분 그늘 쪽으로 몰려 있었다.

하늘색 인공 빙벽 아래 물가에 줄지어 선 펭귄 여러 마리
야외 펭귄 사육장. 날개에 밴드를 찬 개체가 개체 식별용인 듯하다.

지하 관람 창으로 내려가면 펭귄이 물속을 가르는 걸 옆에서 볼 수 있다. 헤엄이 진짜 빠르다. 셔터를 누르면 이미 프레임 밖이다. 다만 유리 상태가 아쉬웠다. 이끼와 물때가 꽤 껴 있어서 흐릿하게 보이는 구간이 있었다. 여기는 솔직히 관리가 덜 됐다는 인상.

수중 관람창 너머로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펭귄 한 마리
물속 펭귄. 정지 화면으로 잡으려면 연사가 답이다.
이끼와 물때가 낀 수조 유리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펭귄
유리에 낀 이끼 때문에 이렇게 흐리게 나오는 구간도 있다. 있는 그대로 남겨둔다.

중간에 앉아서 아이스크림 하나

오후 2시쯤 다들 지쳤다. 실내 매장에 들어가 초콜릿 소스를 얹은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시켰다. 플라스틱 컵에 담아주는데 양이 적진 않다. 소스는 굳어서 딱딱해지는 타입이라 숟가락으로 깨뜨려 먹는 재미가 있었다. 가격은 영수증을 안 챙겨서 정확히 못 적겠다. 테마파크 안이니 시내보다 비싼 건 감안해야 한다. 현장 확인을 권한다.

쟁반 위에 놓인 초콜릿 소스를 얹은 소프트아이스크림 두 컵과 흰 플라스틱 숟가락
소스가 금방 굳어서 숟가락으로 깨야 한다. 더위에 지친 아이 달래기엔 충분했다.

위치와 이동 — 섬 북쪽 끝이라는 걸 잊지 말 것

빈원더스 푸꾸옥은 섬 북쪽 간저우(Gành Dầu) 쪽에 있다. 즈엉동 시내에서 차로 40분 안팎 걸린다고 보면 된다. 도로가 잘 뚫려 있어서 막히진 않지만, 저녁에 시내로 돌아올 때 그랩 배차가 잘 안 잡히는 경우가 있다. 파크 안에서 미리 호출하거나, 숙소 픽업을 잡아두는 편이 안전하다. 단지 안이 워낙 넓어서 아쿠아리움과 놀이기구 구역 사이도 한참 걷는다. 유모차나 카트 없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오후엔 업고 다니게 된다.

성과 관람차, 그리고 해질 무렵

파크 한복판에는 호수를 낀 대형 성이 있다. 낮에 보면 하늘색 물에 첨탑이 비치고, 그 너머로 대관람차가 겹친다. 이 각도가 이 파크에서 제일 많이 찍히는 구도다.

낮에 호수 건너편에서 본 유럽풍 대형 성과 그 뒤 대관람차
난간 쪽에서 본 낮의 성. 구름이 두꺼운 날이라 물색이 탁하게 나왔다.

대관람차는 파크 안 여러 지점에서 보인다. 붉은 바위산 조형물과 나무 위로 솟아 있는데, 곤돌라마다 색이 다르다. 나무 사이로 올려다보는 각도가 의외로 괜찮다.

푸른 하늘 아래 색색 곤돌라가 달린 대관람차와 옆의 붉은 인공 암산, 앞쪽은 울창한 나무
나무 사이로 올려다본 대관람차와 인공 암산.

해가 기울면 성 외벽 색이 완전히 달라진다. 낮엔 노랗고 밋밋했는데, 오후 늦게는 벽돌에 주황빛이 깔리면서 분홍 지붕과 금색 장식이 살아난다. 바람이 잦아들어 호수가 거울처럼 되는 시간대라 반영도 잘 잡힌다. 사람도 확 줄어든다. 성 앞 사진을 제대로 남기고 싶으면 이 시간을 노리는 게 맞다.

해 질 무렵 주황빛으로 물든 성의 정면 클로즈업, 오른쪽에 대관람차 일부
성 정면 클로즈업. 금색 시계 장식과 아치 문이 이 시간에 가장 또렷하다.
바람 없는 호수에 성 전체가 통째로 비친 해 질 무렵 전경
물결이 잦아든 호수. 성이 통째로 반사된다.

다녀와서 정리한 것

아이들은 거북이 건물 이야기를 며칠째 하고 있다. 펭귄 유리가 흐렸던 것과 분수 물줄기가 약했던 건 아쉬웠지만, 대수조 앞에 앉아 있던 20분은 값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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