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꾸옥 그랜드 월드,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 하루에 두 번 가야 하는 이유

베트남 푸꾸옥 섬 북쪽, 안장(An Thới가 아니라 섬 북부 Gành Dầu 방면) 쪽에 몰려 있는 빈그룹 리조트 단지 안에 그랜드 월드가 있다. 낮에 한 번 들어갔다가 너무 더워서 두 시간 만에 나왔고, 저녁 먹고 다시 들어갔다. 결론부터 적자면 이 동네는 낮과 밤이 아예 다른 장소다. 낮엔 사진 찍으러 가는 곳이고,…

안장 · 그랜드 월드 푸꾸옥

베트남 푸꾸옥 섬 북쪽, 안장(An Thới가 아니라 섬 북부 Gành Dầu 방면) 쪽에 몰려 있는 빈그룹 리조트 단지 안에 그랜드 월드가 있다. 낮에 한 번 들어갔다가 너무 더워서 두 시간 만에 나왔고, 저녁 먹고 다시 들어갔다. 결론부터 적자면 이 동네는 낮과 밤이 아예 다른 장소다. 낮엔 사진 찍으러 가는 곳이고, 밤엔 걸으러 가는 곳이다.

대나무로 쌓아 올린 입구 — 웰컴 하우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게 이 거대한 대나무 건물이다. 노란 GRAND WORLD 글자가 붙은 정면 앞에서 다들 한 번씩 찍고 들어간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후 한 시쯤이었는데 그늘이 하나도 없어서 셋이 서서 셔터 두 번 누르는 동안 등이 다 젖었다.

노란색 GRAND WORLD 글자가 붙은 대나무 구조물 앞에 서서 브이 포즈를 취한 세 사람
입구 대나무 건물 앞. 정오 전후에는 이 앞이 완전히 노출된 땡볕이다.

가까이 가면 이게 장식이 아니라 진짜 대나무를 엮어 세운 구조물이라는 게 보인다. 기둥 하나하나를 격자로 짜서 올렸고, 뾰족한 아치 모양 출입구가 가운데 나 있다. 갔던 날은 앞마당에 무대용 트러스와 스피커를 설치하는 중이라 인부들이 조명을 달고 있었다. 저녁에 공연을 하는 모양인데 우리가 다시 왔을 땐 이미 철수한 뒤였다.

대나무를 격자로 엮어 만든 거대한 곡선 지붕 건물 정면과 그 앞에 설치 중인 무대 조명 트러스
무대 장비를 세우는 중이었다. 공연 일정은 현장 안내판 확인이 정확하다.

안에 들어가서 고개를 젖히면 이날 본 것 중 제일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대나무 살이 바닥에서부터 천장 꼭대기까지 한 방향으로 쭉 모여 올라가고, 정중앙에 뚫린 구멍으로 하얀 빛이 떨어진다. 에어컨이 없는데도 안이 바깥보다 확실히 서늘하다. 바람이 격자 사이로 그냥 통과한다. 사람들이 다 말없이 위만 보고 있었다.

대나무 살이 방사형으로 모여 올라가는 돔 내부 천장과 가운데 뚫린 채광구로 들어오는 햇빛
천장 채광구. 광각으로 찍어도 다 안 들어온다.

아치 게이트, 테디베어 뮤지엄, 그리고 텅 빈 전통마을

대나무 건물에서 나와 조금 걸으면 파랑·노랑·빨강으로 칠한 아치 게이트가 나온다. 가운데에 열기구 모양 조형물이 서 있고 'Phu Quoc United Center'라고 적혀 있다. 이 단지 전체를 부르는 이름이다. 아이들이 손에 든 건 편의점에서 산 음료와 손선풍기인데, 이날 손선풍기 없었으면 못 버텼다.

Phu Quoc United Center라고 적힌 파랑 노랑 아치 게이트와 열기구 조형물 앞에 선 세 사람
유나이티드 센터 게이트. 손선풍기 든 손이 안 쉰다.

광장 쪽으로 넘어가면 금색 외벽에 파란 삼각 유리를 붙인 둥근 건물이 보인다. 테디베어 뮤지엄이다. 입구 옆에 다각형으로 각진 흰 곰이 벽을 잡고 서 있고, 앞에는 사자 조각이 달린 분수가 있다. 우리는 입장은 안 하고 사진만 찍고 지나갔다. 애들 나이대가 애매했다. 분수 앞에 노란 안전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서 구도 잡을 때 좀 걸리적거렸다.

금색 외벽과 파란 삼각 유리창의 둥근 테디베어 뮤지엄 건물, 옆에 각진 흰 곰 조형물과 앞쪽 석조 분수
테디베어 뮤지엄 외관. 단지 안 이동은 빨간 전동카트를 부르면 편하다.

단지 한쪽에는 베트남 옛 마을을 재현한 구역이 따로 있다. 붉은 벽돌을 헤링본으로 깐 길, 기와 얹은 목조 가옥, 그리고 나무로 짠 높은 망루가 서 있다. 머리 위로는 초록·빨강·흰색 공 장식이 줄줄이 걸려 있어서 사진은 예쁘게 나온다. 다만 이 시간대에 여기 걷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다. 그늘도 거의 없고 상점도 대부분 닫혀 있어서, 낮에 이 구역만 보러 오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붉은 벽돌길 위에 선 사람과 머리 위로 걸린 색색의 공 장식, 뒤편에 나무로 만든 높은 망루
베트남 전통마을 구역. 사람이 없어서 사진은 잘 나오는데 더위가 만만치 않다.

운하와 다리 — 낮에는 물 위에 배가 몇 척 없다

그랜드 월드의 중심은 단지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인공 운하다. 양쪽으로 주황·노랑·하늘색 파스텔 건물이 붙어 있고, 1층은 전부 상점과 카페다. 곳곳에 돌 아치 다리가 놓여 있어서 건너다니며 사진을 찍게 된다. 난간이 금색 칠한 철제라 역광에도 그림이 산다.

석조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선 사람 뒤로 운하 양쪽에 늘어선 알록달록한 유럽풍 건물들
돌 난간 다리 위. 뒤쪽 건물 색 배열이 사진발의 8할이다.

물 색은 솔직히 맑지 않다. 짙은 초록에 가깝고, 자세히 보면 수면에 부유물도 떠 있다. 사진으로 보면 베네치아 같은데 코앞에서 보면 그냥 인공 수로다. 그래도 하늘이 받쳐주는 날이면 이 정도 구도가 나온다.

구름 많은 파란 하늘 아래 운하 난간에 기대선 소년과 건너편 흰색 아치 다리
이날 구름이 좋았다. 낮 사진은 하늘이 받쳐줘야 산다.

다리 한가운데가 사람이 제일 몰리는 포인트다. 화분 기둥을 왼쪽에 끼고 찍으면 운하가 대각선으로 빠지면서 뒤쪽 아치 다리까지 한 화면에 들어온다. 뒤에 곤돌라가 지나가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눌렀다.

다리 위 석조 화분 옆에 나란히 선 세 사람과 뒤로 펼쳐진 운하, 멀리 지나가는 곤돌라
화분 기둥을 끼고 찍으면 운하가 대각선으로 빠진다.

낮에 운하 쪽 테라스 카페는 파라솔이 다 접혀 있다. 앉을 자리는 많은데 앉을 만한 온도가 아니어서다. 그늘 있는 다리 위나 상가 아케이드 밑으로만 사람이 몰린다.

다리 난간에 팔을 걸치고 휴대폰을 든 사람, 뒤로 운하와 파라솔이 늘어선 상점가
건너편 파라솔은 대부분 접혀 있었다. 낮 장사는 거의 안 한다.

낮에도 곤돌라는 다닌다. 밀짚모자에 줄무늬 셔츠를 입은 사공이 노를 저어 손님 몇 명을 태우고 지나간다. 앞쪽으로 흰 철제 아치 다리가 보이고, 왼편 건물 벽에 'COCONUT HOTEL' 간판이 붙어 있는 구간이다. 배 위에 그늘막이 없어서 낮에 타는 사람은 확실히 적었다.

운하 위를 지나는 곤돌라와 사공, 왼쪽에 COCONUT HOTEL 간판이 보이는 상점가와 멀리 흰 철제 아치 다리
낮 곤돌라. 그늘막이 없어 한낮 탑승은 각오가 필요하다.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곤돌라 뱃머리의 금색 장식과 사공의 붉은 줄무늬가 한 화면에 잡힌다. 배가 다리 밑으로 들어오기 직전이 제일 좋다. 난간 너머로 폰을 내밀어야 해서 손목을 조심하는 게 좋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곤돌라와 밀짚모자를 쓴 사공, 뒤로 운하와 흰 아치 다리
배가 다리 밑으로 들어오기 직전이 셔터 타이밍이다.

위치와 이동

그랜드 월드는 푸꾸옥 공항이나 즈엉동(Dương Đông) 시내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한참 올라가야 한다. 시내 쪽 숙소에 묵는다면 왕복 교통편을 미리 생각해두는 게 좋다. 밤 10시 넘어가면 돌아가는 차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 단지 내부는 걷기엔 꽤 넓어서, 빨간 전동카트를 타고 구역 간 이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요금과 운행 시간은 정류장 안내판에서 현장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해 지고 나서가 진짜다

저녁 먹고 여덟 시쯤 다시 들어갔다. 같은 다리에 다시 섰는데 아까 그 자리가 맞나 싶었다. 건물 외벽 전체에 조명이 들어가고, 가로수에 감아둔 전구가 수면에 노란 띠로 길게 늘어진다. 물 색이 안 보이니까 흠도 안 보인다.

밤에 조명이 켜진 운하 양쪽 건물과 수면에 길게 비친 노란 불빛, 초록 네온을 두른 곤돌라 두 척
같은 운하, 밤 여덟 시. 낮과 같은 장소로 안 보인다.

운하 끝에는 청록색 유리 패널을 덮은 아치 다리가 있는데, 밤이면 여기에 조명이 들어와 물속까지 파랗게 번진다. 그 뒤로 시계탑 꼭대기가 주황색으로 떠 있다. 사람들이 이 각도 하나 찍겠다고 다리 위에 줄을 선다.

밤 운하 전경, 청록색으로 빛나는 아치 다리와 멀리 주황빛 시계탑, 양쪽에 불 밝힌 컬러 건물들
청록 아치 다리 방향. 이 단지에서 제일 많이 찍히는 구도다.

세로로 잡으면 하늘이 더 들어와서 물에 비친 반사가 길게 늘어진다. 손으로 들고 찍어도 요즘 폰이면 대충 건진다. 다만 다리 위가 흔들려서 난간에 팔꿈치를 붙이고 눌러야 흐릿하게 안 나온다.

세로 구도로 담은 밤 운하, 청록빛 아치 다리와 수면에 길게 반사된 노란색 파란색 불빛
세로가 반사를 더 길게 담는다. 난간에 팔을 붙이고 찍었다.

밤 곤돌라는 뱃전에 초록색 네온을 둘러서 물 위를 미끄러지는 게 멀리서도 보인다. 사공이 뭐라고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물을 타고 건너온다. 상가 2층 간판에 'GO LIVE'라고 켜진 데서는 라이브 밴드 소리가 났다. 우리는 배를 안 탔다. 줄이 길었고, 아이들이 이미 지쳐 있었다.

밤 운하를 지나는 초록 네온 곤돌라와 사공, 뒤편에 GO LIVE 간판이 켜진 파스텔 상가 건물
밤 곤돌라. 뱃전 초록 네온이 물 위에 그대로 번진다.

산책로 쪽 건물 벽에 한글로 '청년시장'이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영문으로는 Youth Market. 예상 못 한 데서 한글을 보니 좀 웃겼다. 그 아래로 가로수마다 전구를 감아놔서 길 전체가 노랗다.

밤 운하변 산책로, 한글로 청년시장이라 쓰인 Youth Market 간판과 전구를 감은 가로수, 지나가는 네온 곤돌라
한글 '청년시장' 간판. 한국인 관광객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운하가 넓어지는 구간에서는 곤돌라 두 척이 양쪽으로 갈라져 지나간다. 왼쪽 산책로에는 사람이 꽉 차 있고 오른쪽은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밤엔 이쪽 왼편이 인파가 몰리는 쪽이다.

밤에 양쪽으로 갈라져 지나가는 초록 네온 곤돌라 두 척과 조명이 켜진 운하 양안 건물들
운하가 넓어지는 구간. 배 두 척이 갈라지는 순간을 기다렸다.

다리 위에서 아래쪽 산책로를 내려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노란 나무 키오스크가 하나 서 있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오간다. 곡선 계단 난간에 화분과 가로등이 붙어 있어서, 인물 없이 배경만 찍어도 그림이 된다.

위에서 내려다본 밤 산책로, 노란 목조 키오스크와 가로등, 곡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계단 위에서 내려다본 산책로. 이 각도는 사람이 덜 몰린다.

단지 한쪽에 일본 거리 구역이 따로 있다. 도로 위 공중에 흰 초롱을 수백 개 매달아놨는데, 초롱마다 일본어 가타카나가 적혀 있다. 양쪽 기둥은 새빨간 색이고 나무에도 전구가 감겨 있다. 'だいきち', 'ふく' 같은 세로 간판이 걸린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도로 한가운데에 서서 찍는 사람이 워낙 많아 차가 알아서 서행한다. 흰 전동카트와 승용차가 실제로 지나다니니까 아이들 손은 잡고 있는 게 낫다.

밤거리 공중에 가타카나가 적힌 흰 초롱 수백 개가 매달린 일본 거리에서 포즈를 취한 세 사람, 뒤로 붉은 기둥과 전동카트
일본 거리 초롱 구간. 차도 한복판이라 주변을 보면서 찍어야 한다.

그날 먹은 것

돌아다니다 상가 1층 베트남 식당에 들어가 반쎄오를 시켰다. 나온 크기가 접시를 다 덮는다. 강황으로 낸 노란색 전 안에 숙주와 채 썬 당근, 다진 고기가 잔뜩 들어 있고 가장자리가 과자처럼 바삭하게 탔다. 옆에 상추 바구니가 통째로 나와서 잎에 싸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는 방식이다. 첫 조각은 뜨거워서 입천장을 데었다. 아이가 시킨 망고 스무디는 얼음을 덜 갈았는지 아래쪽이 좀 텁텁했다.

접시를 가득 채운 노란 반쎄오 안에 숙주와 당근 다진 고기가 들어 있고 옆에 상추 바구니와 느억맘 소스 그릇, 뒤에 망고 스무디
반쎄오 한 장. 성인 둘이 나눠 먹어도 될 양이다.

같이 시킨 건 빵가루 입힌 새우튀김. 꼬리를 세워 담고 차조기 잎을 꽂아 냈다. 빵가루가 굵어서 씹는 소리가 크고, 속 새우는 생각보다 통통했다. 소스는 새콤달콤한 칠리 계열인데 양이 종지 하나뿐이라 네 개쯤 먹으니 동났다. 아이들이 제일 잘 먹은 건 결국 이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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