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토사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 다섯 살 데리고 하루 버티기 — 이집트관 그늘과 마다가스카르 회전목마의 재발견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USS)는 도쿄나 오사카에 비하면 작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실제로 걸어보니 작긴 하다. 문제는 크기가 아니라 열대의 습도다. 오전 열한 시쯤 지구본 앞에 섰을 때 이미 티셔츠 등판이 젖어 있었고, 아이 손을 잡은 손바닥은 미끄러웠다. 이날 내가 배운 건 놀이기구 순서가…
센토사섬 ·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USS)는 도쿄나 오사카에 비하면 작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실제로 걸어보니 작긴 하다. 문제는 크기가 아니라 열대의 습도다. 오전 열한 시쯤 지구본 앞에 섰을 때 이미 티셔츠 등판이 젖어 있었고, 아이 손을 잡은 손바닥은 미끄러웠다. 이날 내가 배운 건 놀이기구 순서가 아니라 그늘의 위치였다.
지구본 앞 광장 — 여기서 이미 체력이 깎인다
정문 앞 회전 지구본은 USS의 상징이라 다들 여기서 사진을 찍는다. 나도 찍었다. 하지만 이 광장은 야자수 몇 그루 말고는 그늘이 거의 없고 바닥이 밝은 회색 포장이라 반사열이 올라온다. 지구본 아래쪽에서 미스트가 뿜어져 나오는데 시원해서 아이들이 몰려든다. 사진 왼쪽 뒤편으로 티켓 부스(TICKETS)와 말레이시아 푸드 스트리트 간판이 보인다.

줄 서서 지구본 정면 컷을 노리기보다, 옆으로 열 걸음 비켜서 야자수를 프레임에 걸고 찍는 편이 사람도 덜 나오고 하늘도 산다. 위 사진이 딱 그 자리에서 찍은 것이다.
파고들면 재미있는 건 사람 없는 구역이다
파크에 들어가자마자 아이가 붙잡힌 곳은 뉴욕 존 안쪽의 트랜스포머 어트랙션 앞이었다. 실물 크기 자동차 부품으로 조립된 오토봇 조형물이 벽에서 튀어나오듯 서 있는데, 눈에 파란 LED가 들어와 있어서 가까이 가면 아이들이 잠깐 멈칫한다. 도색이 벗겨지고 먼지가 앉은 게 오히려 진짜 같다. 실내라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통로다. 여기서 십 분 서 있는 것만으로 체온이 내려간다.

바로 옆 고대 이집트 존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미라의 복수(Revenge of the Mummy) 입구 양쪽에 자칼 머리를 한 아누비스 상 두 기가 서 있고, 벽면은 상형문자로 빼곡하다. 입구 아래 붉은 표지판에 "NO CARRY-ON BAGS ALLOWED"라고 적혀 있는데 이게 중요하다. 가방을 들고는 못 탄다. 옆에 라커가 있으니 미리 짐을 정리해두면 줄에서 다시 나오는 일이 없다.

이 신전 처마 아래가 파크에서 손꼽히는 그늘이다. 정오 무렵 여기 계단에 앉아 물을 마시는 가족이 여럿 있었고, 나도 그중 하나였다.
쥬라기 공원 구역 — 아이가 제일 오래 머문 곳
나무 아치에 붉은 글씨로 JURASSIC PARK이 박힌 게이트를 지나면 공기가 눅눅해진다. 아치 기둥에 낡은 달력 종이가 뜯긴 채 붙어 있는데, 크리스마스 데이·뉴 이어스 이브 같은 날짜가 보인다. 세트를 이렇게까지 만들어놨구나 싶어 잠깐 올려다봤다. 게이트 너머로 롤러코스터 레일이 지나간다.

안쪽 광장에는 청록색 공룡 조형물과 물이 뿜어져 나오는 분수 놀이터가 있다. 바닥에서 물줄기가 솟는 구간이라 아이들이 신발째 뛰어든다. 티라노 조형물 입에서도 물이 나오고, 알처럼 생긴 청록색 돌 사이로 물이 흐른다. 우리 아이들도 여기서 삼십 분 넘게 안 나왔다. 여벌 옷과 슬리퍼를 챙겨오지 않은 게 이날의 실수다. 젖은 반바지로 오후 내내 다녔다.

마다가스카르 회전목마, 의외의 정답
스릴 라이드를 못 타는 나이대라면 마다가스카르 존의 회전목마가 답이다. 말이 아니라 여우원숭이, 얼룩말, 기린 같은 캐릭터 좌석이 섞여 있고, 가운데 선장 모자를 쓴 펭귄 조형물이 배 키를 잡고 서 있다. 지붕이 있어 그늘이고, 대기 줄도 다른 어트랙션에 비해 짧았다. 아이는 초록 눈이 큰 여우원숭이 좌석을 골라 앉아서 봉을 꼭 잡았다. 회전 속도가 느려서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후 두 시쯤에는 파크 한복판 야외 구역이 사람으로 가득 찼다. 아래 사진은 '테러코타 엠프레스(TERROR-COTTA EMPRESS)' 간판이 걸린 고대 이집트/판타지 구역 통로인데, 양산과 우산이 여기저기 펴져 있는 게 이 파크의 현실이다. 우산은 비 때문이 아니라 햇볕 때문에 편다. 손에 든 음료는 파크 안 매점에서 산 것으로, 얼음이 십 분이면 다 녹았다.

파크 바깥 리조트 월드 센토사 — 나갔다 들어와도 된다
USS 게이트를 나서면 바로 리조트 월드 센토사(Resorts World Sentosa)의 실내외 복합 구역이다. 곡면 캐노피가 광장 전체를 덮고 있어서 파크 안보다 확실히 시원하고, 아래로 분수가 흐른다. 파크 안 식당 줄이 길 때 여기 페스티브 워크 쪽으로 나와 밥을 먹는 편이 낫다. 당일 재입장 가능 여부는 티켓 종류와 운영 정책에 따라 다르니 게이트 직원에게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같은 광장 한쪽에는 로메로 브리토 스타일의 알록달록한 멀라이언 조형물이 서 있다. 원색 블록과 물고기 비늘 패턴으로 칠해진 것으로, 회색 원조 멀라이언과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파크 안보다 사람이 적어서 아이와 사진 찍기에는 오히려 여기가 낫다. 뒤쪽 캐노피 아래로 알록달록한 장식이 줄줄이 매달려 있었다.

다음에 가면 이렇게 한다
- 아침 개장 직후 두 시간에 야외 어트랙션을 몰아 타고, 정오~오후 세 시는 이집트관·트랜스포머 같은 실내 위주로 돌린다.
- 아이 여벌 옷과 슬리퍼는 반드시 가방에. 쥬라기 공원 분수에서 젖는 건 사실상 확정이다.
- 미라의 복수처럼 가방 반입이 안 되는 어트랙션이 있으니 라커 위치를 미리 봐둔다.
- 물은 파크 안에서 사면 비싸다. 센토사 들어오기 전 편의점에서 미리 채워 오는 편이 낫다.
- 티켓 가격과 운영 시간, 재입장 규정은 시즌마다 바뀐다. 방문 전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파크가 작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어트랙션 개수로는 작지만, 이 습도에서 아이 손을 잡고 도는 하루는 절대 짧지 않았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젖은 반바지를 널면서, 다음엔 슬리퍼부터 챙기자고 적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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