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용 욤찐다 거리(Yomjinda Road) 한나절 — 목조 상가 골목에서 실제로 본 것들
방콕에서 동쪽으로 내려와 라용(Rayong) 시내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여행자는 바다로 직행한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라용 시내 한복판, 라용강 쪽으로 내려가는 옛 상가 골목 욤찐다 거리(ถนนยมจินดา, Yomjinda Road)는 바다 대신 100년 가까이 된 목조 2층 상가가 줄지어 선 곳이다. 파타야에…
라용 · 욤찐다 거리
방콕에서 동쪽으로 내려와 라용(Rayong) 시내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여행자는 바다로 직행한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라용 시내 한복판, 라용강 쪽으로 내려가는 옛 상가 골목 욤찐다 거리(ถนนยมจินดา, Yomjinda Road)는 바다 대신 100년 가까이 된 목조 2층 상가가 줄지어 선 곳이다. 파타야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시내 한복판이라 아무 기대 없이 들렀다가 결국 세 시간 넘게 걸어 다녔다.

사진에서 보이듯 도로 폭이 정말 좁다. 그런데 차량 통행이 완전히 막힌 보행자 거리는 아니어서, 픽업트럭이 뒤에서 슬금슬금 다가온다. 사진 찍느라 길 한복판에 서 있다가 두 번 비켜섰다. 오른쪽 짙은 갈색 목조 2층집의 덧문 장식, 그 옆의 연둣빛 콘크리트 상가, 왼쪽의 분홍 벽 — 시대가 다른 건물들이 한 줄에 섞여 있는 게 이 거리의 첫인상이다.
낮 두 시,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이 거리의 정체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거리를 "핫플"로 기대하고 갔다가 한 번 김이 샜다. 평일 낮에는 문을 안 연 가게가 절반쯤 된다. 셔터 내린 상가 앞을 한참 지나가야 다음 열린 가게가 나온다. 대신 열려 있는 집들이 하나같이 개성이 강해서, 결과적으로는 이쪽이 더 좋았다.

이 흰색 툭툭은 거리에서 사진이 가장 많이 찍히는 지점 중 하나다. 다만 가까이 가면 뒷범퍼 아래가 꽤 삭아 있고 시트도 낡았다. "예쁘게 세팅된 포토존"이 아니라 그냥 세워둔 채 세월이 흐른 물건이다. 위에 매달린 빨간 중국식 등과 처마 밑 고사리 화분, 처마 그늘의 온도 차 — 3월 낮 기온에 그늘로 들어서면 확실히 숨이 트인다.

이 집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나는 재미있게 봤지만, 유리장 안에서 수십 개의 인형 눈이 동시에 이쪽을 보는 구도라 아이랑 같이 온 가족은 문 앞에서 그냥 돌아나가는 걸 봤다. 천장 목재 서까래, 매달린 등유 랜턴, 아이스크림콘 모양 조명까지 물건 밀도가 상당하다. 안쪽은 좁고 어두워서 가방을 앞으로 메고 조심해서 움직이는 게 좋다.
벽화는 '완성품'이 아니라 계속 그려지는 중

이 코너 벽화를 보러 갔더니 사다리가 세워져 있고 오른쪽엔 주황색 고소작업 리프트가 붙어 있었다. 즉 내가 간 날은 작업 중이었다. 인터넷에서 본 완성 사진과 다른 상태였는데, 오히려 이게 이 거리의 실제 모습에 가깝다. 벽화는 주기적으로 새로 그려지고 지워진다. 건물 벽에 붙은 금속 숫자 '๒๔๗๐'은 태국 불기 2470년, 서기로 1927년이다. 건물 나이를 벽에 박아둔 셈. 그 옆 삼각 박공의 회색 부조 장식은 100년 가까이 버틴 원본이고, 캐릭터 벽화는 최근 것 — 이 시간 차가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게 이 코너의 매력이다.
참고로 이 코너에서 구글 지도상 좌표는 12.6802, 101.2771이다. 라용 시내 버스터미널이나 시장 쪽에서 툭툭·오토바이 택시로 접근하는 게 가장 쉽고, 차를 가져왔다면 거리 안쪽은 주차가 사실상 불가능하니 큰길(Sukhumvit) 쪽에 대고 걸어 들어오는 편이 낫다. 거리 자체는 왕복 도보 20~30분이면 훑을 수 있는 길이다.

길 찾기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건 이 파란 표지판이다. 욤찐다 거리는 직선 한 줄이지만 중간중간 이런 쏘이(골목)가 갈라지고, 재미있는 가게는 오히려 골목 입구 쪽에 몰려 있다. 이 코너 목조 건물 1층은 식당으로 쓰이고 있었고, 안쪽 나무 테이블에서 현지 손님들이 국수를 먹고 있었다. 관광객용 카페 가격과 현지 식당 가격이 한 골목 안에서 두 배 넘게 벌어지니, 배가 고프면 이런 집을 먼저 보는 게 좋다.
카페 세 곳,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여기가 제일 눈에 띄었다. 2층 목조 벽면이 통째로 어두운 갈색이고, 1층은 접이식 나무 문을 전부 열어젖혀 안이 훤히 보인다. 안쪽 벽에 액자를 다닥다닥 걸어놨고, 손님들은 나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다만 냉방이 강한 곳이 아니라 선풍기 위주라, 한낮에 들어가면 시원함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쪽은 정반대로 야외형이다. 파란 천막과 넝쿨을 얹어 그늘을 만들고, 낡은 철제 의자와 대나무 테이블을 아무렇게나 놓았다. 벽엔 'What Is Love', 'Home Sweet Home' 같은 나무 팻말이 걸려 있고, 매달린 초록 애벌레 인형까지 — 정돈된 인테리어라기보단 주인이 좋아하는 걸 계속 갖다 놓은 공간에 가깝다. 바닥이 흙과 콘크리트 반반이라 비 온 뒤엔 신발이 좀 지저분해진다.

여기서 하나 짚자면, 이 큰 그림은 욤찐다 거리를 그린 게 아니다. 챙 넓은 모자를 쓴 사람들이 기타를 치는, 누가 봐도 중남미풍 거리 풍경이다. 카페 주인이 분위기용으로 세워둔 그림이고, 나도 처음엔 "이게 옛날 라용인가?" 하고 착각했다. 옆의 입간판이 오히려 실용적인데, 무말랭이떡 볶음 계열인 '카놈팍깟'을 파는 집이라는 뜻이다. 가격은 간판에 적혀 있지 않았고 그날 나는 주문하지 않았으니, 금액은 현장 확인을 권한다.
라용 갤러리와 손으로 만든 것들

가까이서 보기 전엔 그냥 타일 모자이크인 줄 알았다. 파란색·보라색·흰색 병뚜껑 수백 개를 색으로 분류해 붙여 파도를 만들고, 오른쪽엔 노란 뚜껑으로 태양을 넣었다. 옆의 선인장은 페트병을 잘라 겹쳐 세운 것이고 끝마다 색색 병뚜껑을 꽃처럼 끼워놨다. 바로 옆에는 배전함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서, 예술 작품과 인프라가 60cm 거리에 붙어 있는 태국 골목 특유의 풍경이 나온다.

여기 엽서가 은근히 쓸 만하다. 라용 시내 풍경, 목조 상가, 어선을 그린 그림엽서라 이 거리에서 사면 딱 맞는 기념품이 된다. 뒤 벽화의 큰 눈 고양이는 갤러리 시그니처 캐릭터인지 배지·엽서에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매달린 스카프는 타이다이 염색인데 색이 다 달라서 같은 게 두 장 없다. 이날은 가격표가 상품마다 달려 있어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다.

이 거리에서 내가 실제로 확인한 유일한 명확한 가격이 이 집 워크숍 안내판이다. 139바트, 180바트 — 한국 돈으로 5천~7천 원대다. 이 정도면 커피 한 잔 값에 손으로 뭔가 만들어 가는 셈이라 나쁘지 않다. 다만 소요 시간과 예약 여부는 판에 적혀 있지 않았고, 나는 오후 늦게 지나가서 물어보지 못했다. 하려면 들어가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걸려 있던 체크무늬·해바라기 무늬 크로셰 모자와 가방은 요즘 태국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타일 그대로였고, 흑백 체크 바닥과 잘 어울려서 가게 입구 자체가 사진이 잘 나온다.

여기가 이 거리에서 가장 '작업실'다운 곳이었다. 연꽃 그림, 풍경화, 초상화가 세워져 있고, 노란 손글씨 간판에는 그림, 벽화 페인팅, 간판 글씨 같은 주문을 받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위쪽 처마 밑 그림들도 죄다 욤찐다 거리의 목조 상가를 그린 것이다. 재미있는 건 8월인데 산타클로스 장식이 벽에 붙어 있었다는 점 — 태국 소도시 상가에서 흔히 보는, 한번 붙인 장식은 잘 안 떼는 그 감각이다. 진열대의 '20-' 표시가 붙은 물건도 있었는데 무엇에 대한 가격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해가 기울 때가 진짜다

이 간판은 낮에는 그냥 민트색 판때기지만, 전구가 글자 획을 따라 촘촘히 박혀 있어서 어두워지면 완전히 달라진다. 아래 매달린 건 태국 3대 라거 빈 캔 — 창, 레오, 싱하. 태국 편의점에서 캔당 대략 40바트 안팎 하는 그 맥주들이다. 뒤쪽 전봇대에 엉킨 전선 뭉치까지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데, 이 지저분함이 빠지면 오히려 이 거리가 아니다.
내가 아쉬웠던 점을 정직하게 적어두면 이렇다. 첫째, 평일 낮에는 닫힌 가게가 많아 오후 3시 이후에 가는 게 낫다. 둘째, 그늘이 생각보다 적어서 정오 무렵엔 회색 타일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상당하다. 셋째, 가격 표시가 없는 가게가 많으니 살 생각이면 먼저 묻는 게 편하다. 반대로 좋았던 건, 여기가 아직 '관광 상품'으로 완전히 포장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벽화는 그리는 중이고, 툭툭은 녹슬어 있고, 카페 옆엔 배전함이 서 있다. 라용 바다만 보고 돌아가는 일정이라면, 체크아웃 전 두 시간 정도를 여기에 떼어놓는 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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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홍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