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코타이 역사공원, 오전 8시 반부터 자전거로 돌아본 왓 마하탓과 왓 시사와이
방콕 북부 모칫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여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이 태국 수코타이다. 지도상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 427km. 13세기에 태국 최초의 통일 왕국이 세워진 자리이고, 도시 이름 자체가 '행복의 새벽'이라는 뜻이다. 그 왕국의 수도 터가 지금의 수코타이 역사공원이고,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수코타이
방콕 북부 모칫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여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이 태국 수코타이다. 지도상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 427km. 13세기에 태국 최초의 통일 왕국이 세워진 자리이고, 도시 이름 자체가 '행복의 새벽'이라는 뜻이다. 그 왕국의 수도 터가 지금의 수코타이 역사공원이고,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실 이름값보다 내가 놀랐던 건 규모다. 아유타야처럼 시내 한복판에 유적이 박혀 있는 게 아니라, 잔디 깎아놓은 공원 안에 벽돌 사원들이 흩어져 있어서 걸어서 다 보려면 하루가 부족하다.
도착한 날은 우기 끝물이었는데 하늘이 이 정도로 파랗게 터질 줄은 몰랐다. 대신 대가는 확실했다. 오전 10시만 넘어가면 벽돌이 열을 뿜어서 사진 찍으려고 서 있는 것도 고역이다. 그래서 나는 이틀 다 아침 8시 반쯤 들어가서 11시 전에 나왔다.
왓 마하탓 — 공원의 심장, 그리고 사람 없는 아침
공원 중앙구역의 중심은 왓 마하탓이다. 해자로 둘러싸인 넓은 터에 연꽃봉오리 모양 첨탑이 솟아 있고, 그 앞뒤로 좌불과 입불이 서 있다. 해자 건너편 잔디밭에서 보면 이 절의 구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 가운데 주 탑, 양옆 벽돌 벽감 속의 서 있는 부처, 뒤로는 산줄기. 처음 온 사람은 대개 정문으로 곧장 들어가는데, 나는 물가를 따라 한 바퀴 돌면서 밖에서 먼저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안에서는 이 전체 실루엣이 절대 안 잡힌다.

잔디밭 쪽으로 더 물러나면 사원 전체가 지평선처럼 늘어선다. 이 사진을 찍은 자리가 공원에서 내가 제일 좋아한 지점이다. 앞쪽 화단에 노란 꽃이 피어 있고, 그 너머로 기둥 숲과 탑들이 한 줄로 서 있다. 관람객 두어 명이 점처럼 보일 만큼 넓다.

안으로 들어가면 인상이 완전히 바뀐다. 지붕이 사라진 법당 터에 돌기둥만 두 줄로 남아 있고, 그 끝에 탑이 보인다. 기둥 사이로 걸어 들어가는 이 길이 이 절의 진짜 동선이다. 아침 9시쯤에는 기둥 그림자가 바닥 벽돌에 길게 깔리는데, 그 위를 밟고 걷는 감각이 꽤 오래 기억에 남았다. 저 앞에 흰옷 입은 사람 하나가 보이는데, 이 넓은 데서 마주친 사람이 그때 그 사람뿐이었다.

기둥 뒤편으로 돌아가면 중앙 탑의 조각 디테일이 보인다. 탑신 아래쪽에 작은 불상들이 띠처럼 둘러 있고, 오른쪽으로는 벽돌 벽감 안에 서 있는 부처가 따로 서 있다. 벽돌 계단 층층이 무너진 상태로 그냥 놓여 있는데, 복원을 과하게 안 한 점이 오히려 좋았다.

사 시 사원과 보리수 — 물 위의 절터
왓 마하탓에서 서쪽으로 조금 가면 연못 섬 위에 앉은 왓 사 시가 나온다. 종 모양(스리랑카식) 탑 하나와 법당 터의 기둥 열, 그리고 그 사이에 흰 좌불이 있다. 정면에서 보면 기둥들이 부처를 양옆에서 호위하듯 서 있는 구도가 나오는데, 수코타이 사진으로 가장 많이 도는 앵글이 이거다. 실제로 서보면 사진보다 훨씬 작고 조용하다.

같은 구역 안에 탑 두 기 사이로 걸어가는 부처상이 하나 서 있다. 오른손을 들어 올린 유행불(遊行佛) 자세인데, 옷자락이 다리에 붙어 흐르는 표현이 수코타이 양식의 특징이다. 표면에 붉은 얼룩이 지고 군데군데 깨져 있어서 실물은 사진보다 훨씬 낡아 보인다. 그 낡음이 오히려 이 상의 매력이었다.

공원을 걷다 보면 사원보다 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커다란 보리수 한 그루가 종 모양 탑과 기둥 열 사이에 자리를 잡고 서 있는데, 뿌리가 벽돌 기단까지 뻗어 있다. 그늘이 넓어서 이 나무 밑이 공원에서 제일 시원했다. 물 한 병 들고 여기 앉아 십 분쯤 쉬는 게 내 루틴이 됐다.

왓 시사와이 — 크메르식 탑 세 기
중앙구역 남서쪽의 왓 시사와이는 분위기가 확 다르다. 태국식 연꽃봉오리 탑이 아니라, 옥수수처럼 층층이 쌓인 크메르식 프랑(prang) 세 기가 나란히 서 있다. 원래 힌두 사원으로 지어졌다가 나중에 불교 사원으로 바뀐 곳이라 들었다. 나무 사이로 참배길이 곧게 뻗어 있어서, 정면 진입로에서 한 컷 잡으면 나뭇잎이 자연스럽게 프레임을 만들어준다.

왓 마하탓의 아타롯 입불과 왓 시춤의 프라 아차나
공원에서 가장 압도적인 건 결국 큰 불상들이다. 왓 마하탓 뒤쪽, 벽돌 기둥 두 개 사이에 낀 거대한 입불 앞에 서면 목이 아플 정도로 올려다보게 된다. 얼굴과 상반신에 검은 물때가 세로로 흘러내려 있고, 옷 주름은 거의 없이 몸에 붙어 있다. 발가락 크기가 사람 얼굴만 하다. 사진으로 보면 정돈돼 보이는데 실제로는 표면이 벗겨지고 얼룩진 상태가 그대로다.

공원 북쪽 구역으로 나가면 왓 시춤이 있다. 겉에서 보면 그냥 창문 없는 네모난 벽돌 상자인데, 정면 가운데 좁은 틈이 세로로 나 있고 그 틈으로 안에 앉은 부처의 얼굴이 보인다. 이 구조 자체가 이 절의 전부다. 오후 늦게 가면 벽면이 그늘져서 얼굴이 잘 안 보이니, 해가 정면에 드는 시간대에 가는 게 낫다.

안으로 들어가 올려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방이 벽으로 막힌 좁은 공간에 프라 아차나 좌불이 꽉 차 있고, 위쪽으로 하늘이 좁게 열려 있다. 얼굴은 흰빛, 몸통은 검게 얼룩져서 명암이 극단적이다. 오른손 손가락 끝에 금박이 붙어 있는데, 참배객들이 붙이고 간 것이다. 나도 그 앞에서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하루 종일 본 것 중에 이 한 장면이 제일 셌다.

가는 법과 현장에서 알아두면 좋을 것
공원 위치는 아래 지도 자리다. 신시가지(뉴 수코타이)에서 서쪽으로 약 12km 떨어져 있어서 걸어갈 거리는 아니다. 시내에서 역사공원 입구까지 썽태우(트럭 개조 합승차)가 다니고, 나는 숙소에서 스쿠터를 빌려서 갔다. 공원 안은 자전거 대여가 정답이다 — 중앙구역만 봐도 걸어서는 두어 시간이 훌쩍 가고, 북쪽 왓 시춤까지 걸어가려면 땡볕에 한참이다.
실제로 겪은 것들만 정리하면 이렇다.
- 구역이 나뉘어 있다. 중앙·북쪽·서쪽 구역이 따로이고, 입장권도 구역별로 판다. 요금은 시기에 따라 바뀌니 매표소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가지고 들어갈 때 차량 요금이 별도로 붙는다는 점은 미리 알고 가면 당황할 일이 없다.
- 오전에 가라. 벽돌과 라테라이트가 열을 그대로 머금어서 10시 넘으면 복사열이 올라온다. 나는 둘째 날 오후에 한 번 갔다가 30분 만에 나왔다.
- 그늘이 거의 없다. 보리수 몇 그루 말고는 피할 곳이 없다. 모자와 물은 선택이 아니다.
- 복장. 야외 유적이라 사원 복장 규정이 빡빡하진 않지만, 불상 앞에서는 다들 신발 벗고 조심한다. 불상을 등지고 셀카 찍는 건 태국에서 예의에 어긋난다.
- 아쉬웠던 점. 안내판 설명이 짧고 영어가 부실한 곳이 많다. 각 사원이 언제 뭘 위해 지어졌는지 알고 보면 완전히 다른데, 현장 정보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사전에 왓 마하탓·왓 시사와이·왓 시춤 세 곳 정도만이라도 배경을 읽고 가면 체감이 다르다.
수코타이는 아유타야보다 접근성이 나쁘고, 그래서 사람이 적다. 그게 이 도시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기둥 사이를 혼자 걸으면서, 이 자리가 700년 전에는 사람으로 가득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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